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 writer! RAW novel - Chapter 72
나는 작가다 072화
72화
두 번의 필극으로 강설아에 주말만 찾아오도록 하고, 이후 그날 배운 공부를 노트에 한 번씩 쓰도록 시켰다. 당연히 확인은 그녀의 어머니가 하기로 하고.
그렇게 필극을 끝내고 적당히 원고를 봐준 다음 돌려보냈다.
집에 혼자 남은 나는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은퇴한 소드마스터의 식당까지 쓰고 나면 뭘 써야 할지 난감하긴 하군.’
판타지를 쓰자고 생각하자니 이미 황제 로키에서 왕의 핏줄이 주인공인 내용, 용병물, 모험물 등을 썼고, 주변 인물들로 인해서 써보지 않은 인물의 에피소드가 없었다.
마법사, 도적, 엘프, 용, 드워프, 성녀 등등.
물론, 한 가지 인물을 뽑아서 이름만 바꾸고 새로운 이야기를 진행하는 방법도 있긴 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짜놓은 시놉시스에 웬만한 판타지 소설에서 쓰인 에피소드는 싹 넣었다.
60권짜리 스토리였으니까.
게다가 드래곤 나이트로 학원물과 군사물도 썼고, 은퇴한 소드마스터의 식당으로 일상물까지.
이후 뭔가 또 색다른 소설을 쓰고 싶었다.
판타지 안에서도 있는 여러 종류들을 떠올려 봤다.
“일단 제일 가까운 시기에 잘 팔리는 건 게임 판타지였고, 이후 갑자기 죽 쑤던 현대물이 대세가 됐지.”
현대물.
현대를 배경으로 한 판타지 소설을 흔히 그리 불렀다.
대체로 기연을 얻어서 능력자가 된다던가, 아니면 과거로 회귀해서 알고 있는 지식을 가지고 승승장구했다.
여기서 또 작게 분류하면 전문가물과 스포츠물이 있었고, 현실이 가상현실게임처럼 몬스터를 잡고 성장하는 레이드물이 있었다.
거기서 문득 난 이런 생각이 들었다.
“흠, 다들 쓰면 망한다는 현대물을 써볼까?”
비록 지금 시장에선 망할지 몰라도 나중에 전자책으로 풀 걸 감안하면 절대 손해 볼 장르는 아니었다.
더욱이 종이책을 찍는 기준으로만 치더라도 아직까진 대여점이 꽤 남아서 3천 부 이하로 팔면 망했다고 하지. 실질적으로 나중에 더 시간이 흐르면 천 부도 채 안 나오는 작품들이 수두룩했다.
거기서 난 은퇴한 소드마스터의 식당을 완결치고 나서 쓸 장르를 정했다.
“그래, 현대물을 써보자. 지금 어렸을 때 이것저것 경험해 보면서 현대물을 써두다 보면 도움이 될 테니까.”
강설아와 필극을 하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생각하게 된 은퇴한 소드마스터의 식당 다음에 쓸 차기작은 현대물이다.
거기서 난 고민해 봤다.
“현대물 중에서도 이것저것 겪으면서 쓰려면 당연히 레이드물이 아닌 전문가물이나 스포츠물인데…….”
전문적인 직업을 들고 나와서 쓰는 전문가물과 각종 운동 선수들을 주인공으로 삼은 스포츠물.
종이우산 작가의 연예계를 배경으로 한 매니저물인 전문가물 탑 매니저나 강희철 작가의 축구물인 스타디움이 그 대표적인 작품들이었다.
“연예계물이나 축구물…… 축구?”
전문가물과 스포츠물 중 대표적인 작품들을 떠올리던 난 문득 축구물에 이끌렸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지금이 몇 년도던가?
2002년이다.
그랬다.
한일월드컵에서 우리나라가 최초로 4강에 올랐던 해다.
오죽하면 ‘신화’라는 단어까지 붙이며.
거기서 난 손이 근질거렸다.
“이 좋은 시기에 축구물을 쓴다면 어떨까?”
아마 평범한 작가가 쓴다고 했다면 다들 말렸을 거다.
애당초 현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 중 제대로 팔았던 작품이 하나도 없었거니와 4강 신화를 이룩하기 전 월드컵에 대한 이미지는 썩 좋지 않았으니까.
그러니 쓰고 싶어졌다.
축구물을 하나 빠르게 써서 주인공이 2002년 월드컵 때 4강까지 이끄는 대한민국의 영웅으로 승승장구하는 소설.
이건 다들 말도 안 되는 소설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막상 실질적으로 우리나라 대표팀이 4강만 진출한다면 마치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서 급으로 분류되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이런 경우가 하나 있긴 했다.
작가 중에서 무당 이야기를 주력으로 삼고 이런저런 소재를 첨가해서 쓰던 이가 있었다.
약간 매니악한 터라 잘나가진 않았지만, 오히려 그 매니아층 독자가 있어서 평타 이상은 치던 작가가.
그 작가가 썼던 작품 중 하나가 있었다.
“각하의 무당왕이었지?”
말 그대로 전 대통령의 딸이 정치를 할 때, 그녀에게 도움을 크게 준 무당이 있었는데 대통령까지 올리고 뒤에서 쥐락펴락했던 소설이다.
몇몇 독자들은 이게 말이 되냐고 했다.
근데 말이 됐다.
정말로 현실에서 그런 사건이 터져 버린 것이다.
덕분에 평소 플래폼들에게서 작가들을 모아둔 이벤트만 받던 그 작가에게 다들 생전 처음으로 단독 이벤트도 해주고, 작가전까지 하면서 엄청난 수익을 창출해냈다.
현실이 더 소설보다 소설 같단 이야기들이 나오면서.
난 충분히 지금 시기에 축구물도 쓰면 그런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 걸라 생각했다. 물론, 평범한 작가였다면 썼다가 몇 사람 안 보고 말지도 몰랐다.
근데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내가 쓰지 않는가?
일단 이목은 무조건 끌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건 아무리 봐도 성용 형님하고 이야기해 봐야겠다.”
내일 사무실에 가서 이야기하기로 하고, 일단 난 잠들기 전에 은퇴한 소드마스터의 식당을 써내려 갔다.
* * *
다음 날 아침.
새벽까지 은퇴한 소드마스터의 식당을 쓰고 난 뒤 잠을 청하고 일어났다.
일어나기 무섭게 난 모자를 푹 눌러쓴 뒤 헬스장으로 향했다.
보통 PT는 저녁에 받았다. 때문에 오전은 자유롭게 운동을 했는데, 항상 두 시간 중 한 시간은 사이클을 탔다. 유산소 운동으로.
사이클을 타면서 시놉시스를 정리했다.
오늘 써야 할 분량들을.
본래 쓰던 작품들의 시놉시스를 정리하고 새로운 작품의 틀도 잡아봤다.
새로운 작품의 제목은 ‘판타지스타’였다.
판타지스타.
흔히 사람들이 영어로 ‘Fantasy Star’라고 착각하는 단어다.
환상적인 스타?
아니다.
‘Fantasista’라는 이탈리아의 단어이며, 본래의 사전적 의미로는 다재다능한 사람을 가리켰다.
하지만 축구에서는 ‘위대한 선수’를 뜻했다.
득점력, 드리블, 패스는 기본이고 보는 축구팬들의 입에서 감탄이 절로 터져 나오게 하는 센스까지.
예술적인 경지로 우리 팀, 상대 팀 할 것 없이 축구팬들을 홀리는 선수를 의미했다.
‘찬사’라고 보면 됐다.
위대한 선수를 위한 찬사!
난 판타지스타의 주인공을 2002년 월드컵 주역 중 한 사람인 ‘안지훈’으로 쓸 생각이었다.
사실 2010년도 중후반 즈음 삼십 대 이상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생각이라고 하나를 떠올리며.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이 꽤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쭉 지나서 사람들은 2002년 월드컵을 물어보면 ‘안지훈’보단 ‘곽지상’이나 ‘하이머딩거’ 감독을 더 먼저 언급했다.
‘곽지상’.
약 10년간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을 책임진 에이스 플레이어로 있는 데다가 전 세계적으로 ‘아시아 넘버원 플레이어’라는 타이틀이 붙으며 명실상부 대한민국 출신 세계 최고의 선수였다.
심지어 축구팬이 아니어도 누구나 다 아는 해외 유명 선수들마저도 그에게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진정한 판타지스타와 같은 인물.
‘감독 ‘하이머딩거’는 뭐 말할 필요도 없지.’
외국인 감독이 들어와서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을 이끌어 4강 신화를 이뤄냈으니까.
하지만 두 사람 못지않게 4강 신화를 이룩하는데 기여한 바가 큰 건 바로 ‘안지훈’ 선수였다.
반지 세레머니를 보이며 ‘반지의 황제’란 별명을 얻었던 안지훈.
현재 이탈리아팀에 몸을 담고 있었는데, 월드컵 본선에 오르자 바로 이탈리아와 경기를 하게 됐다. 한데 거기서 하필 연장전 골든골을 안지환 선수가 넣어버렸다.
안 그래도 축구에 있어선 자존심이 강한 국가 중 하나가 바로 이탈리아였다.
오죽하면 축구 선수에게 있어 최고의 찬사라고 할 수 있는 이탈리어에서 따왔을까?
한데 그 국가를 안지훈이 골든골로 떨어뜨린 것이다.
심지어 현 이탈리아 국가의 팀에 몸담고 있으면서.
나중에 예능으로 데뷔하면서 그가 이때를 떠올리며 한 말이 있었다.
“‘비록 나는 당시 이탈리아팀에 머물고 있었지만, 내 조국인 한국을 위해선 오직 팀과 팬들을 위해 뛸 뿐이었다’였나?”
존경받을 만한 축구 선수라고 생각했다.
대한민국 예능이 워낙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지면서 그걸 본 이탈리아 사람들 역시 나와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일반 축구팬부터 마피아까지 가만히 놔두지 않으려고 했으면서 말이지.”
어쨌거나 나중에 예능으로 더욱 국민들에게 친숙한 이미지가 됐을 뿐이지.
사실 그 역시 곽지상 못지않게 2002년 월드컵 신화의 주역이 아니라 오랫동안 대한민국을 명예롭게 해줬어야 할 축구 선수였어야만 했다.
단지 그 이탈리아전 하나로 다른 주역들보다 복잡하고 미묘한 인간사가 끼면서 두각이 잘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지.
때문에 난 회귀물을 쓰는 작가들이면 누구나 2002년 월드컵에서 ‘하이머딩거’ 감독이나 ‘곽지상’ 선수를 이용하던 것과 다르게 ‘안지훈’을 모델로 쓰고 싶었다.
그렇게 사이클을 돌리면서 주인공에 대해 생각할 무렵.
“아! 그냥 모델로 주인공을 만들기보단 안지훈 본인을 인터뷰해 볼까?”
이게 가능할까 싶을진 모르겠지만, 안지훈 본인의 이름을 쓰도록 허락받아서 써볼까 싶었다.
그때였다.
삐빅!
딱 한 시간을 타기 위해 설정해 뒀던 타이머가 울렸다.
“음, 웨이트하고 사무실에 나가봐야겠다.”
가볍게 스트레칭을 한 뒤 웨이트까지 마쳤다. 그리고 샤워를 한 다음 집에 들렀다가 구로공단으로 향했다.
오전 10시.
출근 시간에 비하면 도로 상황이 넉넉하다. 그래서 편히 택시를 탔다.
30분 좀 넘겨서 사무실에 도착하자 밖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내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네, 다들 좋은 오전입니다.”
거기서 같이 일하던 성용 형님이 물었다.
“웬일로 나왔냐?”
저 형님은 대표나 됐으면 임원실에서 나랑 같이 방을 쓰자니까 아직 직원도 적은데 그럴 필요 없다면서 팀장마냥 앉아있다.
어쨌거나 밖에서 이야기하면 괜히 직원들 일하는데 방해될 수 있으니 회의실로 가자고 했다.
“형님, 잠시 회의실 좀.”
“그래.”
성용 형님하고 둘이 회의실에 자리를 잡았다.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신작 좀 상의하려고요.”
“신작? 설마 은퇴한 소드마스터의 식당 벌써 완결까지 쓴 거냐? 최소 20권은 쓸 거라면서?”
벌써 은퇴한 소드마스터의 식당을 다 써서 새로운 작품에 대한 구상 중인지 묻는 성용 형님.
아니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건 아직 남긴 했는데 신작이 하나 쓰고 싶어졌거든요.”
“뭘 쓰려고?”
“축구물요.”
“뭐?”
성용 형님의 얼굴이 당혹감으로 가득 찼다.
자신이 잘못 들은 게 아닌가 싶은 표정으로.
그에게 난 제대로 들었단 듯이 다시 말해줬다.
“축구물 하나 쓰려고요.”
“차라리 판타지를 쓰지? 아무리 너라도 현대물은 많이 팔기 어려울 텐데……. 설마 월드컵 노리고 쓰려는 거냐?”
“잘 아시네요.”
딱 월드컵이 있어서 축구물을 쓰겠다.
약간 마케팅적인 느낌은 있어 보였지만, 성용 형님은 바랄 걸 바라라면서 반대했다.
“야, 그럴 바엔 판타지를 하나 더 써.”
“에이, 이미 쓸 만한 내용은 세 작품 진행하면서 다 썼단 말예요.”
“그럼 차라리 무협을 쓰던가. 무슨 축구물이야, 축구물은.”
“왜요? 제가 못 쓸 것 같아요?”
“아니, 너야 잘 쓰는 거 알고 있지. 근데 차라리 축구물 쓸 시간과 노력으로 판타지 하나 더 쓰는 게 회사나 널 위해서 좋으니까 그러지. 아무리 올해 우리나라에서 월드컵을 치른다고 해도 영 현대물은 반응이 안 좋단 말이야.”
확실히 현대물은 2010년도 즈음이 될 무렵에나 제대로 팔리기 시작했다. 그러니 내가 쓰겠다는 걸 극구 반대하리라.
하지만 난 반대로 생각하라며 말했다.
“월드컵이 잘되면 되죠.”
“야, 잘되긴 개뿔. 본선 한 번 제대로 진출한 적 없는데. 아! 있긴 하네. 1954년도에 16강이긴 했지. 16개국만 참가해서 16등 했던 16강.”
절대 우리나라가 월드컵에서 잘될 리가 없을 거란 확신.
지금 시기엔 이게 맞는 반응이긴 했다.
어느 누구도 관심 갖지 않는.
그래서 더더욱 난 안지훈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아예 주인공으로 쓰려는 거기도 했다.
2002년 월드컵이 잘 되면서 국민들이 축구를 관심 갖기 시작했지, 이전까지는 야구에 비하면 대한민국 국민들 사이에서 축구의 비중은 정말 적었으니까.
어쨌거나 이번 월드컵 역시 기대감이 전혀 없다는 성용 형님에게 물었다.
“형님, 내기하실래요?”
“뭔 내기?”
“이번에 본선 진출하면 어떻게 하실래요?”
“그럼 네가 앞으로 내 형님이다.”
이것 참, 나이 많은 아우 하나 생기겠구만.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