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110)
1110 < — 화이트보다 단단해 — >
“그게 정말입니까?”
지모는 조금 의아했다. 유지웅은 지금 괴수에 대해서 아주 잘 아는 듯이 말하고 있었으니.
물론 가장 가까기에서 직접 괴수와 싸워본 경험이 있으니 황백호를 제외하고 다른 누구보다 괴수를 잘 아는 인물인 건 맞다.
하지만 괴수가 출현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그가 직접 상대해본 괴수도 두 마리가 전부다.
헌데 그 정도 경험으로 어떻게 저렇게 확신할 수 있을까?
“이게 직접 교전을 벌인 경험에서 나오는 감이라는 게 있어요. 주먹을 교환하다가 보면 알게 되죠. 아, 괴수한테 재래식 무기는 안 통하겠구나. 이 단단한 방어막을 깨뜨리려면 적어도 핵은 써야 하는구나. 물론 방어막 그 자체를 녹이는 상성을 지닌 레이더 딜러의 공격은 전혀 다른 맥락이지만요.”
괴수의 방어막에 레이더의 공격은 통한다.
허나 물리적 에너지만으로 방어막을 깨뜨리려면 적어도 핵 이상의 파괴력이 필요하다.
이제는 모르는 이가 없는 거나 마찬가지인, 괴수에 관한 정설이었다.
“그래서 잘 압니다. 그놈, 핵 한 방 맞고 어떻게 겨우 살아났지만 이제 비실비실한 상태입니다. 추가로 핵 한 방 더 맞으면 절대로 못 버티고 죽어요.”
“그게 정말입니까?”
“바로 지근거리에서 살아남은 저의 감을 믿으세요. 이 세상에서 저보다 괴수를 더 잘 아는 사람은 없습니다.”
유지웅은 호언장담을 했지만, 지모는 왠지 미심쩍었다.
그렇게 따지면 사실 황백호가 유지웅보다 더 많은 괴수와 레이드를, 그리고 더 가까이에서 경험하지 않았나?
‘그 논리대로라면 황백호 통령이 더 잘 알고 있어야 정상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긴 했지만, 겉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의장님은 소형 전술핵이나 그에 버금가는 파괴력 정도면 충분하다고 보시는 거군요.”
“모아브는 소형 전술핵에 버금가는 파괴력을 지녔죠. 그거 딱 세 방이면 충분해요.”
“지금 미중 대치 상황에서 미국이 모아브를 제공할 리가 없을 겁니다.”
“뭐, 미국이 제공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스펙으로 볼 때 가장 적절한 공격 수단이라는 의미지요.”
“조언 감사히 잘 들었습니다. 본국에 전달하겠습니다.”
지모가 인사하고 돌아간 후, 유지웅은 정효주와 조용히 이야기를 나눴다.
“지웅아, 모아브 세 방으로 충분할까?”
“옐로 몹이잖아. 내가 건 보호막도 예전에 벌써 다 사라졌을 거고. 소형 전술핵 정도면 충분해.”
“근데 미국이 중국에 모아브를 제공하려고 할까?”
“제공할 걸. 아무리 중국이 밉다지만 그래도 전략핵을 쓰는 건 막아야지. 잘못하면 한반도까지 피해가 올 텐데. 뭐, 레이저 기폭방식 수소폭탄이니 낙진에 방사능이야 없겠지만 그냥 낙진만 해도 꽤 피해가 클 거야.”
그러나 유지웅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수직이착륙기를 타고 북한으로 이동하던 중 유지웅은 지모로부터 급한 연락을 받았다.
“뭐요? 중국이 거절했어요?”
「네, 백악관이 대승적인 차원에서 모아브를 제공한다고 했지만 중국 정부가 거절했습니다. 심지어 제공 사실 자체를 비밀로 해주겠다고 했는데도 말입니다.」
“역시 중국. 그 속 좁은 것은 인생 3회차인 지금도 달라진 게 전혀 없군요. 일단 알았어요.”
「러시아 정부에 압력을 넣고 있는 중입니다만, 잘 풀릴 가능성이 낮습니다. 러시아 정부는 필드 드래곤이 행여나 자국 영토로 침입할까 봐 중국 땅에서 섬멸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유지웅은 전화를 끊은 뒤 곧바로 황백호에게 연락을 취했다.
이미 중국이 러시아산 1메가톤급 수소 폭탄을 쓰려고 한다는 사실은 황백호도 전해들은 상태였다. 때문에 대화는 빠르게 진행될 수 있었다.
“통령님, 들으셨죠? 중국이 필드 드래곤 잡으려고 1메가톤급 수소 폭탄을 쓴답니다.”
「미국한테 들었습니다. 다행히 방사능 오염은 없는 러시아산이라고요.」
“방사능이 없다지만 그 낙진이 바람을 타고 날아오면 농작물에 적지 않은 피해를 줄 겁니다. 미세먼지 피해도 엄청날 거고요. 자칫 북한 전체가 몇 미터 앞도 볼 수 없는 지독한 낙진 황사로 뒤덮일 수도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대비하겠습니다.」
“네, 부탁합니다. 일단 저는 평양에 도착하려면 40분 정도는 걸릴 듯합니다.”
옆에서 다 듣고 있던 정효주는 조금 놀라서 물었다.
“설마 저대로 핵을 쓰게 놔둘 거야? 우리나라에도 피해가 올 텐데?”
“그건 일단 막아야지. 낙진을 대비하라는 건 어디까지나 만약을 위한 거야.”
유지웅은 핸드폰 주소록에 저장된 ‘브라우니’ 목록을 누르고 통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끊기자 그는 냉정히 말했다.
“브라우니, 출동이다. 아무래도 네가 필드 드래곤을 제거해야 할 것 같다.”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일단 필드 드래곤 공격 사정거리 안에서 대기하고 있어. 공격 명령은 따로 내릴게.”
전화를 끊은 유지웅은 먼 중국 쪽 하늘을 바라보다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아깝네. 필드 드래곤을 살려뒀으면 중국이 좀 더 큰 골탕을 먹을 수 있었을 텐데.”
“한반도에 낙진 떨어지는 것보단 낫지, 뭐.”
“러시아 이놈들, 안 되겠어. 이놈들이 신형 수소 폭탄인가 하는 걸 제공하지만 않았어도 내 즐거움이 더 길어질 수 있었을 텐데…….”
유지웅은 불만스럽게 투덜거렸다.
러시아 초대형 수송기가 신형 수소 폭탄을 싣고 중국을 향해 이동을 시작했다.
대공 감시 체제로 그것을 포착한 미국은 러시아에 비공개 항의를 보냈으나, 러시아 대통령은 눈 하나 꿈쩍 하지 않았다.
“필드 드래곤을 조속히 제압하지 않으면 동아시아 전체가 쑥대밭이 될 수 있다. 한반도는 피해에서 비껴갈 수 있겠지만 우리 러시아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막을 수 있을 때 막아야 한다.”
“공격대연합의 힘으로 충분히 막을 수 있다.”
“무리라고 본다. 이미 우리는 공격대연합의 레이드를 자세히 지켜봤고, 그들의 힘으로 필드 드래곤 섬멸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공격대연합은 필드 드래곤을 몰아낼 순 있지만 섬멸할 수는 없다.”
만약 필드 드래곤이 러시아에 쳐들어온다면?
공격대연합은 수월하게 막아주지 않을 것이다. 러시아 대통령은 그 점을 우려했고, 중국과 합이 맞을 때 서둘러 필드 드래곤을 제거하고자 했다.
막말로 이미 한 번 핵이 터졌었던 타국 영토에 다시 한 번 수소 폭탄을 터트리는 것이니, 러시아 입장에서는 전혀 손해 볼 게 없었다.
바람을 타고 날아올 낙진이 염려되지만 방사능이 없는 성분이니 그 정도는 감내할 만하다고 여긴 것이다.
세계는 입을 모아 중국과 러시아의 결정을 반대했다.
“아무리 깨끗한 수소 폭탄이라 해도 그 낙진이 바람을 타고 어디까지 퍼질지 모른다. 전 세계적인 대기 오염이 발생할 수도 있는 중대한 문제다.”
“중국은 국제공격대연합에 정중히 사과하고 그들의 힘을 빌려 필드 드래곤을 섬멸할 수 있도록 해야만 한다.”
“정말로 괴수가 나타날 때마다 핵을 쏠 셈이냐!”
그런 비판과 미국의 압력이 끊이지 않았지만, 중국은 눈 하나 꿈쩍하지 않았다.
물론 겉으로는 그러했을 뿐, 중국은 물밑에서 미국과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다. 절대 외부에 드러내서는 안 될 민감한 대화가 오고 갔다.
“무역 보복을 전면적으로 중단하고 희토류 시장을 우리 중국에 양보하시오. 그렇지 않으면 전략핵을 써서 필드 드래곤을 제압하겠소.”
현재 바람의 방향은 중국에서 한반도를 향하는 서풍이 대세를 이루고 있었다.
지도를 봤을 때, 하늘 높이 떠오른 낙진은 서풍을 타고 한반도와 일본을 뒤덮게 된다.
그 경로에 있는 중국의 대도시는 이미 필드 드래곤에 의해 쑥대밭이 된 터라, 중국 입장에서는 잃을 게 전혀 없었다.
반대로 미국 입장에서는 한반도가 낙진 피해를 입게 될 경우 여러 모로 큰 간접적인 손해를 보게 된다. 제니스 타운과 북한이 입을 타격은 곧 미국에도 타격이 된다.
때문에 미국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전략 무기 사용을 막아야만 했다.
이틀에 걸친 마라톤 비밀 협상 끝에, 결국 미국은 대중 제재의 대부분을 철회하거나 완화하기로 했다.
“우리가 원하는 모아브 투하 방식으로 안전하게 필드 드래곤을 제거한다면, 보복 무역을 즉각 중단하겠소.”
“좋소, 받아들이겠소.”
미국과 중국은 비밀리에 협상을 맺었다. 한반도를 지키기 위해 미국은 어쩔 수 없이 중국을 찍어 누를 좋은 기회를 흘려보내기로 한 것이다.
미국에 있어서는 눈물을 머금고 내린 결정이었지만, 중국 입장에서는 기사회생의 행운이나 마찬가지였다.
때마침 아시아에 흐르는 큰 서풍 덕분에 자국에 전략핵을 쏘겠다는 협박이 제대로 먹힌 것이니까.
러시아는 필드 드래곤이 자국 영토를 침입하기 전에 조속히 제거하기만 한다면 아무 상관없다는 입장이었다.
비밀 협상 결과를 전해들은 유지웅은 표정 관리를 하며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했다.
“할 수 없죠. 지금 전략핵을 쓰면 한반도가 낙진 피해를 입으니까.”
“백악관도 아쉽게 됐습니다. 중국을 제대로 찍어 누를 좋은 기회였는데 말입니다.”
“이번에는 중국의 희토류 카드를 무력화시킨 것으로 만족하고 넘어갑시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고맙다고 전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다른 누구보다 많이 아쉬워할 유지웅이 그렇게 양해하는 반응을 보이자, 백악관도 일단 안심하고 넘어갈 수 있었다. 그들은 중국에 섭섭한 게 많은 유지웅이 이번 협상을 가지고 불만이 있을까봐 걱정했었다.
지모가 나가자마자 유지웅은 전화기를 들었다.
“브라우니, 깽판 칠 시간이다.”
「Yes, sir.」
“안 들키게 후딱 제거하고 빨리 복귀해.”
「Yes, sir.」
전화를 끊으며, 유지웅은 작게 키득거렸다.
“역시 다 된 협상을 깽판 놓는 것만큼 재밌는 게 없다니까.”
정효주는 조용히 바라보다가 그저 조용히 그의 어깨를 다독여 주었다.
브라우니는 영물이다.
중국, 미국, 러시아, 한국, 일본이 어떤 국제 역학 관계에 놓여있는지 이해하고 있으며, 지금부터 자신이 하는 행동이 어떤 국제 정세를 야기할지도 예상하고 있었다.
필드 드래곤을 모아브로 안전하게 제거하는 대신 보복 무역 전쟁을 중단하기로 한 비밀 합의. 그 효력이 뒤흔들리는 것이다.
중국이 손을 쓰기 전에 필드 드래곤이 사라져 버리면, 미국은 중국에게 한 무역 전쟁 중단 약속을 지켜야 할 의무가 사라지게 된다.
중국의 혼란과 분열, 그리고 스트레스를 부추길 수 있는 것이다. 동시에 한반도가 낙진 피해를 입는 것을 막을 수 있고.
주인이 원하는 것은 바로 그것이었다.
―너도 참 안 됐군. 그러나 영광으로 알거라. 지구상에서 가장 강대한 괴수인 이 몸에게 죽는 것을.
브라우니는 땅에서는 보이지도 않는 높은 창공에서 작은 몸으로 날개를 펄럭이고 있었다.
―하잘것없는 옐로 몹이니 출력은 0.1% 정도면 충분하겠지. 아니, 0.01%가 좋겠군.
어느 순간 브라우니의 온몸이 시뻘겋게 물들기 시작했다.
눈부신 광채가 수 초 간 반짝이는가 싶더니, 가느다란 한 줄기 백색 광선이 지상을 향해 수직으로 내리꽂혔다.
육안으로 관찰이 거의 불가능할 만큼 짧은 시간 동안 조사된 광선은 땅에 있는 필드 드래곤을 향해 정확히 내리꽂혔다.
소형 전술핵이 터진 듯한 폭발과 버섯구름을 확인한 브라우니는 한국을 향해 몸을 돌렸다. 그리고 유지웅에게 보고했다.
―임무 완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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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탄이 나에게 괜히 드래곤이란 이름을 지어준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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