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084)
1084 < — 최초의 딜러 — >
“좋았어!”
유지웅은 왼주먹을 불끈 쥐며 탄성을 내질렀다.
시청자 게시판은 이미 광란의 도가니였다.
「맞췄다, 맞췄어!」
「우와아아, 형님! 이거 뽀록 아니죠? 제대로 조준하고 쏘셔서 맞추신 거 맞죠?」
「명중률 인증샷 갑시다. 두 번 더 쏴서 얼추 비슷하게 맞추면 인정해드립니다.」
―‘적반의후장’님이 매니저에 의해 강퇴되었습니다.
「저 새끼는 어디서 신성모독을! 감히 우리 지웅이 형님에게 인정한다 어쩐다 그런 망발을 지껄이다니!」
「매니저님 잘 강퇴하셨습니다. 다시는 형님 방송 못 보게 해야 해요, 저런 것들은!」
유지웅은 잠시 왼손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그 안에 자리 잡은 기운이 은은하게 느껴진다. 세상 모든 것을 태워버릴 수도, 창조해낼 수도 있는 거대한 힘, 균열.
그리고 그것을 오롯이 통제하는데 모든 힘을 쏟아붓고 있는 AI괴수 오리나의 존재.
‘고맙다, 오리나! 네 에임 보정 덕분에 내가 빠르게 익숙해질 수 있었어! 어차피 조금만 연습하면 금방 잘 쏘게 됐을 거지만, 그래도 네 덕에 하루 이틀 정도 시간을 당긴 거라고 생각할게! 그것만 해도 정말 고맙다!’
충만한 재능 그 자체로 이뤄진 이 몸이라면, 어차피 시간이 해결해줄 문제였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중요한 시기에 오리나 덕분에 그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다.
유지웅은 다시금 화살을 시위에 놓았다. 이번에는 목표물을 제대로 보지도 않고 당겼다.
피유웅!
파공음을 일으키며 날아간 화살은 다시금 아까 맞았던 눈과 눈 사이 부위에 명중했다. 유지웅은 그것을 제대로 보지도 않고 다시금 화살을 쏘았다.
3번째로 날아간 화살 역시 정확히 같은 위치를 맞췄다.
어느 누가 감히 이런 퍼포먼스를 보고 의심할 수 있겠는가.
「우와아아! 형님, 형님! 정말 대단하십니다!」
「진짜 대단하십니다, 형님! 신성은 역시 위대하셨습니다!」
「이게 어딜 봐서 뽀록이냐. 그냥 지웅이 형님이 제대로 노리고 쏘신 거구만. 캬, 역시 동이족하면 활이지.」
「역시 동이족의 수호자 유지웅 형님이시다.」
「근데 지웅이 형님 왼손잡이셨음?」
「그러게. 왼손으로 하니까 영점이고 뭐고 그냥 쏘는 대로 족족 꽂히네.」
“아아, 오늘은 내 레프트 암에 잠든 소울이 날뛰고 싶어 하는 것 같아서 잠시 릴리즈 해줬어. 잘 지켜 봐.”
유지웅은 거듭해서 화살을 쏘았다. 쏘는 대로 족족 맞고 있으니 너무 신이 났다.
‘오리나, 이 기특한 녀석!’
마음만 먹으면 저런 하등 괴수 따위는 스치기만 해도 가루로 만들어버릴 수 있다.
하지만 오리나는 절묘하게 파괴력을 조절하여, 그저 녀석이 적당한 피해를 입게끔만 만들고 있었다.
“지웅아, 피해!”
정효주가 그렇게 외쳤다. 해양 괴수가 지느러미로 던진 화물차가 날아오고 있었던 것이다.
유지웅은 허공에서 느릿느릿하게 회전하며 포물선을 그리는 화물차를 훗 하고 웃으며 노려보고는, 여유 있게 화살을 시위에 재웠다. 그리고 가볍게 당겼다가 살짝 놓았다.
―피유웅!
빠르게 날아간 화살은 화물차의 바퀴 부분에 맞고 폭발을 일으켰다. 그 반동으로 화물차의 투사 궤도가 비틀어졌고, 살짝 고개를 숙인 유지웅의 머리 위 5미터를 스치듯이 날아가 저만치 뒤에 처박혔다.
제3자가 보기에는 아찔할 만큼 아슬아슬한 장면이었기에, 멀찍이 떨어져서 지켜보던 군 병력들은 저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었다.
전용 리무진에 올라 안전한 곳으로 이동 중이던 트럼프는 생생한 현장 영상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었다. 몇 번이고 입에서 탄성이 나올 만큼 멋지면서도 아찔한 장면들이 나왔다.
“대단해! 정말 대단해!”
황백호가 앞에서 몸으로 막으며 괴수의 움직임을 제한하고, 충분한 사거리를 벌린 유지웅과 정효주가 교대로 원거리 공격을 가하며 피해를 누적시킨다.
3인이 만들어낸 삼각형 조합은 감탄이 끊이지 않을 만큼 아름답고, 황홀했다.
“유지웅 의장과 정효주 부의장이 능력자였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지만, 그들의 공격이 유효하게 먹히고 있다는 것도 더 대단한 일입니다. 핵 외에는 괴수에게 타격을 줄 방법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일이 이렇게 되다니…….”
참모들 역시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한 채 감탄을 거듭했다.
“각하, 이미 두 번째 괴수가 출현한 이상 미국도 더 이상 안전하지 않습니다. 괴수로 인한 안보 문제는 이미 중국뿐만이 아니라 지구 전체의 공동 주제가 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음, 지금 이 순간 미국에 괴수가 나타나더라도 절대 이상하지 않겠지. 즉시 전 군에 비상 경계령을 내리고, 언제 어느 순간 괴수가 출현하더라도 시민들을 대피시킬 수 있도록 철저히 예방 태세를 갖추게.”
“알겠습니다.”
전용 리무진은 움직이는 백악관이나 마찬가지, 대통령의 명령은 연방정부 휘하 기관들에 즉시 전달되었다.
그 시간에도 현장에서는 전투가 한창이었다.
황백호는 노련한 몸짓으로 해양 괴수의 움직임을 최대한 봉쇄하고 있었다. 처음 상륙한 지점에서 150미터도 채 움직이지 않은 점이, 그가 얼마나 신경 써서 괴수를 붙들어두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괴수는 멀리서 공격을 가하는 유지웅과 정효주 때문에 이따금씩 성질이 나는지, 지느러미에 잡히는 대로 물체를 집어던지며 역공을 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가끔이었을 뿐, 거의 대부분은 황백호를 상대하는데 열중하고 있었다.
그 덕분에 괴수가 처음 주었던 위압감과는 별도로, 생각보다 피해가 적었다. 여기저기 부서지고 건물이 무너지기는 했지만, 북한 자강도를 통째로 불태웠던 것을 생각하면 한없이 양호한 수준이다.
트럼프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앞으로 괴수 안보 문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저들 3인의 전투 모습에서 그 길이 보이는 듯했다.
「관중이오!」
「백발백중이오!」
「다들 비켜라, 여기 태조 이성계가 강림하셨다!」
왼손으로 활을 잡은 이후, 쏘는 족족 명중이었다. 눈을 감고 쏴도 원하는 곳에 들어간다.
유지웅은 잠시 활을 내리고는 뿌듯한 얼굴로 해양 괴수를 바라보았다. 녀석의 몸을 감싼 방어막이 아까보다 연해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 맛에 다들 에임핵을 켜는 거구나.’
이건 실로 위험한 맛이다. 멀쩡한 사람을 타락으로 이끌 수도 있을 만큼 강렬하고, 짜릿한 충동이다. 마약과도 같은 맛에 심취한 유지웅은 입술을 핥았다.
“동생들, 앞으로 나를 태조 유지웅이라고 불러다오.”
「유태조! 유태조!」
“오, 그거 좋다. 유태조.”
태조 유지웅, 유태조.
자신의 위명에 딱 어울리는 이름에 유지웅은 그저 흐뭇했다. 그는 자신감이 넘치는 당당한 동작으로 화살을 들었다.
“지웅아, 어때?”
“거의 끝나 가. 방어막이 옅어지고 있어.”
유지웅과 정효주의 눈이 서로 마주쳤다. 이심전심이라, 그 둘은 지금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힘들어 죽겠다.’
‘살살 힘 조절 하는 거 너무 어려워.’
‘차라리 블랙몹 레이드가 훨씬 쉽겠다.’
한 대 툭 스치기만 해도 죽어버릴 연약한 괴수를 상대로 힘 조절을 해가면서 아슬아슬한 전투 장면을 연출하려니, 이거 보통 힘든 게 아니다.
알에서 막 깨어난 어린 병아리와 권투 대전을 벌이는 것 이상의 난이도다. 심지어 12회전까지 무사히 끌고 가야 한다. 이쪽은 새끼손가락 힘 조절만 잘못해도 죽어버리는 상대를 데리고.
그러나 고생은 헛되지 않아, 이제는 그 끝이 보이고 있었다.
‘이만하면 충분하지?’
‘벌써 2시간이나 싸웠어. 축구 경기 하나쯤 되겠어. 이만하면 충분할 거 같아.’
‘그래도 옐로 몹 레이드치고 생각보다 빨리 끝나는 거라서 좀 그렇긴 한데…… 그만 끝내자.’
눈빛으로 서로 마음이 통한 둘은 동시에 무기를 쥐었다.
지금까지 교대로 공격하며 어그로를 관리하던 전술을 뒤집은 것이다.
“하나, 둘, 셋, 발사!”
똑같은 구호를 외친 둘은 동시에 방아쇠를 당기고, 활시위를 놓았다.
지느러미를 가격하여 폭발을 일으킨 총탄과 달리, 빠르게 날아간 화살은 해양 괴수의 왼쪽 눈에 정확히 가격했다.
눈을 보호하는 방어막 덕분에 괴수는 폭발에서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았지만, 극심한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 다른 부위도 아닌 눈이었으니.
―캬아아아아!
어류의 생김새와 어울리지 않는 포효를 내지른 괴수는 황백호를 무시한 채 유지웅을 향해 성큼성큼 달려갔다. 황백호는 당황해서 어떻게든 해양 괴수의 관심을 끌어보려 했지만, 이미 괴수의 두 눈은 오로지 유지웅만을 향하고 있었다.
시청자 게시판은 난리가 났다.
「형님, 큰일이에요! 피하세요!」
「괴수가 형님을 향해 덮친다! 으아아아! 아무리 지웅이 형님이라도 황백호처럼 피부가 강철은 아닐 텐데!」
「피하세요, 형님! 형님은 앞으로도 해야 할 일이 무궁무진합니다! 여기서 피하신다고 창피한 일이 아닙니다!」
어그로가 튄 그 순간, 전투 장면을 지켜보던 전 세계 시민들은 한 마음 한 뜻으로 유지웅을 응원했다. 심지어 유지웅 때문에 무수한 경제적 피해를 본 국내 기업가들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의 안전을 빌었다.
3인조 체제가 무너지면, 괴수가 한반도를 휩쓸어버릴지도 모른다. 그들이 가진 삶의 터전이 박살나는 것이니, 사소한 경제적 침탈 정도는 이 순간만큼은 잊어버릴 수 있었다.
“동생들, 내가 누군지 그새 잊은 거야? 나, 태조 유지웅이야. 유태조라고.”
유지웅은 여유 있게 활을 들어 올렸다.
그 순간에도 정효주는 거리를 벌리며 쉴 새 없이 지원 사격을 가하고 있었지만, 괴수는 그녀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다. 방금 눈을 정통으로 직격당한 것에 단단히 화가 난 것이다.
‘데자뷰…….’
잠시 아련한 기억이 떠올랐다.
그래, 처음 천민 원거리 딜러로 각성해서 레이드에 참가했을 때, 실수로 괴수의 눈알을 친 적도 있었지.
이제는 기억하기도 싫은 쪽팔린 흑역사가 아니라, 그런 시절도 있었지 하고 술 한 잔에 웃어넘길 수도 있는 과거가 되었다.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레이더로서 압도적인 성장을 마쳤기에, 그런 창피한 과거도 한 줄기 추억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더 이상 자신은 그때의 일을 가지고 이불을 걷어차지 않는다.
‘근데 내가 눈알 친 그 괴수 이름이 뭐더라?’
실없는 생각을 하며, 유지웅은 태연히 활을 들어 올렸다.
거대한 괴수가 지느러미를 이용해 성큼성큼 달려오고 있지만, 그는 조금도 위축되지 않았다.
삼각대에 고정된 고성능 캠코더가 괴수가 일으키는 지면 흔들림을 견디면서도, 그 당당한 모습을 남김없이 담아 송출하고 있었다.
그의 눈에는 똑똑히 보였다.
괴수의 몸을 감싼 방어막이 희미해졌음을, 툭 건드리기만 해도 사라져 버리기 직전임을.
태연히 조준을 마친 그는 사격 자세를 취한 그대로 왼손을 툭, 놓기만 했다. 그 외에 어떤 움직임도 없이, 날아가는 화살과 달려드는 괴수를 묵묵히 바라보기만 했다.
화살은 거의 소실된 방어막을 완전히 깨부수며, 괴수가 크게 벌린 입안으로 파고들었다. 요란한 충격파가 체내에서 터지자 괴수는 견디지 못하고 털썩 쓰러져버렸다.
기묘한 적막이 조용히 내려앉는 가운데, 그제야 유지웅은 천천히 오른손으로 잡은 활을 내렸다.
「태조 유지웅! 태조 유지웅!」
「유태조! 유태조!」
「유한조! 유한조!」
「유한조! 유한조! 유한조! 유한조!」
“한조 아니라니까! 누가 시작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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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자연스러운 드립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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