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035)
1035 < — 설악산의 신비 — >
브라우니는 다음 날 새벽이 돼서야 돌아왔다.
작은 수탉으로 변한 브라우니는 날개를 퍼덕거리며 날아와서 횃대에 앉았다. 왼손에서 열심히 그린 결정체를 뽑아내고 있던 유지웅이 물었다.
“브라우니, 신입 교육은 제대로 시켰어?”
브라우니는 냉큼 스마트폰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발톱으로 액정을 톡톡 두드려서 타이핑을 했다. 알림이 진동하자 유지웅은 메시지를 확인했다.
―그럼요. 아주 확실하게 교육시키고 왔습니다.
“그 녀석이 어디로 도망간다거나 그럴 일은 없겠지?”
―우주 밖으로 나가더라도 제 눈을 피할 수 없을 거라고 분명히 경고해줬습니다. 녀석도 영 머리가 나쁜 건 아니라서 제대로 알아듣더군요.
“알아들어? 걔 옐로 몹이잖아?”
브라우니가 뭐라고 말을 하려는 찰나, 유지웅은 스스로 이해한 듯이 끄덕였다.
“하긴, 짐승끼리는 서로 대화가 통하겠지. 난 사람이니까 그 놈이랑 말이 잘 안 통하는 거고.”
―…….
브라우니의 기막혀 하는 표정이 아주 볼만 했지만, 아쉽게도 유지웅은 보지 못했다.
“근데 금괴는 어디에 보관하기로 했대? 그래도 비하고 이슬 피할 장소는 있어야지.”
―그 놈이 굴을 파서 보관하기로 했어요.
“잘 됐네. 괴수화됐으니까 굴도 금방 파겠어.”
그러면서 유지웅은 중얼거렸다.
“이거 괴수를 사육하는 것도 제법 쏠쏠한데…… 이참에 괴수를 더 늘려서 군단이라도 꾸려 볼까? 심부름꾼으로 아주 유용한 것 같단 말이야.”
그 말에 브라우니의 안면 깃털이 창백해졌다. 짐승들을 괴수화하는 족족 그 훈육은 자신이 맡아야 한다는 것을 예감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신은 브라우니를 완전히 버리지 않았다.
“당장 필요한 건 아니니까 나중에 천천히 생각하자. 괴수가 필요해진다 싶으면 그때 가서 늘리던가 하지, 뭐.”
브라우니는 보이지 않게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브라우니가 떠났지만, 설악산반달곰 괴수는 한동안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만큼 브라우니가 보인 기세는 흉악했다. 맹수이기에 더욱 그 흉포함을 느낄 수 있었다.
게다가 진짜 무서운 것은 브라우니가 아니다. 바로 자신의 가슴에도 채 미치지 못하는 그 수컷 인간이다.
‘나의 창조주……!’
유지웅을 떠올린 순간, 반달곰 괴수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변화를 맞이하기 전에는 인지하지 못했다. 하지만 영민한 이성을 갖게 된 지금, 반달곰 괴수는 그가 자신에게 한 일의 의미를 깨달았다.
이전과는 비할 수가 없는, 이 놀랍도록 강인한 육체.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사물의 이치를 꿰뚫어볼 수 있는 총명한 두뇌.
이 모든 것은 창조주가 자신에게 부여한 것이다.
그리고 그는 분명히 말했다.
―맞을 거야. 균열의 힘을 아아아주 살짝 쬐었을 뿐이니까.
균열의 힘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창조주가 가진 힘의 근원이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그것을 아주 조금 나눠주었을 뿐인데, 자신은 전혀 다른 존재로 탈바꿈할 수 있었던 것이다.
‘창조주는 나에게 이 터전을 지키라고 했다.’
이곳은 창조주의 영역, 그리고 자신은 그 영역을 수호할 임무를 부여받은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갑자기 뜨거운 웅심이 가슴에서 끓어올랐다.
반달곰 괴수는 두 뒷발로 땅을 짚고 섰다. 그리고 가슴을 활짝 개방한 채, 하늘을 향해 폭풍 같은 포효를 내질렀다.
―크어어어엉!
속초 일대 응급실은 난리가 났다.
동시다발적으로 갑작스럽게 이송된 응급환자들 때문에 응급실이 한순간 아비규환이 된 것이다.
“저기 또 들어온다! 준비해!”
응급 헬기가 착륙하는 것을 보고 의료진이 외쳤다. 구급대원들이 환자카트를 끌고 내리자마자 그들은 서둘러 인도받아 응급실로 향했다.
“젠장!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벌써 오늘만 19명째야!”
“아직 끝이 아니랍니다. 지금도 계속 구조대가 수색 중이라고 합니다!”
“어떻게 된 거지? 설악산에 유독 가스라도 퍼졌나?”
“지금 일대에 긴급 경보가 퍼졌어요. 재난본부에서 설악산 일대에 있는 모든 핸드폰을 추적해서 소유주가 안전한지 일일이 확인전화를 걸고 있는데, 제대로 받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답니다. 그래서 구급본부에서 위치 추적을 해서 확인하러 이동하고 있다네요.”
정말 설악산 일대에 유독 가스라도 퍼진 것은 아닐까?
의아한 것은 어떤 검사에서도 유독 물질에 노출된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검사 결과는 무척 깨끗하게 나왔다.
덕분에 의료진은 큰 혼란에 빠졌다.
“대체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정황을 보면 분명 뭔가 외부적인 요인으로 쓰러진 게 틀림없는데, 검사 결과가 너무 깨끗해.”
“만약 우리 병원 설비로 잡아낼 수 없는 희귀한 유해물질이 원인이라면…….”
이곳은 지방 병원, 당연히 수도권 병원 시설에 비하면 열악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는 사이에도 동종 원인으로 쓰러진 응급환자들이 속속들이 실려 왔고, 의료진은 할 수 있는 한에서 최선의 조치를 다했다.
최초로 환자가 실려 오고, 몇 시간이 지났을 때였다.
“으으으…….”
“선생님! 여기 박우현 환자분이 정신이 드셨어요!”
환자 한 명이 스스로 깨어난 것이다. 그는 20대의 건장한 남자였는데, 병원에 실려 오고 4시간 만에 혼자 힘으로 깨어났다.
의료진은 급히 달려와서 동공의 흔들림, 의식을 체크했다.
다행스럽게도 환자의 반응은 정상적이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선생님, 다른 환자들도 하나둘씩 깨어나고 있어요!”
마침내 응급 환자들이 전원 깨어났다. 그들의 반응은 하나같이 동일했다.
마치 한바탕 기절했다가 시간이 지나서 깨어난 것처럼, 건강에는 이상이 없었다. 쓰러진 과정에서 넘어지며 입은 찰과상 정도가 전부였다.
재난본부는 이틀에 걸쳐 설악산에서 일어난 원인 규명에 나섰다. 등반객들이 쓰러진 지점을 종합하여 계산한 결과, 그들은 원인불명의 기절 현상이 일어난 범위를 어느 정도 특정할 수 있었다.
“북쪽으로는 미시령 계곡, 서쪽으로는 내린천로, 남쪽으로는 서울양양고속도로에 10km에 못 미치는 지점, 그리고 동쪽으로는 관모봉에 이르는 지점에 걸쳐서 광범위한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그 정도면 거의 설악산 일대를 넘어선 산맥 전체를 아우르는 범위 아닌가?”
산출된 면적을 지도로 확인한 재난본부장은 혀를 내둘렀다.
“그래서 피해가 발생한 원인은?”
“유독 가스, 일사병, 심지어 방사선에 이르기까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했습니다만, 아무런 원인을 알 수 없었습니다. 다만…….”
“다만?”
“피해 지역의 중심부에서 발견된 희생자 말로는, 곰의 포효 소리를 들었다고…….”
재난본부장은 어처구니가 없어서 껄껄 웃었다.
“그걸 지금 말이라도 하나? 설마 지금 곰 한 마리가 외친 샤우팅 때문에 이 넓은 지역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기절했다고 말하고 싶은 건가?”
“그 피해자 말로는 여태까지 자기가 그런 무시무시한 소리는 처음 들어보았다고 합니다. 국내에서 나름 유명한 동물학자로, 온갖 맹수 포효 소리는 다 들어봤답니다.”
“그만! 대체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
본부장이 일갈하자 보고했던 직원은 입을 다물었다.
“아무튼 상황 파악되기 전까지는 인근 일대 통제 걸고, 아무도 들어가지 못하게 해. 알았나?”
“알겠습니다.”
2주 넘게 온 산악지대를 샅샅이 조사하고 다녔지만, 결국 뾰족한 원인을 찾아낼 순 없었다.
컨트롤 타워는 슬슬 출입 통제를 풀어야 하는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관광명소 출입 통제로 인해 당장 지방 경제에 위협이 가해지고 있었던 것이다. 지방 정부의 요청을 무시할 수 없었던 컨트롤 타워는 출입 통제를 해제하려고 했다.
하지만 바로 그날 사단이 벌어졌다.
원인불명의 기절을 규명하기 위해 산악지대를 뒤지고 다니던 조사단들이 일제히 기절을 한 것이다.
화생방 장비까지 철저히 장착하고 있었음에도 그들은 기절을 피할 수 없었다. 예외는 전혀 없었다.
그리고 위험 센서 역시 아무런 경보도 울리지 않았다.
한 번이면 어떻게 무마해서 넘어갈 수 있겠지만 벌써 두 번째, 그 피해 규모 역시 엄청났다. 다행스럽게도 인명 손실은 없었지만, 백여 명이 넘는 조사대원 모두가 기절했으니.
결국 출입 통제 해제는 없던 일이 되었다.
관광 수입을 잃게 된 지방정부와 주민들이 드세게 항의했으나, 이건 양보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니었다. 당장 인명 피해 문제가 달려 있으니 말이다.
차후 대량의 인명 피해가 발생하기라도 하면 정치적으로도 심각한 타격이다. 철저히 금지하는 게 옳았다.
재난본부는 조사대원들 전원을 일일이 심층 대면하여, 기절하기 전 무슨 이상한 조짐을 알아차린 것은 없는지 조사했다.
하지만 특별한 것은 없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왜 기절을 했는지, 언제 의식을 잃었는지조차 인지하지 못했다.
다만 의미심장한 증언이 나오긴 했다.
첫 피해가 발생했을 때 추정한 피해 지역, 그 중앙 부근을 수색하던 이들로부터 나온 증언이었다.
“의식을 잃기 전, 희미한 곰의 포효를 들었습니다.”
물론 상부에서는 웃어넘겼고, 최상부까지 전달되는 일은 없었다.
설악산 출입 통제 조치는 그렇게 기약 없는 장기전으로 접어들었다.
“알박기한 땅주인들이 협상을 요청해왔습니다.”
제니스 컴퍼니 CEO를 맡고 있는 류이한 사장이 조심스럽게 보고했다.
“그건 방침을 정하지 않았나요? 드문드문 이빨이 나도 상관없으니 알박기 땅주인들은 무시하고 진행하기로요.”
“그들이 백기를 들고 나왔습니다. 그래서인지 지자체도 우리가 적극적으로 협의에 나서줬으면 하는 눈치입니다.”
“흠…….”
결정체 산업단지를 조성하려 했을 때, 유지웅은 5배의 프리미엄을 추가로 얹어주고 땅을 사들였다. 즉 시세의 6배를 치고 땅을 사줬다는 뜻이었다.
뿐만 아니라 땅을 판 이들에게는 산업단지가 조성되는 동안 우선적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가질 수 있도록 조치했다. 또 차후 산업단지에서 상점 같은 것을 낼 수 있도록 약속도 해줬다.
하지만 시세가 더 오를 거라 믿고 끝까지 버틴 이들도 적지 않게 있었다. 유지웅은 그들과 더 이상 협상을 하지 않고, 그들의 땅을 무시한 채 산업단지 조성을 시작했었다.
“그럼 처음 시세대로 매입해주죠. 우리가 매입한 시세 말고 원래 시세요.”
“예? 그 사람들은 우리가 매입했던 시세대로 매입해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지자체도 그렇게 해주길 바라고 있고요.”
“아무것도 없는 들판을 20배 받고 팔겠다고 버티던 사람들인데 이제 와서 똑같은 조건으로 매입해주면 뭐가 돼요? 다음에 우리가 사업 확장할 때, 일단 버티다가 나중에 안 되겠다 싶으면 백기 들겠다는 사람들이 나올 거 아니에요?”
“…….”
“그건 백기가 아니라 백기를 든 척 한 겁니다. 그냥 본래 시세대로 매입을 원한다면 그렇게 해주고, 그렇게 못하겠다면 원래대로 무시하세요.”
“그렇게 지역 주민들의 원한을 사서 좋을 게 있겠습니까? 지자체도 그런 식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조금만 양보했으면 좋겠다고요.”
“그렇게 지역 주민들이 제 원한을 사서 좋을 게 뭐가 있겠어요? 보세요. 땅은 땅대로 처분 못하고 나중에 산업단지에서 일자리나 사업자리도 배분 못 받게 됐잖아요. 이렇게 지방 정부 분들한테 전해주세요.”
“……알겠습니다.”
미래, 그리고 이미지를 생각해서 원활하게 문제를 처리하고 싶었던 류이한은 결국 끄덕였다.
이것으로서 그는 유지웅의 성깔을 조금이나마 파악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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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반달곰의 뜨거운 웅! 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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