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 writer! RAW novel - Chapter 74
나는 작가다 074화
74화
“어머, 사부님.”
내 전화를 받기 무섭게 설아처럼 싸부는 아니어도 사부님이라고 불렀다.
설아네 어머니한테 그러지 말라며 이야기했다.
“아니, 어머님께선 그리 안 부르셔도 된다니까요.”
“후훗, 제 딸 선생님들은 저한테도 선생님들이라고 불리니 사부님도 사부님이라고 불리셔야죠. 그나저나 무슨 일이세요?”
“혹시…….”
난 생각한 바를 강설아의 어머니에게 전달했다.
새로운 작품으로 축구물을 쓸 건데, 그 주인공을 안지훈 선수를 그대로 쓰고 싶다고.
거기에 관한 법적으로 문제되지 않을 만한 계약서를 준비할 수 있는지 물었다.
근데 전혀 예상지 못한 대답이 튀어나왔다.
“어, 그거 만드는 건 크게 어렵진 않은데 오히려 제가 딸 도움 받은 걸 베풀어 드릴 수도 있겠는데요?”
“예?”
“저희 로펌 소속 변호사 중에 김수빈이란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가 안지훈 씨랑 계약하고 있거든요.”
“어?”
이건 또 엄청난 우연이다.
설마 안지훈 선수와 계약한 변호사가 광해 로펌에 있을 줄이야.
거기에 관해서 설아의 어머니가 말하길.
“아마 이탈리아 쪽 에이전트랑 계약한 상황이라 그쪽과도 이야기를 나누긴 하셔야겠지만, 아마 수빈 씨를 통하면 좀 더 수월하게 이야기가 오갈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오, 그래요?”
“네, 연결해 드려요?”
“저야 해주시면 감사하죠!”
완전 대박이다.
계약서를 문의해서 작성한 뒤 이탈리아까지 찾아가 맨땅에 헤딩할 생각 중이었다.
근데 안지훈 선수와 다이렉트로 연결이 가능하다니.
이보다 좋은 일이 또 있을까?
안지훈 선수와 계약한 변호사인 김수빈에 관해 이야기했던 설아네 어머니가 말했다.
“비용은 제가 대드릴 테니 만나서 이야기해 보세요.”
“예? 아니에요. 대가는 제가 제대로 지불해야죠.”
“에이, 어디까지 대줄 거라고 생각하신 거예요. 수빈 씨랑 만나서 이야기 나누는 것만 무료로 해드리겠단 거죠. 의외로 저희 로펌 변호사들하곤 상담하는 것만으로도 비싸니 그 정돈 내게 해주시라고요? 요새 사부님 덕분에 우리 딸이 너무 잘 크고 있으니 엄마로서 이 정돈 해드리고 싶어서 그래요.”
아아, 김수빈이란 변호사와 이야기 나누는 시간당 비용을 대준다는 거였구나.
난 또 안지훈 선수와의 계약에 관한 비용을 내준다는 줄.
괜히 김칫국만 마셨다.
상담료 정도라면 받아도 되지 않을까 싶었다.
“그렇게까지 이야기하신다면야…….”
“후훗, 문자로 연락처 보내드릴게요. 수빈 씨한테도 말해두고요.”
“아! 감사합니다!”
그렇게 설아네 어머니랑 통화를 마쳤다.
얼마 있지 않아 그녀로부터 문자 한 통이 왔다.
광해 로펌의 김수빈 변호사 연락처라며.
이어서 바로 문자가 한 통 왔다.
방금 설아네 어머니가 보내준 번호로부터.
-안녕하십니까? 광해 로펌의 김수빈이라고 합니다. 부대표님께서 안지훈 선수 관련으로 이야기를 나누라고 하셨는데, 시간은 언제쯤 괜찮으신가요?
김수빈 변호사의 문자.
“이름은 여자 같은데, 문자 엄청 딱딱하게 쓰시네.”
그리 말하면서 답장을 보냈다.
-전 언제든 한가로우니 변호사님 시간에 맞추시죠.
-그럼 내일 오후 3시 어떠십니까?
-좋네요. 로펌으로 찾아가면 될까요?
-예, 예약해 둘 테니 오시면 로비 인포에 저와 3시 미팅이 있어 왔다고 하시면 됩니다.
-그럼 내일 뵐게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김수빈 변호사와 짧게 문자를 나눠서 약속을 잡았다.
“흠, 그럼 글 좀 써볼까?”
김수빈 변호사와의 약속을 잡고 난 뒤 오늘 치 원고에 집중했다.
* * *
다음 날.
김수빈 변호사와의 약속 시간에 맞춰서 난 할 일들을 마치고 역삼동으로 향했다.
법무법인 광해의 건물이 있는 곳으로.
듣기로만 대한민국 삼 대 로펌 중 한 곳이라고만 들어봤지, 광해의 건물에 방문하는 건 처음이었는데 꽤나 놀랐다.
엔간한 대기업 사옥 저리 가라 할 정도로 크고 우람한 빌딩 한 채를 전부 광해가 자사 건물로 쓰고 있었기에.
‘이야, 난 언제 이런 빌딩 하나 세워보지.’
적당한 청담동 빌딩이나 하나 세우는 게 목표였는데, 광해의 건물을 보고 나니 욕심이 났다.
나도 이런 빌딩 하나 세우면 좋겠다고.
하지만 지금 번 돈으로는 택도 없었다.
적당한 청담동 빌딩 한 채도 불가능했으니까.
어쨌거나 난 광해의 사옥으로 들어갔다. 내부도 꽤나 깔끔하고 고급지게 잘 꾸몄다.
1층 로비에는 인포데스크가 있었고, 거기로 가니 어여쁜 데스크 여인이 물었다.
“예약이신가요?”
“예, 3시에 김수빈 변호사님과 만나기로 했습니다.”
예약 시간과 담당 변호사를 언급하자 데스크 여인이 뭔가 훑어봤다. 그러더니 내 이름을 물었다.
“성함이 어찌 되시죠?”
“이준경이라고 합니다.”
그렇게 확인 절차가 끝나자 데스크 여인이 말했다.
“이 출입증을 가지고 6층으로 가시면 됩니다.”
고객용 출입증을 준 데스크 여인.
그걸 받으며 인사했다.
“예,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오.”
바로 옆에 있던 통로를 막아놓은 기계.
거기다가 출입증을 갖다 대니 통로가 뚫렸다.
거길 지나간 뒤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하는데, 다들 출입증 누르고 잡는 걸 보고 똑같이 따라하며 6층으로 올라갔다.
6층에 내리자 한쪽에 커다란 유리문이 보였다. 이 또한 막혀 있었는데, 우측에 출입증 찍는 기기가 보여 거기다 찍었다.
삑!
그러자 문이 열렸다.
안으로 들어가자 수많은 유리로 나눠진 방들이 보였다.
방마다 앞에는 팻말이 걸려 있었다.
변호사 이름이 걸린.
거기서 난 김수빈이란 이름을 찾아봤다.
“김수빈, 김수빈……. 아, 저기 있네.”
김수빈 변호사의 이름이 걸린 방을 보고 그쪽으로 움직였다.
문 앞에서 슬쩍 보니 몸매 좋은 여성이 책상 위에 서류를 올려놓고 있었다. 방에는 그녀뿐이었으니 당연히 김수빈 변호사라고 생각했다.
노크를 한 뒤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녀에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이준경입니다. 김수빈 변호사님이시죠?”
근데 내 인사에 대한 답변이 뒤에서 들려왔다. 그것도 꽤나 묵직한 남성의 목소리로.
“제가 김수빈입니다.”
“잉?”
대답이 뒤에서 들려 돌아보니 그곳엔 우람한 덩치의 스포츠머리를 한 정장 차림 사내가 서 있었다.
금테가 둘러진 안경을 검지로 슬쩍 들어 올리며 날 쳐다보는 사내.
품에서 명함 지갑을 꺼내 명함 한 장과 함께 인사했다.
“반갑습니다. 변호사 김수빈입니다.”
순간 당혹스러워서 난 책상 근처에 있던 여인과 김수빈이라 소개한 사내를 번갈아봤다.
“저분은……?”
“아, 저희 로펌 사무장님입니다. 잠시 배가 아파서 손님 응대 좀 부탁드렸었습니다. 사무장님, 그만 볼일 보러 가셔도 됩니다.”
“수고하세요, 김 변.”
“예, 수고하셨습니다.”
그렇게 사무장이 나가자 자리로 가는 김수빈 변호사.
자리에 앉기 전 내게 반대편 자리를 권했다.
“앉으시죠.”
“아, 예.”
내가 착석하기 무섭게 김수빈 변호사가 본론부터 꺼냈다.
“부 대표님에게 어느 정도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이탈리아팀인 AC 그리프에 있는 안지훈 선수를 모델로 소설을 쓰고 싶은데, 그 친구와 계약을 하고 싶으시다고요?”
“예.”
“흠, 듣기론 그 모델이 소설의 주인공이라고 하시던데…….”
“맞습니다.”
“굳이 그렇게까지 하면서 쓰시려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몸값 좀 줘야 할 텐데요. 에이전트에게도 허락 받으려면 꽤 돈이 들 거고, 직접 처리하신다면 모르겠으나 저나 다른 변호사를 중개로 끼기까지 하면 못 해도 5천 가까이 깨질 겁니다.”
5천만 원이라, 편집자였던 이준경이라면 생각도 못할 투자였다.
하지만 지금의 나, 작가 이준경에겐 그리 부담되는 금액이 아니었다.
심지어 4강 신화를 이룩하고 안지훈이 승승장구만 해주면 오히려 그 몇 배의 돈을 벌 수 있는 투자였으니까.
난 그 정도 감수는 할 가치가 있단 입장을 밝혔다.
“왠지 이번엔 안지훈 선수가 월드컵에서 활약할 거라 생각해서 말이죠.”
월드컵을 언급하자 김수빈의 표정이 묘해졌다.
“제가 정말 축구를 좋아합니다. 하지만 그건 아무리 축구를 사랑해도 납득하기 어렵군요. 이준경 작가님께선 이번 월드컵에서 우리나라가 본선을 진출할 거라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그래도 홈경기인데 하지 않겠어요? 전 더 높은 곳도 바라보고 있는데.”
“더 높은 곳요?”
본선도 모자라 더 올라갈 거라고 하니 놀라는 김수빈.
그에게 난 미래를 밝혔다.
말해 봐야 아무도 믿지 않는.
“예를 들면 4강이라던가.”
내 말에 잠시간 방이 침묵에 잠겼다.
고요한 적막감을 깬 건 김수빈의 화통한 웃음소리였다.
“하하하!”
“왜 그러시죠?”
정말 기쁜 표정으로 김수빈이 눈물까지 닦으며 말했다.
“아, 비웃으려고 한 건 아니고. 그냥 이준경 작가님의 이야기를 듣고 상상하니 즐거워서 말입니다. 우리나라가 본선 진출도 모자라 4강이라니. 그 정도면 대한민국 축구계가 뒤집힐 일이니까요.”
뒤집혔다.
아직 다들 모를 뿐이지.
“이건 한때 축구 선수가 되려고 했던 제게도 꽤 뜻깊은 일일 것 같군요. 선수금 100, 계약 성공시 900을 잔금으로 받겠습니다. 저를 통해 하시겠습니까?”
“어차피 안지훈 선수랑 계약한 게 김 변호사님이시라면서요? 그럼 저야 오히려 김 변호사님이 해주시면 감사하죠.”
내 말에 김수빈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제가 안지훈 씨의 법적인 문제를 해결해 주는 담당 변호사긴 하나 어디까지나 국내에 관련된 거고, 이탈리아에서 선수로 직접 관리해주는 에이전트가 있는데 그 분하고 이야기를 해봐야 합니다. 물론, 제가 한다면 좀 더 수월하긴 할 겁니다. 변호사가 되기 전에 축구 선수하려고 이탈리아로 유학간 당시 절 가르친 분이 현재 안지훈 선수 에이전트거든요.”
은연중에 자신의 본래 꿈이 축구 선수란 걸 이야기한 김수빈 변호사.
방금 전 내가 말한 이야기를 듣고 꽤 마음이 열린 모양이다.
난 축구 선수를 하려고 했다던 김수빈 변호사에게 물었다.
“예? 원래 꿈이 축구 선수셨나요?”
“예, 하지만 부상으로 더 이상 축구를 할 수 없게 돼서 변호사로 전향했죠.”
“흠, 그랬군요. 그럼 전 이왕이면 김 변호사님께 의뢰하고 싶긴 하네요.”
“좋습니다. 그럼 제가 오늘 에이전트하고 안 선수에게 연락을 취한 뒤 이야기를 조금 진행하고 전화 드리겠습니다.”
자신에게 맡기겠다고 하기 무섭게 곧장 진행하려는 김수빈 변호사.
꼭 앞만 보고 달려 나가는 필드의 스트라이커 같았다.
빠르게 치고 나가 슈팅을 하려는.
그런 김수빈에게 물었다.
“에, 이렇게 간단히 끝인가요?”
“어차피 연락해 본 뒤 그쪽에서 거부하면 이쪽은 아무것도 못하니까요.”
“결국 그쪽이 허가해야 뭐든 할 수 있단 거군요.”
“맞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오늘은 이만 가보겠습니다. 잘 좀 부탁드립니다. 이건 제 연락처가 적힌 명함입니다.”
명함 지갑에서 명한 한 장을 꺼낸 뒤 건넸다.
내 명함을 받은 김수빈이 호오, 하며 감탄했다.
“이야, 이 정도면 저희 대표님 명함보다도 고급져 보이는군요.”
“저도 우리 회사를 대표하는 작가니까요.”
꽤나 귀한 작가란 걸 어필했다.
이러면 김수빈이 좀 더 에이전트나 안지훈에게 나에 대해 좋게 말해 줄까 봐.
“그렇군요. 그럼 이따가 연락드리겠습니다.”
“예.”
그렇게 김수빈 변호사와 이야기를 나눈 뒤 난 집으로 돌아갔다.
귀가해서 원고를 쓰던 중 전화가 왔다.
아까 저장한 김수빈 변호사였다.
전화를 받기 무섭게 김수빈 변호사가 말했다.
“계약을 하겠답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