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121)
1121
필드 드래곤의 포획은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여수 항구에 모인 무수한 해외 기자들의 숫자만 봐도 세계가 품은 흥분과 경악을 알 수 있었다. 난생 처음 들어보는 국명의 기자들끼리 카메라를 바리바리 싸들고 항구에서 유지웅 일행이 도착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국을 찾은 해외 여행객, 그리고 때마침 해외여행을 준비하고 있던 이들은 거의 모조리 여수로 몰린 것만 같았다.
항구가 좁아 그 많은 인원이 다 들어오지 못하고 인근 지역까지 모조리 자리를 차지해버렸다.
유지웅은 필드 드래곤의 머리에 올라타서 위풍당당하게 사람들 사이를 행진하며 손을 흔들었다.
“하하하, 다들 손 한 번씩 흔들어 주세요. 걱정하지 마세요. 아, 그럼요. 얼마든지 가까이 와서 구경하셔도 됩니다. 우리 지룡이는 순해서 안 물어요.”
―역시 지웅이 형님! 북한과 중국을 쓸어버린 악명 높은 괴수 따위는 목줄도 필요 없는 애완견에 불과하시다!
―평생 존경하겠습니다, 헉헉.
유지웅은 방송을 켜지 않았지만, 그의 추종자들이 이미 좋은 위치를 선점한 채 방송을 송출하는 중이었다. 물론 그 수익은 모조리 유지웅 계정에 간다.
만약 그렇지 않고 자기들이 가진다면? 그것은 바로 신성 모독, 아니 형님 모독이다.
“정말 만져 봐도 되나요?”
“당연하죠.”
용기를 낸 어느 기자가 가까이 다가와서 머리에 손을 살짝 얹으려고 했다. 바로 그 순간.
―크르르르…….
“으앗, 깜짝이야!”
필드 드래곤이 머리를 돌려 눈알을 드러내며 낮은 울음소리를 내자, 용기를 냈던 기자는 놀라서 뒤로 엉덩방아를 찧었다.
“이놈이 어디서!”
유지웅은 화를 내며 왼손을 들어 허공을 움켜쥐었다. 그러자 필드 드래곤은 목이 막혀 컥컥거리는 소리를 내며 버둥거렸다.
“얌전히 있어!”
―끼이이잉…….
“우와앗! 소리가 달라졌어!”
“방금 소리는 조금 귀엽지 않았어? 괴수가 낸 거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인데?”
“자, 만져 보세요. 물지 않아요.”
엉덩방아를 찧었던 기자는 다시 용기를 내어 조심스럽게 다가가 손을 뻗었다. 세로로 찢어진 거대한 눈알이 무서웠지만, 유지웅의 말을 믿고 꾹 참고 손을 뻗었다.
‘어라?’
손끝에 만져지는 감촉에 그는 화들짝 놀랐다.
거칠고 딱딱한 피부의 질감을 예상했는데, 마치 수백 겹으로 덧댄 실크 천을 만지는 듯이 부드러웠던 것이다.
‘이게 뭐야? 어떻게 된 거지?’
“하하하. 자, 다들 보셨죠? 우리 지룡이는 착하고 순해서 사람을 물지 않습니다. 원하시는 분들은 다들 만져 보세요. 아! 사람이 너무 많아서 사고가 날 수 있으니 통제 요원들의 지시에 따라 질서정연하게 움직여 주시기 바랍니다.”
개선 행사는 순식간에 괴수 터치 행사 쇼로 변했다.
“고도의 정치적인 전략입니다.”
청와대 분위기는 심각했다. 그들은 지금 여수 항구에서 벌어진 괴수 터치 쇼를 실시간으로 보고 있었다.
김호 대통령은 영상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물었다.
“무슨 의미인가?”
“필드 드래곤은 북한과 중국 일대를 두려움에 떨게 만든 괴수입니다. 여수에 나타났던 해양 괴수는 사실 너무 쉽게 잡힌 감이 있어서 사람들에게 크게 두려움을 주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필드 드래곤은 다르죠.”
안보수석은 확신에 찬 표정을 한 채 강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북한과 중국을 두려움에 떨게 한 괴수를 사살한 것도 아닌 굴복……. 이것으로 전 세계는 프라임 공격대, 아니 국제공격대연합의 위상이 뇌리에 박혔습니다. 괴수를 상대할 수 있는 유일한 무적 카드로 말입니다.”
“한 마디로 과시라는 건가?”
“그렇습니다. 괴수가 자기 말을 매우 잘 듣는다, 가축처럼 완전히 굴복시켰다, 그걸 홍보함으로써 프라임 공격대의 위상을 드높이려는 속셈이죠. 그 덕분에 제니스 컴퍼니의 위상도 높아졌고, 관련 기업들의 주가도 치솟았습니다.”
“일리 있어.”
청와대는 더 이상 유지웅을 아무것도 모르는 스물 초반 애송이로 보지 않는다.
그 정도 정치적 판단 능력은 충분히 지니고도 남을 인물이 바로 유지웅이었다.
언뜻 보기에는 헤픈 듯 보이는 저 즉석 행동이 사실은 그런 정치적 계산이 동반된 것이었다니. 김호는 새삼 유지웅을 다시 보게 되었다.
“문제는 희토류 수출을 갑자기 중단한 겁니다. 일본 정부에서 비공식적으로 크게 항의가 들어왔습니다. 분명한 외교적 결례입니다.”
“희토류 수출은 엄밀히 말해서 기업 간의 거래 형태로 이뤄지고 있는데, 왜 우리한테 항의를 하지?”
“제니스 컴퍼니를 압박해서 도와달라는 제스처 아니겠습니까? 약탈 문화재 전량을 반환하라는 요구는 제가 생각해도 너무 심하긴 했습니다. 아무리 필드 드래곤을 막아주고 방사능 누출을 방지했다고는 하지만…….”
청와대 고위 관료들은 그 말에 공감한다는 듯이 끄덕였다.
여기 있는 이들은 알게 모르게 일본의 지원을 많이 받아서 이 자리까지 왔다.
당장 현 대통령부터가 일본 출생이다. 대선 당시 상대 후보가 그 점을 물고 늘어지는 바람에 연막작전을 피우느라 얼마나 정신이 없었던지.
일본이 뭘 원하는지는 알겠지만, 지금 정부로서는 뾰족한 수가 없었다.
아무리 대통령이라고 해도 유지웅, 제니스 컴퍼니를 사적으로 제재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할 방법이 전무했던 것이다. 오죽하면 해외 교포들은 유지웅의 이름은 알아도 한국 대통령이 누군지는 모르고 있을 정도다.
“일단…… 지금은 곤란하니 기다려 달라고 전하게.”
대통령으로서는 그 말만이 최선이었다.
화려한 개선식이 끝났다.
국제 사회는 국제공격대연합, 그리고 현재 연합 소속 유일한 공격대인 프라임의 이름을 단단히 뇌리에 새겨 넣었다.
이 무형의 가치는 크다. 차후 레이더가 속속들이 각성하고, 공격대 조직화가 보편화될수록 국제공격대연합으로의 쏠림 현상이 심해질 테니까.
성공적인 레이드 마무리를 통해 국제 사회는 재래식 무기나 핵이 아닌, 오로지 레이더로 구성된 공격대만이 괴수를 상대할 유일한 카드라는 점을 뼈저리게 확인했다.
전 세계에 충격적인 인상을 남긴 유지웅은 개선 이후 필드 드래곤의 훈련이 아닌, 일본과의 보수 협상 문제에 매달려 있었다.
“알아보니까 그 원전에서 연료봉이 그대로 누출됐으면 향후 10년 후에는 도쿄 전체까지 사람이 살 수 없는 지역이 됐을 거랍니다. 그걸 생각하면 약탈 문화재 반환으로 대가를 지불하라는 것은 매우 싸죠. 안 그래요? 애초에 우리나라 소유였던 것으로 대가를 달라고 하는 거잖아요, 지금.”
희토류 수출이 중단되자 부랴부랴 일본에서 날아온 제조업체 사장단은 머리가 아팠다.
기껏 잘 협상을 타결해서 안정적으로 희토류를 공급받고 있었는데, 갑자기 이게 웬 날벼락인가.
게다가 일본 정부는 협상 자체를 자신들에게 밀어버렸다.
당장 희토류가 끊기면 아쉬운 것은 자신들이므로 총대를 메고 해결하고 오라는 것이었다.
‘문화재 따위 우리는 한 점도 안 갖고 있는데, 도대체 어쩌라고.’
속으로 총리를 향해 욕을 해보기도 하지만, 권력이 원수라고 그저 서럽기만 하다. 어떻게든 유지웅을 설득할 수밖에.
“의장님의 입장은 십분 이해합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당장 조치가 이뤄지기는 어렵습니다. 그에 비해 희토류 수출 중지로 우리 일본 기업들이 입는 타격은 상당합니다. 인도적인 차원에서 일단 공급 재개부터 해주실 수는 없는지요? 그렇게 해주신다면…….”
“돌아가서 책임지고 내각을 설득하겠다고요? 그 말씀을 하시려는 거지요?”
도요타 자동차 코쿠지마 사장은 잠시 숨을 멈췄다.
그 말을 할 것을 어떻게 알았지?
“쯧쯧, 원래 제 신조가 선불로 받을 거 아니면 거래를 하지 말자입니다. 일본 정부가 먼저 성의를 보이기 전에 수출이 재개될 리는 없습니다. 그리 알고 돌아가세요.”
“의, 의장님!”
사장단은 몇 날 며칠을 머무르며 끈질기게 설득을 시도했지만, 바늘 하나 들어가지 않을 만큼 단단한 고집만 확인할 수 있었을 뿐이었다.
결국 사장단은 빈손으로 힘없이 돌아와야 했고, 실시간으로 협상 과정을 지켜보던 일본 내각은 비상이 걸렸다.
“일단 성의를 보이라고?”
“하루빨리 희토류 수입을 재개해야 합니다. 지금 첨단제조업체 공장들이 모두 손 놓고 놀고 있어요! 겨우 희토류 공급이 이뤄져서 살았나 싶었더니, 얼마나 됐다고 이런 일이 터져야 한단 말입니까.”
“하지만 유지웅 의장의 태도가 너무 완강합니다. 차라리 급한 대로 중국산이라도…….”
“큰일 날 소리를! 지금 미중 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 험악한데 태연하게 그런 소리를 하고 있단 말입니까!”
중국을 제대로 손봐주려고 벼르는 미국이 얌전히 그 꼴을 두고 볼 리가 없다. 물론 말을 꺼낸 관료도 진심이 아니라, 너무 답답해서 그렇게라도 해야 하지 않느냐는 신세 한탄에 가까웠다.
“한국 정부에 항의했지만, 지금은 곤란하니 기다려 달라는 대답만 돌아왔습니다.”
“허어, 김호 대통령. 누구 덕분에 그 자리까지 올라갔는데 그런 소리를 한단 말입니까? 무능하기 짝이 없군요.”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지금 제니스 컴퍼니는 청와대라 해도 못 건드립니다. 잘못 건드렸다가는 미국이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
여기저기서 짧은 탄식이 새어 나왔다.
도무지 공략법이 보이지 않는 대상이 들어줄 수 없는 억지를 부리고 있으니, 이걸 어찌 해야 한단 말인가.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국립민속박물관에 있는 한국 문화재 일부를 장기 대여하는 식으로 제공해주는 겁니다. 그걸 명분으로 일단 희토류 수출부터 재개하고 말입니다.”
“오, 일단 작은 거래부터 성사시키자는 말이군요.”
“급한 대로 제조업체들은 살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필드 드래곤을 물리쳐 줘서 고맙다는 성의 표시도 되니, 우익 단체들도 크게 반발하지는 못할 겁니다.”
“반발을 할 것 같으면 아예 반발을 못하게 처음부터 밑작업을 다져놔야지.”
총리가 다소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
일본 정부는 조심스럽게 밑작업을 시작했다.
먼저 우익 언론을 통해, 국립민속박물관에 있는 한국 문화재를 한국, 정확히는 제니스 컴퍼니가 정하는 한국 문화재 관련 기관에 장기 대여할 계획임을 밝혔다.
「이와 같은 조치는 필드 드래곤을 물리쳐준 프라임 공격대를 위한 최소한의 성의 표시로…….」
당장 우익 청년들이 발끈해서 일어났지만, 일본 정부는 우익 언론을 이용해서 그들의 분노를 잘 다스렸다.
「이 조치는 대일본제국의 너그러움을 널리 보여주기 위한 대승적인 결정으로서, 문화재의 소유권이 완전히 귀속되는 게 아님을 먼저 밝힙니다.」
그 사실이 알려지자 한국에서도 여론이 흥분해서 들고 일어났다. 국립민속박물관에서 보유한 한국 문화재가 약 3,000점 이상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었다.
완전히 주는 게 아니라지만 일단 가져올 수 있다는 게 어딘가.
“역시 지웅이 형님이다!”
“지웅이 형님, 물질적인 가치만 신경 쓰시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민족 정신적인 가치도 꼼꼼히 챙겨주시는구나. 앞으로 더욱 존경하겠습니다.”
국내 여론은 일본을 상대로 유리한 협상을 얻어냈다며 기뻐했고, 계획대로 흘러간 일본 정부는 만족스러워 했다.
그러나 유지웅의 SNS에 짧은 글귀가 올라왔다.
「인생 is All or nothing. 다들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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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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