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000)
01000 %3C프리시즌 헬조선편%3E 첨보는 듯 첨이 아닌 첨 같은 세상 =========================================================================
다급해진 정효주는 형사들을 닦달했다.
“체포 영장 있어요? 없죠? 영장도 없이 체포하러 왔죠?”
“여기 있습니다. 이제 순순히 따라 오십시오.”
형사가 험악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정효주는 낭패라는 표정을 지었고, 유지웅은 결의에 찬 눈빛으로 그녀를 보았다.
“효주야, 선택의 시간이야.”
“……미안해. 하루 이틀만 고생하고 있어 봐.”
“효, 효주야! 너 내가 헬조선의 더러운 공권력이 부린 농간에 휘말려 빛도 안 들어오는 지하 구치소에 갇혀 물고문이나 당해도 좋다는 거야?”
“고문당해도 끄떡없잖아. 그리고 난 니가 폭주하는 게 더 무서워.”
“효, 효주야아!”
결국 유지웅은 형사들에게 잡혀서 끌려갔다.
‘진짜 미안해.’
정효주는 진심으로 그에게 사과했다.
힘으로 해결하는 것은 너무 쉽다. 지금도 그 유혹이 달콤하게 귓가에 속삭인다. 나를 써, 나를 써서 모두를 짓밟아, 라고.
그러나 유지웅이 희대의 테러범으로 악명을 날린 시간을 기억하는 정효주는 차마 그의 봉인을 해제할 수 없었다. 그랬다가 그가 어디까지 튈지, 폭주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녀는 팔을 걷어붙였다.
* * *
GCS 홈페이지에 공지사항이 올라왔다.
「고객 여러분, 안녕하세요? 다름이 아니라 근래 GCS 추가 판매가 늦어지고 있는 이유에 관해서 해명하고자 합니다.
화장품계의 대기업, 주식회사 델지생활건강에서 저희 GCS를 뺏기 위해 국세청, 경찰청 등 정부기관에 로비를 하고, 갖가지 음모를 이행 중입니다. 그 음모에 휘말려 저희 GCS의 유지웅 공동사장이 현재 체포 된 상황입니다.
해서 저희 GCS는 이 상황이 해결되기 전까지 GCS 판매를 무기한 중지할 것이며, 재벌들의 수탈을 피해 본사의 해외 이전을 준비 중임을 알려드립니다.」
대놓고 올라온 델지그룹 저격글에 SNS는 난리가 났다. 모 대기업이라고 칭한 것도 아니고, 구체적인 회사명까지 거론을 했으니 일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진 것이다.
―이게 뭐야? 델지그룹에서 GCS를 꿀꺽하려고 했다고?
―와, 헬조선 대기업 클라스 역시 지림. 어디 가지 않네.
―GCS 사장이 구속까지 됐다잖아. 신생업체가 부가세 안 냈다고 세무조사 나오는 건 대체 어느 뇌물 먹은 공무원임?
―신생업체라 해도 부가세는 내야지.
―이 멍청아. 신생업체는 내년 1월에 내면 된다고. 그걸 국세청 직원이 모른다는 게 말이 되냐? 딱 봐도 뭐 걸릴 게 없나 찔러 본 것에 GCS 사장이 겁먹고 덜컥 넘어간 거잖아.
―그럼 겁을 먹을 만한 짓을 했노.
―ㄴ 윗글 보소. 캬, 역시 헬조선 국민답네.
―ㄴㄴ저거 최소 델지 직원.
앞으로 벌어질 델지와 GCS간의 공방전에 관해 수많은 사람들이 훈수를 두었다. 한편, 이 사태가 불러올 GCS의 해외 이전을 염려하는 이들도 많았다. 주로 GCS를 손꼽아 기다리던 젊은 여성, 혹은 피부 질환자들이었다.
―어떡해. 그럼 GCS가 해외로 가는 거야? 우리는 이제 GCS 영영 못 구하는 거야?
―GCS 사장이 지금 이를 갈고 있대. 앞으로 우리나라에는 물량을 풀 마음이 없나 봐.
―꺅, 안 돼. 어떡해. 어떡해.
―어떡하긴, GCS가 해외에 못 나가게 막아야지. 그러려면 델지를 압박해야지!
―나쁜 델지 새끼들!
GCS를 애타게 기다리던 소비자들은 자발적으로 델지 브랜드 화장품 불매 운동에 들어갔다.
―근데 GCS 말이야, 저렇게 대놓고 델지생활건강이라고 언급을 해도 괜찮은 거야? 명예훼손에 걸리는 거 아닐까?
―그러게. 걱정이네.
* * *
그들의 우려대로, 델지생활건강 구현준 사장은 GCS에 올라온 공지사항을 보고 길길이 날뛰고 있었다.
“이것들이 우리를 어떻게 보고!”
대놓고 ‘델지생활건강’이란 사명을 언급한 덕분에 지금 SNS는 완전히 난리가 났다.
특히 GCS 판매, 가격 인하를 손꼽아 기다리던 소비자층 대부분이 회사에 등을 돌렸다. 문제는 그들이 국내 화장품 소비층의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매출은?”
“그게, 일반 소매 시장에서 우리 회사 제품의 매출이 90% 이상 하락했습니다.”
하루아침에 판매량의 90%가 날아가다니. 주가는 보지 않아도 어떨지 눈에 훤했다.
“당장 성명 발표하고, 모든 매체에 회사 입장 쫙 돌려. 유지웅이 구속 건에 우리는 관계없다 주장하고, GCS한테 명예훼손이라고 공문 보내! 절대로 가만있지 않을 거라고!”
“이미 시행했습니다. 하지만 GCS측은 아직 아무 반응이 없습니다.”
“이것들이 정말.”
구현준은 이를 바드득 갈았다.
그깟 유사 화장품 하나 개발해서 돈 좀 만졌다고, 범 무서운 줄 모르는 하룻강아지라니. 이 나라에서 재벌이 가지는 절대적인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모른단 말인가?
“사장님! GCS 정효주 대표가 찾아왔습니다!”
“뭐야?”
갑작스러운 방문에 구현준은 빠르게 생각을 마치고는 냉담히 대답했다.
“들어오라고 해.”
“예.”
잠시 후 검은 정장을 입은 여자가 들어왔다. 단단히 벼르는 마음으로 기다리던 구현준은 그녀의 얼굴을 보는 순간 눈이 휘둥그레졌다.
숨이 막힐 만큼 예뻤다. 지금까지 봤던 그 어떤 여자도 눈앞의 여자의 발뒤꿈치도 따라가지 못할 만큼. 압도적인 미모에 완전히 짓눌렸던 구현준은 겨우 평정을 되찾고 입을 열었다.
“GCS 대표라고요?”
“네, 정효주라고 합니다.”
“아아, 그렇군요. 난 델지생활건강 대표이사 구현준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혹시 우리 회사가 보낸 공문은 보셨는지?”
“네, 귀사의 사명을 직접적으로 거론한 것을 명예훼손이라고 하셨더군요. 그 대답을 드리려고 왔습니다.”
정효주는 잠시 주변을 살피고는 말했다.
“다른 분들은 물려주셨으면 좋겠는데요. 단 둘이서만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단 둘이서만.
물론 다른 뜻이 있는 건 아니겠지만, 미인의 입에서 나오는 저 말은 언제나 달콤하게 들리기 마련이다. 구현준은 별로 어려울 것 없다는 듯이 끄덕이고는, 비서에게 눈짓을 보냈다.
비서가 나가고, 정효주가 다시 말했다.
“기왕이면 사장실 근처에 아무도 얼씬하지 못하도록 해주셨으면 좋겠는데요. 조금 소음이 날 것 같아서요.”
소음?
구현준은 퍼뜩 생각했다. 이미 그는 비슷한 일을 여러 번 겪었다. 사장실에서 성적 향락을 제공받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니. 덕분에 그는 어렵지 않게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데스크 비우고, 사장실 근처에 아무도 얼씬하지 못하게 해.”
「알겠습니다.」
한두 번 있는 일이 아닌지, 비서들은 자연스럽게 대답하고 물러갔다.
구현준은 미소를 지으며 정효주를 돌아보았다.
“자, 부탁드린 대로 했는데요. 그럼 이제 나한테 해줄 대답은 뭡니까?”
“그전에 묻고 싶은 게 있어요.”
정효주는 또각, 한 발자국 다가서며 그를 올려다보았다. 입가에는 짙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
“묻고 싶은 것?”
“사장님은 구필성 회장님의 막내 아드님이시잖아요. 그쵸?”
“그렇습니다만…….”
“그럼 어려서부터 왕세손의 삶을 사셨겠네요? 힘든 거, 아픈 거, 그런 거 일절 모르시고요.”
“그게 무슨…… 헉!”
갑자기 숨이 답답해지며 몸이 위로 들리는 느낌에 구현준은 김빠진 신음을 냈다. 잠시 후 그는 정효주가 자신의 멱살을 잡고 들어 올린 것을 깨닫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저 체격, 저 팔뚝으로? 이게 가능한 일이야?
눈이 마주치자 정효주는 해맑게 웃었다.
“우리 사장님은 아픔을 얼마나 잘 참으실까? 나 진짜 궁금한데.”
그 순간 주먹이 명치에 날아왔다. 아찔한 통증에 구현준은 머리가 새하얗게 타는 것만 같았다. 주먹은 다시 날아왔다. 가슴, 복부 등 남의 눈에 띄지 않는 부분, 그것도 장기가 모여 있어 아픔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부분만 철저하게 골랐다.
그가 어디 구타를 당해본 적이 있겠는가. 태어나서 한 번도 당해본 적 없는 구타는, 머리를 찢어발길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놀란 폐는 제대로 숨을 쉬지 못하고 뻐끔뻐끔거렸고, 사지는 부르르 경련을 일으켰다.
정효주는 책상 위에 그를 내동댕이치고, 등을 눌렀다. 그리고 위압적으로 속삭였다.
“전화해.”
구현준은 고통스러운 기침만 내뱉었다. 온몸이 부서질 듯이 아팠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통증에 그는 머리가 어떻게 돼버릴 것만 같았다.
정효주가 다시 말했다.
“전화해.”
차갑기 그지없는 시선, 구현준은 그녀의 눈빛에서 냉엄한 아버지의 눈빛을 보았다. 절로 가슴이 오그라든 그는 필사적으로 힘을 쥐어짜내 물었다.
“어, 어디에…….”
“전화해서 구속된 GCS 사장 풀어주라고. 네가 꾸민 짓이니 네가 알 거 아냐.”
“그, 그건 이미 내 손을 떠난…….”
“팔 하나 자르고 다시 묻겠어.”
정효주는 팔을 잡아 빼고는 가볍게 힘을 주었다. 어깨가 탈골되는 고통에 구현준은 있는 대로 비명을 질렀지만, 어느새 입을 틀어막은 양말에 막히고 말았다.
그의 울부짖음이 어느 정도 가라앉자 정효주는 양말을 빼고는 다시 말했다.
“방금은 예고였고, 이번은 본편이야. 전화해.”
“저, 전화기를…….”
정효주는 전화기를 건네주었다. 구현준은 필사적으로 고통을 참으며 어딘가로 전화를 했다.
“난데, 그 친구 풀어 줘.”
「예? 사장님?」
“그 친구 풀어주라고!”
고통을 참으며, 구현준은 비명을 질렀다. 그는 충혈된 눈으로 정효주를 돌아보았다.
“시, 시킨 대로 했다.”
“잘했어.”
“당신…… 실수하는 거야. 내가 누군 줄 알고…….”
“아직 기가 살아 있네?”
정효주는 차갑게 웃으며, 다시금 멱살을 잡아 올렸다. 서늘한 눈빛에 맞닥뜨린 순간 구현준은 온몸이 얼어붙었다. 어느새 아래가 축축이 젖어들었다.
“걱정하지 마. 나도 아직 더 즐기고 싶거든.”
주먹이 다시 날아왔다.
* * *
“하루 만에 풀려나다니…… 이상한데?”
“별 일 없었지?”
“응. 물 고문이나 전기 고문 같은 것도 안 하더라. 나름대로 기대하고 있었는데. 아직 하루 밖에 안 돼서 고문실에 보낼 시간은 없었나? 근데 나 왜 풀려난 거야?”
정효주는 말없이 그를 바라보다가 푹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말했다.
“지웅아, 그렇게 좀이 쑤셔?”
“좀이 쑤시다니, 무슨 말을 그렇게 해. 누가 들으면 내가 폭군인 줄 알겠어.”
“너, 테러범 소리 안 들을 자신 있어?”
“……효주야?”
“나도 곰곰이 생각을 해봤는데, 아무래도 너 계속 억눌렀다가는 큰일 날 것 같아서 안 되겠어. 훽 돌아서 지옥불반도를 통째로 날려버리면 어떡해.”
“그, 그럼?”
유지웅은 희색이 돼서 물었다. 정효주는 깊은 한숨과 함께 말을 이었다.
“또 저번처럼 전 세계적으로 테러범 소리 듣는 건 절대로 안 돼. 알았지?”
“오케이! 근데 너 왜 갑자기 마음을 바꿨어? 역시 내가 부당하게 구속당한 것 때문에 맘고생이 심했구나? 그치?”
“그런 건 아니고…… 뭐, 어차피 이제 저쪽에서도 가만히 있지 않을 거니까.”
정효주는 이마를 짚었다.
“얌전히 장사해서 먹고 살려고 해도, 주변에서 그걸 가만히 놔두지를 않네. 겨우 GCS 가지고 벌써 이 정도인데 결정체 산업 일굴 땐 장난 아니겠더라.”
“당연하지. 여긴 헬조선이라니까. 우리가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래.”
============================ 작품 후기 ============================
“물고문 기대했는데…”(유무룩)
1000편입니다.ㅎㅎ;
네, 그래요. 천편이에요, 천편.
어쩌다 보니 저도 천편까지 왔네요. 766편에 이미 본방이 끝난 글을, 속편으로 천편까지 오다니…
헬조선편은 쓸 거리가 참 많아서 좋네여. 이번 프리시즌에서는 저도 한 번 막 나가볼 생각입니다. 마침 정규 시즌에서는 없던 북한도 있어요?
독자 여러분들께는 항상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