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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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웅은 세계적으로 유명 인사다.
현 미국 대통령의 이름이 뭔지도 모르는 제3세계 빈민 아이들도 유지웅의 이름은 알고 있다. 오히려 못 사는 기아국일수록 어떻게든 기를 쓰고 그의 방송 한 번 보기 위해 발버둥을 치는 편이다.
수 조 달러 이상의 자산을 지닌 세계 제일의 부호.
국제공격대연합의 부의장이라는 지위.
중국에서 펼쳐진 대규모 필드 드래곤 레이드.
그리고 개인 스트리밍 방송을 통해 가감 없이 알려지는 독특하고 화려하며 자극적인 일상사.
그 모든 것이 지금의 그의 국제 유명세를 만들었다. 누구나 한 번쯤 그를 만나보고 싶어 했다. 그의 방송에 나오는 영광을 누리고 싶어 했다.
그러나 그 모든 유명세를 무시할 만큼, 엄청난 일이 미국에서 벌어졌다.
「기적입니다. 이것은 기적입니다! 유지웅 의장은 2회 연속 메가밀리언 복권의 당첨번호를 맞히는 기적을 이루었습니다! 이게 확률적으로 얼마나 되죠?」
「9경 1,204조 분의 1의 확률입니다. 2회 연달아 1등 번호를 맞힐 확률이 바로 이 수치죠. 이 정도면 그냥 0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절대로 사람이 해낼 수가 없는 일이에요.」
「하지만 유지웅 의장은 해냈습니다. 그렇지요?」
「네, 믿을 수 없게도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을 해냈습니다. 0을 100으로 만든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수많은 통계 전문가들은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유지웅 의장이 메가밀리언 추첨에 사적으로 개입을 한 게 차라리 믿을 만하다고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습니다.」
「유지웅 의장이 그렇게까지 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그럴 이유나 동기, 명분, 필요성이 전혀 없다는 게 더욱 충격적인 일이죠.」
9경 1,204조 분의 1.
그 말도 안 되는 확률이 현실로 되자 전 세계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충격에 빠졌다.
유지웅이 당첨 현황을 공개하고, 당첨 용지를 불태우고, 다음 주 당첨 번호를 찍어준 유튜브 영상은 역대 최단 시간 내에 최고의 조회수를 달성했다.
“아, 당첨 번호 겨우 두 번 맞혔다고 참 사람들이 왜 이렇게 유난들일까.”
“그렇습니다, 주인님. 이해할 수 없는 가여운 이들입니다.”
“쯧쯧, 메가밀리언 따위가 뭐가 대수라고.”
유지웅이 혀를 차는 모습을, 김범석은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존경스럽게 쳐다보았다.
인터넷 반응을 대충 살핀 뒤 유지웅은 노트북을 덮고 김범석을 돌아보았다.
“그나저나 범석아. 이제 그만 헤어져야 할 시간이구나.”
“……그렇습니까.”
김범석의 표정에 대번 안타까운 감정이 깃들었다. 마치 주인과 헤어져야 하는 새끼 강아지를 닮은 그 눈망울에 유지웅도 코끝이 시큰해졌다.
“이 녀석, 너무 그렇게 아쉬워하지 말거라. 떨어져 있어도 너는 항상 나를 위해 일하고 있으니.”
“예, 주인님!”
“잊지 마라. 어디에 있든 너는 내 것이자 내 소유물이다. 알겠느냐?”
“주인님!”
김범석은 감격한 나머지 그 자리에서 거침없이 큰절을 올렸다. 옷에 먼지가 묻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기다려 주십시오! 제가 가장 화려한 퍼포먼스로 담성그룹을 주인님의 손에 가져다 바치겠습니다!”
“그래, 기대하고 있으마.”
유지웅은 믿음직한 충견을 배웅한 뒤, 집으로 돌아왔다.
“미중 무역 전쟁 갈등이 계속 악화되고 있습니다.”
유지웅은 박 실장을 통해 여러 가지 보고를 받았다.
주로 제니스 타운 건설 현황이라든지, 결정체산 희토류 대일 수출 경과에 관한 내용이었다. 약탈 문화재 대여 절차에 관한 것도 있었다.
“약탈 문화재 반입 작업은 다음 달이면 마무리될 것 같습니다. 일본이 적극적으로 반입 절차에 협조를 해주고 있습니다. 놀라운 일입니다.”
많은 이들은 일본이 흐지부지 대강대강 시간을 끌 거라고 생각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전혀 달랐다. 일본은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이고 신속하게 반입 절차에 정성을 들이고 있었다.
“원래 일본 애들이 그래요. 힘 있는 친구들 앞에서는 한없이 약합니다.”
“그렇습니까.”
“지금 우리나라가 일본 대하는 태도는 완전히 잘못 됐어요. 과거사를 사과하라느니 우리나라를 모욕하는 행위를 멈추라느니 요구하는 건 틀렸습니다. 일본은 원래 그렇게 다뤄선 안 되는 나라예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합니까?”
“실컷 두들겨 팬 다음에 굴종시켜야 합니다.”
예상을 벗어난 험악한 표현에 박 실장은 표정이 다소 멍해졌다. 유지웅은 혀를 차며 말을 이었다.
“자기보다 약하다고 생각하는 나라가 아무리 사과 요구하고 항의해봤자 걔들은 들은 체도 안 해요. 이쪽 목만 아파지는 거죠. 그럴 시간에 힘을 키워서 경제적으로든 외교적으로든 뭐든 때려눕히는 게 최선이자 유일한 방법입니다.”
비서실의 분위기가 어느덧 조용해졌다. 일에 열중하던 직원들도 다들 귀를 쫑긋 세우고 유지웅과 비서실장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
“이번에 약탈 문화재 반환도 보세요. 제가 지룡이를 두들겨 패고, 희토류 수출 끊는다 으름장 놓고, 미국 끌어들여서 압박 주니까 대번에 깨갱하고 꼬리를 내리잖아요. 걔들은 원래 그런 나라입니다.”
“그, 그렇군요.”
“그나저나 중국은 아직도 미국 앞에서 백기를 안 드네. 이거 아주 좋은데.”
박 실장은 의아해서 반문했다.
“미중 싸움이 길어지면 우리나라에 불리한 게 아닙니까?”
“그러니까 아주 좋은 거죠.”
“……?”
“우리나라에 풍파가 몰아쳐야 제니스 타운이 안전지대로서 더욱 위상이 올라갈 거 아닙니까. 하루라도 빨리 입주민 삼천만 명을 채우려면 이런 호재가 있어야죠.”
박 실장은 그렇구나 하고 끄덕이다가 문득 생각난 게 있어서 물어 보았다.
“그런데 의장님, 예전부터 삼천만 명을 강조하시던데 특별한 이유라도 있으신 겁니까? 제니스 타운은 삼천만 명이 아니라 이론적으로 우리나라 인구를 모두 수용해도 될 정도의 도시 규모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만.”
박 실장의 말대로, 제니스 타운은 이론적으로 한국은 물론이고 북한의 인구까지 모조리 수용할 수 있는 규모를 갖추고 있었다. 대도시의 혼잡함을 피할 수는 없겠지만 수용 능력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그는 그래서 의문을 느꼈다.
칠천만 명 이상을 수용 가능한 규모의 도시로 키우고 있으면서, 왜 꼭 삼천만 명이라고 매번 강조하는 것일까?
“그야, 제니스 타운이 한반도 인구 전부를 수용해서는 안 되니까요.”
“……네?”
“하아, 우리 박 실장님. 왜 이러실까.”
유지웅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는 박 실장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박 실장님, 사람 넷이 걸어갈 때 그 중 한 명은 병신, 한 명은 현자, 그리고 나머지 두 명은 일반 정상인이라는 말이 있어요.”
“…….”
“그리고 다시 그 두 명의 정상인 중에서 한 명은 정상인인 척 하는 병신이라고도 하죠.”
“그, 그런 말이 있었습니까…….”
박 실장은 처음 듣는 이야기지만 왠지 그럴싸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무튼 병신 보존의 법칙은 어느 곳에나 존재하고, 그 비율은 생각보다 꽤 높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모든 이를 다 받지 않는 거예요. 제니스 타운에 들이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검증이 이뤄져야 합니다. 기존에 들인 사람도 알고 봤더니 병신이라면 당연히 내보내야 하는 거고요. 사유지라서 가능한 조치입니다.”
“그, 그렇군요.”
“제니스 타운은 선망이자 박탈감의 대상이 되어야 합니다. 정상인들에게는 자기를 보호해주는 안락한 보금자리로서 선망의 대상, 비정상인들에게는 자기는 저기에 절대 들어갈 수 없다는 박탈감의 대상이 되어야 하죠. 그래서 더 많은 인구를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들지만 일부러 빈자리를 남겨두는 겁니다.”
박 실장은 무언가 느껴지는 게 있었다. 다른 직원들도 공감을 하는 듯 조용히 끄덕거리고 있었다.
“원래 사람은 더 올라갈 곳과 더 떨어질 곳이 있어야 인성이나 실력, 재능을 갈고 닦는 법이에요. 공산주의가 왜 망했는데요?”
“무슨 말씀이신지 이해했습니다. 자세히 설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박 실장이 자기 말을 완전히 이해한 듯하자 유지웅도 기분이 좋아졌다.
“그럼 굳이 철저한 대외비로 할 필요는 없겠군요? 비공개 루트를 통해서 적당히 사회에 흘리는 게 낫지 않을까요?”
“바로 그겁니다! 공식적으로 인정할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더라, 하는 정보는 널리 알려야죠. 그래야 선망감도 생기고 박탈감도 생기고 그러는 겁니다.”
“블랙리스트를 작성하시는 이유도 그럼?”
“그렇죠!”
유지웅은 아주 신이 났다. 오랜만에 자기 마음을 속속들이 파악당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그나저나 종신주민 2호를 빨리 데려와야 하는데 아직 재판 중이니 이거 참…….”
여의도에서 음주운전으로 자신을 친 운전자를 떠올리며 유지웅은 입맛을 다셨다. 그 덕분에 장충후 의원을 압박해서 음주운전 관련 법안을 통과시킬 명분을 강하게 얻긴 했지만.
물론 소급효 금지 때문에 그는 이번에 통과된 처벌 강화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예전 법에 의한 형량만을 받게 될 것이다.
하지만 어떠랴. 이미 종신주민 2호로 확정이 된 것을.
만약 유지웅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다면 현장에서 바로 즉사했을 것이다. 그러니 종신주민 2호로서의 자격이 충분하다.
“아, 빨리 제니스 타운이 완공되는 모습을 보고 싶어 미치겠군요. 완전히 정상화가 되려면 앞으로 몇 년이나 더 걸리려는지…….”
뭔가 잔뜩 초조해하는 듯한 표정이다. 박 실장은 그 모습에서 불현듯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저건 꼭 마치…… 뭔가 사건사고가 터지기를 고대하는 사람 같은…… 히익! 내, 내가 대체 의장님을 두고 무슨 망측한 생각을 하는 거야!’
그는 행여나 자신의 속마음이 들키기라도 했을까 봐 얼른 표정 관리에 힘썼다.
말도 안 되는 생각, 말도 안 되는 생각…….
“박 실장님!”
“네? 넷! 의장님! 말씀하십시오!”
“혹시 뭔가 소식 들은 거 없나요? 일본이 독도에서 무력 도발을 했다거나, 중국 어선이 우리 경제수역에서 물고기를 씨까지 싹 긁어갔다거나, 아니, 아무거나 좋으니 아무튼 뭔가 그런 소식 들어온 거 없나요?”
“어, 없습니다! 일본은 지금 희토류와 약탈 문화재 반환 때문에 외교 무대에서 조심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중국도 미중 무역 전쟁 때문에 다른 데 눈을 돌릴 여력이 없는 것으로 압니다.”
“그래도 뭔가 있을 거 아니에요! 아, 맞다! 이번에 우리나라에서 런칭한 ‘최후의 방주’라는 게임, 중국에서 우회 접속한 유저들 때문에 정작 우리나라 사람들이 대기열이 심해서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면서요! 이거는 국가 대 해킹전이나 다름없는 거 아닌가요? 심각한 외교 갈등입니다!”
“히, 히익! 무, 물론 저도 중국 유저들 때문에 대기열에 걸려서 그 게임을 거의 못하고 있긴 하지만, 그게 국가 해킹전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박 실장은 무언가에 굶주린 듯한 유지웅의 눈이 무서웠다.
누구라도 좋으니 제발 저 사람에게 먹이를!
그때였다.
“의장님! 세 번째 괴수가 나타났습니다!”
“야호!”
“미국입니다!”
“……에이.”
중국이나 일본이 아니라니 슬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