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041)
1041 < — 금을 너무나 사랑한 — >
지표면에서 채굴 가능한 금의 양은 비교적 풍부한 편이다. 다만 금 시세를 우려해서 채굴 속도를 조절하고 있을 따름이었다.
트럼프는 시중에 풀려 있는 금을 확보하는 것보다는, 광산에 묻혀 있는 금을 캐내는 쪽으로 방향을 맞췄다.
설악마스터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는 100, 200톤의 금 가지고는 턱도 없다. 그렇다고 수천 톤 이상의 금을 매입해서 모으다가는 당장 달러의 영향력이 뒤흔들린다.
‘광산을 사놓은 게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이야.’
트럼프는 서부 지역에 사놓은 광산을 떠올렸다.
워낙 대형 광산인 터라 자신의 지분은 15% 정도로, 다수의 부호들이 법인 형태로 소유하고 있는 광산이었다.
2천 톤 이상의 금이 묻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광산이지만, 금 시세 조절을 위해 일부러 채굴 속도를 올리지 않고 있었다.
그들을 설득하기만 하면 그곳에서 설악마스터가 원하는 만큼의 금을 캐내는 것은 어렵지 않다.
대통령인 자신의 영향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캐낸 금을 장부에 등재하지 않고 유용할 수 있게 된다.
다음 정권이 그것을 알아차리더라도 상관없다. 설악마스터의 환심을 사기 위한 일종의 비밀 외교라는 명분이 있으니.
트럼프는 전화기를 들었다.
친구들에게 비밀을 털어놓고, 협조를 부탁할 시간이다.
친구들은 영상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조그마한 수탉이 눈부신 백색 섬광을 내뿜으며 거대하기 그지없는 맹금으로 변한다. 수십 개의 철궤에 담긴 수백 톤의 금을 아무렇지 않게 들어올린다.
날개 끝에서 끝까지 길이가 자그마치 2km는 되어 보이는 괴조가 유유자적하게 사라지는 모습에, 백발이 희끗한 백인 남자들은 저도 모르게 신음을 흘렸다.
“이 영상이 정말 조작된 게 아닙니까, 대통령?”
“이런 걸 조작해서 뭐 하겠소. 내가 그대들에게 그래야 할 이유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지.”
다들 머리로는 알고 있다. 그러나 가슴이 너무 놀란 것뿐이다.
백발이 성성한 어느 노인은 안경을 벗은 채 연신 눈을 비비고는, 다시 화면에 집중했다.
“정말 아무리 봐도 믿을 수가 없군요. 지구상에 이런 괴물이 존재했단 말입니까?”
“나 역시 직접 보기 전까지는 믿지 못했소.”
깔끔하게 구멍이 뚫린 백악관 지하 벙커, 그리고 벙커에서 트럼프와 브라우니가 대화하는 영상까지 보고 난 그들은 정말 할 말을 잊어버렸다.
“그 영물…… 설악마스터는 수천 km를 음속의 수십 배 이상으로 지치지 않고 비행할 수 있소. 마음만 먹으면 지구 반대편에 도달하는데 1시간도 걸리지 않지. 총알은 당연히 통하지 않고, 기존 재래식 무기 역시 마찬가지일 거라 추측하고 있소. 핵이 통할지는 모르겠으나, 굳이 시험해보고 싶진 않소만.”
“핵을 사용해야 할 일이 있을 것 같소?”
트럼프는 설악마스터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알겠다. 내 부탁을 들어줘서 너희가 ‘입지 않을 손해’가 뭔지 지금 바로 보여주겠다. 일단 미국 두개 주 정도는 날리고 오겠다. 초토화된 땅을 보면 네 생각도 달라지겠지.
―마음대로 생각해라. 아무튼 ‘너희가 원하는 이익’이 뭔지 보여주겠다.
―기억해라. 난 시끄러운 걸 참지 못한다.
기억을 곱씹던 트럼프는 자신을 향해 집중된 시선들을 볼 수 있었다. 그는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대화나 거래가 가능한 상대요. 그것은 미 대통령으로서의 명예를 걸고 보증할 수 있소.”
“그리고 하필 우리들만 꼭 불러 모은 것을 보면…… 혹시 설악마스터가 금에 관심이 있소?”
역시 돈에 관한 눈치라면 귀신같은 이들이다. 흡족한 지적이 나오자 트럼프는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빙고. 어떻게 말도 안 꺼냈는데 단번에 맞추시는군.”
“우리 모두는 공통점이 있지. (주)골드앤마운틴의 주주들이라는 사실이오.”
“대통령께서 이 멤버만 정확히 불러서 설명을 꺼냈을 때 어느 정도 짐작은 했어요.”
“그래, 어느 정도의 금이 필요한 겁니까?”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게 당연한 거 아니겠소? 그래도 여러분들이 수월하게 가늠할 수 있도록, 좀 더 자세한 데이터를 알려드리리다.”
대부호들은 이제 어느 정도 여유를 되찾고 미소까지 짓고 있었다.
놀라운 신비와 힘을 지닌 영물이 금을 좋아한다. 그래서 미국은 그 영물과 비밀리에 친분을 쌓기 위해, 공개 유통망에 잡히지 않는 대량의 금을 필요로 한다.
그 금을 쉽게 조달할 수 있는 길은 바로 자신들이고, 이제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거래를 요청해올 것이다.
그러나 다음 순간 보인 영상에, 그들의 미소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부서져 내렸다.
“설악마스터가 금을 얻기 위해 우리 미합중국에 준 물건이오. 바로 요즘 한창 유명한 119번 원소, 즉 그린 결정체라 불리고 있는 물질이오.”
세상이 전부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믿는 대부호들의 표정을 박살내는 것은 참 짜릿한 일이다. 트럼프는 흡족한 심정으로 그들의 경악을 즐겼다.
“설악마스터는 그린 결정체가 어디에 묻혀 있는지 알고 있는 게 틀림없소. 그리고 그린 결정체가 인간 사회에서 어떤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도 정확히 이해하고 있지.”
“근거를 설명해 주시오.”
“설악마스터는 200톤의 금을 요구했소. 그것은 그린 결정체의 역대 최고 낙찰가를 기준으로 했을 때와 거의 일치하오.”
“……설악마스터는 인간 사회에 관심이 많은가 보군.”
“그리고 그린 결정체보다는 금을 더욱 좋아하고 있지.”
대부호들의 얼굴에 떠오른 욕심이 짙어졌다.
그들은 그린 결정체가 얼마나 큰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완전무결한 피부 미용제부터 시작하여, 불치의 영역으로 알려진 탈모를 치료할 수 있고, 철강의 품질을 비약적으로 높이고 전기제품의 발열마저 줄여준다.
대부호들은 깨달았다. 이 자리는 자신들이 거들먹거리며 대통령에게 요구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 대통령이 거들먹거리며 기회를 주고 자신들은 감사히 고개를 숙여야 하는 것이다.
“우리가 협조해야 할 일이 뭡니까, 대통령?”
어느덧 공손해진 말투가 트럼프의 기분을 더욱 흡족하게 만들었다.
“설악마스터와 거래하여 가능한 많은 결정체를 확보할 생각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거래 기록이 남지 않는 금이 대량으로 필요해요.”
“협조하겠습니다. 그 대신…….”
“아아, 대가는 충분히 만족스러울 거요. 나 또한 사적으로는 여러분과 같은 입장이지 않소?”
거래는 순순히 성립되었다. 다행히 유혈 사태는 없을 것이다.
(주)골드앤마운틴은 보유하고 있는 광산의 금 채굴 속도를 한계치까지 올렸다.
물론 아무리 큰 광산이라 해도 단기간에 대량의 채굴량을 확보하기란 어렵다. 그것은 물리적 시간 문제였으니.
그래서 대부호들은 다른 방안을 내놓았다.
“우리가 각자 보유하고 있는 금괴를 먼저 반출하고, 광산에서 나오는 금으로 그 양을 충당하기로 합시다. 거래의 신속함을 위해서는 그래야 할 것 같아요.”
“옳은 생각입니다.”
1톤을 내놓는다면 1톤을, 10톤을 내놓는다면 10톤을 다시 돌려받는 것이다. 그러니 보유 금괴를 먼저 내놓고 채굴하는 금으로 돌려받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었다.
“장차 얼마의 금이 필요할지 알 수 없는 일이니 골드앤마운틴에 국한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금 조달을 위한 법인이나 조직을 따로 만들어 각자 참여하고, 그 참여 지분율에 따라 연방정부에서 시행할 결정체 사업권을 나눠 갖는 것으로 합시다.”
그렇게 ‘연방금준비위원회’가 만들어졌다.
설악마스터와 거래하기 위한 금을 조달하고, 그렇게 확보한 결정체를 참여 지분만큼 소유하는, 일종의 지주회사다.
물론 결정체가 가지는 전략물자성 때문에 임의로 처분하지는 못하고 연방정부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그 이익만큼은 확실하게 가질 수 있으리라.
연방금준비위원회에 참여한 대부호들은 먼저 각자 보유한 금을 몽땅 내놓았다. 뿐만 아니라 다른 금광에도 투자를 하거나 금을 매입해서 투자하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만약 연방정부 단독으로 금을 확보하려고 했다면 여러 가지로 걸림돌이 컸을 것이다.
그러나 ‘민영화’의 힘은 정녕 위대했다. 강제하지 않아도 알아서 극대화된 효율을 추구했고, 실현했다.
불과 한 달도 지나지 않아 1,000톤의 금이 모인 것이다.
“역시 미국은 위대하다.”
1,000톤의 금이 모였다는 보고를 들은 트럼프는 진심으로 미국이 지닌 저력에 박수를 쳤다. 고작해야 친구들 몇 몇을 불러 모았을 뿐인데, 그만한 양의 금이 모이다니.
거래를 마칠 준비는 끝났다. 그러나 아직 문제는 남아 있었다.
“설악마스터가 가져간 위성폰은 처음 그날부터 단 한 번도 켜진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현재로서는 위치를 추적하거나 이쪽에서 연락을 취할 방법이 없습니다.”
트럼프는 그 점이 못내 아쉬웠다.
사실 전원 여부에 관련 없이 추적 장치나 강제 통신 장치를 삽입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신뢰를 위해 그런 짓을 하지 않았다.
만약 전원이 켜져 있다면 위성 추적으로 위치를 파악할 수 있겠지만, 전원이 꺼져 있다면 이쪽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설악산에 있겠지. 하지만 이대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저 손가락만 빨면서, 설악마스터가 연락을 취해오기를 기다릴 수밖에.
어느덧 두 달이 지났고, 금괴는 2,000톤으로 불어났다.
금이 쌓이기만 할 뿐 반출이 되지 않자 연방금준비위원회에서도 슬슬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설악마스터와는 아직 거래가 없는 겁니까?”
“연락이 안 된다고요? 설마 이쪽에서 연락을 시도할 방법이 없는 겁니까?”
일단은 그저 기다리기만 해야 한다. 설악마스터와 초기 신뢰를 쌓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
그런 설명에는 연방금준비위원회 회원들도 어쩔 수 없었다.
그러자 회원 중 한 명이 좋은 꾀를 생각해냈다.
“설악마스터는 인간 사회에 관심이 아주 많은 것 같으니, 그것을 역으로 이용해 봅시다.”
“역으로 이용한다고요? 어떻게 말입니까?”
“백악관 금괴 스캔들을 일으키는 겁니다. 연방정부가 무언가 이상한 목적을 위해 대량의 금괴를 쌓아둔 거 아니냐, 그런 루머를 언론을 통해 넌지시 흘려 봅시다.”
“오, 그거 좋은 생각이군요.”
루머일 뿐이니 철저히 부정하면 정치적 부담을 질 일도 없다. 그 과정에서 설악마스터만이 이해할 수 있는 메시지를 넌지시 남기면 일이 잘 풀릴지도 모른다.
골드 클럽이 논의를 마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월 스트리트 저널에서 폭로 아닌 폭로를 터트렸다.
“백악관 지하 벙커에 2천 톤이 넘는 금괴가 숨겨져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이에 대통령은 할 말이 있는지?”
“놉. 백악관 지하 벙커는 수탉도 제 마음대로 드나들 정도로 오픈된 곳이다. 그런 곳에 금괴를 보관하는 멍청한 대통령은 없다.”
대충 그런 식으로 일어진 공방을 본 미국 시민들은 월 스트리트 저널도 한물 간 거 아니냐고 쓴소리를 했다. 그리고 관련 기사는 인터넷에서 풍자처럼 몇 번 회자되다가 잊혀졌다.
그리고 얼마 후, 트럼프 대통령은 곤히 자던 중 핸드폰의 알람 소리를 들었다. 꿈결에 그 소리를 들은 그는 벌떡 일어나서 액정을 확인했다.
「Do you have gold? real?」
「Yes.」
「Call. I want de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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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이 먹고 썸톡하려니 힘들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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