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 writer! RAW novel - Chapter 81
나는 작가다 081화
81화
-LT노벨 이경수 팀장.
다원 출판사 라이트노벨 브랜드 LT노벨의 팀장 이경수였다.
갑자기 그가 왜 전화를 했나 싶었는데, 휴대폰에 적힌 날짜를 보곤 얼추 감이 잡혔다.
“아, 드디어 블레이어즈와 마법사 이안의 판매 부수가 나온 건가?”
무슨 의도로 전화를 한 건지 눈치챈 난 이경수의 전화를 받았다.
“예, 받았습니다.”
“작가님, 잘 계셨습니까?”
“오늘 이탈리아 갔다가 돌아와서 여독을 풀려고 누워 있습니다.”
지금 상태를 이야기하자 이경수가 미안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런! 제가 귀찮게 해드렸군요. 나중에 다시 전화 드릴까요?”
“아뇨, 간단한 통화 정도라면 괜찮습니다.”
“다행이군요!”
“아마도 블레이어즈랑 마법사 이안의 판매 부수가 나와서 전화하신 거겠죠?”
후딱 통화를 마치고 쉬기 위해서 난 본론부터 꺼냈다.
대놓고 통화의 주제를 말하자 이경수가 괜스레 날 치켜세웠다.
“오! 돗자리 까셔도 되시겠군요!”
“돗자리는 무슨요. 이 팀장님이 저한테 하실 전화가 그것 말곤 없잖습니까?”
“그럼 진짜 돗자리 까셔도 될지, 말지 한 번 판매 부수를 맞춰 보시겠습니까?”
얼마나 팔렸는지 맞춰 보라니.
나중에 생긴 트리노벨에서 팔던 라이트노벨 중 상위권이라 할 수 있는 부수를 언급해 봤다.
“만 부요?”
“그 정도만 팔렸어도 정말 소원이 없었겠습니다.”
“예?”
그것도 안 팔렸다고?
나름 이름 있는 라이트노벨들인데?
만 부도 안 팔렸단 말에 내가 당황하자 이경수는 민망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하, 그래도 예전에 2천 부 정도 팔렸던 것보단 잘 팔렸습니다.”
블레이어즈와 마법사 이안은 사실 21세기가 오기 전에 다원 출판사에서 냈던 작품들이었다.
한데 그때 출간 부수가 2천 부라니.
아, 말이 되긴 했다. 그러니 접고서 다시 브랜드를 파고 복간했으리라.
과연 복간한 지금은 몇 부나 팔렸을 런지.
“그래서 이번엔 얼마나 파셨습니까?”
“블레이어즈의 경우 6천 부, 마법사 이안과 로보패닉은 4천 부를 좀 넘겼습니다.”
“예?”
그 이야기를 듣고 난 순간 당황했다.
황당해하는 내게 이경수가 물었다.
“음? 무슨 문제 있으십니까?”
“아, 아닙니다.”
문제가 있다마다.
내가 알기로 지금 이경수가 말한 것보다도 더욱 많이 팔렸던 작품들이었다.
다들 국내 판매 부수가 몇만 부는 되던 작품들이다.
한데 어째서 이리 적은 부수가 팔렸나 싶었는데, 문득 한 가지 경우의 수가 떠올랐다.
대한민국 삼 대 판타지 작가라고 불렸던 이들의 출간 부수는 정말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한데 그들 역시 처음부터 그리 팔린 게 아니었다.
적당한 부수가 팔리고 입소문을 타고 타면서 늘어났다.
아마도 이 작품들 역시 그렇게 천천히 대박을 치는가 싶었다.
어쨌거나 이 정도 부수라면 LT노벨 측에서 내게 제시할 부수를 예상해 봤다.
“그럼 저랑 계약할 부수는 5천 부 정도겠네요.”
“정확하시네요.”
5천 부라, 생각보다 이거 아깝다.
그냥 내 이름 걸고 내면 만 부도 거뜬할 텐데.
근거 있는 자신감이었다.
이미 팬덤이 만 명 이상 구축됐으니까.
세 번째 출간작인 은퇴한 소드마스터의 식당마저 만 부 이상 주문이 들어왔던 걸 감안하면.
황제 로키와 드래곤 나이트로 인해 이제 내 이름 ‘이준경’을 거의 브랜드나 다름없었다.
믿고 보는 작가.
거기서 난 계산을 때린 뒤 이경수에게 말했다.
“만약 제가 만 부 이상 팔면 어떨 것 같습니까?”
“예?”
“만 부 이상 팔 테니 제가 원하는 인센티브 조건을 추가해도 되겠습니까?”
“인센티브 조건이라고 하시면 어떤……?”
“5천 부를 넘기고 6천 부 이상부턴 천 부당 2%씩 붙여주시죠.”
예전에 푸른숲 출판사 김두식이 막 던졌다가 호되게 당했던 조건부.
이렇게 한 이유는 간단했다.
정말로 내가 만 부 이상 팔게 된다면 붙게 될 퍼센티지는 최소 8% 이상.
그럼 16% 이상의 퍼센티지가 붙게 됐다.
아마 이 정도까진 출판사에서 커버가 가능할 거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일러도 없고 표지만 딸랑 있는 8천 원짜리 소비자가로 파는 판타지 소설 이야기였다.
그 반값에다가 일러스트까지 들어가는 라이트노벨인 걸 감안하면 16%도 꽤나 셀 거다.
더욱이 여기서 2천 부만 더 붙어도 20%.
어차피 라이트노벨은 단권으로 옴니버스식처럼 나가니 딱 첫 권만 팔고서 안 되겠다 싶으면 인세 비율을 낮추는 대신 저작권을 가져와도 무방했다.
만약 그대로 가겠다고 한다면야 계속 내면 그만이었고 말이다.
당연히 방금 전 내가 내건 조건을 이경수가 받아야 한다는 전제가 깔렸지만 말이다.
이경수는 방금 언급한 조건에 대해 의사를 밝혔다.
“음, 그건 회의를 해봐야 알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회의하고 연락주세요.”
“예, 다음 주 월요일에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그러시죠.”
통화를 마친 뒤 휴대폰을 보며 말했다.
“역시 부담되는 조건이지?”
뭐, 월요일이 되면 결정이 날 터.
일단 오늘은 쉬어야겠다.
여독을 풀기 위해서.
* * *
토요일은 푹 잤고, 일요일은 설아와의 필극으로 하루 쉬어 버린 원고까지 몰아서 완성시켰다. 그리고 월요일이 다가와서 오전에 운동을 갔다 온 뒤 원고를 쓸 때였다.
또로롱.
전화가 왔다.
이경수였다.
“예, 팀장님.”
“2%는 무리고 1% 정돈 고려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라…….”
5천 부, 8%에서 만 부가 될 겨우 13%였다.
확실히 출판사 입장에선 마지노선으로 잡을 만한 수치였다.
여전히 일러스트나 소비자가를 생각하면 꽤 부담이 가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이 정도면 나쁘지 않았다.
“좋습니다. 계약하시죠.”
조건을 받아들이자 이경수가 반겼다.
“오, 언제쯤 뵐 수 있을까요?”
“전 백수니까 언제든 프리합니다.”
“하하, 그러시군요. 그럼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오늘 저녁에 뵐까요?”
“그러셔도 되고요.”
오늘 저녁이 괜찮다고 하니 이경수가 장소를 물었다.
“어디서 뵈면 될까요?”
“청담역에서 뵙죠.”
“그럼 거기 근처서 저녁식사나 같이하시죠.”
“알겠습니다.”
“예, 그럼 이따 6시쯤 도착하면 되겠습니까? 6시 이후에 가려면 워낙에 길이 막혀서 말이죠.”
길이 막힌다라, 혹여나 차를 끌고 오나 싶었다.
“차를 끌고 오시나요?”
“예.”
그렇다면 굳이 번잡하게 역 근처가 아니라 우리 집 건물에서 보기로 했다.
“그럼 제가 주소를 보내드릴 테니 거기 주차장에 대시죠. 아직 제 차가 오지 않아서 주차장이 비니까요.”
“오! 그럼 저야 좋지요.”
“그럼 주소 보내드릴 테니 그쪽으로 인터폰 하십시오.”
“예.”
이경수와의 통화를 마친 뒤 문자로 주소와 몇 호인지 알려줬다. 거기에 이따 뵙겠다는 답장이 왔다.
거기서 난 용사무적에다가 브랜드를 붙이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사이월드 홈피에 두 가지 소식을 전했다.
오늘 계약할 용사무적과 신작 판타지스타에 관한 소식이었다. 물론, 사이월드뿐만 아니라 각 연재 사이트에 인터넷에서 볼 수 있는 분량을 남겨둔 작품 게시판들과 용사무적 작품게시판에다가도 공지를 올렸다.
사실 만선이 작가 이준경인 내 작품이었고, 라이트노벨이란 생소한 장르에 대한 도전이었다고.
거기에 대해서 실시간으로 댓글들이 우르르 달렸다.
독자들은 하나같이 칭찬을 해댔다.
-와, 미쳤다. 용사무적도 작가님 글이었다고요?
-대박! 라이트노벨까지 섭렵한 작가님!
-판타지스타? 이거 축구물이라는데 재밌겠다!
-안지훈 선수랑 계약해서 주인공으로 쓰신다고요? 와, 쩐다.
…….
하나 같이 호평뿐.
꽤나 흡족한 미소로 반응을 본 뒤 약속 시간까지 원고에 집중했다.
오늘 점심은 이탈리아에서 돌아오며 사온 재료들이 있었는데, 그걸로 집에서 라자냐를 만들어서 올릴 생각이었다.
글 쓰는 미식가가 아닌 글 쓰는 자취생이 되어서.
기러기 아빠 시절, 혼자 사는 적막한 집의 분위기를 쇄신할 겸 ‘냉장고를 털어줘’ 등 각종 쿡방들을 보며 이런저런 요리들에 도전했었다.
결국 혼자 먹고 설거지하면서 현자타임이 오긴 했지만, 그래도 맨날 인스턴트나 패스트푸드만 먹던 삶보단 왠지 풍요로운 느낌이랄까?
덕분에 엔간한 요리는 다 할 줄 알았다.
단지 맛집 탐방 포스팅으로 열심히 수필을 써보려고 하다 보니 글 쓰는 미식가에 집중하느라 맨날 나가서 먹었던 거다.
솔직히 돈이 충분하니 나가서 먹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일단 치워야 한다는 귀찮은 행위를 덜어낼 수 있으며, 혼자라는 걸 덜 느낄 수 있었으니까.
혼자서 술집, 고깃집 등 잘 다녔으니 홀로 가게에 들어가는 건 외로움을 느낀 적이 없다.
차라리 가게의 주변 테이블에서 시끌벅적하니 먹으면 오히려 생기가 돌았다.
혼자 사는 입장에선.
어쨌거나 오전 작업을 끝내고, 라자냐를 만들어서 사이월드 홈피에 찍어 올렸다.
이 또한 반응이 뜨거웠다.
-와, 맨날 나가서 드시길래 요리라곤 전혀 못하실 줄 알았는데!
-작가님한테 시집가고 싶어요!
-작가님, 내 거거든?
-저도 해주세요!
…….
맨날 나가서 먹는 사진만 찍으니 요리를 직접 할 줄 안다는 것도 꽤나 흥미로웠나 보다.
하루에 여러 차례 내 팬들의 칭찬만 들으니 기분이 좋았다.
기쁜 마음으로 오후 작업에 들어갔다.
그러고 나니 어느덧 6시.
인터폰이 울렸다.
띵동.
바로 집 앞 현관이 아니라 1층에 있는 주차장으로 진입하기 위한 바리게이트 쪽 인터폰이었다.
-작가님, 도착했습니다.
“예, 열어드릴 테니 아까 알려드린 자리에 주차하세요. 내려가겠습니다.”
-예.
대화를 마치고 인터폰을 끈 뒤 1층으로 내려갔다.
건물 1층은 주차장으로 쓰였는데, 각 호실마다 정해진 주차구역이 있었다.
내 집에 배정된 주차 구역을 보니 검은 승용차 한 대가 주차하는 게 보였다.
그쪽으로 다가가자 주차를 마친 검은 승용차에서 한 사내가 내렸다.
아마도 그가 이경수 팀장이리라.
“오, 작가님이신가요?”
“예.”
“이야! 작가님이 아니라 배우님이라고 해도 믿겠는데요?”
날 보고 감탄하면서 칭찬하는 이경수.
배우 같다라, 기분은 좋다.
“칭찬 감사합니다. 그럼 일단 저녁부터 드시러 가실까요?”
“좋죠. 뭐, 드시고 싶은 거 있으신가요?”
“그냥 근처에서 간단히 순대국이나 먹을까요?”
“어, 저야 좋긴 한데…….”
“음?”
“아, 작가님이 너무 잘생기셔서 왠지 순대국 먹는 이미지가 아니신 것 같아서 말이죠.”
“칭찬도 계속 되면 칭찬처럼 안 들립니다, 후후.”
“그럼 가시죠!”
“예.”
그렇게 이경수와 순대국을 먹으러 갔다.
간단하게 소주로 약주도 한 뒤 근처 카페로 가서 계약을 진행했다.
계약서를 한 번 쭉 훑어봤다.
마지막으로 추가 조항까지.
천 부 증쇄시 1%의 인센티브.
“계약서는 이야기한 대로네요.”
“그렇죠? 그럼 진행하실까요?”
손을 내밀며 계약 진행에 박차를 가하려는 이경수.
그에게 난 할 말이 있다는 듯이 손바닥을 내밀어 보였다.
“아, 잠시만요.”
“음?”
갑자기 왜 그러냐는 표정이다.
거기에다 대고 할 말이 뭔지 밝혔다.
“필명은 좀 바꿀까 하는데요.”
“예? 만선이 아니라 다른 필명을 쓰시게요?”
“어떤……?”
“‘이준경’으로 쓰려고 합니다.”
출간시 쓸 필명이 뭔지 밝히자 이경수가 읊조리더니 경악한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이준경…… 뭐, 뭐라고요?!”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