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003)
01003 %3C프리시즌 헬조선편%3E 한 번 물면 놓지 않아요 =========================================================================
그것은 인류의 위대한 한 발자국이었다.
어느 절박한 남자의 아주 사소한 아이디어에서 시작한, 인류가 진일보했다는 증거이자 지성체라는 이유.
그날이 되기까지, 80억 인류 중 어느 누구도 감히 그런 발상은 떠올리지 못했던 것이다. 심지어 GCS의 효능을 알고 있던 정효주조차도 전혀 인식하지 못했다.
그야말로 천재적인 발상.
아니, 애절함이 낳은 위대한 한 걸음.
“여, 여보! 다, 당신!”
“으, 으아아, 으아아아!”
아침에 일어난 중년 남자는 와이프가 갖다 준 거울을 보며 절규했다. 그것은 절망이 아니라, 절망 끝에 피어난 기쁨이 뭉쳐진 함성이었다.
“내, 내 머리가아아아!”
* * *
김찬은 펀드 매니저다.
회사에서도 출중한 능력을 인정받아, 여섯 명의 전속 직원을 거느리고 팀별 자금 운용을 한다. 조 단위가 넘는 자금이 그의 지휘 아래 움직이며, 연간 20% 이상의 수익을 낸다.
출중한 펀드 매니저라 하면 매우 공격적인 성향일 것 같지만, 그는 안전 지향적인 데다가 보수적으로 자금 운용을 한다. 회사가 그를 신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모든 펀드 매니저가 그렇듯이 그는 항상 과다한 업무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었고, 이는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탈모 유전자가 더 빠르고 강력하게 발아하는데 기여했다.
‘찬아, 너는 이 애비를 정말 많이 닮았다! 그러니 탈모를 조심해야 한다!’
20대 초반, 대학생 시절부터 본격적인 탈모가 시작되었다. 탈모에 좋다는 건 다 해봤다. 전문 병원의 치료를 받으며 최대한 탈모의 진행을 억제했다.
그러나 대학을 졸업하고, 펀드매니저의 길에 들어선 순간 그 모든 노력은 부질없는 것으로 변했다. 펀드매니저를 시작하고 불과 1년 만에 그는 훵하니 빈 정수리를 갖게 되었다.
미스코리아 출신의 아내를 만나 결혼에 골인한 것도 기적이었다. 탈모의 급격한 진행 때문에 펀드매니저란 자기 직업을 저주했던 그는 결혼식장에 입장할 때, 펀드매니저란 자신의 직업에 감사했다.
아무튼 연 10억 이상의 수입을 올리는 그는 미스코리아 출신의 아내와 알콩달콩 잘 지냈다. 의외로 아내는 그의 탈모에 너그러운 편이었다.
“당신의 탈모는 고된 업무 스트레스의 증거니까, 전사가 전장에서 얻은 흉터 같은 거라 생각해. 훈장이지, 뭐.”
스트레스는 거들 뿐, 본래 강력한 탈모 유전자 때문이라는 걸 알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당신처럼 성실하고 능력 있는데, 탈모라서 싫다고 하면 미친 년이지. 안 그래?”
아내는 이상한 부분에서 쿨했다. 그리고 예쁜 외모처럼 내조도 잘하고, 성격도 강인했다. 덕분에 그는 집에서만큼은 늘 몸과 마음이 편하게 지낼 수 있었다.
아내 몰래 25억을 들여 GCS를 낙찰받은 것도 그 때문이었다. 처음 선 자리에서 아내의 미모에 한눈에 반했던 그는, 아내의 미모가 더 빛날 수 있는 길이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덕분에 통장 잔고가 100억에서 75억으로 줄었지만, 그 정도쯤은 개의치 않았다.
“와, 이걸 어떻게 구한 거야?”
“경매로 구했지.”
“얼마에 샀어?”
“그건 비밀. 아무튼 그거 효과 확실한 것 같으니까 한 번 써 봐.”
“정말 고마워.”
아내는 결혼 이후, 어린아이처럼 기뻐했다. 아내도 어지간히 갖고 싶어 했던 모양이다.
그날 저녁, 아내는 곧바로 GCS를 사용했다. 욕조에 물을 받고 GCS를 뿌려 휘저었다. 에메랄드 색으로 빛나는 아름다운 자태에 아내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아참, 이럴 때가 아니지. 15분이랬으니까.”
아내는 허둥지둥 가운을 내리고 욕조에 몸을 담갔다. 몸에 이리저리 물을 끼얹고, 세수도 하던 그녀는 김찬을 돌아봤다.
“자기도 같이 할래?”
“욕조 좁잖아.”
“뭐, 어때. 충분히 둘이 들어갈 수 있잖아.”
“됐어. 괜히 약효 줄어들까 겁난다. 당신이나 듬뿍 효력 받아.”
“알았어, 고마워.”
자신의 피부가 좋아지는 것보다, 아내의 전신 피부가 더 이뻐지는 게 김찬에게는 훨씬 좋았다. 안 그래도 도자기 같은 피부가 GCS에 듬뿍 적시고 나면 어떻게 변할까. 김찬은 흐뭇한 상상을 하며 돌아서다가 멈칫 했다.
“아, 머리나 한 번 감아볼까?”
“머리?”
“응, 그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피부에 좋은 비누랬으니 탈모에도 혹시…….”
그렇게 말하면서 김찬은 머리를 숙인 채 욕조의 물을 몇 번 머리에 끼얹었다. 시원하고 뜨뜻한 느낌이 두피를 뒤덮었다.
그리고 거울을 봤다. 반질반질한 머리는 그대로였다. 정수리의 공백이 커진 후, 그는 아예 머리를 밀어버렸기 때문이다.
“별 효과 없네?”
“그러게. 목욕 직후 바로 효과 나타난댔는데. 탈모에는 크게 효능이 없나 봐?”
“에이, 아쉽네.”
김찬은 가볍게 투덜거리며 욕실을 나섰다. 그리고 15분 뒤.
“우와…….”
“후훗, 어때?”
아내는 물기만 닦고, 가운도 걸치지 않은 알몸으로 나왔다. 어깨를 으쓱하며, 도도하게 그의 앞에서 워킹을 했다. 완벽하게 살아 있는 워킹, 그리고 한층 더 절세의 미모를 지니게 된 피부였다.
이전에도 완벽했던 아내는 그야말로 경국지색의 미모를 갖추고 있었다. 김찬은 좋아 죽을 것 같은 표정으로 주먹을 꾹 쥐었다. 역시 GCS를 낙찰받길 잘했어!
그날 그는 아내와 밤새도록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새벽 늦게 잠들었다가 점심이 다 되어서야 일어났다. 오늘은 휴일이었기 때문에 늦잠을 자도 상관없었다.
그런데, 일어나보니…….
“머리가 자라났어!”
김찬은 거울을 보며 어린아이처럼 통곡했다.
* * *
“어, 김 팀장. 가발 맞췄나?”
출근길에 마주친 상사, 최 이사가 지나가듯이 건넨 질문에 김찬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가발 아닙니다. 이사님도 제가 가발 얼마나 싫어하는지 아시잖아요. 답답하고 거북해서.”
아닌 게 아니라, 김찬은 평소 그런 이유로 머리를 시원하게 밀고 다녔지, 따로 가발을 쓰진 않았다.
“그럼 지금 쓴 건 가발이 아니고 뭔가?”
“이거 제 머리입니다.”
“……자네 머리라고?”
최 이사는 살짝 굳어지며, 자신도 모르게 본인 머리에 손을 올렸다. 흔히 바코드라고 말하는 정수리, 시원하게 벗겨진 정수리를 애처로운 몇 가닥 머리카락으로 정성스레 가려놓은 모습이다.
그렇다. 최 이사도 탈모인이었던 것이다.
“네, 머리가 다시 자라났습니다. 풍성하죠?”
최 이사는 믿을 수가 없었다. 내 부하 직원이 풍성충이라니!
“탈모에 좋은 약이라도 찾았나? 아니, 없는 걸 나게 하는 건 신의 영역이라고 했는데……! 대체 어떻게? 어디서 치료받았나? 그 병원 나도 좀 소개시켜 주게!”
“병원은 아니고요, GCS로 두피를 씻었습니다.”
“……GCS? 설마 내가 아는 그 GCS?”
“예, 요즘 피부 미용제로 핫한 그 액상 비누 말입니다. 와이프한테 하나 사주면서, 와이프 목욕할 때 저도 재미 삼아 두피에 슬쩍 묻혀봤는데, 자고 일어나니 이렇게 돼 있더라고요.”
“세상에!”
최 이사는 경악했다.
그날, 김찬의 소식은 전 사내 탈모인들에게 퍼져 나갔다. 그들은 하나같이 믿지 못해, 직접 김찬을 찾아왔다. 어떤 이는 정말 가발이 아닌지 머리카락을 잡아당겨 보기도 했다.
“GCS로 탈모 치료 효능을 봤다고?”
“정말인가? GCS로 머리를 씻으면 탈모가 치료 돼?”
“GCS가 탈모까지 치료할 수 있었어?”
“잠깐, 생각해 봐. 탈모도 결국 피부과에서 치료하잖아? GCS는 종합 피부 질환 치료제니까, 탈모도 당연히 치료 효능이 있었던 게 아닐까?”
“우리도 GCS 사자!”
“하지만 수십 억이 넘는 걸 어떻게…….”
사내 탈모인들은 액수 때문에 걱정했지만, 김찬은 혀를 쯧쯧 차며 끼어 들었다.
“제가 말했잖아요. 와이프 목욕할 때 슬쩍 머리에 끼얹기만 했다고. 탈모 치료할 거면 혼자 독박 쓸 필요 없습니다.”
“어, 그럼?”
“한 20에서 50명 정도 돈을 모아서 사면 되죠. 큰 대야에 물 받아놓고, 다 같이 머리만 씻으면 그만 아닙니까. 개인당 1억 정도만 부담하면 되겠네요. 탈모 완전 치료로 1억이면 감당할 만하지 않습니까.”
“어, 그렇네?”
사내 탈모인들은 3차 온라인 경매에서 기어이 GCS를 낙찰받은 후, 다같이 날을 정해 팬션을 잡고 모였다. 팬션에서 큰 대야에 GCS를 풀고, 그 물로 머리를 씻었다.
그리고 다음 날.
“우, 우와아아! 내 머리가 자라났어!”
“머리가! 머리가 자라났다!”
GCS 물로 두피를 씻은 이들은 탈모의 단계를 가리지 않고, 하나같이 풍성한 머리를 갖게 되었다.
* * *
GCS가 탈모 치료에 절대적인 효능을 보인다는 말은 곧 SNS에 퍼져 나갔다. 풍성충이 된 이들이 근질거리를 입을 참지 못하고 떠벌린 것이다.
처음 네티즌은 믿지 못했지만, 풍성충들이 제시한 증거 등 각종 인증을 보고 결국 믿게 되었다.
이는 상대적으로 델지그룹을 압박하는 것에 무관심했던 남성 장년층을 끌어들이는 계기가 되었다. 반 델지파의 세력이 한순간에 불어난 것이다.
피부 미용, 피부 질환 치료, 더불어 탈모 치료까지.
남녀를 가리지 않고 광범위한 지지를 얻게 된 GCS 앞에서, 델지그룹은 막다른 길에 몰리게 되었다.
============================ 작품 후기 ============================
이제 GCS 건드리면 역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