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 writer! RAW novel - Chapter 84
나는 작가다 084화
84화
“현재 제가 쓴 원고로는 여덟 권짜리니까 총 네 권 분량의 장편 소설이 되겠군요. 권당 총매출은 10억이 되겠고요?”
소비자 정가로 초판 부수가 모두 팔릴 시 총매출 10억.
여기저기 떼어주면 칠리아노 출판사의 매출은 반 이하겠지만, 일단 내 인세를 계산할 땐 소비자 정가로 된 총매출로 봐야 했다.
칠리아노 출판사의 사장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렇습니다. 기본적으로 소비자 정가인 2만 원 중 유통에서 45%, 제작과 보관에서 15%가 사라지고 번역비 5%까지 치면 출판사에 남는 순익은 35%입니다. 이중 또 5%는 타국의 작품을 파는 것이기 때문에 국가에서 가져가죠.”
“그럼 한 부당 출판사에 남는 순수익은 6천 원 정도란 거네요.”
“맞습니다. 여기서 그중 2천 원은 작가님 몫이죠.”
소비자 정가 2만 원 중 2천 원.
계약서상 내가 가져갈 인세의 범위를 잡았다.
“소비자 정가의 10%라고 보면 되겠군요.”
“그렇죠.”
“그럼 보장금이나 증쇄의 경우 인센티브는요?”
“보장금은 초판 그대로 갑니다.”
“예? 그럼 1억인데요?”
권당 보장금 1억이라니.
두 권씩 분량을 넣는 걸 감안하면 권당 5천씩 버는 격
꽤 세게 나온다.
하지만 초판으로 보장금을 주는 대신 인센티브가 그리 파격적이진 않았다.
“예, 1억을 드립니다. 대신 증쇄에 관한 인센티브는 추가 5만 부까진 없습니다. 이건 저희가 막상 찍었을 때 쫄딱 망할 경우 안 팔릴 경우 감수할 피해에 관한 기준입니다. 대신 10만 부가 넘어가시면 50만 부까지는 11%, 이후 50만 부가 추가로 늘어날 때마다 1%가 붙습니다. 그리고 500만 부부턴 무조건 20%입니다. 저희도 먹고살아야 하니까요.”
“많이 빡세네요. 인센티브를 받으려면 열 배나 증쇄해야 한다니.”
“그리 어렵진 않습니다. 첫 증쇄가 어렵지, 증쇄만 시작하면 너도 나도 사가니까요.”
“그래요?”
“한국은 어떨지 몰라도 이탈리아에서 독서는 꽤 중요합니다. 다들 읽는 책을 보지 않으면 식사 자리에서 대화가 이뤄지지 않긴 때문이죠.”
첫 증쇄만 하게 되면 이후는 알아서 2쇄고, 3쇄고 한단 소리였다.
마치 우리나라 3대, 아니, 이제 4대 판타지 작가의 작품들처럼.
한국에선 판타지에 입문한 독자들이 찾는다면 이탈라아에서는 국민들이 식사 자리의 대화 주제로 삼기 위해서 다들 볼 수밖에 없단 것.
내 입장에선 이 계약을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좋습니다. 그럼 계약하죠. 대신 제가 바로 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바로 할 수 없다?”
좋다고 했으니 진행하면 될 계약을 바로 하지 못한다고 하자 칠리아노 보스가 그건 무슨 소리냐며 쳐다봤다.
내 명함을 한 장 꺼내서 같이 일하게 될 칠리아노 출판사 사장에게 건넸다.
“어디까지나 전 K E&M 소속이다 보니 제 작품을 번역 및 유통하시려면 그곳과 이야기를 나누셔야 합니다.”
“그렇군요.”
“예, 계약서를 제게 보내주시면 회사 쪽으로 넘긴 뒤 답변드리겠습니다.”
거기서 칠리아노 보스가 끼어들었다.
“어쨌거나 계약은 한다는 거지?”
“예, 할 겁니다.”
“좋아, 조야.”
“예, 보스.”
“그거 줘라.”
“예.”
‘조’라고 불린 한국계 조직원이 내쪽으로 서류가방 하나를 들이밀었다.
대관절 안에는 뭐가 들은 건지 의아해할 무렵 조가 서류가방을 개봉했다.
“응?”
안에는 달러가 잔뜩 들어 있었다.
“보장금으로 미리 준비해 둔 50만 달러네.”
5억을 현찰로 건네주려고 하는 칠리아노 보스.
그에게 난 난감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제 인세는 계약하고 나면 회사에 지불해서 나눠야 할 돈인데요?”
“귀찮게 내가 그것까지 신경 써야 하는가? 나누고 자시고는 알아서 하고, 이왕 내가 선심 써서 내줄 때 가져가게. 세탁된 현찰 50만 달러인데 설마 싫단 건 아니겠지?”
“어어…….”
그냥 돈이면 모르겠는데, 세탁된 현찰이란다.
내 생애 이런 돈을 받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세탁된 현찰.
즉, 세금에 구애받지 않고 쓸 수 있는 돈이란 소리였다.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그냥 내가 꿀꺽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어차피 K E&M의 모든 자금은 내 주머니에서 나왔으니 이 정도 금액 먹는 건 별탈도 없었다.
김 변호사 역시 이 돈을 포기하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는지 내가 받아가길 추천했다.
“그냥 받으시죠, 작가님.”
세탁된 현찰 50만 달러. 즉, 5억을 받자니 난 걱정이 하나 있었다.
“이거 갖고 들어가면 큰일 나지 않을까요?”
그냥 갖고 귀국을 하건, 아니면 통장에 넣건 세무적으로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김 변호사는 내게 그런 걱정일랑 붙들어 매란다.
“방법은 제가 알려드릴 테니 일단 받으십쇼.”
그리 말한다면 받아주는 게 인지상정.
단, 그 전에 한 가지 확인할 게 필요했다.
“근데 제가 쓴 원고의 보장금이라고 쳐도 10만 달러가 더 많은데요?”
그랬다.
방금 전 계약 내용대로라면 내가 받아야 할 보장금은 4억. 즉, 40만 달러여야 맞았다.
한데 지금 서류가방에 든 돈은 50만 달러.
정해졌던 보장금보다 1억이 더 들어 있단 소리였다.
김 변호사가 이탈리아어로 어째서 1억이 더 많은지 물었고, 칠리아노 보스의 대답을 듣곤 내게 곧장 통역해 줬다.
“약속을 지키지 않은 데에 대한 대가랍니다.”
“어이쿠야, 대충 사과하고 끝내시려는 줄 알았더니 이거 참 높으신 분답게 사과하시네요.”
솔직히 칠리아노 보스라면 왠지 미안하단 한마디로 끝낼 수도 있다고 생각했었다.
근데 전혀 예상지도 못하게 내게 1억이란 금액으로 사과한 것이다.
아니, 1억뿐만 아니라 세탁된 걸 감안하면 칠리아노 보스에겐 큰돈이 아닐지 몰라도 내 입장에선 엄청나게 큰 금액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어쨌거나 준다고 하니 받아야지.
“그럼 감사히 받겠습니다.”
내 앞에 있는 서류가방을 닫은 채 챙겼다.
세무에 걸리지 않을 깔끔한 현찰 50만 달러를.
***
칠리아노 보스와 출판사 사장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눈 뒤 난 김 변호사와 함께 숙소로 돌아왔다.
이왕지사 이탈리아로 온 김에 며칠 머물다 돌아갈 생각으로.
그전에 김 변호사와 둘이 조용한 바 구석에 자리를 잡은 뒤 아까 받은 돈을 어찌할지 이야기했다.
“50만 달러면 적은 돈도 아닌데, 이걸 어떻게 처리하는 게 가장 좋겠습니까?”
“제일 좋은 방법은 이미 작가님도 알고 계실 겁니다. 제가 이미 설명을 드렸던 바가 있으니까요.”
김 변호사가 내게 이미 설명한 적이 있단다.
세탁된 돈에 대해서?
아니다, 그건 아까 칠리아노 보스를 만나서 갑자기 얻게 된 물건이다.
그렇다면 세무에 관해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단 소리.
‘세무라……. 아!’
세금과 관련해서 떠올린 난 한 가지 단어가 떠올랐다.
‘케이만 군도!’
조세 피난처로 쓰이는 지역의 이름이었다.
블랙마켓을 소개받으면서 들었던 이름이기도 했다.
거기까지 떠올린 난 김 변호사에게 내가 생각하는 바가 맞는지 확인했다.
“블랙마켓에서 쓰라고요?”
“맞습니다. 어디다가 쓰시건, 도박으로 다 잃지만 않으면 손해 보실 일은 없을 겁니다. 뭐, 도박으로 따면 어련히 블랙마켓에서 무식한 세금 떼일 일 없이 자금 전달을 잘해줄 겁니다.”
결론은 경매를 하건, 도박을 하건 블랙마켓에서 현찰 50만 달러를 쓰란 소리였다.
문득 그걸 생각하니 스포츠 도박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블랙마켓에서 월드컵을 가지고도 도박 하나요?”
“예, 지금부터 배팅들 하고 계십니다.”
“흠, 거기다가 싹 넣어버릴까?”
“……우승팀을 한국팀으로 하시려고요?”
“에이, 우승이야 브라질이 하겠죠. 설마 우승팀 정하는 종목 밖에 없는 건가요?”
“뭐, 경기마다 거는 종목으로 가시려고요? 점수 맞추기라던가?”
“네, 그런 걸로 하고 싶은데요.”
“있긴 하죠. 근데 지금 시기에 하면 배팅율은 높아도 아무도 하진 않으려고 하죠. 확실한 정보를 체크하기 어려우니 말입니다. 그나마 방금 작가님께서 이야기하신 것처럼 월드컵 우승은 누가 뭐래도 브라질이란 생각으로 미리 거신 분들이 계시긴 한데…….”
“너무 많이 걸어서 배당이 그리 높지 않겠네요.”
“그렇죠.”
“만약 지금 거셔서 작가님이 월드컵 진출을 한국팀 위주로 쓰시고, 점수까지 얼추 맞아떨어지게 쓰신다면 못해도 천 배 이상 버실 걸요?”
5억에다가 천 배, 5천억.
항상 작가들 작품 연재를 시작시키고, 회귀물들 댓글을 보면 독자들이 그리 말하더라.
미래를 아는데 도박이나 주식하면 어마어마하게 돈을 벌 텐데 왜 안 하냐고.
거기에 대해선 주된 이유가 있었다.
회귀물마다 주인공에게 정해둔 형식과 패턴이 존재했다.
예를 들자면 전문가물이다.
굳이 하나 꽂자면 요리사물이 있다고 치자.
그럼 요리를 해서 성장하고 돈을 많이 벌어야 대리만족이 되지 않겠는가?
요리는 하다 말고 갑자기 얘가 도박하러 가면 이상하리라.
근데 그건 소설 이야기고, 난 현실이니 이 기회를 놓칠 생각은 없었다.
막 써도 탈 없는 현찰과 배당금 제한이 없는 도박장인 블랙마켓.
딱 맞아떨어지는 돈벌이 수단이 있는데 외면하는 것만큼 호구도 없을 테니까.
“어떻게 하면 되는 거죠?”
“따라오시죠.”
김 변호사의 안내에 따라 움직였다.
웬 종이가 있었고, 거기에 한 팀을 정한 뒤 쭉 예상 가는 성적을 적으면 됐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꽤 많은 사람들이 뇌리 속에 각인됐을 2002년 월드컵.
뿐만 아니다.
회귀물 쓰는 작가들마다 2002년 이전이나 그 시기로 가면 꼭 넣다 보니 내 머릿속에는 월드컵 성적이 전부 들어있었다.
한국의 3, 4위전까지 쓰고 나니 결승전이 비었는데, 거기다가도 예상가는 팀을 적으면 배당금이 더 높아진다고 했다.
1위 브라질, 2위 독일, 3위 터키, 4위 우리나라.
작성을 끝낸 표를 본 김 변호사가 걱정스레 쳐다봤다.
“정말 이런 식으로 적어도 되시겠습니까? 그나마 브라질 우승은 유력하니 배팅금에서 조금은 남으시겠지만…….”
여전히 대한민국 월드컵 4강이란 걸 받아들이지 못하는 김 변호사.
백문이불여일견이라.
나중에 월드컵이 시작되고 나면 깨닫겠지.
‘아! 이준경 작가님이 배팅하실 때 저도 따라서 할걸!’ 하면서 후회하며.
안타깝게 여기건, 말건 난 거기다가 올인했다.
칠리아노 보스가 건네준 세탁된 50만 달러 전부를.
도박에 성공하면 블랙마켓에서 10% 수수료를 뗀 다음 마음껏 쓸 수 있는 블랙 카드로 만들어서 준다고 했으니 기대됐다.
‘아, 얼른 월드컵이 찾아왔으면.’
이후 난 김 변호사와 함께 이탈리아에서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안지훈 선수와 잠깐 만났다.
갑자기 유로파를 뛰게 된 덕분에 시간적 여유가 사라졌기에 간단하게 차 한 잔만 하고 헤어졌다.
이후 한국으로 돌아온 뒤 성용 형님과 철이에게 이탈리아에서 있던 일을 설명했다.
거기서 성용 형님이 말하길.
“어차피 내가 그쪽 관리는 어려울 것 같으니 네가 알아서 해. 난 도장만 찍어줄 테니까. 그리고 철이 이야기를 들어보니 잘 되면 네가 풍족해지겠네. 그럼 잘됐지.”
“응? 뭐가요?”
“작가가 풍족해야 작품도 잘 나오니까.”
“아아, 그렇긴 하죠.”
작가가 풍족해야 작품도 잘 나온다.
맞다.
쓰는 사람이 여유로워야 작품도 여유로움이 존재했다. 반면 작가가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작품을 집필하면 반대로 읽는 독자도 불편하게 받아들여졌다.
때문에 내 풍족함은 작품의 풍요로움이 될 것이고, 작품의 풍요로움은 독자에게 편안한 재미를 주리라.
인정한다는 내 반응에 성용 형님은 차기작을 재촉했다.
“고로 얼른 은퇴한 소드마스터의 식당도 끝내고 신작 하나 더 쓰자. 은퇴한 소드마스터의 식당이랑 네가 연재 시작한 판타지스타 덕분에 꽤 많은 작가들이 우리랑 계약하고 싶다더라.”
“데려올 만한 작가들은 좀 있었어요?”
“꽤 있긴 한데, 네가 그랬잖아. 원고랑 담당자들이 체크한 자료를 보여 달라고.”
“그랬죠.”
“네가 이탈리아 계속 왔다 갔다 하는 동안 이렇게 모아놨으니 다 봐봐.”
회의실에 들어올 때 성용 형님이 웬 커다란 A4 용지 박스를 가져왔나 싶었더니 그게 전부 원고였던 것이다.
순간 봐야 할 원고 분량을 본 난 할 말이 없어졌다.
“…….”
조용해진 내게 성용 형님이 씨익 웃었다.
“잘 부탁드립니다, 대.표.작.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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