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 writer! RAW novel - Chapter 76
나는 작가다 076화
76화
안지훈과의 미팅 자리에서 난 월드컵이 끝날 때까지 펠레치노가 에이전트를 하도록 만든 뒤 본론으로 들어갔다.
어린 시절부터 시작하며.
이야기를 나눈 뒤 김 변호사와 함께 이탈리아 구경 좀 하다가 호텔로 돌아와서 난 판타지스타의 시놉시스 파일을 열었다.
거기다가 안지훈의 스토리를 가미했다.
너무나도 찢어지게 가난한 시절.
가정 형편도, 상황도 모든 게 좋지 않았다.
어머니 성인 ‘안’ 씨를 따라갔어야 할 정도로.
이것만으로도 독자들로 하여금 감성을 자극하기엔 충분했다.
어린 소년은 여기저기 서리를 하러 다니고, 축구부에 든 것도 이유가 평범한 아이들과 너무나도 달랐다.
축구를 좋아하지도, 선수를 꿈꾸지도 않던 소년은 오직 딱 하나만을 보고 축구부에 들어갔다.
다른 아이들은 부모님이 사주는 빵과 우유, 단순히 그게 너무 먹고 싶어서 축구부를 가입했다. 이후 중, 고등학교 시절 가혹한 구타 속에서 깡다구까지 길렀다.
여기까지 안지훈의 이야기를 가미하면서 난 내 작품을 위해 다듬었다.
“일단 어렸을 때 가난한 시절 했던 행동들은 모두 축구 선수로서 성공할 수 있는 능력들이 계발될 수 있던 걸로 가자.”
서리를 하고 도망친다던가, 뭐든 먹기 위해 해왔던 모든 일들.
거기서 기본적인 체력과 달리면서 자유롭게 발재간을 부릴 수 있는 경험이 누적됐단 장치를 넣었다.
“그리고 중, 고등학생 시절 운동부에서의 극한 상황들은 선수가 된 이후 생긴 일들이 아무리 힘들고 고통스러워도 참을 수 있는 인내심을 길러졌다 치고.”
일단 안지훈의 십 대 시절 청소년 축구 선수로서의 이야기를 진행시켰다.
축구부에 들어가기 전 기본적이 체력과 발놀림의 스킬이 생겼는데, 갓 축구부에 들어간 당시에는 그 체력을 밑바탕으로 어느 정도 선배들과의 하드한 연습 경기나 훈련들을 버텨낸 신입으로 만들었다.
다른 신입들은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걸 자신도 의도하지 않게 키운 재능으로 해결하는 초등학생 안지훈.
거기서 독자들에게 뭔가 있다는 걸 암시해 줌과 동시에 신입들 중 홀로 견뎌내게 함으로써 안지훈의 기대치를 높였다.
“얼추 이걸로 10화 분량을 쓰자.”
초등학생 안지훈의 축구 선수로서의 깜냥은 그 정도면 충분히 보여줬다고 생각했다.
“당연히 깜냥을 보여줬으면 이젠 성장하는 모습으로 가야지.”
코치나 선배들이 눈여겨본 안지훈이었지만, 사실상 여태 있던 사건들은 기술이 아닌 체력으로 우격다짐하듯 이겨낸 게 전부였다.
여기서 좀 더 발전을 위해 캐릭터 중 코치를 통했다.
코치가 신입들 중에서 자신이나 선배들과의 드리블 싸움에서 이길 경우 짜장면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안지훈의 초등학생 시절에 짜장면이면 꽤 귀한 음식인 걸 밝히며.
내가 초등학생이나 중학생 즈음일 땐 짜장면, 돈가스, 바나나 등이 귀한 음식이었지만, 지금 판타지 소설을 보는 애들에겐 전혀 그렇지 못했으니까.
그 음식들이 귀하단 걸 설명해 주고, 안지훈의 가정 형편으로는 평생 입도 대지 못할 보상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너무 쉽게 성공하면 재미없지.”
짜장면에 눈이 먼 안지훈은 어떻게든 악으로, 깡으로라도 이기려고 자신의 최대 장점인 체력을 쏟아부었다. 그러나 한 번을 이기지 못했다.
여기서 드라마틱한 장면 묘사를 위해 마지막 도전에서 헛발질을 하곤 엎어졌다.
한 번 짜장면 좀 먹어보겠다며 쉬지 않고 도전하던 안지훈은 그 마지막에 모든 걸 잃었다.
체력도, 자존심도 방전된 채 학교 운동장에 드러누운 채 하늘만 바라보며.
모두가 떠난 운동장에서 홀로 남은 안지훈.
“여기서 한 번 갈등을 줘야지.”
고작 음식 때문에 자신이 이런 고생을 해야 하나 싶었다.
체력이 떨어져서 괜스레 배가 고파진 상황에서 쓸데없이 축구를 해가지고 뭐 먹지도 못하면서 허기만 졌다.
근데 체력과 달리 떨어진 자존심은 포기란 단어를 몰랐다.
왠지 모르게 남자로서 이건 아니라 생각이 들었다.
거기서 난 키포인트가 될 대사를 하나 정했다.
“사내대장부가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베야지.”
운동장에 누워 있는 안지훈이 그리 생각하며 스스로를 불태웠다.
‘이놈의 축구를 그만둘 땐 두더라도 코치님이나 선배님 한 명은 제끼고 만다.’
거기서부터 안지훈은 코치가 애들에게 음식을 걸고 내기를 할 때마다 선배들에게 집중했다.
대관절 선배들은 자신들과 뭐가 다르기에 공을 뺏기지 않는 건지 보기 위해서.
그때부터 안지훈은 코치와 선배들의 발놀림을 머릿속에 새겨 넣었다. 그리고 모두가 떠난 운동장에서 공 하나를 가지고 쉴 새 없이 연습했다.
근데 연습하다 보니 익숙한 느낌이 떠올랐다.
서리하기 위해 수박밭에 들어갈 때면 항상 도망칠 때 이리저리 움직이며 발을 놀렸다.
축구공을 밭의 수박이라 생각하며 움직이니 왠지 모르게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보였다. 거기서 공을 툭툭 건드리며 자신이 얼마만큼의 힘으로 차면 어떻게 경로가 바뀌는지 파악해 나갔다.
그렇게 일주일을 연습한 안지훈이 평생 뺏지 못할 것 같았던 선배의 공을 터치했다.
처음엔 완전히 뺏진 못하고 선배의 공을 툭 건드렸는데, 거기서 가능성을 본 안지훈은 좀 더 연습하더니 드디어 이룰 수 있었다.
거기서 안지훈은 심장이 두근거렸다.
태어나 처음으로 느낀 뜨거운 열정.
“그때부터 싹이 트는 거지.”
축구에 대한 열정이.
그리고 눈물겨운 짜장면을 먹으며 목표를 잡았다.
최고의 축구 선수가 되겠다고.
노력과 재능, 거기에 열정이 더해지니 초등학생 중에선 어느 누구도 안지훈을 상대로 이길 수 없었다.
한 경기에선 중, 고등학생 못지않은 경기력을 보였다.
한데 거기서 위기가 찾아왔다.
갑자기 다니던 초등학교의 축구부가 폐지된다며.
“여기서 1권을 끝내면 2권에서 과연 어찌 성장할지 궁금해지겠지?”
잘나가다 나온 위기, 과연 뒤가 어떨지 궁금해서 독자들은 2권을 보려고 할 거다.
거기서부터 난 2권의 시놉시스를 시작했다.
열심히 하려던 축구부가 사라져서 허망해진 안지훈.
그에게 새로운 기회가 생겼다.
워낙 경기력이 뛰어나니 다른 초등학교 축구부에서 스카웃 제의가 들어온 것.
거기서 안지훈은 다시금 축구를 시작했다.
운 좋게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된 축구.
스카웃 받아서 간 축구부 코치에게 하나라도 더 물어보고, 뭐라도 더 배우기 위해서 열심히 훈련을 한다.
집이 변변찮으니 근처 문화센터나 도서관을 다니면서 축구와 관련된 지식도 쌓아나갔다.
재능과 노력 모든 걸 잡는 안지훈.
2권에서 중학교로 넘어간 뒤 그 당시 있는 대회란 대회는 전부 석권하고 고등학생이 될 무렵 끝냈다.
“계속 경기로 분량을 떼었으니 슬슬 인간적인 관계의 사건을 하나 터뜨려줘야지.”
그게 바로 뛰어난 축구 실력을 지닌 안지훈에게 질투가 난 선배들의 만행이었다.
여전히 고등학생 축구부에 들어서서도 안지훈은 대사 하나를 달고 살았다.
“역시 축구부에서 주는 빵과 우유가 최고지.”
축구를 시작하게 된 주된 이유인 빵과 우유.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여전히 그걸 좋아라 했다.
한데 그 좋아라 하는 빵과 우유 때문에 사건이 터졌다.
어느 날 축구부에서 나눠주는 빵과 우유가 하나 비는 일이 생겼다.
이참에 선배들은 잘됐다며 안지훈을 범인으로 몰아세웠다.
축구부에서 빵과 우유를 몰래 빼먹을 만한 녀석은 가난한 너밖에 없다면서.
당연히 건들지 않았던 안지훈은 이런 취급을 받았다 사실에 화가 나서 축구부에서 탈주한다.
이걸 위기라 생각하고 권수 마무리 장면으로 잡을까 고민했지만, 너무 사소한 장면이라 이 상태로 끝내면 괜히 고구마만 줄 것 같았다.
“비록 탈주했으나 축구가 하고 싶단 자신의 마음을 되새기는 장면으로 마무리 짓자.”
그렇게 2권도 끝내고 3권에서 나머지를 진행한 뒤 성인이 되어 안지훈이 들어간 부산 소속팀의 이름을 바꾼 뒤 거기서 뛰는 내용을 쓰기로 했다. 5권 중반까지 그곳에서의 생활을, 이후부터 7권까지 이탈리아에서의 선수 생활을.
마지막 8권으로 대망의 월드컵 이야기가 들어갔다.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이 되었던 선수들의 모든 골을 안지훈이 넣고, 내 기억상 골을 넣었던 선수들은 어시스트로 바꾸며.
어쨌거나 장르소설의 기본은 주인공이 모든 걸 다 해낼 수 있단 기대감을 주는 승승장구였으니까.
그렇게 시놉시스를 잡고, 난 다른 원고들 전부 제쳐두고 이틀간 판타지스타만 집필했다.
딱 시놉시스와 2권까지 원고를 완성하고 나선 다시금 둘째 날 만났던 것처럼 미팅을 나섰다.
오늘도 역시나 안지훈, 김수빈, 펠레치노 세 사람과 함께 만났다.
펠레치노 역시 한글을 읽을 줄 알기에 세 사람 모두에게 원고를 보여줬다.
다들 감탄했다.
“오, 미스터 안의 학생 시절이 참 감동적인 소년의 이야기 같군요. 그리고 월드컵 4강이라니. 이대로만 되면 내가 평생 미스터 안의 에이전트를 할 겁니다.”
“그러게요. 부대표님에게 잘나가는 작가님이라고 듣긴 했지만, 정말 흥미진진하게 잘 쓰시는군요. 게다가 대한민국 본선 최초 본선 진출도 모자라 4강 신화라니. 저도 이 모습을 실제로 보고 싶군요.”
펠레치노와 김수빈의 칭찬.
하지만 그들보다도 난 주인공이 된 안지훈의 반응이 제일 궁금했다.
이왕이면 그가 많이 좋아하길 바라며.
하지만 앞서 칭찬하는 두 사람과 다르게 안지훈의 표정은 묘하다.
납득할 수 없다는 얼굴.
“무슨 문제 있습니까?”
“아니, 재밌긴 한데요. 거의 모든 경기에 다른 사람들이 넣었던 골들도 내가 다 넣은 것처럼 된 게 너무 말도 안 돼서 말이죠. 제가 설명해 준 걸 잘못 들으셨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아아, 무슨 이야기인지 대충 알겠다.
안지훈에게 난 확실히 쐐기를 박았다.
“소설이란 현실에서 상상하는 이야기를 허구적으로 표현해내는 문학이죠. 때문에 이 작품은 잘못된 점이 하나도 없어요.”
“아아…….”
뒤늦게 소설이라고 하니 작품을 이해하는 듯한 표정.
하지만 거기서 난 멈추지 않았다.
“안지훈 선수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그대로 쓸 거라면 오히려 제가 돈을 받아야겠죠. 안지훈 선수 생활을 지켜본 화자의 수필이거나 아니면 제가 대신 써주는 자서전이 될 테니까요.”
판타지스타는 수필이나 자서전이 아니다.
엄연히 내 소설이었다.
그리고 난 안지훈이라는 안타까운 스타를 주인공으로서 쓰기 위해 모델료까지 지불했고 말이다.
나중에 책이 나가고 그가 모델로 서줄 걸 감안하면서 몇천만 원이나 되는 계약금도 아끼지 않고 쏟아부었다.
그러니 더더욱 내 소설에선 안지훈 선수가 빛이 나야만 했다.
어쨌거나 내가 쓰는 이 작품에 대해선 아무런 토를 달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내가 뭐하는 사람인지 되새겨 주며.
“전 소설을 쓰는 작가입니다.”
거기서 안지훈이 뒤늦게 소설의 개념을 깨닫곤 방금 본 판타지스타에 대해 재평가했다.
“아아, 생각해 보니 소설이었죠. 그냥 소설로서 보자면 저도 펠레치노 씨나 김 변호사님과 마찬가지로 재밌게 봤습니다. 단지 지금까지 쓴 글이나 나중에 쓴다고 한 글들을 보면서 저도 그렇게 되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보니 이준경 작가님께서 쓰신 앞부분이 좀 더 저와 같길 바랐던 것 같아요.”
무슨 이야기인지 알 것 같았다.
그런 안지훈에게 난 씨익 웃으며 말했다.
“그럼 제가 보여준 시놉시스처럼 월드컵 땐 골을 제일 많이 넣으시면 되죠.”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