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078)
1078
압록강에 출현한 거대 도롱뇽은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수십 개가 넘는 영상들이 찍혀 인터넷에 올라갔고, 수십만, 수백만 개 이상으로 끊임없이 복제되어 널리 널리 퍼졌다.
CNN 등 인지도 있는 해외 매스컴도 하루다 멀다 하고 속보를 내보내며, 압록강 현지 상황을 알렸다. 하루아침에 전 세계 시민들이 괴수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이다.
「믿을 수 없는 일입니다! 마치 신화에서나 나올 것 같은 거대한 괴수가 압록강에서 출현해 북한 땅을 유린하고 있습니다!」
「북한 인민군 대대가 소화기로 진압을 시도하고 있습니다만, 보십시오! 총알이 전혀 먹히지 않습니다!」
「기계화부대가 대전차로켓을 퍼붓고 있지만 도롱뇽 괴수는 끄떡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마치 간지럽다는 듯이 쳐다보지도 않고 유유히 자기 갈 길만 가고 있습니다!」
「도롱뇽 괴수의 진로 방향에 있는 마을 주민들은 이미 대피한 상황입니다!」
「미 7함대가 공습으로 도롱뇽 괴수 진압을 결정한 상태입니다. 이미 북한의 새 지도자 황백호 통령의 동의는 급히 얻은 상태라고 합니다.」
―반드시 섬멸하여 북한 주민들을 위협에서 구해내겠습니다.
결의에 찬 필린스 사령관의 선언, 그 뒤로 출격한 함재기 편대의 위풍당당한 발진 모습은 모든 미국 시민들의 가슴에 뜨거운 자긍심을 불어넣었다.
그러나…….
「보십시오!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분명 살아있는 생명체인 도롱뇽 괴수가 네이팜탄의 공격에도 끄떡없이 유유히 움직이고 있는 것입니다!」
놀랍게도 12기의 폭격기가 쏟아 붓다시피 한 네이팜탄의 불꽃 속에서도 도롱뇽 괴수는 아무렇지 않게 살아 움직였다.
단순히 살아남은 게 아니라, 네이팜탄이 만들어낸 화염이 아무렇지 않은 듯 한가로이 돌아다니기까지 했다.
그 광경은 전 세계에 낱낱이 보도되었고, 전 세계 군중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공포를 느꼈다.
앵커의 절절한 부르짖음이 시청자들이 느끼는 두려움을 대변했다.
「신이시여, 부디 저 괴물을 멸하소서!」
최초의 괴수에는 필드 드래곤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서양 신화의 드래곤보다는 일반 도롱뇽이 거대해진 형상에 훨씬 가깝지만, 네이팜탄의 폭격을 유유히 견뎌내는 강인함 덕분에 얻은 이름이었다.
세상 모든 이들이 필드 드래곤의 위세에 겁을 먹고 짓눌려 있지만은 않았다. 그들은 최초의 초인과 최초의 괴수 사이에 있는 연관성에 주목했고,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황백호 통령과 필드 드래곤은 북한에서 처음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재래식 무기의 파괴력을 견디는 강인한 신체를 지니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설마 그 둘이 같은 원인에서 태어난 초월적인 생명체란 뜻일까요?”
“아무래도 그렇지 않겠습니까? 물론 육체적 강인함은 필드 드래곤이 훨씬 우세인 것으로 보입니다. 네이팜탄의 불길 속에서도 아무렇지 않게 활동하고 있으니까요.”
황백호도 중국군이 몇 시간 동안 걸쳐 행한 공습 포격을 맞고 살아남았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버틴 것’이다. 실제로 그는 큰 부상을 입었고, 자체적인 회복력으로 치유되긴 했지만, 만약 하루 종일 폭격이 이어졌다면 그가 죽었을 수도 있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물론 이것만 해도 엄청난 것이지만.
반면 필드 드래곤은 황백호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어마어마한 폭격을 받았다. 미군이 괴수를 물리치기 위해 작정하고 퍼부은 폭격은, 화력의 밀도와 집중적인 면에서 중국군과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
하지만 필드 드래곤은 아무렇지 않게 살아있었다.
아니, 네이탐판의 불꽃 속에서도 모닥불을 쬐듯이 평온하게 활동하는 모습을 보이기까지 했다.
황백호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신체적 강인함을 지니고 있다는 증거였다.
끝이 보이지 않는 지옥불이 펼쳐진 들판에서, 아무렇지 않은 듯 태연히 움직이는 필드 드래곤의 모습에, 전 세계 시민들은 한 마음 한 뜻이 되어 신음했다.
“핵을 써야 합니다.”
국무부 장관은 강경한 주장을 펼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전혀 입을 열지 않고 있었다.
거대한 버섯구름이 피어오르는 가운데, 필드 드래곤이 유유자적하게 빠져 나오는 모습은 충격 그 자체였다.
미군은 필드 드래곤을 무찌르기 위해 비핵무기 중 최강의 위력을 지닌 모앱(MOAB)마저 사용했고, 저 버섯구름이 바로 그 증거였다.
모앱이 투하되기 전까지만 해도 미국은 승리를 장담했다. 생명체가 아무리 강인한 피부를 지니고 있다 해도, 모앱의 파괴력까지 버틸 수는 없으리라 보았다.
그러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간 것이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수단은 핵뿐입니다! 만약 필드 드래곤이 북한을 벗어난다면, 최후의 수단을 쓸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야 북한이 겨우 문을 열었는데.”
몇 몇 국무위원들이 안타까운 한숨을 토해냈다.
지금 북한은 기적의 순간을 맞이했다. 3대에 걸친 왕조 정권을 몰아내고, 공산주의를 버리고 자본주의를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를 갖췄다. 앞으로 미국과 얼마든지 친해질 수 있는 길이 활짝 열렸다.
앞으로 다시없을 이런 중대한 기회를 느닷없는 괴수 출현으로 날려 버려야 하는가?
핵을 쓴다면 북미 관계는 최악으로 틀어지고 말 것이다.
‘핵카드는 안 된다.’
트럼프는 손에 쥔 위성폰을 만지작거렸다.
사실 그는 필드 드래곤의 출현 자체에는 그렇게 큰 충격을 받지 않았다. 이미 설악마스터의 존재를 접한 덕분이다.
‘설악마스터라면 분명히!’
저 괴수를 가볍게 무찌를 수 있을 것이다.
국무회의가 끝나고, 그는 소수의 측근들과 따로 자리를 마련했다. 바로 설악마스터의 존재를 아는 이들이었다.
“설악마스터에게 연락해서 필드 드래곤의 진압을 부탁해야겠어.”
측근들은 당연한 듯이 아무도 반대를 꺼내지 않았다.
“만약 설악마스터가 거절한다면…….”
“거절하진 않을 거야. 그는 인류 문명을 존중하고, 평화를 사랑하는 신수이니.”
트럼프는 호언장담을 하고는, 위성폰을 열어 곧바로 메시지를 입력했다.
전송 버튼을 누르는 손이 가늘게 떨렸고, 측근들은 숨을 죽여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마침내 전송 버튼을 누르자 트럼프와 측근들 모두 구분 없이 한숨을 쉬었다.
지이이잉.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위성폰이 울리자 트럼프의 안색이 활짝 펴졌다. 자고로 빠른 답장은 좋은 소식이라고 했다.
「유감이지만, 나는 내 모습을 인간들 앞에 널리 드러내 보일 생각이 없다. 그것은 인류 문명에 자칫 더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귀국이 나의 존재를 철저히 극비에 붙이는 것과 비슷한 이유다.」
답변을 확인한 트럼프 대통령의 안색이 새카맣게 죽어갔다. 설마 이렇게 매몰차게 거절당할 줄은 몰랐던지라, 측근들 역시 당황해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러나 답변은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하지만 걱정할 것은 없으리라고 본다. 난 이 사건이 아마 무난하게 끝날 것으로 여기고 있다.」
설악마스터의 답변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마지막 문장까지 모두 읽어내린 트럼프 대통령은 황당함과 우려가 교차하는 표정으로 측근들을 둘러보았다.
“이게 무슨 뜻이지?”
“…….”
그 의문에 대답해줄 수 있는 이는, 당연히 그 자리에 없었다.
정작 그에 대한 대답은 전혀 엉뚱한 곳, 바로 북한에서 들려왔다.
“인민 여러분, 보십시오! 우리 위대한 황백호 장군님의 무용을 보십시오!”
감격과 울음에 젖어 거의 통곡에 가까운 북한 앵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건물 외벽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 앞에 몰려든 인민들은 조악한 영상을 보고 저마다 함성을 지르거나, 눈물을 닦고 있었다.
“우리 민족의 위대한 황백호 장군님께서 지금 인민과 공화국의 안녕을 위해 본인의 한 몸 아끼지 않고 모든 것을 불사르며 용감히 투쟁하고 계십니다!”
영상 속에서 황백호는 필드 드래곤이란 이름을 받은 괴수와 싸우고 있었다.
놀랍게도 그는 거대한 몸집을 지닌 필드 드래곤 앞에서 조금도 뒤쳐지지 않았다.
그야말로 용호상박, 인간의 조그마한 몸집으로 저 거대한 괴수를 상대하는 광경은 실로 경이적이었다.
군중들은 저마다 큰 함성을 내지르며 황백호를 응원했다.
지금 그들은 하나의 전설, 역사가 써지는 장면을 실시간으로 보고 있었다.
황백호는 있는 힘껏 뒤로 도약했다. 필드 드래곤과 적당한 거리가 벌어지자마자, 그는 손에 쥔 권총을 하늘로 쏘았다. 바로 신호탄이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호버링 중이던 헬기가 필드 드래곤을 향해 로켓탄을 집중적으로 퍼부었다. 수십 발의 로켓탄은 정확히 필드 드래곤의 몸체에 직격했다.
탑재한 로켓탄을 모두 소진한 헬기 편대는 곧바로 기수를 돌려 철수했다. 하지만 걱정 없다. 지금쯤 미 함대에서 출격한 교대 헬기 편대가 이쪽을 향해 오고 있을 테니.
황백호는 폭염에 휩싸인 필드 드래곤을 말없이 노려보았다.
이윽고 화염이 그치자 필드 드래곤이 아무렇지 않은 듯 긴 꼬리를 가볍게 털며 모습을 드러냈다.
“역시 재래식 무기는 전혀 통하지 않는군.”
저건 마치 자신과 같지 않은가.
황백호는 필드 드래곤의 출현에 운명적인 기시감을 느꼈다.
자신이 얻은 정체불명의 힘이 저 녀석에게도 깃들어 있는 게 틀림없었다.
‘남은 것은 핵뿐이다.’
모든 폭탄의 어머니(Mother of All Bombs), 모앱 폭탄을 비롯한 모든 재래식 무기가 통하지 않는 괴물이다. 이제 남은 선택지는 핵뿐이지만, 만약에 핵조차 통하지 않는다면?
‘핵은 안 돼!’
황백호는 속으로 부르짖었다.
핵은 안 된다. 적어도 이 땅에 핵이 떨어지는 일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
다행히 자신의 공세가 통한 덕분에 미군은 물론이고 전 세계는 패닉에서 어느 정도 벗어났다. 생채기 하나 나지 않는 재래식 공격만을 퍼붓고 있지만, 적어도 괴수 앞에서 속수무책이 아니라는 점에서, 한 가닥 희망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황백호는 그 희망을 적극적으로, 자신과 공화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활용할 생각이었다.
필드 드래곤과 싸우는 척하면서 슬금슬금 방향을 전환한 황백호는 뒤쪽을 살폈다.
저 멀리 있는 압록강이 시야에 들어온다.
수 km나 떨어진 곳이지만, 이미 인간을 초월한 그의 시력은 압록강의 푸른 물결을 훤히 바라볼 수 있었다.
“크윽!”
필드 드래곤의 앞발 공격에 얻어맞은 그는 일부러 과장된 동작을 취하며 멀리 나가 떨어졌다. 허공으로 높이 튕겨져 오르며, 무려 수십 미터 넘게 뒤로 나가떨어진 것이다.
크게 아프지는 않았지만, 지금부터 펼칠 희대의 연기를 마무리하기 위해서 그는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미군의 뛰어난 첩보 능력은 지금 자신의 표정마저도 생생히 잡아내고 있을 테니까.
괴수에게 살짝 밀리듯이 치고박고 하던 끝에 그는 결국 압록강까지 몰렸다.
―캬오오오!
드디어 마지막 순간이 찾아왔다.
필드 드래곤이 두 앞발을 높이 들어 올리며 내리찍는 순간, 그는 비스듬하게 비껴 맞으며 뒤로 힘차게 점프했다.
첨벙, 하며 강에 빠진 그는 괴수를 피해 달아나듯이 강 건너편으로 빠르게 헤엄쳤다. 괴수는 승기를 잡은 것에 신이 났는지 그를 쫓아 강에 뛰어들었다.
마침내 강 건너편에 도달한 괴수는 잠시 당황해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조금 전까지 쫓던 적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크르르……?
낮은 울음소리를 내던 괴수는 건너온 방향 그대로 들판을 향해 천천히 진격했다.
이곳은 압록강 너머, 중국 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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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형, 지금이야! 어서 형의 크고 아름다운 핵을!”
“오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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