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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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크 중령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느닷없이 괴수가 자신을 콕 집어서 쫓아오는 것만 해도 혼비백산할 일인데, 사령부에서 들어오는 지시 내용이 이상했다.
―레이크 중령, 귀하는 레이더 각성자로 추정된다. 절대 목숨을 잃거나 부상을 당해선 안 된다. 즉시 현장에서 이탈하라.
―편대 전기, 레이크 중령을 엄호하라. 레이크 중령을 반드시 살려야 한다.
―12번기를 구하라!
전 속력으로 비행하던 중 레이크 중령은 레이더에 나타난 거대한 점을 보고 가슴이 쿵쾅거렸다. 전력질주로 쫓아오던 골든 호크가 갑자기 속도를 높였다.
―12번기! 목표가 높이 점프해서 덮치고 있다! 즉각 비행 궤도를 틀어야 한다!
―지금 그대로면 위에서 덮쳐질 위험이 있다!
레이크는 그 말을 듣자마자 기수를 있는 대로 꺾었다.
그리고 그 판단이 그를 살렸다. 기수를 꺾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괴수가 그 자리에 쿵 하고 내려앉은 것이다.
오른쪽 전방을 돌아본 레이크는 가슴이 서늘해졌다.
괴수가 내려앉은 충격파로 일대의 숲이 뒤흔들리며, 커다란 먼지가 버섯구름처럼 피어오르고 있었다.
만약 저기에 맞았으면?
‘형체도 안 남았겠다. 으으…….’
레이크는 필사적으로 괴수로부터 멀어졌다. 통신 채널에서 쉴 새 없이 경고가 들어왔다.
―12번기, 목표가 여전히 쫓아가고 있다! 전 속력으로 도주하라!
―으아악! 목표가 또다시 점프한다! 방향을 틀어야 한다!
기수를 홱 틀자마자 또다시 쿵 하는 무거운 울림이 퍼졌다.
레이크는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만 같은 심장을 억지로 움켜쥔 채, 부리나케 달아났다.
무사히 기지로 돌아온 레이크는 자신을 반기는 환영 인파를 볼 수 있었다.
참모총장과 공군장관까지 나와 있는 걸 보고 레이크는 화들짝 놀라서 경례를 붙였다.
장관이 경례를 받은 뒤 다가와서 레이크의 어깨를 양손으로 가볍게 감쌌다.
“무사히 살아 돌아와서 다행일세, 중령.”
“감사합니다!”
“전투 중에 통신을 통해 들었겠지만 내가 다시 한 번 설명을 해주지. 자네는 현재 우리 미국 최초의 레이더 각성자로 추정되고 있네.”
“제가 말입니까?”
레이크는 믿어지지 않았다. 아까 전투 작전 중에 들은 게 잘못된 것은 아니었구나.
레이더가 뭔지는 그도 잘 알고 있었다. 지구상에 겨우 세 명뿐인 초능력자. 핵을 포함한 현대병기가 통하지 않는 괴수를 상대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자, 축복.
자신이 그 네 번째로 당첨되었다고?
“레이더에 관한 건 우리 미군도 아는 바가 거의 없어. 그래서 일단 골든 호크 섬멸 레이드가 끝난 뒤에 국제공격대연합에서 검증을 해줄 거야. 하지만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은 없다고 했네. 그저 요식적인 절차인 거지.”
장관은 그리 설명하며, 레이크 중령을 손수 안내했다.
“자, 중령도 상황실로 와서 함께 지켜보지. 프라임 공격대가 곧 상황을 정리할 거야.”
공군장관과 함께 맨 앞에서 걷게 되었다. 레이크 중령은 마음이 불편해서 식은땀이 났다. 자신의 뒤로 별들이 우르르 따라오고 있는 상황이었으니.
레이크 중령은 상황실 맨 앞에 공군장관과 함께 둘이서만 나란히 앉았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던 그는 이유 없이 뒤통수가 따가웠다.
수송기가 고도를 조금씩 낮추며 골든 호크가 있는 곳을 향해 접근하고 있었다.
곧이어 수송기 후문이 열리며, 사람 셋이 차례차례 뛰어내렸다. 바로 프라임 공격대였다.
“오, 프라임 공격대가 낙하 훈련까지 받았을 줄은 몰랐…… 잠깐?”
참모총장이 박수를 치며 즐거워하다가 눈을 부릅떴다.
자유롭게 낙하하고 있는 세 명 전부가 하나같이 낙하산을 메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상황실은 당연히 뒤집어졌다.
“낙하산도 없이 뛰어내려?”
“황백호 통령이야 탱커니까 그렇다 치지만, 다른 둘은 딜러 아닌가? 몸이 버텨낼 수 있나?”
“혹시 실수로 낙하산을 안 맨 건 아닌가?”
참모총장은 급히 핫라인으로 수송기에 연락을 해서 어찌 된 일인지 상황을 확인했다. 참모총장이 직접 전화를 걸자 수송기 기장은 당연히 뒤집어질 듯이 놀란 채 연락을 받았다.
「낙하산을 메지 않은 것은 사고나 실수가 아니라 프라임 공격대의 선택이었습니다.」
“선택이라고?”
「예, 낙하산 따위는 필요 없다면서 극구 거절했습니다.」
상황실의 분위기는 대번에 반전했다.
황백호야 탱커니까 백번 이해가 간다지만, 딜러인 유지웅과 정효주마저 낙하산이 필요 없다니? 대체 어떤 자신감에서?
“곧 착지합니다!”
프라임 공격대는 어느덧 지표면에 다다른 상태였다. 곧이어 쿵 하고 굉음이 울리며 먼지가 비산했다.
잠시 후 먼지가 걷히며 드러난 모습을 보고 공군장관은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대형 디스플레이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있던 장군들도 마찬가지로 열렬히 박수를 치며 기뻐했다.
“우와아아!”
“아니, 저것은?”
“슈, 슈퍼히어로 랜딩!”
한쪽 무릎이 아슬아슬하게 지면에 닿을까 말까 하고, 오른 주먹으로 무게 중심을 지탱하고 있으며, 왼손은 살짝 뒤로 길게 뻗어 절묘한 균형을 유지하는 자세.
그런 멋진 자세를 취한 채 절묘한 정삼각형 진형으로 착지한 프라임 공격대를 보고도 환호하지 않는다면, 그는 미국인이라고 할 수 없으리라.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해?”
손을 탁탁 털고 일어난 정효주가 투덜거리듯이 말했고, 유지웅은 가볍게 혀를 찼다.
“여기는 미국이야. 미국에 왔으니 미국 예법을 따라야지.”
“우리의 인상을 한층 더 강렬하게 남길 수 있게 됐으니 좋은 결과 아니겠습니까, 정효주 딜러.”
황백호는 제법 뿌듯한 표정이었다. 정효주는 자신만 이상해지는 기분이 들어 괜히 손으로 뺨을 감쌌다.
유지웅이 앞으로 나서며 골든 호크를 향해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자, 갑시다!”
“너의 흑역사를 청산하러?”
“미국의 정의와 안전을 위해서지!”
유지웅은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버럭 화를 냈고, 정효주는 복수했다는 고소함에 혀를 내밀며 쿡쿡 웃었다.
“레이드 작전 시간은 29분 59초로 끊습니다.”
유지웅은 이미 설명한 작전 개요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황백호는 알겠다는 듯이 끄덕이면서도 문득 떠오른 의문점을 던져 보았다.
“왜 하필 29분 59초입니까? 그 시간에 특별한 의미라도 있는 겁니까?”
“향후 깨지지 않을 신기록을 미리 만들어두려는 겁니다.”
“깨지지 않을 신기록이요?”
황백호는 무슨 말인지 몰라서 알쏭달쏭했지만, 유지웅은 더는 설명해주지 않았다. 크게 궁금했던 것도 아닌지라 황백호도 관심을 거두고 전투 준비를 갖췄다.
유지웅은 정효주에게 목소리를 낮춰 물었다.
“황금매 레이드 신기록이 30분 1초가 맞지?”
“맞아. 9인 기준이었어.”
본래 시간 축에서는 유지웅이 보호막 능력자로서 위세를 떨치기 전, 유의미하게 존재하던 신기록들이 있었다.
예를 들어 개별 괴수마다 얼마나 적은 인원으로 얼마나 짧은 시간 안에 무사히 사냥을 성공했는지 같은 것이다.
황금매 같은 옐로 몹의 경우에는 보통 10인 이하 공격대부터 기록 체크가 유의미해진다.
이를테면 10인으로 달성한 가장 짧은 레이드 시간, 9인으로 달성한 시간, 8인으로 달성한 시간…… 등등 이렇게 세분화된 신기록들이 존재하는 것이다.
물론 레드 몹은 기록 자체가 의미가 없었다. 유지웅의 등장 전까지만 해도 레드 몹은 ‘스포츠’나 ‘사냥’이 아니라, 반드시 피해야 할 절대재난이었으니까.
황금매 같은 경우에는 8인 이하 기록은 존재하지 않고, 9인 파티로 30분 1초를 달성한 것이 신기록이었다.
“후후, 앞으로 영원히 깨지지 않을 기록을 만들어주지.”
“이런 거 보면 너 참 악마야. 딱 2초 차이로 기록 도전팀들을 좌절시키려고 하니까.”
“자, 가자!”
29분 59초에 걸친 레이드가 마침내 끝나는 순간, 상황실에서는 안도의 한숨이 터져 나왔다.
안타깝게도 골든 호크는 포획하지 못했다. 유지웅과 정효주의 무자비한 난타 속에서 결국 죽고 만 것이다.
엄청난 위용을 떨쳤던 필드 드래곤조차 길들인 점을 고려해서 혹시나 하고 기대를 했지만, 프라임 공격대는 포획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는지 골든 호크를 죽여 버렸다.
“소감이 어떤가요, 레이크 중령?”
“……정말 대단합니다. 로켓탄으로도 어쩌지 못한 괴수를 어떻게 저렇게…….”
“그리고 중령도 이제 그 일원에 당당히 합류한 겁니다. 부디 자랑스럽게 여겼으면 좋겠군요.”
레이크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괜히 가슴이 벅차고 머리가 뜨거워졌다.
그는 몇 시간 지나지 않아서, 말로만 듣던 프라임 공격대를 드디어 직접 만나게 되었다.
유쾌함이 넘치는 유지웅의 얼굴을 본 순간 그는 저도 모르게 허리를 깊이 숙였다.
“빅브라더! 이렇게 존안을 뵙게 돼서 평생의 영광입니다!”
그의 입에서 나온, 발음이 불안정하긴 하나 분명한 한국어에 공군장관은 물론이고 참모총장 이하 장군들도 깜짝 놀랐다.
오직 유지웅만 아무렇지 않은 듯 활짝 웃으며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고, 레이크는 그제야 허리를 펴며 조심스럽게 그의 손을 잡았다.
“내 열혈 시청자들은 정말 어디를 가도 존재하는군. 만나서 반가워, 중령 동생.”
“부의장, 아무리 그래도 평대를 하는 것은 외교적 결례가 아닐까요? 우리는 지금 엄연히 국제공격대연합의 자격을 가지고 이곳에 온 겁니다만.”
“괜찮습니다, 의장. 이 친구와 저는 사적으로 깊은 관계를 가지고 있으니까요. 누구든지 저를 빅브라더, 혹은 형님으로 부른다면 그 사람은 나의 형제이자 동생입니다. 어떤 자리이든 동생에게 말을 높이는 형님은 없습니다.”
레이크는 감격한 표정이었고, 공군장관은 조금 패닉에 빠진 안색이었으며, 장군들 사이에서는 가벼운 웃음이 터져 나왔다.
“자, 그럼 확인을 해볼까요?”
유지웅은 포탄 사격장으로 이동한 후, 레이크를 손수 지도해서 비거를 끌어내도록 만들었다.
처음에는 낯선 힘에 적응하지 못하던 레이크는 유지웅의 정밀한 지도가 더해지자 한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어느 정도 비거를 뜻대로 뿜어낼 수 있게 되었다.
공군 수뇌부는 레이크가 맨손에서 뿜어내는 빛의 포탄을 보고 감격과 경악을 금치 못했다.
레이크 역시 마찬가지, 그는 너무 감격한 나머지 혼란에 빠진 표정으로 유지웅을 돌아보았다.
“빅브라더, 정말 제가 레이더로 각성한 겁니까?”
“맞아, 중령 동생은 원거리 딜러야. 나와 정효주 부의장과 같은 계열이지.”
통역이 말을 전하는 동안 정효주가 입을 가리고 의미심장하게 쿡쿡 웃는 게 보였지만, 레이크는 거기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럼 전 이제 어떻게 되는 겁니까?”
“동생도 잘 알겠지만 레이더는 혼자서는 의미가 없어. 탱딜힐이 완벽하게 갖춰져야 진정한 레이더라고 할 수 있지. 오늘 전투에서 느꼈겠지만 동생 혼자 힘으로는 괴수를 물리칠 수 없어.”
유지웅은 근엄한 표정으로 그의 어깨를 토닥이며, 그와 공군장관을 번갈아 보면서 말했다.
“우리는 함께 해야 해. 캡틴을 저에게 맡겨보시는 게 어떻습니까, 미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