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047)
1047 < — 금을 너무나 사랑한 — >
진강철은 겨우 혼란을 가라앉히고 입을 열었다. 일단 유지웅의 의중을 알아내야 했다.
“지금 의장님 말씀은…… 만약 철강 강화제를 저희 회사에 판매하실 경우에 발생하는 이익은 배당하지 말란 뜻입니까?”
“비슷하게 짚긴 하셨는데 제가 말하고자 하는 본질은 그게 아닙니다. 자, 설명을 할게요. 먼저 생각을 해봅시다. 회사는 크게 자본가와 노동자로 이뤄져 있지요?”
“그건 비약적인 이분법식…… 아니,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진강철은 저도 모르게 반발을 하려다가 보이지 않는 주변의 눈총을 받고 얼른 말을 거뒀다.
유지웅은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계속했다.
“철강업계는 문제가 많았습니다. 많아도 너무 많았죠. 분식회계와 횡령, 배임은 물론이고 영세 업체들에 대한 압박도 심했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책임은 회사의 주인, 즉 대주주들에게 있죠.”
진강철은 오늘 협상이 결코 쉽게 풀리지 않으리라는 것을 직감했다.
“철강업계뿐만 아니라 이 나라 경제계가 다 그렇습니다. 제가 산업단지를 세운 건 기존 헬조선의 기업 문화가 너무 부패하여 도저히 수습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부정한 것들과 손을 잡는 것보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다 제가 해나가는 게 낫지요. 그럴 만한 돈도, 힘도 있고요.”
협상단의 눈이 일제히 휘둥그레졌다. 지금 헬조선이라고 했어?
‘그게 진짜였구나.’
‘맙소사. 이런 자리에서 자기 나라를 저런 식으로 대놓고 부를 줄이야.’
“제가 말한 건 그대로 해석하시면 됩니다. 전 제 사업 아이템으로 주주들이 배불리는 꼴 못 봅니다. 철강 강화제로 인한 이익은 근로자들 임금과 근무환경 개선, 그리고 직원복지 향상에만 전부 써주세요. 그렇게 하겠다면 제가 거래하겠습니다.”
“그, 그것은…….”
“아, 싫으면 하지 마세요. 자유경쟁주의 사회에서 제가 이 정도 결정도 못합니까? 저의 그런 생각은 잘못됐고, 그러면서 철강 강화제는 팔아야 한다는 건가요?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뇌를 열어서 우동사리가 몇 다발이 들어 있는지 내가 꼭 확인하고 말 거예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습니다. 이익이 나지 않는 행위에 회사가 여력을 투입할 여유가 없습니다.”
“그럼 안 하면 되잖아요. 철강 강화제가 무슨 공공재도 아니고, 제가 내건 조건 안 지키겠다는데 뭐 하러 제가 거래를 해요?”
“…….”
“그리고 상식적으로 제 조건을 받아들이는 것 자체가 안 받아들이는 것보다 1만 배는 낫죠. 철강 강화제를 통해 회사 매출과 경쟁력을 비약적으로 높일 수 있으니까요. 단지 그 이익이 주주가 아니라 근로자들에게 가는 것뿐이라서 싫다는 거잖아요. 그게 싫으면 철강 강화제 따로 만들어서 쓰세요. 안 말려요.”
틀린 말은 전혀 아니다.
철강 강화제를 성공적으로 도입하는 것 자체가 어찌 되었든 회사의 경쟁력을 비약적으로 높인다. 단지 그 이익이 회장이나 주주들이 아닌, 근로자들에게 가는 것이 다를 뿐.
심지어 그렇게 되면 주주들은 이익 자체는 가지지 못해도, 회사의 가치 상승이라는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된다.
“아니면 자유자본주의 사회에서 제가 제 자본을 가지고 합법의 범위 내에서 자유롭게 활용하는 것 자체를 제지하고 싶으신 건가요? 그게 보스코 대주주들의 뜻인가요?”
자유방임적 자본주의도 아니고, 자유방임주의는 또 어디서 튀어나온 괴어인가. 진강철을 비롯한 협상단들은 그저 속으로 진땀만 흘렸다.
그들은 알고 있었다.
어찌 되었든 유지웅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 자체가 회사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아예 거래가 무산되는 것보다는 훨씬 좋은 선택지다.
하지만 대주주들이 과연 받아들이려고 할까?
그들은 회사의 가치 증대로 인한 수혜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철강 강화제가 창출할 막대한 이익을 자신들이 받지 못한다는 것에만 반발을 일으킬 것이다.
특히 회장 일가가 드러낼 분노가 눈앞에 선했다.
결국 그날 협상은 무산되었고, 아무런 거래도 이뤄지지 못했다.
정효주는 혼자서 산책하고 있었다.
온 사방이 공사 소음으로 시끄럽지만, 그녀의 귀에는 하나도 거슬리게 들리지 않았다. 중장비들이 쉬지 않고 돌아가는 모습, 현장 근로자들이 일사불란하게 작업에 임하는 모습은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뿌듯했다.
그녀의 왼쪽 어깨에는 브라우니가 앉아서 날카로운 눈으로 사방을 살피고 있었다.
그때 브라우니가 캭캭 하고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
“무슨 일이야, 브라우니?”
브라우니는 저쪽을 바라보라는 듯이 왼쪽 날개 끝을 쭉 뻗어서 가리켰다.
그제야 정효주도 발견했다. 저 멀리서 이쪽을 향해 걸어오는 유지웅의 모습을.
탱커의 높은 시력과 눈썰미는 유지웅이 손에 쥐고 있는 셀카봉을 발견했다. 언뜻 보기에는 스마트폰으로 자기 사진을 찍을 때 사용하는 셀카봉이 맞았다.
그런데…….
“뭐야? 셀카봉에 대체 뭘 단 거야?”
셀카봉 끝에 방송국 전문 촬영 장비 같은 캠코더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던 것이다. 카메라 전장 길이만 1미터는 족히 될 듯한 사이즈였다.
여기에 좌우에 날개처럼 펼쳐진 야외 조명판, 어른 팔뚝만한 야외 카메라, 그리고 30cm는 불쑥 솟아난 커다란 안테나까지 보이고 있었다.
그 무게를 다 합치면 수십 kg은 거뜬히 넘지 않을까?
그것을 3미터는 넘어 보이는 셀카봉 끝에 매달고, 심지어 한 손으로 지탱하고 있었다. 물론 정효주는 그것 자체에는 놀라지 않았다.
보통 사람이라면 저 무게를 한 손으로 균형을 유지하지 못하겠지만, 유지웅과 자신은 할 수 있다.
그녀가 놀란 것은…….
“저 셀카봉, 대체 뭐로 만든 거야?”
어른 손가락 두 개 정도 굵기밖에 안 되는 셀카봉이 수십 kg가 넘어 보이는 대형 방송 카메라를 버티고 있다니.
어느덧 유지웅이 코앞에 다가왔다. 그는 정효주에게 살짝 눈인사만 했을 뿐, 자신이 하던 일에 집중했다.
“형이 그래서 말했지. 자유자본주의 사회에서 내가 하는 짓이 뭐가 잘못된 거냐고? 니들도 지금까지 해왔던 짓 아니냐고? 그리고 이 거래 자체가 니들이 먼저 이야기한 거 아니냐고.”
―역시 형님은 가차 없으십니다.
―지웅이 형님이 최고! 속이 시원합니다!
“이해가 안 되잖아. 철강 강화제를 사고 싶으면 내 조건을 받아들이면 되는 거잖아? 싫으면 거래를 안 하면 되는 거고. 그 이익을 근로자들에게 나눠주는 게 뭐가 어때서? 지들도 주식 폭등할 테니 결국 모두가 다 프로핏이잖아. 안 그래?”
―원래 헬조선 기업가들 마인드가 그렇습니다.
“억울하면 지들이 결정체 캐내서 만들든가. 왜 나한테 우는 소리 하는지 진짜 하나도 이해 안 감.”
―역시 지웅이 형님이십니다. 제 아들보다 어린 형님이지만 존경하고 사모합니다. 그러니 전남 산업단지에 자리 하나만 좀 어떻게…….
“PKEF님, 취업의 길은 언제든 열려 있어요. 언제든지 제니스 컴퍼니에 입사 지원서를 제출하세요.”
정효주는 떨떠름해서 바라봤다. 가까이 와서 보니 카메라 아래에는 LCD 모니터까지 달려 있었다.
모니터에는 방송 채팅창이 보였고, 시청자들의 글이 실시간으로 올라오고 있는 중이었다.
“지웅아, 지금 뭐 하는 거야?”
“응, 방송 중. 스트리밍이라고도 하지. 지금의 난 한 명의 자유로운 스트리머야. 유투버이기도 하고.”
“…….”
얼마 전에 잔뜩 배송된 박스들의 정체가 바로 저것이었나?
“개인 방송 시작한 거야?”
“요새 야외 방송이 대세라잖아. 집에 앉아서 게임 방송만 송출하는 시대는 지났어. 이제 바야흐로 방송은 바깥에서, 시원한 공기를 마시며 시청자들과 소통하는 거지. 안 그래, 시청자 동생들?”
―맞습니다, 지웅이 형님.
―그런데 형님, 지금 이야기하시는 분은 누구인가요? 얼굴이 잘 안 보이는데요.
“어, 형수님이다. 보여줄까?
―헉, 형수님이라면 정효주 사장님! 보여 주십시오!
―여신님 얼굴 한 번만 제발! 헉헉!
유지웅은 정효주를 보고 물었다.
“시청자 동생들이 효주 니 얼굴 한 번 보고 싶다는데 잠깐 얼굴 좀 보여줄래?”
“잠깐만, 나 지금 생얼인데…….”
“원래 넌 생얼이 훨씬 나아.”
정효주는 대충 손거울을 꺼내 얼굴을 보고 머리카락을 정돈한 뒤 얼른 유지웅 옆에 섰다. 그리고 환히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안녕하세요.”
―우오오, 여신님이다! 존안 알현하자마자 무릎 꿇습니다.
―우와…… 저렇게 예뻐도 되는 거임? 진짜 여배우 하셔도 되겠어요.
―언니언니, 그렇게 예쁜 비결이 뭐예요? 지금 화장 전혀 안 하신 거죠? 피부가 너무 좋아 보이는데 관리 비법이 있나요? 역시 GCS를 사용하면 그렇게 되는 거죠?
“아뇨, 전 GCS 안 써봤어요. 쓸 이유도 없구요.”
―그럼 대체 그렇게 예쁜 피부를 가질 수 있는 비결이 뭔가요? 저도 개념과 양심이 있어서 예쁜 얼굴을 가지는 비결은 안 물어볼 거예요. 그건 다시 태어나야 하니까…….
“글쎄요. 특별히 관리는 하지 않고, 그냥 세포 DNA가 달라서 그래요.”
농담이 아니라 폭주하던 시청자들의 댓글이 3초 정도 멈췄다.
정효주도 말을 해놓고 아차 싶었지만, 이제 와서 말을 뒤집는 것도 우스운 일이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대박! 저 자신감 어쩜 좋음? 진짜 반해버릴 듯.
―엉엉, 언니 절 가져요.
―단 하루만이라도 유지웅 형님으로 살아보고 싶습니다. 그건 대체 어떤 기분일까요?
“응, 내일이면 원래대로 돌아가야 한다는 절망으로 점철된 24시간이 될 거야, 유지웅포레버 동생님.”
―지웅 형님, 형수님의 말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사실이라서 코멘트할 게 없네. 우리 효주는 그냥 종 자체가 달라요. 원래 예쁘긴 했는데 17살 때 여신 DNA가 각성해서 인간을 탈주했지. 나중에 30년, 아니 20년 뒤에 이게 무슨 말인지 제대로 깨달을 수 있을 거야.”
―앗, 그럼 오늘이 성지가 되는 건가요? 20년 뒤에 다시보기로 성지 순례하러 오겠습니다.
“자, 오늘 방송은 여기까지. 철강업체들 까는 글 좀 많이 많이 생성해주시고. 그리고 아까 악플달다가 강퇴 먹은 7명, 조만간 법원에서 보자고. 농담 아니고 진짜니까 벌금이나 마련해두고 있어.”
―왜 합의금이 아니고 벌금입니까?
“난 합의금 필요 없어. 그보다는 전과 기록 남기는 걸 훨씬 좋아하지. 벌금도 전과는 전과니까. 자, 이제 진짜 방송 끕니다. 다음에 또 만나요. 안녕.”
유지웅은 방송을 껐고, 정효주는 조금 우습다는 표정을 짓고 물었다.
“근데 진짜 갑자기 웬 방송이야?”
“이제 스트리밍의 시대잖아. 젊음과 소통의 아이콘이지. 난 내 백성들과 소통하는 성인이 되고 싶어.”
백성들이라고 했다. 하지만 정효주는 이제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 있었다.
“이거 무게가 꽤 나갈 텐데, 그 얄팍한 셀카봉이 대체 어떻게 버티는 거니?”
“티타늄 합금에 철강 강화제 섞어서 만들었어. 엄청 가볍고 단단하고 탄성도 좋네. 이렇게 좋은데, 철강업체들은 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번 협상을 파토 낸 거지?”
유지웅은 이해가 안 간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그게 걔들 최후의 신문고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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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동안 머리가 너무 아파서 죽은 듯이 쓰러져 있었습니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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