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104)
1104 < — 화이트보다 단단해 — >
“뭐? 필드 드래곤이 살아 있다고?”
유지웅은 크게 놀라워했고, 정효주도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눈을 치켜떴다.
“말도 안 돼. 레드도 못 버티는데 옐로 몹이 어떻게 핵폭탄을 버틸 수 있어? 적어도 블랙 몹은 되어야 핵폭발을 버티는 거 아니야?”
“그러게 말이야. 필드 드래곤은 움직임이나 출력을 봐선 분명히 옐로 몹인데.”
황백호는 둘의 대화를 주의 깊게 귀담아 들었다.
옐로니 레드니 블랙이니 하는 게 무슨 뜻인지는 잘 모르지만, 이 둘은 적어도 세간에 알려진 것보다는 괴수에 관해서 자세히 파악하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대체 어디서 그런 지식을 얻었지? 괴수가 나타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혹시 괴수 출현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말도 안 된다는 생각에 고개를 저었다.
그때 유지웅이 멋쩍어하며 손뼉을 쳤다.
“아, 맞다. 아무래도 내가 실수로 그놈한테도 보호막 걸었나 본데?”
“진짜 실수야?”
“응, 이건 진짜야. 하도 오랜만에…… 아니, 각성한지 얼마 안 돼서 익숙지 않다 보니 실수해버렸네.”
“잘한 실수네.”
정효주가 그제야 알겠다는 듯이 쿡 웃었다. 무슨 생각을 떠올렸는지 정효주는 대놓고 키득거렸다.
“와, 그럼 이제 괴수는 핵도 안 통한다고 알려지겠네?”
“차라리 잘 됐어. 어차피 핵으로 제압해선 안 되는데 그런 오해가 퍼지면 앞으로 핵카드를 만지작거릴 나라는 없을 거 아냐.”
앞으로도 괴수가 계속 쏟아져 나올 텐데, 아무리 위기에 몰렸어도 괴수를 핵으로 제거한다는 전략이 구축되는 것은 좋지 않다.
“유 총리, 그런데 대체 어떻게 한 겁니까? 새로 각성한 능력이 뭡니까?”
“보호막입니다. 원하는 대상에게 보호막을 씌워서 외부의 충격으로부터 보호해주는 거죠. 출력은 보신 바와 같인 핵폭발도 견딜 수 있는 정도구요.”
“그런데 지금까지 말씀하신 걸 보아하니 아무래도 이번에 각성한 능력은 아닌 듯하군요. 각성한 지 꽤 된 능력이지요, 그렇지요?”
꽤 날카로운 질문이 날아오자 유지웅은 하하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원래 평생 비밀로 하려 했는데 어쩔 수 없이 개방하고 말았습니다. 나쁜 의도는 없었고요, 그냥 사회라는 정글에서 제가 가진 전력을 처음부터 다 드러내는 것은 바보 짓 같아서요. 원래 3% 정도의 힘은 숨겨놓으라고 하잖아요.”
“3% 정도가 아닌 거 같은데요…….”
핵폭발도 막아내는 보호막 전개 능력이 전력의 겨우 3%라고? 그게 말이 돼?
“아, 그러네요. 3%까지는 아닌 거 같아요.”
“제가 보기에는 30, 아니 50% 이상은 되어 보입니다만.”
“0.3% 정도? 0.03%? 아니, 0을 몇 개 더 붙여야 되나?”
“……?”
0.3%? 0.03%?
황백호는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지금 자신이 잘못 들은 것은 아닌가 싶었다.
유지웅은 짐짓 표정을 근엄하게 꾸미고 정리했다.
“지금 이런 걸 따지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중요한 건 괴수가 핵폭발조차 견딜 수 있다는 게 밝혀졌다는 거죠.”
“……제가 조금 전 듣기로는 총리가 괴수에게 보호막을 걸어서 살아남은 것으로 압니다만?”
“그러니까 그건 우리 셋만의 비밀로 해야죠.”
유지웅은 당연하다는 듯이 말을 받았고, 황백호는 떨떠름해서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핵은 봉인해야 하니…….’
괴수는 핵폭발도 견딜 수 있다.
거짓말이긴 하지만 그 사실이 널리 퍼진다고 해서 피해를 보는 이는 없다. 오히려 무분별한 핵 사용을 원천봉쇄할 수 있어 장기적으로 볼 때는 전 세계적으로 이익이다.
“그럼 총리는 더블 능력자입니까?”
“네, 통령님하고 비슷합니다.”
“제가 더블 능력자라고요?”
“자힐이 되시잖아요. 자기 힐링. 그것만 따져도 총리님은 충분히 더블 능력자가 맞아요. 남도 힐해 줄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건 너무 사기라서 신이 강제 패치한 것 같네요.”
“가끔 총리가 말하는 것을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지금처럼요.”
“저한테 익숙해지셔야 합니다. 그래야 오래 사실 수 있어요. 안 그럼 화병 나서 제 명에 못 사십니다.”
정효주가 듣고 있다가 피식 웃었다.
“너도 아예 모르지는 않는구나. 너 스스로가 어떤지.”
유지웅은 그녀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다가 씩 웃었다.
“왜, 모를 거라고 생각했어?”
유지웅 일행은 미군 항공기를 타고 당당히 평양에 도착했다.
공항 인근에는 수많은 평양 시민들이 앞을 다투어 나와서 그들을 환영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게이트를 통과해 모습을 드러내자 평양 시민들은 일제히 환호를 내지르며 기뻐했다.
“시민 여러분, 나는 안전합니다. 그러니 아무런 걱정하지 마십시오.”
짧은 연설로 자신의 건재함을 알린 황백호는 곧바로 평양 집무실로 이동했다.
“부재중전화가 3,256통이나 되네.”
유지웅은 폰을 확인한 뒤 대수롭지 않게 반응했다. 정효주도 폰을 확인했다.
“난 500통 정도 왔어.”
“통령님도 부재중전화 많이 오셨나요?”
“……아직 우리나라는 외국과 본격적으로 교류를 하지 않아서요. 두 분에 비할 바는 못 됩니다만.”
중국의 핵 투하.
핵폭발 속에서도 살아남은 3인 공격대, 그리고 여전히 건재한 필드 드래곤.
그 덕분에 지금 국제 여론은 한바탕 난리가 나 있었다.
“중국은 운이 좋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물론 욕을 조금 덜 먹는다고 손해를 덜 보는 건 아니죠.”
거리낌 없는 핵 사용 때문에 중국을 향하던 신랄한 비판 여론은 그 기세가 한층 꺾여 있었다. 핵폭발도 견뎌낸 괴수의 놀라운 방호 능력 때문이었다.
하지만 여론이 잠시 비껴갔을 뿐, 중국이 치러야 할 대가 자체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비서에게 보고를 들은 황백호가 유지웅을 돌아보며 씩 웃었다.
“중국이 난리가 났나 봅니다. 사진팡 주석에게서 핫라인 요청이 들어왔다고 합니다. 제발 전화 한 통만 해달라고 애걸복걸 하는 수준입니다.”
“하지 마세요. 그냥 놔두세요.”
“물론 그럴 생각입니다.”
유지웅은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필드 드래곤한테 건 보호막이 언제쯤 없어지려나? 뭐, 그전까지는 무적이겠네. 근데 보호막이 시간 지나면 없어졌었나, 아니면 실드량이 다 소실되어야 없어졌었나? 하도 안 써서 기억이 잘 안 나네.’
특히 왼손에 오리나, 균열을 봉인하게 된 이후로는 보호막을 많이 쓰지 않아서 정확히 얼마나 향상되었는지 아직 모른다.
‘다른 능력도 오른 걸 봐서는 보호막도 분명히 많이 강화되었을 건데…… 뭐, 모르겠다. 차차 지켜보지 뭐.’
“저, 트럼프 대통령과 잠시 통화 좀 하고 오겠습니다.”
“그러십시오.”
유지웅은 잠시 집무실 밖으로 나오면서 스마트폰을 꺼내 직통 번호를 눌렀다. 신호가 세 번 울리기도 전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화를 받았다.
“헬로우, 미스터 프레지던트.”
「무사해서 다행이오.」
“이 모든 게 나의 맹우인 미국 전체의 응원과 걱정 덕분입니다. 베이징에 핵을 쓰시겠다는 위협까지 불사하면서 중국을 저지하고자 했던 그 정성, 절대로 잊지 않겠습니다.”
「별 거 아닙니다. 그런데 그게…….」
“아아, 무슨 말씀하시려는지 알아요. 우리가 이렇게 멀쩡한데 이제 와서 베이징에 핵을 쓰기는 좀 그렇죠. 수천만 명의 사상자가 나오면 미국은 악의 제국이 되고 말 테니까요. 핵은 그냥 없었던 일로 넘어가는 게 어때요?”
「이해해주니 우리도 한결 마음이 편하군요.」
수화기 너머 여기저기에서 한숨을 토하는 소리가 들린다.
가장 큰 이해관계자인 유지웅이 너그럽게 배려한 덕분에 핵 논의는 무탈하게 넘어갈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핵을 쓴다고 했는데도 무시하고 넘어간 것은 봐줄 수 없죠. 미국, 그리고 유미동맹의 위신이 달린 일인 걸요. 그렇지 않나요, 미스터 프레지던트?”
「유미동맹?」
무슨 말인지 몰라서 트럼프는 고개를 갸웃거렸고, 유지웅은 왜 그러냐는 듯이 피식피식 웃었다.
“제 성이 유씨잖습니까. 그래서 유미동맹입니다.”
「아아! 이해했습니다.」
“베이징에 진짜 핵은 못 떨어뜨려도, 핵을 떨어뜨리는 것에 버금가는 피해는 입혀야 미국과 유미동맹의 위신이 살지 않겠어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물론입니다. 우리 미국은 앞으로 중국에서 수입하는 모든 물량에 1,000%의 관세를 물릴 겁니다. 수입총액이 약 5,000억 달러 정도 되는데, 그러면 중국은 한 해에 관세만 5조 달러 이상 내야 합니다.」
“이야, 그건 미국에 뭐 수출할 생각은 하지도 말라는 거네요.”
「맞습니다.」
1,000%의 관세.
중국 제품은 아예 미국 땅에 발을 붙이지도 말라는 뜻이나 다름없다. 제품 가격이 하루아침에 10배가 넘게 뛰어버리는데, 어느 미친 소비자가 그것을 살까.
5,000억 달러에 달하는 수출 물량이 막혀버리면 중국 경제는 순식간에 붕괴하고 말 것이다.
생산과 소비는 얼어붙을 것이고 저소득층 인민들은 피폐해진 삶에 시달리게 된다. 국가 전체가 총체적인 가뭄에 처한다.
“중국이 보유한 미국채를 팔면 2년 정도는 어떻게 손실을 맞아가면서 버틸 수는 있겠네요. 뭐, 중국이 정말 그렇게 할 것 같지는 않지만요.”
「이참에 아시아에서 중국의 지위를 재정립해줄 생각입니다. 그러니 안심하고 기다려 주십시오.」
“믿고 있겠습니다. 역시 어려울 때는 친구 밖에 없어요, 하하.”
분위기가 말랑말랑해지자 트럼프는 이때다 싶어 은근슬쩍 떠보았다.
「그런데 핵폭발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은 건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아, 죄송해요. 그건 비밀입니다. 아무리 친구라고 해도 밝혀드릴 수 없어요.”
트럼프는 살짝 놀랐다.
유지웅이 모른다고 잡아뗄 줄 알았는데, 지금 반응은 그게 아니었다. 무언가 있다는 것만큼은 분명히 인정하되, 말해줄 수 없다고 선을 긋고 있으니.
‘역시 설악마스터가 도와줬나?’
트럼프는 여기서 살짝 물러나기로 했다.
아마 설악마스터가 도와준 게 틀림없으리라. 미국의 최첨단 감시망에도 잡히지 않은 것이 미스터리이긴 하지만, 수천 년 동안 한반도를 둥지 삼아온 영물이니 그럴 법도 하다.
통화를 끊은 유지웅은 집무실로 돌아왔다.
“통령, 어쨌든 레이드하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우리가 건진 건 얼마 안 되는 차비 960억 달러가 전부네요. 차비니까 공대장인 제가 그냥 가질게요.”
“……?”
황백호는 순간 당황했다.
그는 내심 960억 달러를 셋이서 나눌 거라고 기대했었다. 유지웅이 공격대는 원래 그렇게 해야 한다고 사전에 분배룰에 관해서 자세히 설명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기가 다 갖겠다니? 물론 그가 향후 북한에 투자할 돈만 해도 10조 달러가 훨씬 넘어가겠지만…….
‘아!’
순간 황백호는 납득하고 말았다.
유지웅은 돈을 탐내서 저러는 게 아니라, 처리하기도 번거로운 얼마 안 되는 잔돈이니 그냥 자기가 처리하겠다는 ‘진심 어린 선심’으로 말한 것임을.
‘얼마 안 되는 잔돈 들고 있어봐야 귀찮기만 하죠? 그러니까 그냥 내가 처리해주겠음. 고마워하지 않아도 됨.’
욕심이 많아서 자기가 다 먹겠다는 게 아니다.
오히려 욕심이 없어서 저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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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비 정도는 그냥 공대장님 드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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