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 writer! RAW novel - Chapter 75
나는 작가다 075화
75화
“오, 진짜요?”
생각보다 빠르게 안지훈 선수 계약 건에 관한 답변이 와서 놀랐다.
거기에 대해서 김 변호사가 말했다.
“예, 어차피 유로파 출전 명단에서 빠져 가지고 시간이 많다더군요. 게다가 제 스승님이셨던 분이 이번 일로 자진해서 안지훈 선수의 에이전트를 그만둔다고 하셔서 이번 모델료로 마지막 계약금을 드리고 싶답니다.”
리그에서 순위에 따라 챔스와 유로파로 갈리는데, 현재 안지훈이 있는 AC 그리프팀은 상위권에 들지 못해서 유로파를 나가게 됐다.
근데 거기 명단에서도 빠졌고, 갑자기 에이전트를 하고 있는 이가 그만둔단다.
“예? 에이전트가 그만둬요?”
“구단주가 동양인인 안지훈 선수의 출전을 못 하게 하는 걸 막지 못한 본인 잘못이 크다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이번 일을 끝으로 안지훈 선수의 에이전트를 그만두고 새로운 사람이 배정될 거라고 합니다.”
‘에이전트라……. 아? 잠시만, 설마 바뀌는 에이전트가 그인가?!’
에이전트가 바뀐단 말에 난 한 가지 기억이 떠올랐다.
곽지상, 그 못지않게 대단한 선수가 안지훈이었다.
이탈리아라는 타국의 축구팬들과 선수들이 최고의 선수라고 극찬하며 판타지스타로까지 불렸던 그였다.
하지만 2002년 월드컵이 끝난 뒤 계속해서 하향세를 타면서 곽지상과 다르게 크게 두각을 드러내지 못한 안지훈.
방금 김 변호사가 말한 것처럼 AC 그리프 구단주가 동양인 선수의 가치를 낮게 보는 것도 있었지만, 2002년 월드컵 이후 잘나갈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만든 에이전트가 한몫 톡톡히 했다.
내 기억이 맞다면 아마도 이번에 안지훈을 맡고 있던 에이전트가 그만두고 이상한 사람으로 바뀔 거다. 그리고 안지훈은 다시금 자신의 실력보다 못한 평가를 받게 될 터.
어차피 내가 거금을 들여 모델로 계약하려는 건 2002년 월드컵의 4강 신화를 이룬 주인공이기 때문도 있었지만, 막상 거기서부터 에이전트만 잘 만난다면 아시아 최고의 선수는 곽지상이 아니라 안지훈이라고 전 세계가 인정하게 될 것이다.
전 세계가 인정하는 최고의 아시아 판타지스타.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보다도 더욱 큰 가치를 지닌 타이틀이었다.
그걸 거머쥘 수 있다면 이번 계약이 성사돼서 쓰게 될 소설은 나나 우리 회사의 위치가 크게 도약할 수 있도록 도와줄 거다.
근데 안지훈을 망쳤던 에이전트가 다시 그를 맡게 된다고 들었으니 내 입에선 반대가 튀어나올 수밖에 없었다.
“아, 안 돼!”
반사적으로 튀어나온 말에 김 변호사가 이해할 수 없단 목소리로 반응했다.
“예?”
당황하지 않고 적당히 잘 둘러댔다.
“아, 고양이가 물통을 엎으려고 해서요.”
“그렇군요.”
있지도 않은 고양이를 핑계 댔으나 내가 키우는지, 안 키우는지 모르는 김 변호사 입장에선 전화로만 통하고 있으니 믿을 수밖에.
어쨌거나 나는 다시 본론으로 돌아왔다.
“그럼 안지훈 선수는 제가 제시한 모델 계약을 하기로 했단 거군요.”
“맞습니다.”
“얼마나 불렀죠?”
“모델료로 3천만 원을 불렀습니다. 계약서도 준비가 모두 끝났고, 인터뷰는 직접 만날 건지 아니면 전화나 메일을 통할 건지 물어보더군요.”
안지훈 측에서 제시환 모델 계약 비용이 3천만 원.
생각보다 그리 비싸진 않다고 생각했다.
문제는 계약 후 소설에 도움이 되는 인터뷰로 안지훈과 대화를 나눴으면 했는데, 그걸 어떤 방식으로 할지 물어보길래 가장 직관적인 방법을 택했다.
“직접 만나러 가야죠. 동행 가능할까요? 당연히 비행기값은 제가 내드리겠습니다.”
비록 안지훈은 한국 사람이라 이야기를 나누기 수월하겠지만, 이탈리아라는 다른 언어의 외국으로 나가니 유학 다녀온 김 변호사가 함께 가주면 어떠나 싶었다.
김 변호사 역시 나쁘지 않게 받아들였다.
“오, 그렇다면 가는 방향으로 잡고 싶군요. 하지만 일단 부대표님에게 보고를 드리고, 일정을 조율한 다음에나 답을 드릴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가려면 이것저것 꽤나 조율해야 한단다.
거기에 대해서 따로 난 조율하는데 신경 쓰지 말라고 했다.
“전 언제든 괜찮으니 안지훈 선수랑 김 변호사님이랑 시간 조율해서 언제쯤 가면 좋을지 알려주세요.”
작가란 직업은 노트북만 있으면 언제, 어디를 가건 일을 할 수 있었다.
때문에 항상 자유로운 영혼과 같으니 백수라고 이야기하고 다닌 거다.
“알겠습니다. 그럼 일정을 한 번 잡아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
“예.”
그렇게 김 변호사의 통화를 마친 뒤 난 글에 집중했다.
한 편을 쓸 무렵 김 변호사에게 다시 전화가 왔다.
다음 주에 나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나 역시 그때가 괜찮다고 했는데, 설아네 어머니의 도움으로 비행기값이나 숙박비 모두 아끼게 됐다.
광해에서 동양 항공과 이탈리아에 5성급 호텔의 관계가 있기에 회사 차원에서 지원해 줄 수 있다고 했단다.
덕분에 여행비와 가이드비를 굳힌 채 이탈리아 여행을 떠날 수 있었다.
일주일 열심히 일하고 김 변호사와 약속한 날짜에 이탈리아로 떠났다.
첫날은 짐을 푼 뒤 저녁만 먹고 푹 쉬었다. 그리고 다음 날 미팅 약속을 잡아둔 시간에 안지훈과 그의 한국계 혼혈 이탈리아인인 에이전트 펠레치노와 함께 만났다.
안지훈의 숙소가 있는 근처 카페에서.
“오! 지훈 씨와 선생님!”
이미 두 사람과 친한 김 변호사는 보자마자 반갑게 그들과 인사를 나눴다.
안지훈이야 당연히 한국인이니 한국어를 썼지만, 곧 그만둘 에이전트인 펠레치노는 누가 봐도 이탈리아인처럼 생겼으나 꽤나 유창하게 한국어를 썼다.
“킴, 오랜만이군.”
“그러게요. 아, 이쪽은 이번에 모델 계약을 부탁하신 이준경 작가님입니다.”
“반갑습니다.”
난 명함을 두 장 꺼내서 안지훈과 펠레치노에게 넘기며 인사했다.
두 사람 모두 명함을 받으며 반가이 맞았다.
“예, 반갑습니다. 펠레치노라고 합니다.”
“안지훈입니다.”
그렇게 통성명을 나눈 뒤 김 변호사의 중재로 모델 계약을 진행했다.
계약서의 서로 도장을 찍고 나니 펠레치노가 말하길.
“이렇게 미스터 안을 위한 마지막 업무도 끝났군.”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펠레치노 씨.”
“고맙긴 무슨. 받은 만큼 당연히 해야 할 일들을 한 건데. 게다가 자네 같은 뛰어난 선수를 맡았으면서 구단주도 제대로 설득하지 못한 내가 그런 인사를 받으면 괜히 더 미안하지 않겠는가?”
“사실 그게 펠레치노 씨의 잘못은 아니잖습니까? 그 일은 누가 제 에이전트가 됐더라도 못 해냈을 겁니다.”
안지훈의 에이전트인 펠레치노가 그만두는 이유.
누가 와도 해결 못했을 거라며 안지훈이 펠레치노의 편을 들었다.
위로의 말을 들었으나 미안한 마음이 가시지 않는지 펠레치노가 씁쓸한 미소로 대답했다.
“그리 이야기해 주니 고맙군.”
안지훈이나 김 변호사의 말을 들어보면 펠레치노 씨가 못난 에이전트는 아닌 것 같았다.
바뀌게 될 에이전트와 비교하면 훨씬 나은 인물처럼 보였기에 그와 이야기를 나눴다.
원래대로라면 계약도 했으니 소설을 쓰기 위한 주인공 설정으로 안지훈과 이야기를 나눠야겠지만, 지금 다른 거 다 제쳐두고 안정환의 에이전트 건이 떠오른 이상 그것부터 어떻게 잘 정리해야만 했으니까.
“그나저나 펠레치노 씨는 안지훈 선수의 에이전트를 그만두면 뭘 하실 생각이십니까?”
“그간 에이전트로 일하면서 번 돈으로 핫도그 가게나 차릴까 생각 중입니다.”
“핫도그 가게……. 그냥 안지훈 선수의 에이전트를 더 하시는 편이 낫지 않겠습니까?”
최대한 안지훈 선수의 에이전트를 더 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하지만 펠레치노는 그게 쉽지 않다고 이야기했다.
“나도 그러고 싶지만, 이 친구가 소속된 한국 기업에서 나더러 유로파도 출전 못하게 했으니 무능하다며 그만두라더군요. 차라리 자신들이 새로운 에이전트를 붙여서 더욱 미스터 안을 성공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며.”
‘뭐? 자기들이 성공할 수 있도록 만든다고?’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오히려 그 에이전트가 오면서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이 완전 묻혀 버린 대참사를 만들어냈으니까.
그리 이야기한 펠레치노가 안지훈을 바라봤다.
“그저 이 친구가 뛰는 모습을 핫도그 가게에서 TV로나마 지켜보렵니다.”
“흠, 근데 갑자기 에이전트가 바뀌고 막 이러면 안지훈 선수의 컨디션에도 영향이 좀 가지 않을까요? 곧 있으면 월드컵도 열리는데…….”
“은근히 이준경 작가님께서 펠레치노 선생님이 안지훈 씨를 계속 맡길 바라시는 것 같습니다?”
순간 뜨끔했다.
김 변호사에게 내 의도를 들켜서.
난 뭐라고 할까 싶다가 아무거나 막 갖다 붙였다.
“제가 관상을 좀 볼 줄 알거든요.”
“관상요?”
“예, 사람 얼굴을 보면 뭔가 촉이 딱 와요. 근데 지금 안지훈 선수와 펠레치노 씨 두 분을 보니 왠지 함께 계시면 잘될 것 같거든요. 당연히 모델 계약을 한 제 입장에선 당연 안지훈 선수가 잘됐으면 하니 펠레치노 씨가 계속 에이전트를 맡아주셨으면 하는 거죠.”
“관상이라…….”
다들 내 말을 뜬구름 잡는 소리마냥 받아들였다.
그들에게 난 말했다.
“내기 한 번 해보실래요?”
내기란 말에 펠레치노가 관심을 보였다.
“무슨 내기요?”
“어차피 안지훈 씨는 유로파도 못 나가게 되셨으니 월드컵까진 쭉 쉬시는 거잖아요?”
“그렇죠.”
“그럼 당연히 월드컵이 끝날 때까진 에이전트의 큰 도움이 필요도 없을 거고 말이죠.”
“맞습니다.”
거기서 난 내기의 내용을 밝혔다.
“그럼 월드컵 때까지만 에이전트를 펠레치노 씨가 맡아주시고, 과연 안지훈 선수가 대한민국 국가대표로 뛰면서 본선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를 보는 건 어때요?”
내 말에 세 사람이 황당하다는 듯이 쳐다봤다. 아니, 김 변호사는 이미 한 번 들어봤으니 또 저런다는 표정이었다.
내기가 무엇인지 밝히자 갑자기 펠레치노는 크게 웃어댔다.
“크하하, 내가 미스터 안과 있으면 그가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을 본선까지 올려 보낼 수 있을 거라고요?”
말도 안 되는 소리에 어이가 없어서 터진 웃음인가 싶었다.
하지만 이어지는 펠레치노의 말을 들어보니 전혀 다른 의도란 걸 깨달았다.
“그렇게 된다면 내가 계속 미스터 안의 에이전트로 지내도 되긴 하겠군요.”
안지훈이 뛰는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이 본선 진출을 한다면 핫도그 가게가 아닌 다시금 그의 에이전트가 되겠다는 펠레치노.
난 꽤나 밝아진 표정으로 물었다.
“그럼 제 내기에 응하시는 겁니까?”
“뭐, 전 재밌을 것 같긴 하군요. 미스터 안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저야 펠레치노 씨가 좀 더 제 에이전트로 있어주신다면 당연히 좋습니다. 게다가 이준경 작가님께서 이야기하신 대로 제가 국가대표를 뛰면서 본선을 진출한다면 저나 펠레치노 씨에게 있어선 최고죠.”
“좋습니다. 미스터 안의 생각도 그렇다고 하니 어디 한 번 미스터 리가 제시한 내기를 받아들이죠. 대신 제가 지면 계속 에이전트를 맡아야 하니, 반대로 미스터 안이 본선에 들지 못할 때의 대가도 있어야겠죠?”
“어떤 거죠?”
“만약 미스터 안이 월드컵에서 국가대표로 예선 탈락을 하게 된다면 전 더 이상 에이전트를 할 수 없으니 핫도그 가게에서 그를 구경할 수 있게 조그마한 휴대용 TV나 하나 사주십쇼.”
끝까지 안지훈이란 선수를 보고 싶어 하는 한 사람의 축구인으로서 내기를 받아들인 펠레치노.
그에게 난 쐐기를 박아뒀다.
“좋습니다. 그럼 펠레치노 씨는 월드컵이 끝날 때까진 안지훈 선수의 에이전트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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