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 writer! RAW novel - Chapter 70
나는 작가다 070화
70화
찬우를 형우 형님에게 부탁하고 점심을 먹인 뒤 돌려보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서 원고를 작업했다.
다시 황제 로키와 드래곤 나이트를 쓰고 있었다.
황제 로키는 10권에서 20권 정도 쓸 수 있으면 쓰고, 드래곤 나이트는 20권 정도를 더 쓰려고 계획 중이기에.
일단 황제 로키와 드래곤 나이트는 푸른숲 출판사에서 각각 40권, 20권씩으로 완결을 치기로 약속했다. 대신 완결을 치면 저작권은 온전히 K E&M의 몫.
거기다가 한 가지 조항을 덧붙였다.
서로 길게 끌어봐야 좋을 게 없으니 두 권씩 출간하자고.
이미 출간된 드래곤 나이트도 현재 2만 부까지 증쇄한 상황.
당연히 황제 로키는 꾸준히 증쇄하고 있었고 말이다.
매달 푸른숲 출판사로부터 받아야 할 인세만 1억이 넘어갔다. 아니, 이제 2억을 앞두고 있다는 게 맞으려나?
어쨌거나 완결만 치고 나면 추가로 쓴 원고를 붙여서 애장판을 내자고 성용 형님과 이야기해 뒀다.
바로 내는 건 푸른숲 출판사와의 도의적인 문제도 있으니 아닌 것 같다고 했다.
나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그래서 이야기한 게 일 년 뒤였다.
완결하고 일 년 뒤 황제 로키 완결 일 주년 기념으로 뒷이야기와 캐릭터들의 비하인드 스토리들로 추가 권수를 쓴 다음 애장판을 만들 생각이었다.
드래곤 나이트의 성적을 보기로 했는데, 이 또한 증쇄를 착실히 하기에 애장판으로 2부를 계획하며.
이 경우 주인공이 업적을 세우고 원래 세계로 돌아간 후의 이야기다.
2부의 주인공은 그 세계 고유의 인물로 설정했고, 1부의 주인공을 전설로 삼으며 좇는 성장물로 잡았다.
이렇게 두 작품을 쓰면서도 K E&M의 첫 작품이 될 ‘은퇴한 소드마스터의 식당’도 착실히 준비했다.
연재 반응은?
처음에는 다들 너무 자극적인 것만 보다가 잔잔한 느낌의 일상물이 나오니 ‘어, 이게 뭐지?’ 하는 반응을 보였다.
때문에 위험한 거 아닌가 싶었는데, 결국 이 시장은 한 가지 사실은 변함없었다.
‘글이 재밌다면 뭘 써도 잘된다.’
처음에 다들 먼치킨만 보다가 갑작스러운 잔잔한 일상물에 의아해했지만, 이내 앞서 연재했던 황제 로키와 드래곤 나이트보다 자극적이진 않으나 계속 손이 간다고 이야기했다.
초반 연재 성적의 성장폭은 황제 로키나 드래곤 나이트보다 지지부진했지만, 결국 연재편이 쌓이고 독자들이 관심을 보이니 그 못지않은 성적으로 전 연재 사이트를 휩쓸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내가 가르치고 있던 작가의 작품 하나도 연재 사이트마다 2, 3등을 찍어댔다.
내가 가르치고 있던 작가.
맞다.
강설아다.
여배우로서 대성할 미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열정적으로 배우고자 하니 가르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계약은 일렀다.
하루에 3천 자도 겨우 쓸까 말까 한 집필 속도로는 제대로 전업 작가가 되긴 어려웠으니까.
나이에 맞지 않는 어휘와 상황을 연출하기 위해서 이것저것 찾아보면서 쓰다 보니 속도가 영 안 나오는 강설아였다.
이것도 나아진 거다.
전에는 하루에 천 자씩 써서 사흘에 한 편 올리곤 했던 수준이었으니까.
그나마 이제 하루에 3천 자라도 쓰니 매일 한 편씩 무료 연재가 가능한 수준이 됐다.
그런 주제에 계속 찾아와서 내가 회사를 차렸단 걸 알고는 계약해 달라고 그러더라.
거기에 내가 딱 한마디를 덧붙였다.
매일 하루에 5천 자 이상, 지금의 퀄리티를 유지하면서 쓸 수 있게 되면 해주겠다고.
그러더니 꼭 해내겠다더라.
하지만 3천 자에서 그 이상을 뛰어넘지 못하고 있었다.
근데 노력하는 걸 아니 내가 한 가지 방법을 써서 도와주기로 했다.
흔히 작가들끼리 이렇게 불렀다.
‘필극’.
집필로써 서로를 찌르는 대결을 일컬었다.
이걸로 내기한 다음 패자가 승자에게 대가를 치르는.
서로의 승부욕을 자극하면서 단기간에 집필 속도를 높이는 방법이었다.
의외로 이에 대한 우려가 있긴 했다.
‘빨리 써서 이기기 위해 글의 퀄리티가 망가지진 않을까?’ 하는.
하지만 생각보다 이건 작가들에게 오히려 효율적인 방식을 택하도록 만들었다.
작가로서 최소한의 양심과 자존심이 남아 있다면 스스로 필극에서 이기기 위한 글자수를 채웠다 해도 퀄리티가 못마땅하면 승리한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하다 보면 깨달음을 얻는다고 했지.’
자신이 어떤 식으로 소설을 써야 효율적인지.
글을 쓸 땐 다양한 묘사와 표현들을 사용해서 필력이 좋은 걸 보여줬다.
하지만 전업작가를 하게 되면 정말 셀 수 없이 많은 글을 쓴다.
그 많은 글을 쓰면서 항상 다른 표현으로 독자에게 선보일까?
아니다.
주로 자기가 자주 쓰는 표현들이 꽤 있었다.
‘대관절’이라던가, ‘자, 날아볼까’라던가. 아니면 ‘후후’라던가.
오랫동안 집필하면서 잘 파는 작가들을 보면 유독 많이 쓰던 표현들이 있다.
그게 잘 어우러지면 작가가 필명을 바꿔서 써도 독자들이 알아볼 정도로 자기 색이 묻어나게 만들었다.
너무 막 써서 글의 밸런스를 무너뜨린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밸런스 조절을 잘한 채 자기만의 표현을 지닌다면 좀 더 빠른 집필이 가능해졌다.
꼭 래퍼들이 싸이퍼나 프리스타일에서 빠르게 즉홍적으로 랩을 뽑기 위해 벌스를 지닌 것과 같다고 봐도 무방했다.
매일 한 편씩 써내야 하는 작가들에게 있어서 정해진 흐름과 줄기가 있어도 원고 자체를 새로이 써야 하는 것 역시 다르지 않았으니까.
어쨌거나 난 강설아가 너무나도 자기 책을 내고 싶어 하길래 기본적인 조건은 채울 수 있도록 필극으로 성장시키고 있었다.
처음에는 한 시간을 기준으로 누가 더 많이 쓰는지 하자고 했다가 이건 누가 봐도 내가 이길 것 같아서 조건 좀 다르게 잡겠다고 했더니 강설아가 그랬다.
“아니에요! 정정당당하게 이겨야죠!”
그 대답에 난 속으로 생각했다.
‘내가 정정당당한 게 아닌 걸 아는데…….’
하지만 눈에서 투지가 불타오르더라.
어떻게든 정정당당하게 이기겠다는 투지가.
결국 초반에는 그렇게 했었다.
처음에는 강설아의 완패였다.
한 시간 동안 난 7천 자를 넘겼고, 강설아는 700자를 겨우 썼다.
이때 대가로 매일 우리 집에 찾아오던 걸 5일로 줄였다.
나머지 시간은 스스로 집에서 공부하라며.
두 번째 역시 강설아의 완패.
나야 변함없고, 강설아는 800자로 100자가 늘어났다.
대가로는 방문일자를 5일에서 3일로 줄였다.
세 번째, 말해 봐야 입만 아프다.
그래도 강설아가 한 시간에 1,000자까지 쓰게 됐다.
3일을 아예 주말로 바꿨다.
어린 여자아이가 늦은 시간에 집으로 돌아가는 게 걱정돼서. 물론, 얘네 부모님이 보디가드를 붙여놔서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만.
네 번째, 강설아가 한계를 느꼈다.
1,000자에서 늘어나지가 않았다.
이번 대가로는 학교 수업과 숙제를 충실히 하라고 했다.
전날, 강설아의 어머니가 전화해서 법적인 문제가 있으면 저렴하게 도와줄 테니 딸이 너무 소설에만 집중하지 않도록 해 달래서.
다섯 번째, 그제야 조건을 바꾸게 됐다.
처음에 나한테 지더라도 찔끔 글자수가 늘어서 흡족해했으나 한 시간 천 자의 벽을 넘지 못해서 울더라.
그래도 또래에 비해 성숙한 면이 있어서 막 서러운 듯이 펑펑 울진 않았지만.
닭똥 같은 눈물을 똑똑 흘리면서 억울해했다.
거기서 난 대가로 강설아에게 조건을 바꾸는 걸 내세웠다.
한 시간 안에 1,500자만 써도 이긴 걸로 하자고.
당연히 강설아는 그게 자신이 졌는데 해야 할 대가 같진 않다더라.
한마디를 더했다.
“패자는 말이 없지. 이게 싫으면 네가 이겨서 대가로 대결의 조건을 올리렴.”
이리 말하니 강설아가 조용히 투덜거렸다.
“싸부네 오는 날을 늘리려고 했는데…….”
어쨌거나 이천 자라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대가를 받아내려고 생각했을 터.
거기서 난 피식 웃었다.
‘바보, 한 번 이겨서 오는 날을 늘리면 그대로 다음 대결 때 이천 자만 써서 이기고 대가를 바꾸면 되는데.’
그리 생각했다.
하지만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다.
굳이 내가 사서 강설아의 방문을 늘릴 필요는 없었으니까.
근데 생각보다 강설아는 똑똑했다.
두 번의 필극을 더하고 나니 드디어 한 시간에 천오백 자를 쓰게 됐다. 그러고 내게 대가를 요구했다.
“앞으로 일주일 내내 와서 필극할 거예요!”
선수를 쳤다.
일주일 내내 찾아오려고.
덕분에 다음 날 또 와서 필극을 했다. 그래도 양심이 있는지 이번에 이기자 자신이 한 시간 안에 1,700자를 쓰면 이기는 걸로 하잔다.
아슬아슬하게 1,680자로 내가 이겼다.
거기서 난 주말만 찾아오라고 했는데 강설아가 득의양양한 미소로 말하더라.
“내일 토요일이거든요?”
금요일에 맞춰서 일부러 이런 조건을 내세웠단 걸 깨달았다.
그렇게 주말이 찾아온 강설아는 내게 이틀 연속으로 1,700자를 넘겼다.
토요일 필극에서는 매일 찾아올 거라고 말했으며, 일요일 필극에서는 나더러 한 시간에 만 자를 써야 이기는 걸로 조건을 바꾸자고 했다.
거기서 처음으로 내가 당황한 목소리를 내버렸다.
“제, 제자님?”
“왜요, 싸부?”
“지금 싸부 한 시간에 7천 자 쓰는 것도 엄청난 거거든?”
“저도 700자 쓰다가 지금 1,800까지 늘었잖아요. 그러니 싸부도 할 수 있을 거예요. 화이팅!”
“야, 그거랑 이거랑은…….”
다르다고 말하려는데 강설아가 말하길.
“어떤 분이 저한테 필극의 대가는 약속이니 꼭 지켜야 한다고 하신 것 같았는데요? 남아일언 중천금! 모르세요?!”
순간 할 말이 쏙 들어갔다.
심지어 문자까지 썼다.
남아일언 중천금.
남자는 약속한 한마디의 말도 중히 여겨야 한다는 고사성어.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대답은 하나뿐이었다.
“……내가 한 시간 만 자 찍고 만다.”
“히히, 어디 한 번 해보시죠!”
못 찍을 거라고 장담하는 듯한 강설아의 반응.
얄밉다.
정말 꼭 해내고 만다.
그렇게 다음 날 강설아가 와서 필극을 신청했다.
미친 듯이 집중하면서 써내려갔다.
한 시간 동안.
결과는?
8,300자.
평소보다 많은 분량을 썼지만, 필극의 승리 조건인 만 자에는 모자랐다.
그렇게 이기고 난 강설아는 꽤나 기세등등해져선 내게 대가를 요구하길.
“싸부, 나 너무 열심히 썼더니 어깨가 아파요! 주물러 주세요!”
내가 이 나이 먹고 초등학생 어깨나 주물러 주고 앉았다.
뭔가 자존심도 상하고 쪽도 팔리고.
내일은 꼭 이기리라 다짐했다.
하지만 결과는?
8,700자.
“싸부, 밥해 줘요!”
내 애도 아닌데 꼴에 요리까지 해주게 됐다.
간단한 볶음밥을 해주는데 왠지 모르게 평소보다 프라이팬이 무거운지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다음 날 또 필극을 펼쳤다.
9,000자다.
역시나 패배.
거기서 강설아가 자랑했다.
“와, 싸부! 저 이제 2천 자 넘게 써요! 잘했죠?”
“그래, 잘했네.”
말로는 칭찬했으나 기분이 좋지 않다.
왠지 애를 상대로 유치할지 몰라도 진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 아니니까.
그러거나 말거나 강설아는 내게 다가오더니 말했다.
“저 잘했으니 머리 쓰다듬어 주세요!”
“그럴 기분 아니거든?!”
져서 기분이 나쁘지 쓰다듬어 줄 수 없다니까 갑자기 강설아가 쥐고 있던 패를 꺼냈다.
“헤에, 그럼 방법이 다 있죠.”
“무슨 방법?”
“오늘의 대가는 제 머리 쓰다듬어 주기예요! 아주 정성껏!”
“……젠장.”
약속은 지켜야 하니 머리를 쓰다듬어 줄 수밖에 없었다.
강설아는 내게 머리 쓰다듬을 받으면서 물었다.
“응? 방금 욕하셨어요?”
“내가 언제?”
“피이, 하셨으면서. 그래도 기분 나쁜 것 같더니 머리는 친절하게 쓰다듬어 주시네! 히히!”
필극의 대가로 좋아라 하는 강설아의 모습을 보니 귀여운 딸 같아서 살짝 기분이 풀렸다.
하지만 한 가지 생각만은 변함없었다.
‘내일은 반드시 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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