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 writer! RAW novel - Chapter 48
나는 작가다 048화
48화
“저희가 계약 조건을 잘못 들이밀긴 했군요.”
진민화의 부수를 듣고서야 백광훈이 잘못을 시인했다.
아마 저번에 성용 형님과 형우 형님 그리고 나 셋이 모인 자리에서 이야기 나온 급수로 여겨서 매긴 것 같았다.
그 급수는 이미 장르시장에서 처녀작 시간의 돌 이후 클로버 세계관으로 쓴 루나의 아이들까지 대박을 친 진민화 작가가 매겼으니 신뢰했으리라.
근데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생겼다.
“제 이야기를 진민화 작가님께서 하셨습니까?”
“예, 본래 저희가 이준경 작가님의 황제 로키를 스토리로 쓸려던 온라인 게임을 진 작가님께서 쓰신 루나의 아이들로 할까 했었거든요.”
“근데 왜 갑자기 제 황제 로키에 관심을 보이신 거죠?”
“아무래도 저희가 앞서 저지른 과오로 괜히 진 작가님의 명성에 누를 입힐까 우려하던 찰나 보게 된 겁니다. 이준경 작가님의 황제 로키를요.”
이건 뭔가 기분이 묘하다.
설마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황제 로키를 골라잡은 건가 싶었다.
“어느 정도 하드 맥스의 과오를 받아낼 대체품으로요?”
그런 건 아닌지 백광훈이 당황하며 손사래 쳤다.
“아, 아닙니다. 설마 그럴 리가요. 저흰 이번 온라인 게임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사활을 걸고 있다.
그 한마디에서 아무 작품이나 갖다 붙일 생각이 없단 게 증명됐다.
물론, 아직도 왜 잘나가고 있는 진민희 작가를 두고 내 작품을 택한 건지 의아함이 남았다.
“근데 왜 진민희 작가님의 작품이 아닌 황제 로키를 택하신 거죠?”
“일단 진 작가님께서도 이준경 작가님의 황제 로키를 읽으시더니 글이 재밌고 스피디한 데다가 꽤 지문이나 대사가 엑기스만 뽑혀 있어서 루나의 아이들보다 적용하기 효율적이고, 연재하신 작품의 성적을 보시더니 오히려 온라인 게임의 주력 층인 남성 유저를 끌어모으긴 황제 로키가 나을 거라고 하셨습니다.”
“그렇군요.”
“예, 절대 진 작가님에게 누가될까 봐 대체했거나 그런 건 아닙니다. 심지어 판매도 더 잘하고 계신다니 두말하면 잔소리겠죠?”
이렇게까지 말하니 다시 한 번 더 협의해 볼 가치는 있다고 생각했다.
대신 지금부턴 작가 이준경이 아닌 OSMU가 판을 치던 시기의 편집과장으로 나설 차례였다.
작품의 판권을 가지고 논의하길 원하던 거래처들과 숱하게 협의해 봤던.
“좋습니다. 어쨌거나 제 작품인 황제 로키의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는 말씀드렸으니 다시 계약조건을 협의해 볼까요?”
“일단 저희가 드릴 수 있는 금액은 5천이 전부입니다. 방금 이준경 작가님께서 이야기하신 3억에는 한참 못 미치지요.”
방금 내가 내뱉었던 3억을 마음에 두고 있었나 보다.
오히려 내겐 기회였다.
3억까진 힘들어도 5천까진 줄 수 있다는 백광훈 대표.
하지만 5천만 원도 지금 내 인세에 비하면 큰돈은 아니었다.
5천만 원짜리 판권료를 희생하고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는 쪽으로 생각했다.
흔히들 그러지 않던가?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할 줄도 알아야 한다’고.
내게 있어서 5천만 원짜리 판권료는 소에 지나지 않았다.
방금 머릿속으로 떠올린 대가에 비하면.
본격적으로 거래에 나섰다.
“그럼 이렇게 하시죠?”
“어떻게 말씀이십니까?”
“판권료는 안 받겠습니다.”
“예?”
5천만 원을 포기한다고 하니 당황하는 백광훈.
그에게 난 5천만 원 대신 원하는 걸 밝혔다.
“대신 로열티로 총매출 10%를 요구합니다.”
로열티를 조금이라도 받아둔다면 얼마가 됐건 앞으로 15년은 쉬지 않고 돈이 들어오리라.
“로열티로 총매출 10%는 너무 센 것 같은데요. 5%로 하시죠. 진 작가님도 5%를 받으셨었습니다.”
진민화도 로열티로 5%만 받으니 나도 그리 받아라.
만약 내가 그녀보다 낮은 부수를 찍었다면 어느 정도 납득하며 타협 봤을 거다.
왜?
나보다 급이 높은 작가보다 조건이 높길 바라는 건 과욕이었으니까.
하지만 지금 내가 바라는 정당한 욕심이었다.
어쨌거나 지금 난 진민화보다 판매부수가 더 많았다.
고로 더 높은 조건을 받아도 합당했다.
거기에 대해 밝혔다.
추가로 백광훈도 납득할 만한 조건과 함께.
“방금 아셨다시피 현재 시장에서 진 작가님보다 제 가치도가 더 높습니다. 더욱이 남성독자들이 많은 황제 로키를 게임화한다고 홍보한다면 그만한 것도 없겠죠.”
“홍보요?”
“현재 황제 로키와 드래곤 나이트의 게시판을 선작해 둔 독자님들이나 제가 운영하는 사이월드 홈피를 통해서 몇만 명에게 가뿐히 홍보할 수 있습니다. 이 정도면 충분히 가치가 있지 않나요?”
백광훈 역시 몇만 명의 사람에게 홍보할 수 있단 건 매력적이었나 보다.
반대하기보단 조건이 높아서 조금 버거워하는 기색만 내비췄다.
“그래도 10%는 조금…….”
이거면 됐다.
난 좀 더 포기하는 척하면서 새로운 걸 요구했다.
“좋습니다. 그럼 5%로 할 테니, 황제 로키를 배경으로 한 게임의 2차 저작권을 제게 주세요.”
“2차 저작권을 가져가신다고요?”
어떻게 보면 로열티 5%보다 더 높아 보일 수 있는 조건.
하지만 이 조건이 나쁘지 않다는 걸 피력했다.
“하드 맥스에서 서비스할 온라인 게임을 소스로 소설 하나 써볼까 합니다. 이에 대한 권리는 온전히 저한테 있으며, 만약 이로 인해 다른 저작물로 사용시 그 수익 역시 제게 귀속됐으면 합니다.”
“흠, 그건…….”
“이렇게 해도 제 모든 수익의 절반은 출판사가 가져가게 되어 있습니다. 거기에 하드 맥스까지 수저를 얹는다면 벌어들이는 매출 대비 제 수익이 너무 적습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제 입장에선 아예 진행할 필요가 없어지겠죠? 반면 이 계약을 받아들이셔서 제가 하드 맥스에서 서비스할 온라인 게임으로 소설 하나 쓸 경우 나온 홍보효과도 생각하면 그리 손해 보시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나도 더 이상 물러줄 게 없단 듯이 말하자 고민에 잠긴 백광훈.
“으음.”
고민할 시간을 주고 싶지 않았다.
몰아세울 땐 틈을 주면 곤란했다.
단호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싫으시면 어쩔 수 없고요.”
협의를 없던 걸로 하겠단 듯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백광훈이 다급히 날 멈춰 세웠다.
“조, 좋습니다. 판권료도 포기하시고 로열티도 5%로 조정해 주신다는데, 저희도 이준경 작가님께서 보이신 만큼 성의를 보여야겠죠. 그렇게 합시다.”
백광훈이 내가 보인 성의에 화답한다는 의미로 악수를 내밀었다.
그에게 난 미소를 보이며 손을 맞잡았다.
“좋습니다.”
계약의 조정이 끝나자 백광훈이 말했다.
“그럼 슬슬 저녁시간인데 식사나 같이하실까요? 안 그래도 오늘 진 작가님도 함께 드시기로 했거든요.”
진민화가 같이 저녁을 먹기로 했다.
주변의 입소문을 통해서만 들었던 그녀를 처음으로 볼 수 있단 소리였다.
내 입장에선 나쁘지 않았다.
대한민국의 판타지 소설을 대표하는 삼 인방 중 한 명이었으니까.
***
백광훈이 안내한 곳은 청담동이었다.
거기서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칸막이가 처진 고급 일식집으로 안내했다.
메인 메뉴가 나올 때까지 대기 시간 동안 먹을 전복죽과 회 몇 점 그리고 고급 사케가 올라간 테이블.
거기서 형우 형님과 내가 같이 앉고, 백광훈은 곧 도착하기로 한 진민화의 자리를 옆에 두고 있었다.
얼마 있지 않아 문이 열렸다.
드르륵.
오늘 이야기 나눈 건수로 좀 더 세부적인 계약조항부터 해서 황제 로키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던 우릴 세 사람의 시선이 문 쪽으로 향했다.
새하얀 피부를 한 단발머리 여인이 서 있었다.
“아, 오셨네. 여기 앉으십쇼, 진 작가님.”
“반가워요, 백 대표님 그리고 임 팀장님.”
이미 안면식이 있는 두 사람에게 인사하며 백광훈 옆에 앉는 진민화.
자리를 앉더니 날 쳐다봤다.
“그쪽이 황제 로키를 쓰신 이준경 작가님?”
“예, 맞습니다.”
고개를 끄덕거리는 내게 갑자기 진민화가 이상하게 훅 치고 들어왔다.
“어머, 고등학생일 줄은 생각도 못했네요.”
“예?”
갑자기 웬 고등학생 타령인가 싶었다.
당황하는 날 보곤 진민화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고등학생 아니에요?”
이건 립서비스인지, 아니면 진짜로 그리 본 건지.
어쨌거나 나이를 어리게 봐주는 건 언제나 기분이 좋은 것 같았다.
나 역시 진민화가 나보다 여섯 살이나 많았는데, 그녀에게 립서비스를 되돌려줬다.
“스물두 살입니다. 진민화 작가님하고 친구일 것 같은데요?”
자신을 여섯 살이나 어리게 봐주자 진민희 작가 역시 좋아라했다.
“후훗, 사회생활 잘하시네. 누가 봐도 이십 대 초반으로는 안 보일 텐데. 그쵸, 백 대표님?”
“에이, 누가 봐도 진 작가님은 이십 대 초반으로 보죠.”
“하여간 립서비스는.”
“싫으십니까?”
“말뿐이더라도 좋네요. 반가워요, 작가 진민화라고 해요.”
됐다며 백광훈의 어깨를 한 번 툭 쳤다. 그리고 곧장 그 손으로 내게 악수를 권했다.
“작가 이준경입니다.”
“황제 로키 재밌게 읽었어요.”
“감사합니다.”
악수를 하면서 내가 더 이상 말이 없자 진민화가 의아해했다.
“그게 끝?”
“예?”
“아니, 뭐 저야 립서비스가 아니라 진짜 재밌게 읽긴 했다만. 그래도 이렇게 이야기하면 시간의 돌이나 루나의 아이들을 재밌게 봤다고 해줄 줄 알았죠.”
아아, 그걸 바란 건가.
그렇다면 진민화한테 좀 미안했다.
개인적으로 루나의 아이들은 내 취향이 아니었다.
오히려 진두준 작가의 흑무를 더 재밌게 봤다.
하지만 취향 차이라곤 하나 보다가 말았다 할 순 없는 노릇.
애써 못 본 척하며 립서비스를 날렸다.
“죄송합니다. 꼭 시간나면 한 번 보겠습니다.”
“이런!”
안 봤다는 내 반응에 진민화가 당황했고, 그걸 지켜보던 백광훈이 신나게 웃어댔다.
“으하하, 진 작가님께서 한 방 먹으셨네요.”
“그러게요. 나름대로 지금 시장에서 잘나간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루나의 아이들을 안 읽어보셨다니. 제가 책 사인해서 보내드릴까요?”
“그렇게 보내주신다면 한 번 읽어보겠습니다.”
작가가 그렇게까지 한다는데, 다시 한 번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당시 너무 여성의 섬세함이 짙어서 안 봤지만, 지금은 작가로서 공부가 되겠거니 생각하며 한 번 볼까 싶었다.
그러는 사이 진민화가 아쉬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거 같은 작가끼리 만난다고 서로의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했더니 나 혼자만 떠들게 생겼네요.”
“나중에 제가 루나의 아이들을 읽게 되면 그때 한 번 더 자리를 갖죠.”
그렇게 나중에 따로 서로의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자고 말했더니 백광훈이 아저씨다운 면모를 보였다.
“오! 이준경 작가님, 지금 우리 진 작가님한테 작업 거는 겁니까? 하기야 진 작가님이 작가로서뿐만 아니라 여성으로서도 꽤 하시지.”
백광훈의 반응에 진민화가 못 말린다며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어휴, 아저씨 티 좀 내지 마세요.”
“아니, 제가 뭐 얼마나 티를 냈다고 그러십니까?”
“됐고요. 백 대표님, 저랑 자리 바꿔요.”
“예?”
“제가 재밌게 본 황제 로키 작가님하고 이야기 좀 나누게요.”
“아이고! 제가 눈치가 없었네. 이십 대 청춘남녀가 둘만의 시간을 가지시려는데 방해했군요. 아예 저랑 임 팀장은 옆방으로 갈까요?”
방금 진민화의 반응을 봐놓고도 또 아저씨처럼 행동하는 백광훈에게 그녀가 차갑게 쏘아붙였다.
“거기까지 하세요.”
“윽, 알겠습니다. 자, 앉으시죠.”
“고마워요.”
그렇게 자리를 바꾼 진민화와 백광훈.
내 건너편에 앉은 진민화가 날 유심히 쳐다봤다.
뭔가 할 말이 있는 사람처럼.
진민화에게 난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하실 말씀이라도……?”
“솔직히 재밌게 봤어요, 황제 로키. 사건의 구성, 캐릭터의 생동감, 군더더기 없는 표현력 이 셋을 보고 꽤 놀라웠어요.”
갑작스러운 황제 로키에 대한 칭찬.
고마워해야 할 것 같았지만, 아직 진민화의 말은 끝나지 않았었다.
그녀가 이해할 수 없단 표정으로 검지와 중지를 치켜세웠다.
“근데 두 가지 의문점이 생기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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