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011)
01011 %3C프리시즌 헬조선편%3E 한 번 물면 놓지 않아요 =========================================================================
“특허 신청이요?”
유지웅은 생소한 이야기를 들은 사람처럼 고개를 갸웃거렸다.
책임자인 김석재 과장은 사람 좋은 미소를 한껏 베어 물며 설명을 이어 나갔다.
“예, 특허요. 지금 얼마나 많은 해외 업체들이 GCS를 탐내고 있는지 사장님은 상상도 못하실 겁니다. 아직 젊으시고, 또 사업을 시작하신지 얼마 되지도 않았잖습니까.”
“음, 그건 그래요. GCS는 사실 별로 대단할 것도 없는데, 왜들 난리인지 모르겠어요.”
유지웅의 대답에 김석재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이거, 보다보다 어수룩한데? 생각보다 일이 잘 풀리겠어.
“대단할 것도 없다니요, 지금 대통령 각하께서도 GCS를 주목하고 계십니다. 얼마 전 비공개 국무회의에서는 GCS야말로 각하께서 추구하시는 창출경제의 가장 모범적인 모델이라고 칭찬을 하셨지요.”
“창출경제라, 그 말이 딱이긴 하네요.”
유지웅은 맞장구를 쳤다. 생각해보니 틀린 말은 아니었다.
GCS는 왼손의 균열에서 창출되는 균열 에너지로 만드는 것이니까, 창출이란 단어가 딱이지 않을까? 여기 세상을 아직 잘 모르는 관계로, 창출경제가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습니다. 서둘러 특허를 신청하시면 해외 업체에 기술이 유출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고, 심지어 우리나라의 우수한 기업들과 협의하여 로열티를 받고 기술 이전을 할 수도 있습니다.”
“로열티?”
유지웅은 낮은 목소리로 가만히 중얼거렸다. 딴에는 자신만 생산 가능한 제품을 어떻게 기술 이전을 한단 말이지, 하고 생각하는 중이었다.
그걸 반감으로 해석한 김석재는 얼른 말을 이었다. 일단 정신없이 혼을 빼놔야 한다.
“그럼요, 로열티로 버는 수익이 오히려 지금보다 훨씬 나으실 겁니다. 우리나라에는 굴지의 글로벌 기업이 많습니다. 사장님이 번거로우실 필요도 없이, 그들을 통해 전 세계 시장을 장악할 수 있는 거지요. 그 수익이 얼마나 크겠습니까?”
“흠, 그런가.”
유지웅이 흔들리는 듯이 보이자 부하 직원도 얼른 그에 가세했다.
“해외 기업들의 탐욕에서 GCS를 지키고, 또 로열티 등 다양한 수익원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서둘러 특허 등록을 하셔야 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GCS를 노리는 해외 산업 스파이가 엄청나게 많을 겁니다.”
“산업 스파이도 참 할 짓 없군요. 겨우 액상 비누 하나 따위를 노리다니. 쯧쯧.”
유지웅은 혀를 찼고, 김석재는 더욱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요 근래 돈을 펑펑 벌더니, 개념을 상실한 건가 싶었다.
‘하긴, 근본도 모르는 고아 녀석이니…….’
근본도 없고, 나이도 겨우 스물한 살에 30억 달러라는 복권에 당첨됐다. 저런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충만한 모습이 오히려 정상인지도 모른다.
“그럼 특허를…….”
“안 할래요.”
“네?”
“어차피 특허 안 해도 유출 안 될 것 같거든요. 그러니까 안 할래요.”
김석재는 안색이 굳어서 빠르게 대답했다.
“유 사장님, 세상을 우습게보시면 안 됩니다. 산업 스파이들의 능력은 유 사장님의 상상을 초월합니다. 특히 우리나라 기술을 빼가려는 해외 업체들의 탐욕은 유 사장님의 생각을 완전히 벗어나 있습니다.”
“걱정 없다니까요.”
“유 사장님, 특허 등록을 하셔야 우리 정부에서도 유 사장님과 기술을 보호해드릴 수 있습니다. 실은 우리 정부에서는 GCS 제작 기술을 국가핵심기술에 지정할 계획도 있습니다.”
“국가핵심기술?”
“국내외 시장에서 차지하는 기술적, 경제적 가치가 높거나 관련 산업의 성장잠재력이 높아 해외로 유출될 경우에 국가의 안전보장 및 국민경제의 발전에 중대한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산업기술로서, 산업기술유출방지법에 따라 지정된 산업기술을 말하죠.”
“말이 너무 길어서 어렵네요.”
“……아무튼,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되면 국가의 지원도 받을 수 있고 기술 보호도 실현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안 할래요. 제 생각에는 특허 안 내도 어차피 훔치지도 못해요.”
“어떻게 그리 자신하십니까.”
“아무튼 안 해요. 근데 특허 이야기 하시려고 오신 건가요? 그럼 더 할 이야기는 없네요.”
유지웅이 귀찮다는 듯이 대화를 마무리하려고 하자 김석재는 더욱 다급해졌다.
“유 사장님! 국민과 국익을 생각해 주십시오! GCS의 제작 기술이 해외에 유출될 경우 그들이 입을 피해와 손해를 생각해 주십시오! GCS는 더 이상 유 사장님 혼자만의 것이 아닙니다! 우리나라, 우리 국민, 우리 민족의 꿈과 희망입니다!”
“되게 이상한 소리 하시네. 내가 만든 GCS는 당연히 내 거지 이게 왜 남의 꿈과 희망이죠? 아무튼 이야기 다 하셨나요?”
유지웅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그의 눈빛은 어느새 흥미가 싹 가신 뒤였다.
“즐거웠습니다. 그럼 다시 GCS 만들어야 해서 이만.”
이석재 일행은 결국 소득 없이 복귀해야 했다.
보고를 들은 나민규 실장은 어처구니없다는 얼굴로 반문했다.
“그러니까, 유출 될 일 없으니 특허 안 할 것이다?”
“예, 실장님. 젊은 친구가 세상 물정을 전혀 모르더군요. 말도 안 통하고 설득도 안 되고, 아주 답답해 죽는 줄 알았습니다.”
“허허, 세상 보는 눈이 좁은 친구로군 그래.”
나민규 실장은 혀를 차며 마저 자세히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상급자에게 보고하기 위해 일어났다.
“수고했네. 자네는 그만 돌아가도 좋아.”
“예, 실장님.”
나민규는 직접 보고서를 챙겼다. 바로 위 상사가 아닌, 장관에게 직접 보고하기 위해서였다. 중앙 행정부에서 지금 사안을 그만큼 중히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장관님, 보고입니다.”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최석기는 기다렸다는 듯이 물었다.
“어떻게 됐지?”
“가볍게 특허 이야기를 꺼내 봤는데 안 먹히더군요. 특허로 지정될 경우 정부가 준비한 선물 보따리 리스트는 풀어보지도 못하고 나왔답니다. 무례하기 그지없는 친구입니다.”
“허어, 밑의 사람들이 일을 똑바로 못한 건 아니고?”
뼈가 있는 지적에 나민규는 다소 긴장해서 대답했다.
“……그럴지도 모릅니다. 세상 물정 모르는 이십 초반은 상대해본 적이 없는 친구들이니…….”
“각하께서 이 일을 얼마나 기대하고 있는지 자네도 잘 알지 않은가.”
“물론입니다.”
“그런데 이런 맥 빠진 보고를 들고 오면 어떡하나? 알 만한 사람이 말이야, 쯧쯧…….”
“죄송합니다.”
“죄송한 줄 알면 죄송할 일을 만들지 말아야지. 요즘 젊은 것들은 도대체가…….”
50이 다 돼서 젊은 것들이란 소리를 들어야 하나. 나민규 실장은 속으로 욱했지만 표정 관리에 힘썼다.
“아무튼 이런 맥빠진 보고는 각하께 올릴 수 없어. 그러니 제대로 된 결과를 만들어오게. 알았나?”
“예.”
보고를 마치고 물러나온 나민규는 의자에 늘어지듯이 걸터앉아 있다가 한숨을 쉬었다.
“망할 녀석…….”
얼굴도 보지 못한 새파란 애송이를 욕하고 있는데, 갑자기 핸드폰이 진동했다. 발신자를 확인한 나민규는 급히 핸드폰을 챙기고 창가로 갔다.
“예, 박종식 상무님. 나민규 실장입니다.”
「반가워요, 나민규 실장님. 공사다망한 분에게 불쑥 전화를 드려서 미안합니다.」
“아닙니다. 편하게 말씀하시죠.”
「다름이 아니라 전에 부탁드린 그 일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해서요. 우리 사장님께서도 대놓고 언급하시진 않지만 은근히 신경 쓰시는 눈치십니다. 아시잖습니까. 우리 사장님이 그 일에 얼마나 큰 기대를 걸고 있는지.」
혼자 있는 사무실이지만, 나민규는 본능적으로 사무실에 다른 사람이 없는지 확인하고 입을 열었다.
“그게……. 특허 권유 이야기를 넌지시 꺼내봤지만 씨알도 안 먹힌다고 하더군요.”
「혹시 낌새를 알아차린 건 아닙니까?」
“그런 것 같진 않습니다. 권유를 거절한 것도 유출될 리가 없다는 터무니없는 믿음에서 그랬답니다. 젊은 친구가 돈 맛을 좀 보더니 세상 무서운 줄 모르는 모양입니다.”
「허허, 하긴 그 친구가 천애고아라 그랬지요. 중고등학교도 안 나왔을 테고, 충분히 그럴 수 있어요. 철저히 그 친구 입장에서 생각해야 일을 풀어나갈 수 있습니다. 우리 같은 사람들하고는 전혀 다른 인생을 살아오지 않았습니까.」
“예, 그래서 저도 그 친구가 혹할 만한 제안을 지금 궁리 중입니다. 국가핵심기술이니, 기술 유출 방지니 하는 명분으로는 이빨도 안 들어가서요. 아마 그 친구는 그게 무슨 말인지도 잘 몰랐을 겁니다.”
「그래서 우리도 따로 그 친구에 관해 알아본 게 있습니다. 박 실장님도 아실지 모르겠는데…… GCS를 팔기 전에 그 친구가 원래 잠깐 참치잡이를 했던 건 아시나요?」
“물론입니다.”
신문에도 대서특필된 일인데, 어찌 그걸 모를까. 다만 지금 여론이 참다랑어 사건과 GCS를 묶어서 다루지 않고 있어, 일반인들은 두 사건의 주인공이 동일인임을 모르는 이들이 많다.
「원래 그 친구가 배낚시를 나갔다가 우연히 낚시로 참다랑어를 잡았는데, 그걸 4억에 팔았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그 돈으로 어선을 사서 본격적으로 참다랑어를 잡기 시작했고요.」
“아아, 그런 비화가 있었군요.”
「유진산업의 부탁을 받은 한국원양산업협회에서 되도 않는 요구를 하니까, 그 친구가 화가 나서 자기만 알던 어장에서 참다랑어 수천 마리를 잡아온 거 아닙니까.」
“그런 일이 있었군요. 몰랐습니다.”
이미 알고 있는 일이지만, 나민규는 처음 듣는 것처럼 맞장구를 쳤다.
「유진산업하면 우리나라 최대의 원양어업 회사 아닙니까. 그런 회사와 함께 일하면 어업을 통해 얼마든지 양자의 이익과 국익을 실현할 수 있는데, 그 친구는 자기 욕심만 챙긴다고 우리나라 남방 참다랑어 연간 할당량을 혼자 독신한 거지요. 그런 친구는 기술 유출 방지니, 국익이니 하는 명분이 통하지 않아요. 자기 앞일만 생각하니까.」
“과연, 제가 그걸 미처 생각지 못했군요. 상무 님의 생각이 놀랍습니다.”
「마침 우리 그룹 왕위 싸움도 거의 다 끝나가곤 해서 이제 본격적으로 나설 여유가 있을 겁니다. 혹시 그 친구를 언제 만나실 계획이십니까?」
“그렇지 않아도 근시일 내에 다시 찾아가서 설득을 하려고 했습니다.”
「좋습니다. 그 친구에게 5조 원의 현금 지원을 약속해 주세요. 명분은 적당히 만들어내시면 됩니다. 국가핵심기술 발전을 위한 정부 지원금이라고 둘러대면 좋을 것 같군요.」
나민규는 난처한 듯이 대답했다.
“그건 제가 확답을 드릴 수 있는 권한이 없습니다. VIP나 장관님께서 어떤 언질을 받은 것도 없고요.”
「그 부분은 제가 직접 장관님을 만나서 담판을 짓겠습니다. 사실 이건 사장님의 의향입니다.」
“사장님의 의향…….”
나민규의 눈빛이 번뜩였다.
수화기 너머 박종식 상무는 쾌활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우리 쪽에서 최대 5조 원까지 지원할 계획입니다. 그 정도는 되어야 그 친구도 말을 듣겠지요.」
“아아, 역시 통이 크시군요. 역시 보유 현금으로는 당해낼 데가 없다는 라테그룹 답습니다.”
「유통업이 원래 현찰 장사 아닙니까. 이 정도는 우리에게 아무 문제없습니다. 단, 정부 주도 하에 이뤄지는 기술의 민간 제휴에서는 다른 그룹보다 우리 계열사에 편의를 봐주셔야 합니다. 어차피 제가 장관님과 담판을 지을 거지만, 실무진에서도 적극적으로 나서주면 더할 나위 없겠어요.」
“물론입니다. 걱정 마시지요.”
그렇게 물밑에서는 딜이 오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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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지내고 싶어도 세상이 가만히 놔두지 않는가.
조용히 지내기 싫어서 세상을 가만히 놔두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