I am a writer! RAW novel - Chapter 47
나는 작가다 047화
47화
“그럼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오늘 볼까? 아, 출판사랑 이야기해야 하니 당장은 무리려나?”
그랬다.
2차 창작에 관한 권리가 나와 계약한 푸른숲 출판사에서도 있었다.
하지만 이미 계약 조건을 변경하고 풀 출판사로 옮기면서 이야기를 끝냈다.
내 작품에 대한 2차 저작권에 관한 내용들은 풀 출판사 대표로 등재된 성용 형님과 상의하여 정하도록. 그리고 이미 계약을 변경할 때 이에 대한 이야기는 끝난 지 오래였다.
“그거라면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음?”
“이미 성용 형님과 이야기가 다 됐습니다. 뭘 하건 전적으로 저한테 맡기고, 출판사는 계약서에 제시된 것처럼 수익 분배만 받겠다고요.”
“그렇구만.”
“어디서 뵐까요?”
“귀한 몸 멀리까지 행차하라고 해서 미안한데 하드 맥스 사무실에서 보는 게 어떠냐?”
사실상 게임을 확인하기로 했으니 사무실에서 보는 게 맞았다.
단지 성용 형님을 통해서 형우 형님이 이 시장에서의 내 급이 어느 정도인지 들어서 이럴 뿐.
그럴 만도 했다.
저번에 이야기하길 하드 맥스에서 처음으로 준비하는 온라인 게임이라고 이야기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RPG 장르에 한해서였다.
이미 하드 맥스에선 최초로 만든 온라인 게임이 존재했다.
게임의 이름은 ‘클로버’.
정확하게는 흔히 게임이라 불리는 걸 즐기기보다 소통을 위주로 하는 커뮤니티 프로그램이었다. 그 안에 미니게임으로 ‘주사위의 흔적’이 있긴 했지만.
어쨌거나 하드 맥스가 만든 클로버에는 한 가지 세계관이 있었는데, 그걸 진민화 작가에게 부탁하여 만들어냈다.
진민화 작가의 대표작인 ‘루나의 아이들’이 바로 그 클로버에 담긴 세계관을 중심으로 집필한 작품이었고 말이다.
한데 술을 마시면서 진민화 작가 이야기가 나왔는데, 성용 형님이 자기 담당이라고 아주 들떠선 내가 그녀를 뛰어넘을 수 있는 작가라고 자랑해댔다.
물론, 결과론적으로 그 자랑은 사실이 됐다.
이번 증판으로 그녀보다 뛰어난 김영수 작가급으로 팔았으니까.
아직 이 사실은 모르기에 형우 형님은 어느 정도 장난기 섞인 어투로 날 귀한 몸이라고 불렀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장소를 정했으니 언제쯤 가면 될지 물었다.
“몇 시쯤요?”
“어, 사실 가장 좋은 건 5시 즈음에 와서 이야기를 나누고 같이 저녁식사하면서 약주하면 최고긴 하지?”
“5시에 가겠습니다. 사무실 주소 좀 문자로 보내주세요.”
“오냐, 그럼 바로 보내줄게.”
“예.”
통화를 끝내자 형우 형님이 문자로 하드 맥스 사무실이 어디 있는지 알려줬다.
교대역에서 15분가량만 걸어가면 됐다.
당산역에서 교대역까지 3, 40분가량 걸리니 얼추 네 시에 출발하면 약속시간에 도착하리라.
일단 3시 반까지 여유롭게 원고를 쓰고 씻은 뒤 집에서 나갔다.
그렇게 출발하니 4시 50분 즈음에 하드 맥스 사무실에 도착할 수 있었다.
도착하니 형우 형님이 맞이해 줬다.
“오, 왔어?”
“예.”
형우 형님은 옆에 있는 안경낀 사내에게 날 소개했다.
“백 대표, 이 친구가 황제 로키를 쓴 이준경 작가야.”
백 대표라 부르는 걸 보니 그가 하드 맥스의 대표일 터.
그가 내게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했다.
“반갑습니다. 하드 맥스 대표 백광훈이라고 합니다.”
“예, 이준경이라고 합니다.”
내가 악수를 받아들이자 백광훈이 말했다.
“저희가 준비 중인 게임이 보고 싶다고 하셨죠?”
“예.”
“그럼 일단 게임부터 보시고 이야기를 나누실까요?”
“알겠습니다.”
“이리 오시죠.”
난 형우 형님과 함께 백광훈을 따라갔다.
개발팀이라고 적힌 부서에 도착하자 백광훈은 개발자들에게 시켜서 현재 준비 중이 게임을 보여줬다.
아직 옷이나 헤어스타일이 정해지지 않은 속옷 차림의 캐릭터들, 미리 써먹기 위해 준비한 건물이나 배경 디자인 그리고 인터페이스가 어떤 식으로 적용되는지 등을 보여줬다.
그걸 보곤 확신에 찼다.
‘루나테일즈가 맞구나.’
진민화 작가가 집필한 루나의 아이들을 배경으로 한 온라인 게임, 그 시스템을 그대로 지닌 게임인 걸 확인했다.
“어떻습니까?”
“지금 나온 온라인 게임들과는 다르게 캐쥬얼하면서 독특한 시스템을 지녔네요.”
“바로 보셨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준비하는 게임은 절대 앞선 작품들과 다르게 유저분들이 실망하지 않도록 철저히 준비할 생각입니다.”
그러고 보니 클로즈 베타만 몇 차례를 걸친 다음에야 오픈 베타를 했던가?
정말 최대한 준비해서 정식서비스를 오픈하긴 했다.
하기야 그만큼 공을 들였으니 몇 안 되는 장수 온라인 게임에 들었겠지.
게임의 실체를 확인한 난 백광훈에게 말했다.
“잘될 것 같네요.”
“그런가요?”
“예.”
“그럼 게임에 대해선 별문제가 없으니 회의실로 가서 계약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요?”
“그러시죠.”
백광훈의 안내에 따라 난 형우 형님과 함께 회의실로 옮겼다.
회의실로 들어오자 남자직원 한 명이 들어와서 물었다.
“대표님, 음료는 어떤 걸로 갖다드릴까요?”
“난 냉수면 돼. 이준경 작가님은 뭘로 드시겠습니까? 커피, 주스, 탄산, 이온 다 있습니다.”
“저도 냉수면 됩니다.”
“임 팀장, 너는?”
“둘 다 냉수나 마신다는데 나도 똑같이 마시지, 뭐.”
“냉수 세 잔만 갖다 줘.”
“알겠습니다.”
직원은 우리에게 줄 냉수를 가지러 나갔다.
거기서부터 백광훈이 본론부터 꺼내고 시작했다.
“그냥 본론으로 곧장 들어가겠습니다. 저희도 이제 게임의 흐름을 잡아줄 스토리만 착수하면 곧바로 게임 완성에 집중할 생각이니까요.”
“예, 하시죠.”
“이미 임 팀장에게 들으셨겠지만, 저희는 황제 로키 스토리에 관한 2차 창작 판권을 사고 싶습니다.”
“그건 이미 들었으니 진짜 본론으로 들어가죠. 그래서 계약 조건은요?”
“이번에 완성시킬 온라인 게임의 스토리로 황제 로키의 이야기를 쓰는 대신 판권료 천만 원을 지불할 생각입니다.”
천만 원.
적은 액수는 아니다.
신인 작가들이 흔히 받는 조건인 ‘3천 부, 8%’를 감안하면 권당 200만 원이 약간 안 됐다.
즉, 천만 원을 벌기 위해선 다섯 권은 써야만 했다.
한데 판권을 파는 것만으로도 다섯 권이나 써야 하는 노력 없이 벌어들일 금액이니 적지 않을 수밖에.
하지만 그 기준이 나라면 달라졌다.
한 권만 써도 천만 원이 넘게 벌렸다.
심지어 증쇄한 황제 로키 1권의 인세는 4800만 원.
이에 비교하면 푼돈이나 다름없는 금액이었다.
천만 원이란 금액은.
한데 그걸로 내 황제 로키의 판권을 사고 싶다니.
이건 납득할 수 없었다.
“그게 끝입니까?”
“예?”
“게임으로 얻은 수익에 대한 로열티는요?”
기본적으로 원작을 토대로 게임이 제작되면 어느 정도 수익의 일정 부분은 원작자에게 돌아갔다.
하지만 백광훈은 그리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어디까지나 게임 개발에 얹을 스토리만 필요한데, 로열티를 제공하는 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작가님께서 게임 특색에 맡게 시나리오와 퀘스트를 디자인해 주시는 게 아니니 로열티까지 드리긴 어렵습니다.”
게임 시나리오와 퀘스트만 디자인하면 공을 생각해서 로열티를 주겠다. 즉, 게임 시나리오 작가의 역할을 해주지 않으면 로열티를 줄 수 없단 소리였다.
답변을 들은 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이야기는 끝났군요.”
갑자기 내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더 할 얘기 없다며 행동하자 백광훈이 짐짓 당황했다.
“서, 설마 이런 식으로 끝내실 생각이십니까?”
더 이상 계약에 대한 변경점이 없다면 이런 식으로 끝낼 심산이었다.
그전에 백광훈에게 당근을 먼저 던져줬다.
“어디까지나 게임의 성공은 확신했습니다. 때문에 하드 맥스가 제 황제 로키의 스토리를 쓰겠다면 좋은 일이죠.”
루나테일즈에 쓰기 위해 준비한 것들이 대단하다며 칭찬했다. 그러다가 표정을 싹 굳히며 검지를 치켜세웠다.
“그런데 말입니다.”
하드 맥스 쪽을 칭찬하던 분위기가 확 바뀌며 작가로서의 이야기를 내뱉었다.
“작품은 제게 자식과도 같습니다. 자식의 가치를 몰라봐 주는 곳과 어찌 제가 같이 일할 수 있겠습니까?”
내 작품 황제 로키의 가치도 모르는 이들과 함께할 수 없단 결론.
이에 대해서 백광훈은 의외의 인물을 언급했다.
“진, 진민화 작가님께 듣기론 천만 원이면 작가님이 받는 한 권 인세니까 판권료로 적당할 거라고 하던데요?”
계약서를 변경하기 전, 그리고 증쇄를 하기 전 계약조건으로 따지면 맞긴 했다.
처음 하드 맥스 측에서 제시한 판권료가 딱 황제 로키의 한 권 분량 인세란 게.
하지만 황제 로키란 작품 자체를 계산하기엔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계산이었다.
난 백광훈에게 진민화를 통해 얻었던 정보로 계약 조건으 내걸 거면 최소 이래야 하지 않냐며 툭 내뱉었다.
“황제 로키의 스토리는 최소 30권 이상 쓸 겁니다. 그런 식으로 계산하셨다면 최소 3억은 부르셨어야죠.”
“그게 무슨…….”
내 입에서 갑작스레 불어난 황제 로키의 가치에 당황하는 백광훈.
하지만 아직 그 가치도 적게 밝혔단 걸 알려줬다.
“그리고 계산이 잘못됐습니다.”
“예?”
“최근에 황제 로키가 2만 부를 증쇄해서 제 작품 값이 올랐습니다. 권당 4800만 원으로요.”
아직 그들이 접하지 못한 내 소식을 알려줬다. 그러자 백광훈과 형우 형님, 두 사람이 화들짝 놀라며 움찔거렸다.
“2, 2만 부 증쇄요?”
“예.”
“이, 임 팀장.”
“으응?”
“저번에 진 작가님이 루나의 아이들을 얼마나 파셨다고 했지?”
“계속 증쇄를 하고 있긴 한데, 최근에 권당 2만 부를 갓 넘겼다고 하셨을걸?”
아직 루나의 아이들이 2만 부밖에 안 됐나?
2011년 이후로 시들해졌지만, 그때까지 계속 증쇄에 증쇄를 거듭해서 루나의 아이들이란 작품이 지닌 총 판매부수는 100만 부에 이르렀다.
1부와 2부를 합친 총 열다섯 권으로.
평균을 내면 권당 7만 부 가까이 찍었다고 보면 됐지만, 1부에 비해 2부의 성적이 저조한 걸 감안하면 현재 출간 중인 루나의 아이들 1부론 대략 8만 부 정도를 팔았다고 보면 됐다.
이게 말이 되나 싶을지도 몰랐다.
점점 갈수록 쇠퇴해 가는 장르 시장인데, 어떻게 2002년 당시 2만 부 정도 찍었던 작품이 권당 8만 부를 팔았단 말인가?
그건 바로 대한민국 대표 판타지 소설이란 점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매 해마다 새로이 판타지 소설을 접하는 독자들이 생겨났다.
새로이 늘어난 독자들은 판타지 소설에 흥미를 갖고 주변 사람들에게 묻는다.
어떤 작품이 재밌느냐고.
거기서 언제나 판타지 소설 독자들은 세 사람을 꼽았다.
퇴마사 이야기를 집필한 오혁진 작가, 드래곤 피아를 집필한 김영수 작가 그리고 루나의 아이들을 집필한 진민화 작가.
이 세 사람을.
만약 장르시장이 계속 좋았더라면 이들과 같은 급수에 놓일 작가가 생겼을지 모르지만, 점점 쇠퇴해 가는 시장 때문에 이 세 작가에겐 어느 작가도 범접할 수 없게 되어 버렸다.
그나마 유일하게 인지도를 따지자면 2007년 초에 출간된 노민성 작가의 게임 판타지 ‘글레이브’가 유일했다.
하지만 그 또한 인지도가 아닌 권당 판매부수로 비교하면 그들에게 도달하긴 어려웠다.
4천 부만 찍어도 잘 팔았다는 시장에서 증쇄를 계속해서 권당 1만 부 이상 팔았단 기록은 기염을 토했다 표현해도 부족할 정도였거늘.
한데 내가 그 위치에 놓이게 된 것이다.
진민화 작가의 시그니처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루나의 아이들과 동시대에 출간한 내 처녀작 황제 로키.
그게 현재 루나의 아이들보다 판매부수가 높았다.
이대로 자리매김만 잘하게 된다면 나 역시 판타지 소설을 대표한다는 세 사람과 같은 급이 되며 지속적으로 황제 로키를 증쇄해내리라.
즉, 지금의 나라면 가능한 소리였다.
대한민국 ‘대표’ 판타지 소설 작가로서의 자리매김이.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