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12)
00112 보따리까지 내놓으라고? =========================================================================
의식을 잃긴 했으나 정효주는 무사했다. 어디 손가락 하나가 잘린 것도 아니고 신체도 멀쩡했다. 그는 손수 그녀의 알몸에 묻은 칼리타의 체액을 닦았다.
“치유됐으니까 곧 정신이 들 거예요.”
메인 탱커가 살아있다는 것에 힐러진도 안심했다. 결국 사망자 한 명 없이 칼리타를 잡은 것이다.
두 동강 난 칼리타의 몸이 연기로 변하기 시작했다. 쿤겐이 벌떡 일어나서 대원들을 몰아냈다.
“자자, 다들 물러가십시오! 물러가십시오!”
대원들은 두 말 않고 물러났다. 칼리타가 마침내 연기로 변해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엄지손톱만 한 구슬만 남았다. 파랗게 빛나는 블루 결정체였다.
“쿤겐, 저것 좀 챙겨줄래요? 닿으면 안 돼요.”
쿤겐은 살짝 놀라서 그를 돌아봤다.
“제가 취급해도 됩니까?”
“네. 보다시피 저는 효주를 돌봐야 돼서. 부탁할게요.”
“알겠습니다.”
쿤겐은 중대한 사명을 받은 사람처럼 경건하게 장갑을 끼고 집게를 이용해서 결정체를 들어올렸다. 그리고 캡슐에 담았다.
‘녹서스의 돌은 어디 있지?’
유지웅은 주변을 살펴보았으나 블루 결정체 외에 다른 물건은 보이지 않았다.
‘설마 거짓말을 한 거야?’
어쩌면 록펠러가 자신을 믿지 못하고 거짓말을 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녹서스의 돌은 다른 곳에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젠장. 어떻게든 빼돌려야 했는데.’
위험한 물건이 아닌가? 세상을 멸망시킬 뻔했으면서도 반성의 기미도 안 보이는 자들에게 맡길 수는 없는 물건이다. 그런데 빼돌릴 기회가 사라져 버렸다.
그때였다. 군용 차량 여러 대가 빠르게 달려와서 정차했다. 그리고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들이 내렸다.
“당신들, 누구야?”
유지웅은 얼른 정효주를 끌어안고 알몸을 가리며 외쳤다. 상급자로 보이는 인물이 고개를 꾸벅 숙였다.
“미스터 제이스가 보낸 사람들입니다. 캡틴이 약속을 지킬 거라고 하셨습니다. 수색해!”
양복들은 재빠르게 칼리타가 쓰러진 주변을 뒤지기 시작했다. 유지웅은 머리가 멍해졌다. 설마 녹서스의 돌을 찾으러 보낸 자들인가?
‘뭐야? 그럼 거짓말이 아니었어? 정말 칼리타가 녹서스의 돌을 먹었던 거야?’
이상했다. 블루 결정체 말고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는데. 대체 녹서스의 돌이 어디로 사라진 걸까?
한참을 뒤지고 허탕을 친 양복들이 쿤겐에게 다가왔다.
“블루 결정체를 좀 볼 수 있습니까?”
“무슨 일입니까?”
쿤겐이 경계심을 드러냈다. 그녀는 캡슐을 품에 감추며 자세를 살짝 낮췄다.
“확인할 게 있어서 그렇습니다. 캡틴도 수락한 일입니다.”
쿤겐이 그를 쳐다봤자. 그는 쓰게 끄덕였다. 녹서스의 돌을 빼돌리려고 했지만 록펠러 그룹이 너무 빨랐다. 레이드가 끝나자마자 바로 인력을 투입할 줄이야.
‘체내에서 블루 결정체와 녹서스의 돌이 융합한 걸까?’
녹서스의 돌은 록펠러 그룹이 만든 명칭일 뿐, 결국 블루 결정체 수십 개의 융합물이다. 그렇다면 칼리타가 본래 가진 결정체와 융합했을 수도 있다. 결정체를 검사해보면 아마 답이 나올 것이다.
“잘못 짚었습니다. 결정도가 7,000입니다.”
“죄송합니다. 여기 돌려드리겠습니다.”
녹서스의 돌은 결정도가 10만이 넘는다. 결정도가 7,000으로 판독되었다면 융합된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양복들은 블루 결정체를 캡슐에 담아 다시 쿤겐에게 돌려주었다.
“할 수 없지. 충격으로 멀리 튕겨 나갔거나, 아니면 칼리타가 사냥당하기 직전 어딘가에 구토하거나 배설했을 수도 있어. 수색 반경을 넓힌다.”
“미스터 제이스에게는 뭐라고 보고해야 합니까?”
“연방 정부 몰래 회수하기에는 이미 틀린 것 같다. 사실대로 보고해라.”
녹서스의 돌이 사라진 것 때문에 저들도 우왕좌왕했다. 유지웅은 가볍게 한숨을 쉬다가 문득 시선이 느껴졌다. 어느새 눈을 뜬 정효주가 말없이 쳐다보고 있었다.
“효주야! 정신이 들어?”
“……어떻게 된 거야? 나…… 죽은 줄 알았는데.”
“안 죽었어! 너 멀쩡해! 괜찮아! 칼리타도 잡았으니까 아무 것도 걱정하지 마!”
“……그래? 잡았어?”
“응. 다 네 덕분이야! 미안해. 너만 사지로 몰아넣어서…….”
괜히 눈물이 났다. 유지웅은 가볍게 흐느끼며 그녀의 얼굴에 뺨을 비볐다. 그녀가 가만히 팔을 뻗어 그를 껴안았다.
레이드는 무사히 끝났지만 유지웅은 오히려 더욱 바빴다. 이번 레이드에 걸려 있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레이드 다음 날 제이스 록펠러가 다시 그를 찾아왔다. 그는 굉장히 실망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녹서스의 돌이 사라졌습니다.”
“……어디로요? 칼리타가 먹었다고 하지 않았나요?”
“모르겠습니다.”
어제 레이드를 마치고 해산 직전, 미군 부대가 투입해서 제니스 공격대 전원을 샅샅이 뒤졌다. 혹시라도 녹서스의 돌을 빼돌리지 않았는지 확인한 것이다. 유지웅은 불쾌했으나 참고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우리를 의심하는 건 아니겠죠? 우리는 어제 몸수색까지 당했습니다.”
“그 일은 죄송했습니다. 하지만 몸수색은 연방 정부가 주도한 일이지, 저와는 상관이 없습니다. 제가 그래야 할 필요가 없지 않습니까?”
유지웅은 200억 달러를 받고 녹서스의 돌을 록펠러 그룹에 넘겨주겠다고 약속했다. 물론 거짓이었지만, 어쨌든 그런 계약을 맺었는데 록펠러가 그런 일을 시킬 리가 없었다.
불쾌한 마음이 들었지만 유지웅은 속마음을 감추고 물었다.
“그럼 제가 받기로 한 200억 달러는 어떻게 되는 거죠?”
“아무래도 어렵지 않겠습니까? 계약 조건은 녹서스의 돌을 연방정부가 아닌 우리 록펠러 그룹에 넘기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녹서스의 돌은 지금도 한창 찾고 있는 중이죠. 이제 와서는 찾는다 해도 록펠러 그룹이 조용히 얻기는 틀렸습니다.”
“입막음조로 10억 달러. 그 정도면 만족할게요.”
제이스는 가볍게 웃었다. 녹서스의 돌을 몰래 넘겨달라는 제안을 입다물어주겠다는 대가로 10억 달러면 오히려 싸다. 오히려 입막음 비용을 주고받으면 더욱 서로를 신뢰할 수 있게 된다.
“15억 달러를 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비밀은 확실히 지켜드리죠.”
돈이 탐나서 돈을 요구한 게 아니었다. 록펠러 그룹을 안심시키기 위해서 요구한 것이다. 그들처럼 많은 돈을 가진 자본가들은 돈으로 통제할 수 있다면 안심하고 신뢰한다. 그들은 돈으로 통제되지 않는 사상주의, 광기 같은 것을 오히려 두려워한다.
“저는 솔직히 캡틴을 위험인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CIA 요원한테 한 폭언이나, 녹서스의 돌 사고로 저한테 거침없이 비난을 가한 것 때문에 말이죠.”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없어요. 당신들은 충분히 큰 잘못을 저질렀어요.”
“그런데 녹서스의 돌 회수 제안을 수락하셨고, 또 지금은 입막음 돈까지 요구하고 계시죠.”
“비꼬고 싶은 건가요?”
“설마요. 그렇지 않습니다.”
차분히 제이스를 바라보던 유지웅이 힘을 주어 말했다.
“잘못 한 것을 잘못했다고 비난한 건 당연한 거죠. 몇 번이고 그런 상황이 와도 난 똑같이 욕할 거예요. 당신들 제안을 받아들인 건 사태를 수습할 수 있는 게 당신들 밖에 없었으니까요.”
“자유롭게 살아가시는군요. 그러기가 쉽지 않을 텐데요.”
유지웅은 입을 다물었다. 제이스도 더 말하지 않고 인사하고 돌아갔다.
침실로 간 유지웅은 조용히 누워 있는 정효주를 살그머니 껴안았다. 그녀가 눈을 떴다.
튼튼한 탱커답게 그녀는 완전히 회복되었지만 유지웅은 그녀가 침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했다. 너무 놀란 나머지 과잉보호를 하고 있는 중이다.
“일어났어? 더 자지 않고.”
“나 쌩쌩하거든? 계속 누워 있으려니까 답답해.”
“그래도 더 자.”
“심심해.”
“게임이라도 할래?”
“……그거 말구.”
정효주가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흘끔 바라본다. 뭔가 원하는 게 있는 눈치였다.
“뭐 하고 싶은 거라도 있어?”
“……지금 할래?”
“뭐?”
그는 놀랐다. 물론 하고 싶은 마음이야 이쪽이 더 굴뚝같다. 하지만 칼리타 뱃속까지 들어갔다 나왔는데 이쪽 욕심을 내세울 순 없어서 손가락만 빨고 있던 참이었다. 효주가 먼저 제안하니 기쁘긴 한데 괜히 불안했다.
“너, 혹시 나 때문에 일부러 그러는 거 아냐? 하기 싫은데 내가 하고 싶어 하니까…….”
“나도 하고 싶어. 그리고 나 멀쩡해. 알잖아?”
“그래도 레드 몹 뱃속까지 들어갔다가 나왔는데, 정신적인 충격도 있을 테고…….”
“아무렇지 않거든?”
“……진짜 나 때문에 억지로 그런 말 하는 거 아니지?”
“아니야.”
“그럼 나 한다? 진짜 할 거야?”
정효주가 조그맣게 끄덕였다. 유지웅은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뺨을 쥐었다. 처음 만져보는 것도 아닌데 손끝이 떨렸다.
부드러우면서도 따스한 감촉. 하마터면 이 느낌을 영영 잃어버릴 뻔했던 어제. 그때의 아찔함을 생각하니 다시금 심장이 꽉 막히는 기분이 든다.
영영 잃어버리는 줄 알았다. 그래서일까. 평소보다 그녀가 더욱 사랑스럽고 예뻐 보였다.
아기를 대하듯 조심스럽게 입을 맞췄다. 가만히 쥐어지는 젖가슴의 따뜻한 느낌이 사랑스럽게 다가왔다. 조심조심히 옷을 벗기고, 탄탄한 허벅지를 어루만졌다. 부드러운 몸 위에 체중을 싣고 사뿐히 삽입하자 배가 경직되었다.
단단히 결합한 채 한동안 말없이 끌어안고 있었다. 얇고 날씬한 다리가 허리를 감아 왔다. 수없이 섹스했던 몸이지만 마치 다른 여자의 몸처럼 조심스럽게 느껴졌다.
“……이제 위험한 레이드 안 할 거야.”
“지웅아?”
“어제 정말…… 죽는 줄 알았어. 네가 먹힐 때…… 내 숨이 멎는 것 같았어. 다신 그런 거 싫어. 이제 안 할래.”
“…….”
“그냥 쉬운 것만 하자. 어려운 거 절대 하지 말자. 누가 뭐라 해도 이런 거 이제 안 할 거야.”
다정한 미소를 띠고 그녀가 가만히 뺨을 쓸었다. 그는 얼굴을 가까이 가져가서 입을 맞췄다. 혀를 섞으며 부드러운 알몸을 단단하게 끌어안았다. 힘찬 진입에 호응하듯 하얀 다리가 그의 허리를 더욱 세게 감았다. 더 이상의 대화는 필요 없었다.
결정체는 ‘결정도’란 수치에 따라 가격이 책정된다. 이것은 퀼캄(Qulkam)이란 다국적 기업이 제조한 측정장치로 측정하는데, 듣기로 그들은 결정체를 한 번 측정할 때마다 5,000달러 정도의 로열티를 받는다고 한다. 전 세계를 상대로 독점 장사를 하고 있으니 그 매출이 어마어마한 수준이라고.
옐로 몹의 경우는 보통 결정도가 25 전후로 나타난다. 환율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한국의 경우 결정도 25면 25억 원이다. 결정도에 억을 곱하면 그게 결정체 가격이 되는 셈이다. 따라서 결정도가 7,000인 칼리타 결정체는 7,000억 원, 미화로 7억 달러가 된다.
정산을 해보니 금액이 꽤 컸다.
먼저 레이드 수락 대가로 모든 대원이 개인당 2,000만 달러를 받게 된다. 보증금 50억 달러는 개인당 2,000만 달러를 나눠주고 나머지 16억 6,000만 달러는 유지웅이 갖기로 했다. 6억 4,000만 달러의 리베이트는 당연히 혼자 몫이다. 거기에 녹서스의 돌 관련 입막음 비용으로 록펠러 그룹이 지불한 15억 달러가 있다.
종합적으로 정산을 해보니 일반 대원은 이번 레이드로 개인당 410억 원을 획득했다. 유지웅은 44억 1720만 달러, 원화로는 4조 4,172억 원을 챙겼다.
전원 분배를 마치고 대원들은 410억이라는 큰 금액에 기뻐서 어쩔 줄 몰라 했다. 정효주는 남자친구 몫인 4조 4,172억 원에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많이 챙길 거라 생각은 했는데 막상 계좌에 찍힌 숫자를 보고 실감이 나지 않았던 것이다.(일부는 미 국채로 받음)
“우리 새집 대금 얼마나 남았다고 했지?”
“3,239억 더 있어야 돼. 근데 건설사가 그러는데 공사비용이 더 늘어날 수 있대. 요구 조건대로 집 지으려면 비용이 얼마나 더 들지 모른다고 그랬어.”
“거기서 더 늘어봤자 설마 두 배 이상 늘어나겠니?”
“그렇겠지. 돈 많이 남겠다.”
남는 정도가 아니라 지금 짓는 집과 똑같은 걸 두 채를 더 지어도 되게 생겼다.
“그럼 나 에르메스 사줄 거지?”
“그까짓 거 못 사주겠어? 근데 시가총액이 얼마야?”
“무슨 시가 총액? 난 가방 말한 건데?”
“어? 회사 사달라는 거 아니었어?”
“……바보.”
사소한 오해가 있었지만, 그래도 그녀는 기분이 좋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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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메스 사려면 레드 몹 몇 마리를 더 잡아야 할까..(털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