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 writer! RAW novel - Chapter 69
나는 작가다 069화
69화
“한번 보시겠습니까? 초반 프롤로그 진행 영상부터 해서 플레이도 잠깐 해보셔도 되고요.”
로키테일즈를 보러 온 내게 백광훈이 말했다.
“그래도 될까요?”
“예, 해보시죠. 서 팀장, 잠시 이준경 작가님한테 자리 좀 내드려 봐. 로키테일즈 틀고.”
“예.”
서 팀장이라고 불린 사내가 자신의 컴퓨터에서 작업하던 걸 저장한 뒤 껐다. 그리고 바탕화면에 있던 로키테일즈 아이콘을 눌렀다.
게임이 실행됐다. 그리고 서 팀장이 내게 자리를 넘겼다.
서 팀장의 자리에 앉은 채 로키테일즈가 실행되는 모니터를쳐다봤다.
처음에는 하얀 화면에서 회사 로고가 나타났다.
하드 맥스와 푸른숲 출판사의 로고가.
그걸 본 나는 백광훈에게 말했다.
“아, 이거 수정 좀 부탁드릴게요.”
“예? 무슨 수정요?”
“이제 황제 로키 저작권이 다른 회사로 옮겨졌거든요.”
“어? 그래요? 그럼 저희 계약은……?”
황제 로키를 원작으로 게임 서비스 계약을 푸른숲 출판사와 했었다.
그런데 황제 로키의 저작권이 다른 회사로 옮겨졌다고 하니 계약은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는 백광훈.
거기에 대해선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그 회사로 다 권한 위임했어요. ‘K E&M’이라고.”
“예? 이준경 작가님 법인 아닙니까?”
명함을 본 적이 있기에 내 회사란 걸 떠올린 백광훈.
그에게 어찌 된 영문인지 밝혔다.
“맞아요. 종이책 출판의 권한은 푸른숲 출판사가 갖고 있지만, 완결만 치고 나면 황제 로키에 관한 모든 권한은 K E&M에게 귀속되니 이 로고 좀 교체 부탁드리겠습니다.”
“명함에 박힌 로고를 그대로 넣으면 될까요?”
“예, 아니면 로고 이미지 파일을 따로 보내드릴게요.”
굳이 명함에서 따다가 작업할 필요 없이 내가 지닌 이미지 파일을 주면 금방 처리될 터.
백광훈 역시 그러는 편이 나았는지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 그러시죠. 임 팀장한테 보내시면 저희가 교체하겠습니다. 그리고 이따가 부속합의서도 따로 작성하시죠.”
“하긴 그래야겠네요. 제가 요새 정신이 없어서 그걸 깜빡하고 있었군요. 근데 부속합의서는 내일 다시 작성하죠.”
“예? 내일요?”
그냥 온 김에 오늘 작성하면 될 걸, 왜 굳이 내일하자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단 표정이다.
“저희 회사 대표님이 따로 계시니 그분하고 같이 올게요.”
“아, 운영해 주는 대표를 따로 두셨나 보군요?”
“예.”
“알겠습니다. 그렇게 진행하시죠.”
얼추 로고와 부속합의서에 관한 이야기를 끝내니 로그인 화면이 나타났다.
어디서 많이 본 지도가 배경으로 있는 로그인 화면이었는데, 이미 아이디와 비밀번호는 저장 상태로 되어 있어서 로그인 버튼만 누르면 됐다.
“그나저나 이 지도는…….”
본래 루나테일즈와 같았다.
“이미 디자인들은 클로버 세계관으로 구축해 둬서 스토리에 맞게 배치하고, 캐릭터만 황제 로키의 주요 인물들로 바꿨습니다.”
하기사 그렇게 했으니 한 달만에 완성된 거였지.
납득한 나는 게임에 집중했다.
“그럼 전 게임을 한 번 해볼게요.”
“예.”
로그인을 하니 루나테일즈와 같은 디자인으로 뽑혀서 걷고 있는 로키가 보였다. 그 옆에 자리가 비는 걸 보고 캐릭터 생성으로 들어갔다.
캐릭터는 총 여섯 개가 있었다.
주인공인 로키, 가츠의 제자이자 검성의 영애인 잔느, 마탑의 수제자 이안, 성녀로 지목된 앨리스, 도둑 길드 마스터 제로스의 제자인 크로우 그리고 하프엘프 궁수인 타샤까지.
거기서 난 유일하게 물리공격력으로 원거리가 가능한 타샤를 택했다.
에메랄드 빛깔의 포니테일 스타일에 초록색 원피스를 입고, 나무로 만든 활을 들고 있는 타샤로 정하자 백광훈이 물어봤다.
“타샤로 해보시게요?”
“예, 어차피 로키는 주인공이기도 하고 1권부터 나오는 내용들이 주를 이룰 테니 어련히 잘 만들어주셨겠죠.”
“얘도 보시면 깜짝 놀라실 겁니다. 엄청 잘 뽑았거든요.”
“그럼 좀 보겠습니다.”
“그러시죠.”
하프엘프 타샤.
엘프와 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인 하프엘프였기에 수명이 인간과 같았으며 귀는 보통 엘프들보다 짧으나 뾰족했다.
인간인 아빠와 엘프인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타샤는 엘프와 인간 모두를 증오했다.
혼혈이란 이유로 엘프들에게 배척당하고, 인간들은 그녀의 아빠를 죽이고 엄마와 자신을 노예로 삼으려고 했기에.
노예상인인 인간들에게 부모를 잃었으나 도망치는 건 성공한 타샤였는데, 우연찮게 숨어든 숲에서 그린드래곤 그리피스를 만나 엘프들도 알려주지 않았던 정령궁술을 배웠다.
하지만 하프엘프였기에 실력은 일반 엘프들처럼 쉽게 막 늘어나지 않았다.
오직 수련만이 존재했다.
어느 날 그리피스는 유희를 떠날 생각이니 타샤에게 자신의 레어에만 있지 말고 세상의 경험을 배우며 수련하라고 시켰다.
그리피스가 자신이 갖고 있던 세계수 위그드라실의 가지로 만든 신궁 위그리피스를 넘기며.
딱 여기까지가 타샤 캐릭터의 프롤로그였다.
이후 타샤 캐릭터는 그리피스의 영역에서 퀘스트로 ‘인근 마을을 찾아서’라는 게 생겼다. 그리고 영역에서 나서면 고블린과 마주했다.
고블린을 통해 사냥에 기본적인 인터페이스를 가르쳐주는 튜토리얼이 나왔고, 튜토리얼이 끝날 무렵 오우거와 마주치게 된다.
아직 타샤의 능력으로는 신궁 위그리피스를 제대로 다루지도 못하거니와 정령궁술도 미숙한 터라 오우거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그렇게 오우거에게 두들겨 맞아서 체력이 10%가 남을 무렵.
모니터는 게임 화면이 아닌 영상 화면으로 바뀌었다.
오우거가 거친 포효와 함께 몽둥이를 휘두르려고 할 때!
갑자기 어디선가 은발의 사내 한 명이 튀어나왔다.
황금빛의 오러가 넘실거리는 검으로 몽둥이와 함께 오우거를 처리한 사내.
황성에서 벗어나 용병왕 가츠에게 잔느와 함께 검술을 익힌 로키였다.
오우거를 처리하고 검집에 검을 넣은 로키가 뒤돌아서서 뒤로 나자빠진 타샤에게 손을 내밀며 물었다.
-괜찮아요?
-…….
아무 말 없는 타샤.
그녀의 눈에는 인간인 로키를 보고 자기 부모님을 죽인 원수와 같은 노예상인들이 떠올랐다.
혐오하는 표정으로 로키의 손을 쳐낸 뒤 도망쳤다.
순간 로키는 멍한 표정으로 자신의 손을 쳐다봤는데, 베이지색처럼 보이는 밝은 금발의 여성이 다가와서 물었다.
-왜 그래, 로키?
대륙에서 가장 강한 여성이 될 검의 여제 잔느였다.
검성의 딸로 아버지 친구인 가츠 밑에서 경험을 쌓는 수행 중인.
여전히 로키는 타샤가 쳐서 빨개진 손을 보더니 이내 거두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냐, 아무것도.
그렇게 영상이 끝나고 혼자 숲 한쪽에서 뛰던 걸 멈춘 타샤 캐릭터가 나타났다.
하단의 대사창과 함께.
-하아, 하아, 인간의 도움을 받다니. 불결해.
원수처럼 여기는 인간의 도움을 받았다.
기분이 나빴다. 아니, 나빠야 정상이었다.
하지만 타샤 캐릭터의 얼굴엔 홍조가 띠며 다음 대사 창에 심장이 ‘쿵쾅, 쿵쾅’ 뛰는 소리가 났다.
누가 봐도 자신을 구해준 로키에게 반한 모습.
그러나 타샤는 애써 그 현실을 부정하면서 마을로 향했다.
한마디 대사를 하고선.
-아냐, 쉬지 않고 뛰느라 심장이 뛰는 걸 거야.
얼추 내가 타샤 캐릭터의 프롤로그를 끝내자 백광훈이 물었다.
“어떠십니까?”
“괜찮은데요?”
“다행이군요! 전에 내심 이준경 작가님이 하신 말씀 때문에 별로라고 하시면 어쩌나 했는데 말이죠.”
내가 한 말이라, 게임성을 본다고 했던 걸 신경 쓰고 있었나 보다.
“전 정말 잘 만들었다고 생각하네요. 그래서 서비스는 언제 시작하는 거지?”
“정식 오픈은 2003년에 할까 합니다.”
“예? 내년에요?”
“예.”
“게임은 완성했다고 하시지 않으셨어요?”
“게임은 다 완성했지만, 저희가 앞서 싼 똥이 있으니 치워야죠.”
자기들이 싼 똥이라.
그 이름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버그나 깔았다?”
나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말하곤 아차 싶었다.
하드 맥스 대표인 백광훈에게 상처일 테니까.
백광훈은 내가 그 불명예스러운 이름을 언급하자 내상 입은 사람처럼 반응했다.
“큭, 이준경 작가님께서도 알고 계시군요. 그걸 반면교사 삼아 이번엔 베타테스트를 일 년 정도 할 생각입니다. 클로즈베타 10개월, 오픈베타 2개월로 계획해 뒀습니다.”
“그렇군요.”
“그래서 저번에 이야기하셨던 걸 좀 부탁드릴까 합니다만.”
“저번에 이야기했던 거죠?”
“그 이준경 작가님 개인적으로 홍보해 주신다고 말씀하신 거 있잖습니까?”
“아아, 네.”
사이월드 미니홈피를 이야기하는 것일 터.
이후 백광훈은 내게 일정을 알려줬다.
“이번 달 말일에 1차 클로즈베타 신청을 받고, 4월에 1차 클로즈베타를 시작할 예정인데 아무래도 초반에는 버그가 많을 수도 있으니 적은 수로 시작하려고 신청기간을 짧게 잡았는데, 다들 그래도 어느 정도 테스터들이 있어야 충분한 감정이 가능하다고 해서 이준경 작가님의 홍보를 통해서 신청자들을 늘려볼까 합니다.”
“알겠습니다. 그거 홍보 해드릴게요. 돈 받는 입장인데 그 정돈 해드려야죠.”
“그리고 부탁이 하나 더 있습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가능하시면 해주셔도 되는 부탁입니다.”
“어떤 거죠?”
또 무슨 부탁인가 싶었다.
“이준경 작가님 사이월드 미니홈피에다가 로키테일즈 베타테스터로서의 일상을 적어주시면 안되겠습니까?”
“음?”
“한 번 찾아보니 글 쓰는 미식가라고 일상 이야기를 쓰시더라고요.”
“그러고 있죠. 아! 그것처럼 베타테스터로 보내는 일상도 적어서 홍보해 줬으면 하시는 건가요?”
“맞습니다.”
게임하는 내 일상으로 홍보해 달라.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안 그래도 막상 일단 로키테일즈로 글 쓰는 걸 이야기하긴 했는데, 뭘 쓸지 고민하던 차에 이렇게 이야기를 꺼냈으니까.
사실 로키테일즈를 배경으로 가상현실게임을 쓸까도 싶었지만, 아직까진 가상현실게임이 그리 유명하지 않다 보니 조금 고민 중이었다.
일단 로키테일즈를 하는 일상을 쓰면서 독자들이 게임에 얼마나 관심 갖는지 보고 써도 될 터.
“흠, 그 정도야 어려운 일도 아니니 해드릴게요. 대신 하루에 게임은 한 시간 정도밖에 시간을 못 뺄 것 같습니다. 저도 해야 될 일이 많아서요.”
“그 정도만 해주셔도 저희야 감사하죠. 현재 저희 마케팅팀에서 이준경 작가님을 통한 홍보가 꽤 기대치가 높다고 하더군요.”
“원래 이런 건 홍보하면 돈 받아야 하는데, 백 대표님께서 계약을 잘 해주셔서 무료로 해드릴게요.”
“어이쿠야, 감사합니다.”
“그럼 오늘 나눌 이야기는 얼추 끝난 것 같죠?”
백광훈 역시 더 이상 오늘 나눌 만한 이야기는 없는지 고개를 끄덕거렸다.
“예, 내일 회사 대표분하고 같이 오셔서 부속합의서만 제대로 작성하면 될 것 같습니다.”
“로고는 집에 가면 바로 형우 형님에게 보내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메일로 보내주시면 임 팀장에게 베타테스터 신청 이미지랑 적당한 내용 정도 첨부하라고 시키겠습니다.”
“네.”
그렇게 백광훈과 이야기를 끝낸 뒤 난 회의실로 갔다.
형우 형님과 찬우의 대화도 때마침 끝났는지 두 사람이 회의실에서 나왔다.
찬우가 날 보곤 손을 흔들었다.
“어, 형!”
“어떻게 이야기는 잘했어?”
“야, 선수 치기 있냐?”
“예?”
대관절 내가 뭘 선수 쳤다는 건지.
이해 못하는 표정을 짓자 형우 형님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취업계로 시간을 뺄 수 있다길래 내가 백 대표한테 말해서 월급 몇십만 원 쥐어주면서 가르칠까 했더니. 네가 백만 원이나 불러 버리면 데려올 수가 없잖아?”
아아, 그런 건가?
난 씨익 웃으며 형우 형님에게 찬우를 부탁했다.
“그럼 ‘저희’ 일러레 잘 부탁드립니다, 형님.”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