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109)
1109 < — 화이트보다 단단해 — >
유지웅이 돌아간 뒤, 법무부 장관은 몇 시간 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은 채 꼼짝없이 생각에 잠겨야 했다.
‘100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교도소를 지어 주겠다고? 최대 300만 명까지 가능한?’
넉넉하게 수용할 때에는 100만 명, 급할 때는 모자라게 꾸역꾸역 밀어 넣어 300만까지도 가능한 규모.
현재 국내에서 수감 중인 복역수는 5만 5,000명 정도다.
헌데 그 수의 54배가 넘는 규모의 교도소를 무료로 지어주겠다니. 시설 운영비도 전액 지원하겠다니.
법무부 장관은 유지웅이 갑작스럽게 교정 시설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가 무언지 파악하기 위해 맹렬히 머리를 굴렸다.
―제 돈을 훔쳐 먹은 놈들이 솜방망이 처벌받고 풀려나오는 꼴을 상상하니 자다가도 잠이 벌떡 깨더라고요.
설마 제니스 컴퍼니의 돈을 노리는 간 큰 놈들이 몇 백만 명이나 나올 수도 있겠다는 염려 때문인가? 장관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감히 어떤 놈이 간 크게 제니스 컴퍼니의 돈을 노린단 말인가?’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납득이 되지 않던 도중, 갑자기 머리를 번쩍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설마?’
기득권층에 보내는 경고인가?
만약 자기 경제권역을 어떤 식으로든 침해한다면 신설 교도소에 처넣어 주겠다는? 집행 유예 따위 없이?
장관은 오싹 소름이 돋았다.
그는 대통령에게 보고를 올리기 위해 급히 일어났다.
“됐다.”
문서 작성을 마친 유지웅은 프린터 출력 버튼을 누르고 기지개를 켰다.
“아우, 삭신이 뻐근하네. 괴수는 아무리 때려잡아도 온몸이 멀쩡한데 타이핑만 하려고 하면 손가락부터 어깨까지 안 아픈 데가 없다니까.”
“행정 체질이 아닌가 보지. 다 작성한 거야?”
“응. 한 번 볼래?”
정효주는 출력 된 문서 1부를 집어 올리고는, 책상에 기대어 선 채 읽어 내려갔다.
「제니스 타운 거주민 자격 유지를 위한 규칙
1. 제니스 타운은 사유지이다.
2. 제니스 컴퍼니 산하 고용 직원 및 가족, 입점업체와 그 가족 및 방문자들은 본 규칙을 위반할 시 거주 자격을 박탈당하거나 출입을 거절당할 수 있다.
……중략……」
“조항은 생각보다 간단하네? 난 A4 한 100장쯤 나올 줄 알았지. 네가 워낙 의욕 충만해서.”
“큰 방향만 잡아주면 나머지 하위 방향은 아랫사람들이 알아서 잡는 거야. 그게 주인의 역할이라구. 이건 그러니까 헌법 조문 같은 거지.”
“이제 슬슬 출발해야 학교 재단 출범식에 안 늦을 텐데.”
“가야지.”
제니스 타운은 아직 절반 이상이 완성되지 않았지만, 벌써 상업지구와 주거지구가 완성되어 정상화에 접어든 지역도 몇 군데 있었다.
대표적으로 철강 사업 지역을 꼽을 수 있다.
철강 혼합물을 만드는 생산라인은 이미 완공되어 미국 위주로 불티나게 팔려 나가고 있었고, 직원들을 위한 거주 시설과 생활편의 시설, 그리고 교육시설 등도 준공을 마쳤다.
오늘은 제니스 타운에서 최초의 사립학교가 출범하는 날이었다. 물론 재단 이사장은 유지웅이었다.
학생은 전원이 신입생이 아니라 타지에서 부모를 따라 전학해온 이들이었다.
재단은 유치원부터 초중고교 과정을 큰 울타리 안에 몰아넣었다. 물론 각 학교들은 또다시 내부에 있는 작은 울타리로 분리되어, 서로가 접촉할 수 없게 해놓았다.
출범일이자 새 학교 생활 시작이다 보니, 유치원을 제외한 초중고교 학생들 전원이 잔디로 덮인 대운동장에 나와 있었다.
질 좋은 잔디로 된 대운동장은 방석 따위 없이 편하게 앉아 있어도 옷이 더럽혀지지 않았다.
유지웅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출범 행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 중이었다.
단상 위 방청석에는 교육부에서 나온 이들 수십 명이 이미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정부 인원들은 유지웅과 정효주가 모습을 드러내자 군기가 잔뜩 든 신병처럼 일사불란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사장님.”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저는 전남교육청 교육감 장치원이라고…….”
유지웅은 대충 가볍게 인사를 나눈 후 단상 위에 섰다.
이미 행사가 상당히 진행된 터라, 학생들의 표정이 피곤해 보였다. 날씨가 선선하고 잔디밭에 편히 앉아 있다고는 하나 학생들 입장에서 어지간히 지루할 것이다.
사회자가 어느 때보다 힘 있는 목소리로 유지웅을 소개했다.
“재단 이사장인 유지웅 이사장님이십니다. 모두 박수로 맞이해 주세요.”
순간 학생들 사이에서 고성이 터져 나왔다.
“뭐? 지웅이 형님?”
“진짜 지웅이 형님이 온 거야? 아니, 귀하신 분이 이런 누추한 곳까지 왜?”
“멍청아. 지웅이 형님이 우리 재단 이사장님이신데 당연히 오실 수도 있지. 그게 뭐 이상하다고.”
학생들은 언제 지루함에 시달렸냐는 듯 크게 웅성거리며 다들 벌떡 일어났다. 조금이라도 유지웅의 얼굴을 자세히 보기 위해서였다.
유지웅은 마이크를 잡고 입을 열었다.
“학생들, 그렇게 다들 일어서면 뒤에 있는 친구들의 얼굴이 안 보이잖아. 한 명도 남김없이 다들 자리에 앉도록 해.”
척. 척. 척. 척. 척.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군대 제식을 하듯이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뒤에 선 교육부 인원들은 놀라운 통제력과 질서를 보고 저도 모르게 흠칫 흠칫 거렸다.
유지웅은 목청을 가다듬고, 카랑카랑한 음색으로 말을 이었다.
“동생들, 이 형은 오늘 무척 기쁘다. 이 형이 힘들게 흙을 퍼 나르고 벽돌과 시멘트를 쌓아 지은 이 도시에 전입한 첫 신입생들을 만났기 때문이다.”
유지웅! 유지웅! 유지웅!
지웅이 형님! 지웅이 형님!
방송 좀 켜줘요! 방송 좀 켜줘요!
우레와 같은 환호가 쏟아지자 교육부 및 재단 인원들은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몰랐다. 반응이 열정적이어서 좋긴 한데, 그래도 재단 오너를 상대로 학생들이 저래도 되는가 싶었다.
“이사장이자 형님으로서 신입생 동생들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간단하다. 짧고 굵게 끝낼 테니 귀를 파고 잘 새겨 들어라! 다들 알았나?”
네!
“다들 어린 동생들이니 ‘실수’는 얼마든지 저지를 수 있다. 실수는 따뜻하고 냉정한 훈육으로 바로 잡아주겠다. 하지만 ‘죄’를 저지를 시에는 학생이 아닌 제니스 타운 거주민의 기준으로 조치를 취할 것이다. 그 점을 항상 명심하도록. 모두 제니스 타운 입주를 축하한다, 이상.”
유지웅은 짧게 연설을 마치고는 바로 단상을 내려왔고, ‘역시 지웅이 형님이다!’라는 환호가 더욱 커졌다.
어느 정도 환호성이 가라앉고, 고교생들 사이에서 비로소 조그마한 논의가 흘러 다녔다.
“근데 실수와 죄의 차이가 뭐야? 둘이 같은 거 아닌가?”
“훈육은 알겠는데, 거주민의 기준으로 조치를 취한다는 건 무슨 말이야?”
“지웅이 형님은 가끔 말을 좀 어렵게 해. 하지만 그게 더 치명적이시지.”
학생들은 국민들의 우상인 유지웅을 바로 눈앞에서 보았다는 사실 덕분에 다들 가슴이 한껏 부풀었다.
“이제야 제니스 타운이 좀 도시다운 도시로 돌아가기 시작했다는 느낌이 나네.”
언제 전부 지어지나 답답한 마음이 조금 있었는데, 새 학교가 가동하는 걸 보니 마음이 풀어졌다. 드디어 진정한 도시로 거듭났다는 느낌이었다.
“도시 전체로 보면 아직 1%도 안 되지만, 그 정도만 해도 어디야.”
이제부터 우후죽순처럼 늘어날 정상 거주 구역을 생각하니 과식을 한 것처럼 배가 부른 느낌이 든다.
출범 행사를 마친 뒤 유지웅은 임시 공항으로 향했다. 수직이착륙기를 타고 북한으로 다시 날아가기 위해서였다.
제니스 타운의 의장이자 북한의 총괄총리이다 보니 일주일에도 여러 번씩 남북을 왔다 갔다 해야 했다.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바쁘다.
공항에서 항공기가 준비되길 기다리고 있는데, 느닷없이 저 멀리서 지모가 헐레벌떡 달려왔다.
참고로 그는 CIA 소속으로 유지웅을 회유하려다가 역으로 종신 고용되어 미국과의 친분을 다지는 메신저로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미국인이다.
“의장님! 여기 계시다는 말을 듣고 부랴부랴 달려왔습니다!”
“무슨 일이시죠?”
유지웅은 의아해서 일단 그를 맞이했다. 그는 잠시 숨을 돌린 후에 설명했다.
“극비입니다. 중국이 필드 드래곤 섬멸 작전을 재개했습니다.”
“중국도 이제는 재래식 무기가 전혀 안 통한다는 걸 알았을 텐데요. 아, 설마?”
“네, 핵을 다시 쓰려고 합니다.”
유지웅은 그제야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음, 제법 많은 피가 흐르겠군요. 일반 군인들을 위해 명복을 빌어야겠네요.”
“무슨 말씀이신지요?”
“일반 병사들을 미끼삼아 희생해서 필드 드래곤을 폭심지로 유인한 뒤 핵을 쓰려는 거 아닙니까? 중국이 아무리 땅이 넓어도 방사능 오염지대가 늘어나는 것은 반갑지 않을 테니까요.”
지모는 작은 소리로 감탄했다. 자초지종을 설명하지도 않았는데, 핵을 다시 쓴다는 말에 앞뒤 사정을 꿰뚫어본 것에 놀라움을 느꼈다.
“맞습니다. 일반 병력을 이용해 필드 드래곤을 오염지대로 유인해서 다시 핵을 쓴다는 계획을 추진 중입니다. 아무리 방호복을 입어도 방사능 피폭을 피할 수는 없죠. 기껏해야 작전이 끝날 때까지 신체 붕괴를 견디는 수준일 겁니다.”
폭심지로 유인하는 작전을 맡은 병사들은 살아나도 산 것이 아닐 것이다.
“핵이 이미 안 통한다는 걸 알았을 텐데…….”
“그래서 이번에는 더 강력한 핵을 쓰려고 준비 중입니다. 1메가톤급 전략핵을 쓸 모양입니다.”
“그냥 베이징에 수직으로 선 그어서 동쪽 땅을 저한테 떼어준다면 제가 피해 없이 잡아줄 텐데, 중국 정부가 마음이 어지간히 급한가 봅니다.”
베이징을 수직으로 동쪽 지역 전체를?
지모는 그 땅이 얼마나 넓은지 잠시 지도를 떠올렸다가 멍한 얼굴이 되었다.
‘북한 전체의 열 배는 족히 되잖아?’
그런 큰 땅을 넘겨주면 된다고 서슴없이 말하는 걸 보면, 통이 큰 건지 농담을 하는 건지 구분이 어렵다.
“그나저나 1메가톤급이면 그 방사능 낙진이 감당이 안 될 텐데, 이거 막아야 하는 거 아닙니까? 잘못했다가는 우리 북한까지 방사능 낙진 피해가 올 수 있겠는데요?”
“중국산 전략핵이 아니라 러시아가 제공하는 핵을 사용하기로 했답니다.”
“러시아요?”
“정확히는 핵이 아니라 신형 수소폭탄입니다. 기폭 장치로 원자탄이 아닌 레이저를 쓰기 때문에 방사능 낙진 피해는 발생하지 않습니다. 방사능 오염 없는 큰 TNT탄두라고 생각하시면 될 겁니다.”
“오호, 러시아가 그런 것도 있었어요?”
유지웅은 작게 감탄했다.
하긴, 방사능 낙진 피해가 심한 무기를 쓴다면 미국이 절대 가만 놔둘 리가 없다. 그 피해가 북한은 물론이고 아시아 전체를 휩쓸 수도 있으니.
“중국이 헛수고를 하네요.”
“네?”
유지웅이 혀를 차자 지모는 의아했다. 그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비웃음을 흘렸다.
“그런 전략핵 같은 거 안 써도 돼요. 적당한 전술핵 하나만, 아니, 그냥 모아브 같은 거 3발만 동시에 터지도록 하면 금방 죽을 겁니다.”
‘보호막도 없는 옐로 몹한테 무슨 메가톤급 전략무기야. 어이가 없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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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가 없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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