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114)
1114 < — 그래서 지룡은 떠났다 — >
백악관 안보회의는 밤이 새도록 이어졌지만, 뾰족한 결론을 내리지는 못했다.
미국의 힘으로는 필드 드래곤을 어찌 할 수 없는 상황이었으니까. 메가톤급 전략무기도 맨몸으로 버텨내는 괴수를 대체 무슨 수로 제압한단 말인가.
“설악마스터는 결정적인 순간에는 한반도 수호를 위해 반드시 나서고 있습니다. 우리는 설악마스터와의 접점을 더욱 키워나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유지웅 의장과 우호관계를 두터이 할 필요가, 아니 두터이 해야만 합니다.”
“안보회의만 열었다 하면 결국 항상 같은 결론으로 끝난단 말이야. 그렇지 않소?”
트럼프가 그렇게 말하자 국무위원들의 얼굴 위로 소리 없는 웃음이 번졌다.
“괴수가 출몰했을 때 시민들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대피시킬지 작계 매뉴얼을 좀 더 다듬으시오. 유지웅 의장의 신속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수송 시스템도 갖춰야겠지.”
“주한미군 부대와 평양에 C-17 글로브마스터 전략수송기 상시 배치를 마쳤습니다. 프라임 공격대 3명만을 캘리포니아까지 실어 나르는 것이라면 중간 급유 없이 가능합니다.”
“흠, C-17의 항속거리로는 부족하지 않소?”
C-17의 스펙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만큼 한반도와 미국 사이의 비행거리가 무지막지하기 때문이다. 태평양을 거쳐서 와야 할 테니.
“대외적으로 알려진 C-17의 작전거리는 의도적으로 축소된 수준입니다. 사람 셋이라면 한반도에서 캘리포니아까지 단 한 번의 비행으로 수송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국방부 장관은 그렇게 장담했고, 트럼프도 고개를 끄덕였다.
트럼프는 작계의 세부 방향성을 좀 더 구체적으로 지시했다.
괴수 출현 시 어떻게 시민들을 대피시키고, 어떻게 괴수를 유인하고, 버리거나 지켜야 할 기반시설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유지웅 일행을 어떻게 실어 날라야 미국까지 도착하는데 시간을 아낄 수 있는지를 정하라는 것이었다.
“중요한 건 앞으로도 괴수가 계속 나올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이미 탄생했지만 우리가 존재를 알지 못하는 괴수들이 어딘가에 있을 수 있다는 거지.”
“제니스 연구소와 협업하여 괴수를 추적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겠습니다.”
“음, 믿을 건 최윤 박사뿐인가.”
“현재 북한에 파견된 우리 과학자들이 최윤 박사와 함께 여수 괴수 사체를 해부하여 연구 중입니다. 괴수의 사체를 연구하면 분명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유지웅 의장이 괴수 연구소도 북한에 짓는다고 했었지?”
“네, 황백호 통령과의 우호를 다지기 위한 선물이라고 생각됩니다만, 의도적으로 북한의 기초 체력을 키워주고자 하는 계획이 있는 것 같습니다.”
트럼프는 늘 쥐고 다니는, 품속의 위성 전화를 가만히 만지작거렸다. 설악마스터와 연결된 유일한 소통의 고리, 하지만 설악마스터는 다시 또 연락이 없다.
‘유지웅 의장 주변을 살피면 설악마스터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접근을 해봤자 설악마스터의 불쾌감을 살 뿐이다.
때문에 미국은 의도적으로 유지웅에 대한 접근이나 감시를 차단하고 있었다. 지모를 통한 통상적이고 일반적인 수준의 연락망을 유지하고 있을 뿐, 비밀리에 사찰하거나 감시하는 것은 꿈도 꾸지 않는다.
‘정석적인 길을 밟는 것뿐인가.’
유지웅과 친분을 다지고 좋은 관계를 확립함으로써 그를 총애하는 설악마스터의 보이지 않는 신뢰 구축을 기대하는 것.
비록 속도는 느리지만 가장 확실하고, 또 미국이 취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리고 일본이 한국산 희토류 구매에 애를 먹고 있는 모양입니다.”
“그 이야기는 이미 끝난 게 아니었소? 일본이 그 정도는 알아서 처리해야지.”
트럼프는 같은 안건이 또 제시되자 눈살을 찌푸렸다.
한일 역사 관계에 관해 깊은 이해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일제강점기 문제로 한국이 일본에 반감을 품고 있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 정도는 미국의 오랜 동맹으로서 일본이 당연히 알아서 해결해야 할 일 아닌가?
“희토류 판매 결정권자가 최윤 소장인데, 최윤 소장의 조상 중에 항일독립투사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일본이 어떤 조건을 제시하든 일체 거래를 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금 일본 첨단제조 관련 기업들이 난처한 상황에 빠졌습니다.”
“그래서? 우리에게 중재라도 바란단 말인가?”
“일본 내각에서도 금전적인 손실책임은 자기들이 감당할 테니 대화 창구만이라도 유지해줬으면 하고 바라고 있습니다.”
“그 정도로 대화 거부가 심하단 말이오?”
트럼프는 자세를 고쳐 앉았다.
최윤이 일방적으로 대화를 거부하는 수준이라면 일본에만 떠넘겨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중국산 희토류를 봉쇄하고 경제적으로 고립시키기 위해서는 일본이 한국산 희토류를 적극적으로 구매해줘야만 했다.
“실무진을 보내서 최윤 소장과 조용히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지. 단, 절대 강압적이어서는 안 되고 철저히 최윤 소장의 입장에서 방향성을 잡아야 하오. 알겠소?”
“네, 대통령 각하.”
중재를 맡은 주한미국 대사가 바쁘게 최윤을 만나러 다녔다.
일본은 미국의 중재에 기대를 걸었다. 그래도 다른 곳도 아닌 미국이 하는 말이니 최윤도 어느 정도는 소통을 열어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한편 일본은 은밀하게 최윤의 직계조상들의 행보를 조사했다.
독립투사 조상이 누군지를 알아야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여겼다.
하지만 조사를 진행할수록 뜻밖의 결과가 나와서 그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이상합니다. 최윤의 조상 중에 특별히 항일운동을 한 독립투사는 없습니다. 최윤의 친척들에게 은밀히 접근해서 떠봤지만 다들 모르는 눈치였습니다.”
친일 매국을 한 적은 없지만 특별히 항일 운동에 열심이었던 적도 없다.
그냥저냥 들판에 피어난 한 포기 들풀처럼 눈에 띄지 않고 묻힌 채 이어져온 집안이었던 것이다.
“아무래도 최윤의 독립투사 조상 이야기는 희토류 거래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블러핑 같습니다.”
가격을 세게 부르기 위한 블러핑.
거의 확신한 일본은 자신감을 품고 최윤을 찾아갔다. 그러나 기존 거래가의 7배를 불렀음에도 최윤은 같은 이유를 들어 거절했다.
“평생 고문 후유증에 시달리다가 돌아가신 제 조상님께서 아시면 지하에서 통탄하실 겁니다. 대승적인 차원에서 깊이 고민을 해봤지만, 역시 일본과의 희토류 거래는 어렵습니다. 통석의 염을 금할 수 없습니다.”
일본측 협상 담당자는 굳이 자신들이 알아낸 사실을 거론하지 않았다. 최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해서 얻을 것은 전무했으니까.
어떻게든 그를 어르고 달래서 희토류 거래를 성사시켜야 하는 게 제일 중요했다.
“우리는 민간 기업입니다. 소장님이 가슴에 품으신 한에 적극 공감하지만, 국가가 아닌 민간기업으로서는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하해와 같은 은혜를 베풀어 주신다면 향후 소장님의 한을 풀어드리는 일에 적극 도움을 드릴 수 있습니다. 그 전에 앞서 희토류 거래 또한 제니스 컴퍼니에 큰 이익이 되는 파격적인 가격을 제시할 것입니다.”
중국산 희토류는 수입할 수 없다.
때문에 무조건 한국산 희토류를 수입해야 한다. 그래야 공장 가동 라인 중지를 막을 수 있다. 지금 일본 기업들은 회사가 망하느냐 마느냐 궁지 상황에 몰렸다.
결국 주한미국 대사까지 나서서 적극적으로 협상을 중재했지만, 최윤은 같은 말만 반복했다.
“일본이 조상님의 한을 풀어 주기 전까지는 희토류 거래가 어렵습니다.”
독립투사 조상이 실제로 존재하지도 않는데 그런 이유를 들어 거래를 거부하니, 일본으로서는 미치고 펄쩍 뛸 노릇이었다.
결국 미국 대사는 우회적으로 방향을 틀었다. 바로 유지웅이었다.
“……이런 이유에서 최윤 소장님이 희토류 거래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흠, 그렇군요.”
“하지만 최윤 소장님의 직계 조상 중에 항일운동을 한 독립투사는 없습니다. 최윤 소장의 친족들은 그런 인물이 없다며 오히려 어리둥절해하고 있습니다.”
“최 소장님이 일본에 희토류를 팔지 않으려고 거짓말을 내세우고 있다는 뜻인가요?”
“아무래도 그런 상황이 아닐지…….”
미국 대사는 유지웅의 눈치를 살폈다.
백악관은 신신당부를 했다. 협상을 중재하되 어디까지나 유지웅의 심기를 건드려서는 안 된다고.
일본은 미국에 중요한 동맹이지만, 유지웅은 일본보다 더욱 중요한 동맹이었으니까.
미국 입장에서는 일본이 유지웅 앞에 적당히 고개를 숙이고 양보해서 서로 사이좋게 지내는 게 가장 베스트 시나리오인 것이다.
“혹시 일본이 지난 역사를 바로 잡고 사과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미국 대사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만약 외부에 알려지기라도 했다가는 아시아 외교판이 발칵 뒤집힐 정도로 파격적인 발언이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미국 대사의 입에서 나온 말이기 때문이다.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중요한 것은 최 소장님이 무엇을 원하기에 그런 거짓말을 하느냐, 그걸 파악하는 거죠.”
‘일본의 사과가 중요하지 않다?’
미국 대사는 눈빛을 빛냈다.
방금 유지웅의 성향에 관해서 아주 기가 막힌 단서를 잡았다고 생각했다.
‘유지웅 의장은 한일 역사 관계에 크게 관심이 없구나.’
미국 대사는 속으로 그렇게 메모했다.
만약 유지웅의 진짜 생각을 알았더라면 그는 자신의 서투른 판단을 질책했을 것이다.
‘일본은 어차피 말이 통하는 애들이 아니니까 나중에 시간 날 때 때려 부숴주면 되지. 사과 받는 게 뭐가 중요하다고.’
잘못을 한 이에게 사과를 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유지웅 성향에 맞지 않았다.
잘못을 했으면 벌을 주는 것이다. 사과를 구걸하는 게 아니라. 그러기 위해서는 물론 힘이 있어야겠지만.
“혹시 그건 시도해보셨어요?”
“어떤 걸 말씀하시는 겁니까?”
“리베이트요.”
“……?”
미국 대사는 순간 당황했다. 갑자기 웬 리베이트 이야기가 나온단 말인가?
“사실 그렇잖아요. 돈으로 꼬시는 게 가장 편하고 빠르죠. 로비하면 일본 아닙니까. 설마 시도도 안 해보신 건 아니겠죠?”
“제가 급히 알아보겠습니다.”
미국 대사는 잠시 자리를 비운 후 어딘가로 전화를 했다. 짧은 통화를 마치고 돌아온 그는 이마에 흐른 땀을 닦았다.
“리베이트 같은 것은 생각도 해보지 않았다고 합니다.”
“말도 안 돼요. 일본이 그랬다고요? 믿을 수가 없네요.”
“최윤 소장은 의장님의 가장 최측근이고, 또 제니스 컴퍼니의 엄격한 사내 규율을 생각해볼 때 전혀 먹히지 않을 거라고 판단했나 봅니다.”
“최 소장님은 뒷돈을 받아도 된다고 제가 공인해준 몇 안 되는 분인데. 아, 물론 회사에 해를 끼칠 목적이 아니라 상대에게 엿을 먹일 목적이어야 한다고 조건을 붙이긴 했지만요.”
“…….”
“한 번 시도해보라고 그래요. 아참, 최 소장님 한두 푼으로는 눈도 꿈쩍 안 하는 거 알죠? 지금 대사님이 떠올린 금액에 0을 2개는 더 붙여야 먹힙니다.”
대사가 떠올린 금액은 1천만 달러였다.
그리고 유지웅은 대사가 10억 달러 정도 떠올렸을 거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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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사과를 안 좋아합니다.
그래서 아이폰을 안 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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