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006)
01006 %3C프리시즌 헬조선편%3E 한 번 물면 놓지 않아요 =========================================================================
유지웅은 내심 크게 놀랐다. 무슨 하루만에 해결해버리다니, 헬조선의 최윤은 대체 얼마나 대단한가?
‘이곳에서는 결정체가 없는 물질일 텐데…….’
최윤은 흥분에 취해 결정체를 놓고 그 이용 가능성에 관해 떠들어대고 있었다.
“대체 어디서 이런 물질을 발견하셨습니까! 만약 이 물질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만 있으면, 이 시대의 패러다임은 변하게 될 겁니다! 이건 정말 획기적인 신물질이에요!”
“어디에 이용하실 건데요?”
“산업 소재로도 무궁무진한 활용이 가능할 것 같으니 재료 시장을 휩쓸 수 있을 것 같지만…… 제 생각에는 그보다 연료 시장에서 특히 각광받을 것 같습니다. 아직 본격적인 검증이 남아 있지만 에너지 효율이 높고 오염물질도 배출하지 않아요!”
“하루만에 그걸 알아내셨다는 게 더 대단하시네요.”
유지웅이 가볍게 손뼉을 치자 최윤은 이상하다는 듯이 반문했다.
“여기에 주요 특징을 적어 주셨잖아요.”
“그건 응용 취급시 주의사항일 뿐인데…….”
“이 정도만 해도 컨닝 페이퍼나 마찬가지입니다. 누구나 다 그럴 겁니다.”
“아니, 안 그럴 것 같은데…….”
당신한테나 컨닝 페이퍼지, 다른 사람에게는 그냥 읽기 귀찮은 사용 매뉴얼 책자 같은 존재라고.
아무튼 이 시대의 최윤이 자신이 알던 최윤에 못지않다는 걸 확인한 유지웅은 속으로 기뻐했다. 드디어 마음껏 맷돌을 돌릴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유지웅은 겉으로는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체했다.
“연료로 쓰면 좋을 것 같다고요?”
“네, 일단은요.”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시려고요?”
“그렇지 않아도 몇 가지 기본 설계를 구상해봤습니다. 아직까지는 개념 단계 수준이니, 참고용으로 봐주세요.”
그러면서 최윤은 A0 용지를 꺼내 벽에 붙였다. 세밀하게 그려진 설계도를 보고 유지웅은 다시 한 번 놀랐다. 아니, 어제 하루 동안 저거까지 설계하고, 또 그렸어?
‘최윤, 대체 당신은……!’
용지에는 단순히 설계 도면만 있는 게 아니었다. 사업의 구상 및 단계를 개별적으로 정리한 도면도 있었다. 유지웅은 날카로운 눈으로 살폈다.
‘이 시대의 최윤도 역시 사업가 기질이 있군.’
처음 최윤을 만났을 때, 그는 자기 팀의 아이디어와 기술을 살려 벤처 회사를 차렸다. 나중에 일성그룹 때문에 모두 뺏길 뻔 했지만.
“일단 자동차 연료로 사용한다고 가정했을 경우입니다. 일단 크게 두 가지 방향성을 잡았습니다.”
“네.”
옆의 정효주도 아까부터 진지한 표정으로 최윤의 말을 전부 귀담아 듣고 있었다.
“하나는 여기 있는 플랜 A입니다. 이 미지의 물질……”
“결정체라고 해두죠.”
“네, 그럼 결정체라 부르겠습니다. 이 결정체의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동력 장치를 개발하는 겁니다. 이 장치의 장점은 현재 운행하는 자동차들의 엔진과 냉각 장치의 크기를 비약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겁니다. 당연히 차량 설계의 자유도가 높아지고 제조비용도 줄어듭니다. 높은 에너지 효율과 오염물질 배출이 없다는 점은 말해봤자 입만 아픕니다.”
“고체 연료로 사용한다는 거네요. 그럼 단점은요?”
“기존 자동차에는 적용할 수 없다는 거죠. 호환이 안 된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거 문제네요.”
“그래서! 제가 여기 대안으로 플랜 B를 가져왔습니다!”
그 말을 기다렸다!
라는 것처럼 최윤은 휘리릭 몸을 날려 다른 A0 용지를 펴서, 방금 용지 위에 다시 붙였다. 첫 번째 도면처럼 두 번째 용지도 기본 개념을 담은 도면이 그려져 있었다.
단 그 모습은 달랐다.
“바로 결정체를 액화시키는 겁니다!”
“……액체 연료?”
“네! 이러면 기존 자동차들을 개조할 필요도 없지요. 그저 휘발유 대신 정제한 액화 결정체 연료를 넣으면 됩니다! 시범 삼아 어젯밤에 간이 정제를 해봤는데 근 시일 안에 충분히 개발 가능할 것 같습니다.”
대체 하룻밤 동안 무슨 일을 몇 개나 한 거야?
유지웅은 그저 놀라웠다. 최윤이라면, 하고 믿고는 있었지만 하룻밤 동안에 이 많은 일을 일궈냈을 줄이야.
그는 감동한 눈으로 최윤을 바라봤다.
“최윤 씨, 당신은 역시…… 어? 어어? 어어어?”
유지웅이 말을 하다 말고 어버버거리자 최윤도 당황했다.
“왜 그러시…… 어라?”
그는 뺨을 간지럽히는 느낌에 놀라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순간 그는 깨달았다. 자신의 머리카락이 떨어지면서 뺨을 간지럽히고 있음을.
소스라치게 놀란 그는 얼른 거울 앞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기겁하고 말았다.
“으, 으아아, 으아아아!”
거울에는 순식간에 머리카락이 거의 다 빠져버린 탈모인 하나가 있었다.
* * *
약 몇 시간 후.
최윤은 침통한 얼굴로 앉아 있었다. 축 늘어진 어깨, 푹 수그린 얼굴, 그리고 무릎 위에서 단단히 맞잡은 두 손, 누가 보면 취조 받는 죄인으로 오해할 것이다.
“의사는 호르몬 불균형이 원인 같다고 했어요. 하지만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었죠. 어떤 약을 써도 소용없었습니다.”
최윤의 목소리는 고해성사를 하듯이 음울했다.
“그런 말을 듣긴 했어요. 머리를 과도하게 사용할 때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 때문인 것 같다고……. 이상한 일 아닙니까? 전 생각하고, 상상하는 게 즐겁기만 하지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느낀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용케 이론물리학으로 가셨네요. 저 같으면 의사가 돼서 탈모 치료 방법을 연구할 것 같은데.”
“돈 많이 벌어서 나중에 탈모 연구 재단 만들려고 했습니다. 제가 돈 벌기 가장 쉽고 편한 게 응용물리학이더라고요. 학사까지만 마치고 외국 나가면 되거든요.”
“…….”
“현대 의학은 한계가 있어요. 의사 한 명이 탈모를 정복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오죽하면 없는 것을 나게 하는 것은 신의 영역이라는 말까지 있겠습니까.”
“GCS는 나게 했는데…….”
“그래서 GCS가 위대한 겁니다!”
최윤은 고개를 번쩍 들며 외쳤다.
“GCS는 정말 신의 영역이라고요!”
“……신까지는 아니지만, 아무튼…… 어? 최윤 씨! 다시 머리가 나고 있어요!”
“저, 정말요?”
꼬박 한나절을 기다렸다. 최윤은 벌떡 일어나서 거울 앞으로 달려가서 들여다보았다. 과연 머리카락이 빠른 속도로 다시 자라나고 있었다.
최윤은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은 얼굴로 웃고 울기를 반복하다가, 유지웅에게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아니, 뭘요. 어차피 널린 게 GCS인데요.”
유지웅은 내심 안도했다. 머리카락이 빠져 버릴 때는 뭔가 어떻게 되는가 싶었는데, 다시 GCS를 사용하니 머리카락이 또 났다. 일단 안심해도 될 듯하다.
“근데 진짜 GCS까지 썼는데 머리카락이 또 왜 빠진 거지?”
“스트레스 때문이라니까요. 전 뭔가를 생각할 때 머리카락이 빠질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는답니다.”
“머리카락을 제물로 바치고 얻은 천재적 사고력, 뭐 그런 것도 아니고 참 웃기네요.”
유지웅은 그렇게 웃어 넘겼다. 말도 안 되는 분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의사도 어디까지나 추정일 뿐, 확신하지는 못한다고 했으니…….
“으, 으아악! 내 머리카락이!”
“여기 GCS!”
“흐, 흐윽! 다시 났습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액화 결정체 정제에 본격적으로 성공했을 때, 최윤은 또 대머리가 되었고.
“으아악! 내 머리카락, 내 머리카락이!”
“GCS 가져가요!”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액화 결정체를 생산하기 위한 제조장치 설계도를 완성했을 때, 또 머리가 다 빠졌으며.
“으아악. 내 머리카락.”
“저기 선반에 넣어놨어요.”
“고맙습니다.”
“근데 이번엔 뭐 했어요? 당장 연구개발할 건 이제 없을 텐데요?”
“좋아하는 여배우 신작이 나왔어요.”
포르노를 보다가 또 대머리가 됐다.
* * *
어느 날이었다.
10살쯤 되어 보이는 소녀가 커다란 보드판을 들고 GCS본점에 와서 섰다. 처음 손님들은 호기심에 와서 보드판 내용을 확인했다가 곧 눈시울이 붉어졌다.
「부탁드려요. 제 동생을 살려주세요.」
보드판 상단에는 큰 글씨로 저런 제목이 적혀 있고, 그 아래에는 사진 몇 장과 작은 글씨로 사연이 적혀 있었다.
어렸을 때 기름을 뒤집어써서 얼굴과 목에 심한 화상을 입은 여동생. 피부가 완전히 녹아버려 눈코입의 형태만 있을 뿐, 그야말로 얼굴이 뭉개져 버린 수준이다.
“어머…… 진짜 안 됐다.”
“GCS 한 방이면 다 치료될 텐데.”
“솔직히 피부 미용보다는 저런 환자들이야말로 GCS가 진정으로 필요한 사람들 아닐까?”
지나가던 사람들이 저마다 한 마디씩을 했다.
소녀는 입을 꾹 다물고, GCS 본점만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유지웅도 먼발치에서 보드판 내용을 확인했다. 참고로 그는 시력이 매우 좋다.
“아이구, 불쌍하네. 나중에 몰래 찾아가서 동생 머리맡에 GCS 하나 남겨두고 올까?”
“넌 가만 있어 봐.”
정효주가 냉랭히 말하자 유지웅은 갸웃거렸다.
“왜 그래? 불쌍하잖아.”
“뭔가 이상해서 그래.”
“설마 저게 거짓말이겠어? 조금만 알아보면 쉽게 알 수 있는 건데. 바보도 아니고 저런 뻔한 걸로 거짓말할까?”
“저 보드판 봐봐. 10살짜리가 만든 것처럼 보여?”
“부모가 만들어줬겠지.”
“그럼 그 부모는 왜 같이 와서 부탁 안 하는데?”
“어, 그러네.”
============================ 작품 후기 ============================
자라나라 머리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