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 writer! RAW novel - Chapter 91
나는 작가다 091화
91화
김도빈이 인터뷰 중 했던 대사에다가 내 이름을 갖다 붙인 기사 제목.
내용은 요약하면 ‘저희 부모님께서 빠르게 따뜻한 집에서 머물 수 있도록 도와주신 이준경 작가님을 한 번 뵙고 싶군요. 은인이라 생각하고 요새 바빠 등한시한 독서를 해볼까 합니다, 이준경 작가님 작품으로요’였다.
“출세했네, 내 작품을 김도빈도 다 보고.”
SNS가 한참 발달하던 시기라면 베스트셀러가 뜰 경우 연예인들이 스마트한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해 책을 인증하곤 했다.
하지만 지금 페이스노트나 인스타미터 같은 SNS가 없었다.
굳이 연예인들이 무슨 책을 읽는다고 말한다면 예능 프로그램에서 아주 잠깐 정도랄까?
그나마 물음표가 인기리 방영되는 지금이니 종종 MBS의 예능 프로그램이나 토크쇼에서 언급이 살짝 될 정도뿐이었다.
한데 김도빈이 기자들에게 자기보다 먼저 나서서 부모님이 머물 곳을 원조한 내게 고마워하며 책까지 읽어보겠다고 했으니 말 다 했지.
문득 김도빈을 떠올린 난 신작에 대한 고민마저 해결됐다.
“그러고 보니 전문가물 중에서 배우물이나 연예계물이 꽤 잘나가긴 했었지.”
어디까지나 유료연재 시장이 열릴 무렵 십이십 대였던 독자들이 삼사십 대가 되며 사회에 찌들어 상상의 세계가 아닌 현실에서의 대리만족을 요구하는 수치가 높아지던 시기의 이야기이긴 했다.
아직 유료연재 시장에서 현대물에 대리만족을 느낄 독자들은 십이십 대이기에 판타지 세계가 더욱 와 닿았다.
학교나 사회란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상에서 절대자가 되는 대리만족을 꿈꾸기 위해서.
“그렇다고 지금 쓰지 않을 필요까진 없지.”
그랬다.
나중에 지금 당장 종이책 시장에선 못 팔 소재일지는 몰라도 결국 유료연재 시장이 오면 이펍 파일이나 이미지 파일로 제작한 뒤 스마트폰으로 볼 수 있게 돌리면 그만이었다.
“그리고 이런 고민 자체가 우습지.”
이제 찍으면 기본 몇십만에서 백만 부다.
그냥 ‘이준경’ 내 이름 석 자가 브랜드가 되어 버렸으니까.
게다가 회사 역시 장르독자들에게 믿고 보는 ‘K E&M’이 됐으니 지금 시장을 고려할 필요가 전혀 없단 생각이 들었다.
다시금 인터넷 기사에 박힌 김도빈의 사진을 쳐다봤다.
“흠, 배우라…….”
잠시 고민하던 찰나 난 문득 영화 한 편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애국가를 부르며’가 언제적 영화지?”
대한민국 대표 미남 배우라고 할 수 있는 김도빈과 장두준이 형제로 나오며, 6.25전쟁으로 인해 분단된 국가에서 서로 적으로 만나게 되는 대한민국 역사상 길이길이 남는 천만 관객을 넘긴 전쟁영화인 ‘애국가를 부르며’.
현대에 부르는 애국가와는 다르게 그 시절 애국가가 흘러나오면 끝났다.
과연 언제인가 싶었다.
검색을 해보니 아직 캐스팅만 하고 있으며, 촬영은 내년 초에 시작된다고 발표가 났다.
게다가 투자 지원도 받고 있단 기사가 보였다.
그걸 보기 무섭게 난 철이에게 전화했다.
“응? 무슨 일이야?”
“지금 회사에 투자할 만한 자금 얼마나 남았냐?”
“설마 또 부동산 투기하려고? 참아라, 이제 시기도 얼추 지나서 더 해봐야 손해만 볼 거야. 게다가 네가 말했던 금액도 겨우 투자 가치가 있는 곳들로 맞춰서 더 이상 살 데가 없다. 그나마 남은 곳들은 아무것도 없는 평창이나 사고 말이야.”
최근에 천억을 들여서 강원도 지역 부동산 및 토지 투기를 했었다.
비업무용 부동산이었으나 태풍 루사로 피해 입은 이들에게 원조하는 형식으로.
사실 그때 철이는 대기업들도 10~50억 정도만 했는데, 너무 큰 액수를 한 게 아니냐고 말렸다.
하지만 그 금액을 쓰면서 세금도 아끼고, 기업 이미지도 높였으니 나쁘지 않은 결과를 봐서 철이도 더 이상 이야기하진 않았다.
근데 갑자기 내가 또 투자를 한다고 하니 뒤늦게 강원도 어딘가 꽂혀서 산다고 여긴 것 같았다.
이번엔 부동산 투자가 아니란 걸 밝혔다.
“아니, 이제 그쪽은 됐고. 영화나 하나 투자해 보려고.”
“갑자기 뭔 또 영화 투자?”
“지금 ‘애국가를 부르며’라고 영화 한 편이 기획 중인 게 있는데 그거 얼마나 투자할 수 있겠냐?”
“아서라, 이제 회사 돈 100억도 안 남았다.”
이미 출판사 기준으로 100억만 해도 엄청나게 자금이 쌓여 있는 거나 다름없었다.
단지 철이의 기준은 이번 강원도 지역에 투자하기 전 쌀인 금액과 비교하면 너무 조금 남았기에 적다고 여길 뿐.
성용 형님이나 동종업계 관계자들이 들었으면 정말 기가 찰 노릇이나 다름없었다.
100억만 해도 평생 출판사를 굴려도 남는 금액이었으니까.
어쨌거나 난 아직 회사 자금으로 100억 정도 있단 소식에 다 적당한 금액을 불렀다.
“10억만 밀어 넣자.”
사실 영화를 투자해서 어떻게 이득이 나고 뭘 하는지 몰랐지만, 현재까지 투자된 금액을 보면 10억도 충분하단 기준 정돈 세울 수 있었다.
게다가 100억 중 10억만 쓰는 거니 철이도 결사반대하듯 나오진 않을 거고.
그러나 철이는 금액이 문제가 아니라 투자하려는 게 뭔지 듣곤 반발했다.
“뭐? 지금 찾아보니까 전쟁물이던데, 뭐하러 거기다가 10억이나 넣어? 우리나라 전쟁물 수익 안 나는 거 모르냐?”
우리나라 전쟁 영화 중 제대로 성공을 이뤘다고 볼만한 영화가 없다 보니 거기다가 투자하는 걸 꽤나 낭비라고 여기는 철이.
‘자식, 이게 천만 관객을 넘길 작품이구만.’
물론, 그 사실은 과거로 돌아온 나만 알았다.
굳이 그 이야기까진 해줄 필요없었다.
단지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나만 믿으란 것뿐.
“그냥 감이 좋아서 그래. 게다가 배우 김도빈이 내 이야기도 기사로 인터뷰해 줬으니 그 정돈 투자해도 괜찮을 것 같아서.”
어째서 ‘애국가를 부르며’에다가 투자하는지 알려주자 철이가 비꼬았다.
“이야, 나도 연예인이나 할걸. 인터뷰하면 10억이 떨어지네.”
전쟁영화에 10억 투자가 정말 마음에 안 들었나 보다.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난 다소 강압적으로 밀고 나갈 수밖에 없었다.
어쨌거나 회사와 자금 그 모든 것의 주인은 나였고, 철이의 경우 거기서 월급을 타가는 봉급쟁이였다.
제아무리 친한 친구라고 하나 그런 위치가 변하진 않았다.
이제 그만 결론을 내놓으라고 했다.
“그래서 돼, 안 돼?”
“네가 굳이 하겠다면야 못할 거야 없다만…….”
여전히 10억을 낭비하는 것 같아 마음이 걸리는지 조심스레 이야기하는 철이.
그러거나 말거나 난 밀어붙였다.
“좋아, 그럼 미팅은 성용 형님에게 부탁해야겠다.”
투자금은 철이에게 준비하라고 시킨 다음 투자 미팅은 대표인 성용 형님에게 맡길까 싶었다.
그때 갑자기 철이가 날 불렀다.
“야, 준경아! 잠깐만!”
“응?”
“그거 미팅 내가 하면 안 되냐?”
“왜?”
이 녀석은 갑자기 자기가 왜 미팅을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철이는 갑자기 부정적으로 보던 영화 투자 미팅에 자신이 나가고 싶어 하는 이유가 뭔지 밝혔다.
“김은정 씨도 캐스팅됐다니까 10억 들고 가서 배우들과 함께 미팅하고 싶다 그러면 되지 않을까?”
김은정.
그녀가 누구인지 나도 잘 알았다.
몇 년 후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만들 배우였으니까.
자신의 삶을 포기한 여배우 김은정.
정말 자기만의 특색 있는 연기를 잘 보여줬었는데, 애국가를 부르며 이후 몇 번의 실패로 슬럼프에 빠져 자살했다는 기사들이 나오곤 했다.
막상 철이가 그녀의 이름을 언급하니 그 사실이 떠올랐다.
‘만약 내가 그녀를 케어한다면 안타까운 죽음을 막아낼 수 있을까?’
이내 난 고개를 가로저었다.
과거로 돌아온 뒤 이런저런 일들을 겪어봤다.
하지만 대놓고 미래를 알려줘도 바뀌지 않는 게 사람이었다.
단, 예외는 존재했다.
안지훈 선수와 2002년 월드컵 우승.
대놓고 2002년 월드컵은 4강일 거라고 알려줬음에도 불구하고 결과가 바뀌었다.
비록 나로 인한 영향력이 있긴 했겠지만, 이 운명을 뒤바꾼 건 내가 아니라 그들 스스로였다.
단지 나로 인해 생긴 영향력을 그들 스스로가 받아들이고 바뀌길 염원하다 보니 미래가 바뀔 수 있다고 봤다.
‘혹시 김은정도 그럴 수 있을까?’
잠시 고민해 봤으나 아직 본 적도 없는 여자였다.
미팅도 철이를 보내 버리면 내가 볼일은 정말 스크린 말곤 없을 테니까.
일단 김은정에 관한 건은 뒤로 미뤘다.
당장 중요한 건 나와 내 사람들이 잘되는 거니까.
방금 철이가 김은정을 보러 간다고 한 말에 나무랐다.
“야이씨, 10억을 고작 여자 연예인 보러 들고 가냐?”
철이가 거기에 대해서 자신이 낫지 않겠냐며 어필했다.
“에이, 솔직히 성용 형님보단 내가 그쪽으로는 더 잘 처리할걸?”
들어보니 그럴 것 같긴 했다.
성용 형님 같은 경우 초면에 친해지기 위한 인물 관계는 잘했지만, 철이의 경우 아버지 밑에서 이런저런 손님들과 만나서 이야기도 나누고 했으니 이런 쪽은 차라리 녀석이 나을 것 같아 보였다.
어디 한 번 맡겨볼까?
“흠, 그래. 어디 한 번 해봐라.”
“오케이, 내용만 좀 정해줘라.”
“무슨 내용?”
“투자하는 이유가 있어야 할 거 아냐? 그냥 김도빈이 인터뷰해 줘서 이준경 작가가 고맙다고 투자하는 거라고 할 순 없잖아?”
돈 관리를 하는 녀석이라 그런 지 뭔가 일처리가 확실해 보였다.
대강 철이가 그쪽과 미팅을 할 경우 뭐라고 이야기할지 정해줬다.
“그냥 적당히 둘러대. 이준경 작가가 밀리터리 쪽에 관심이 많은데, 이번 전쟁 영화가 잘됐으면 바라서 투자하기로 했다고. 그리고 투자금을 대가로 대본이랑 영화 촬영 스케줄표 좀 받아와라.”
“응? 대본이랑 영화 촬영 스케줄표는 왜?”
“그냥 영화대본은 어떤가 궁금하기도 하고, 그래도 명색이 투자자인데 스케줄 정돈 알아야 하지 않겠냐?”
전자는 맞았지만, 후자는 다른 이유가 있었다.
스케줄표를 보면 어느 시점에 엑스트라 배우들을 구하거나 하는지 알게 될 것 같아서 부탁했다.
엑스트라라도 해봐야 좀 더 배우물을 쓸 때 개연성과 현실성이 담긴 초반부로 몰입도를 높이는 게 가능할 테니까.
그렇게 난 철이에게 애국가를 부르며 측과 미팅해 보라고 시키곤 소설을 썼다.
‘이 탑의 끝을 잡고’를.
그렇게 일주일이 흘러 내 책상 위에는 대본 하나가 올라왔다.
철이가 성공적으로 투자를 하고 온 뒤 가져온 ‘애국가를 부르며’ 대본이었다.
난 그걸 밤새 쭉 훑어봤다.
소설과는 다른 형태인 대본.
은근히 이것도 읽어보니 재미가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난 읽는 재미도 재미지만, 왠지 모르게 심장이 두근거렸다.
드라마나 영화와 같은 영상물을 위한 대본.
이 매력은 딴 것보다도 결과물을 시각적으로 알 수 있단 데서 느껴졌다.
읽으면서 상상력으로 작품을 그려 나가는 소설과는 전혀 다른 매력.
밤새 재밌게 읽은 ‘애국가를 부르며’ 대본을 덮은 뒤 꽤나 흡족한 미소로 중얼거렸다.
“좋아, 신작인 배우물은 엑스트라를 뛰어본 뒤 기획하고 지금은 탑물만 쓰면서 대본을 좀 공부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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