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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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광주시장은 얼떨떨한 채로 반응했다. 아직 유지웅이 하는 말의 맥락을 짚어내지 못했다.
「생각해보세요. 지금 여의도반달곰 때문에 멘탈 나가고 불안해서 어디 큰 건물에 모이지도 못하는 사람들이에요. 또 괴수가 나타나기라도 하면, 아니면 괴수가 거길 습격하기라도 하면 자기들이 탈출 못하고 죽을까 봐 겁을 잔뜩 먹은 사람들이죠.」
“그, 그 정도입니까?”
광주 시장은 유지웅의 설명이 조금 와전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런 생각이 제대로 싹을 틔우지 못하도록 유지웅이 빠르게 치고 들어왔다.
「괴수 PTSD에 시달리는 사람들인데 당연히 안전한 장소를 찾으려고 혈안이 돼있지 않겠어요? 이때 시장님께서 나서서 운을 딱 틔워주시면 만사형통입니다. 제 이름을 파셔도 되고요.」
시장 집무실은 어느덧 고요했다. 보좌관을 비롯한 집무실 내 모든 인원이 숨을 죽인 채, 스피커 모드에서 흘러나오는 유지웅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국회의사당, 산업은행, 증권거래소 같은 알짜배기 시설들을 광주로 가져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제니스 타운과의 연관성을 강조하면 효과가 높을 겁니다. 이런 좋은 기회를 그냥 날려버리시겠어요?」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의장님의 귀중한 조언을 진지하게 고려해보겠습니다.”
그래도 명색이 시장인지라 대놓고 유지웅의 뜻대로 하겠다고 엎드릴 수는 없어서, 시장은 넌지시 돌려서 표현했다.
전화를 끊은 뒤 시장은 보좌관을 비롯한 자신의 정치적 동반자들을 둘러보았다.
“들었지? 다들 어떻게 생각해?”
“좋은 기회입니다. 국회의사당을 가져올 수만 있다면 우리 광주의 입지가 비약적으로 바뀔 겁니다.”
“원래라면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정말 우리 광주에 기적이 찾아온 겁니다.”
국회의사당의 광주 이전.
느닷없는 괴수의 출현 및 여의도 점거, 그리고 제니스 타운의 존재가 아니라면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다.
괴수가 아니었다면 국회의사당이 이전할 수 없었을 것이고, 제니스 타운이 아니었다면 광주로 이전하는 작업 자체를 추진할 수 없었을 테니.
시장은 조용히 상상해보았다.
국회의사당을 광주로 이전하는 역사적인 정치적 위업을 달성한 자신의 모습, 그리고 그로 인해 전국구로 뻗어나가는 정치적 인지도와 그것이 가져다줄 미래를.
아주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유지웅 의장님이 국회의사당 이전을 강하게 원하는 이상, 충분히 밀어붙일 만한 일입니다.”
“맞습니다. 지금 의장님께서는 실무는 우리가 알아서 추진하라고 하시는 겁니다. 본인께서는 명분을 주셨으니 이제 알아서 국회의사당을 가져오라는 겁니다.”
“당장 제니스 컴퍼니에 연락해서 협동 관계를 만들어야겠습니다. 서두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시장님.”
집무실은 모처럼 뜨겁게 불타올랐다.
국회의원들 대부분은 세종시에 내려갔다.
명분은 제2의 행정도시이니만큼 국회 의결을 위한 장소 제공 및 국정 추진이 편리하다는 이유였지만, 진짜 이유는 모든 사람들이 안다.
―여의도반달곰 때문에 서울에 있는 게 무서워서 그러는 거잖아.
―서울 버리고 튀는 국회의원들 클라스 봐라……. 아주 지린다, 지려.
―여의도반달곰이 느닷없이 국회까지 치고 들어왔으니 트라우마 생길 만은 하지. 그래도 헌법 권력을 쥔 자들이 어떻게 수도를 버리고 도망갈 생각을 다 할 수 있냐. 그럼 여태껏 서울에 남아 있는 사람들은 뭔데?
―원래 우리나라의 유구한 전통 아니냐? 난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위정자들부터 백성이고 수도고 나라고 버리고 줄행랑치는 거. 승만이 형도 그랬는데 뭐 새삼스럽게 놀라고 그래.
SNS에서는 국회의원들을 향한 성토가 이어졌다.
일부 국회의원들은 일부러 서울에 남은 채 그런 자신의 상황을 교묘하게 홍보함으로써 지지율을 끌어올리기도 했다.
국회에 대한 여론이 비약적으로 나빠진 상황에서, 청와대가 여론에 결정타를 날렸다.
「김호 대통령, 제니스타운 방문 결정!」
「김호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 및 레이드 협력 요청을 위해 제니스타운을 방문하기로 전격 결정하고, 대통령 전용기가 서울공항에서 긴급히 이륙했습니다.」
「국회의원들 대부분이 여의도반달곰을 피해 세종시로 내려가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마저 위험한 서울을 버리고 자기 한 몸만 건사하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과 비난이 여론 사이에서 들불처럼 일어나고 있습니다.」
대통령마저 제니스타운으로 이동하자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은 극에 달했다.
―대체 이게 나라냐!
―와, 서울 시민들 불쌍해서 어떡함? 계엄령 떨어져서 서울 떠나긴 해야 하는데 마땅히 갈 데는 없고, 그렇다고 나라에서 챙겨주는 것도 아니고.
―서울 부자들은 이미 벌써 집 비우고 다른 데로 피난 갔다고 하더라. 지금 강남 유흥가 완전히 텅텅 비어서 장사 전혀 안 됨.
국회와 청와대에 대한 반감과 배신감이 그렇게 여론을 휩쓸고 있을 때, 또 하나의 폭탄이 터졌다.
―그거 들었냐? 국회의사당을 광주로 이전한다더라.
―뭐? 아니, 왜 광주로?
―광주가 제니스타운하고 바로 붙어 있잖아. 제니스타운에는 유지웅 의장하고 정효주 부의장이 살고 있고. 아무래도 괴수로부터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이 아니겠어?
―여차 하면 지룡이를 투입해서 괴수를 물리치거나 막아내면 되고. 유지웅 의장도 그런 목적으로 지룡이를 훈련시키는 것 같다고 하던데.
―와…… 지들만 살면 다라 이거지? 아예 그냥 제니스타운 안에 짓지 그래? 땅도 넓은데.
―안 그래도 국회의원들이 제니스 컴퍼니에 그렇게 의사타전을 했다가 거절당했다는 루머가 있음.
―헛웃음만 나오네. 하는 김에 그냥 청와대랑 대법원, 대검까지도 제니스타운이든 광주든 골라서 이전하지 그래? 여의도고 종로고 뭐고 간에 싹 비우고.
국회의원들의 세종시 체류, 대통령의 제니스타운 방문, 여기에 국회의사당 이전까지.
여론이 품은 분노는 가라앉을 날이 없이, 뜨겁게 타올랐다.
유지웅은 김호 대통령을 반갑게 맞이했다.
“어서 오세요. 누추한 곳이라서 모실 데가 마땅치가 않아 이거 부끄럽습니다.”
예상했던 것 이상의 환대에 김호 대통령이 오히려 얼떨떨했다.
그간 행정부와 유지웅 사이에 쌓인 갈등이나 알력 등을 생각하면, 이렇게 화사하게 대하는 반응을 기대하긴 힘들다.
하지만 유지웅은 오랜 친구를 만난 것처럼 친절하게 자신을 맞이하고 있었다.
김호 대통령은 전혀 방심하지 않았다.
‘나이는 어리지만, 능구렁이가 백 마리는 속에 들어앉은 사람이다. 긴장을 놓아선 안 된다.’
정재계 인사 중에서, 더 이상 유지웅을 운수 좋은 고아라고 치부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들은 유지웅의 탐욕이 하늘을 찌를 듯이 높으며,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데다가, 그것을 보조할 수 있을 만큼의 교활함까지 갖추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저렇게 웃는 얼굴로 자신을 대하는 것에는 필경 그만한 목적이 있을 것이다.
“유지웅 의장 이상의 괴수 전문가는 우리나라, 아니 전 세계에 없을 겁니다. 여의도반달곰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아무래도 얼굴을 직접 맞대고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것 같아 이렇게 찾아오게 됐습니다.”
“잘 오셨습니다.”
유지웅은 대통령뿐만 아니라 수행원 전체에 특급 호텔 출장 식사까지 대접하는 등, 불청객들이 부담스러워 할 만큼 과한 대접을 해주었다.
때문에 청와대 수행원들은 맛있게 식사를 하면서도 속에서는 불안함이 커져만 갔다.
“전에 비서실장님을 통해서 말씀드렸다시피 괴수가 특별히 사고를 치지 않는다면 그대로 놔두는 게 낫습니다. 도심 한가운데에서 괜히 레이드를 했다가 멀쩡한 건물들만 부서지고 그 피해가 이루 말할 수 없이 큽니다.”
“하지만 가만히 놔뒀다가 어느 날 갑자기 괴수가 본격적으로 난동을 부리면 그 피해가 더 크지 않겠습니까?”
“사실 괴수가 여의도반달곰이 유일하다면 무리를 해서라도 잡는 게 맞죠. 하지만 저는 앞으로 괴수와 인간이 영토를 공유하면서 살아가는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등장한 괴수들은 빙산의 일각인 거죠. 더 많이 늘어날 겁니다.”
“…….”
“그런 시대가 되어서도 매번 싸울 수 있겠어요? 도시가 남아나지 않을 텐데요? 저는 회의적입니다.”
유지웅은 냉정한 표정으로 말을 덧붙였다.
“여의도반달곰은 그대로 놔두는 게 나아요. 어설프게 레이드를 시도했다가는…… 중국의 몇 개 성이 초토화된 건 기억하고 계시죠?”
은근히 중국을 거들먹거리자 김호 대통령의 안색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서울보다 몇 십 배 이상으로 큰 대도시 여러 개가 두 달 간에 걸친 레이드 때문에 완전히 초토화되었다.
다행히 시간을 잘 끌어서 죽은 사람은 없었지만, 인간이 이룩한 기반들은 철저히 파괴되어, 처음부터 다시 도시를 짓는 게 나은 상황에 처했다.
서울마저 그렇게 된다면?
‘내 땅들…….’
대통령이 명의신탁으로 보유한 그 많은 부동산들은 한순간에 휴지 조각으로 전락하고 만다. 그것만큼은 용납할 수 없는 결과였다.
“아무튼 제니스타운에 잘 오셨습니다. 안 그래도 제가 의논드리고 싶은 게 있었거든요.”
“예?”
유지웅이 서글서글하게 웃으며 대화를 이끌자 김호 대통령은 약간 당황했다.
‘역시 국회의사당 이전을 이야기하려고…….’
“국회의사당하고 청와대가 서로 떨어져 있어서야 원활한 국정 교류가 이뤄지겠어요? 두 기관이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국정을 이끌어나가는 건데 말입니다. 그러니 국회의사당 옮기는 김에 청와대도 함께 옮기는 게 어때요?”
듣고 있으니 뭔가 논리가 이상했다. 마치 국회의사당 이전은 이미 확정이 난 것처럼 화법을 구사하고 있지 않은가.
여기서 청와대 이전에 관해 머뭇거리자니 국회의사당 이전을 그냥 인정하고 넘어가는 결과가 된다.
그렇다고 국회의사당 이전 단계부터 짚고 넘어가자니 괜히 불필요한 언쟁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다.
“국회도 청와대고 대법원이고 대검이고 헌재고 싹 옮겨오는 게 어떨까요? 이참에 그냥 수도를 통째로 이전해버리죠. 제니스타운 근처만큼 안전한 곳이 어디 있습니까? 조만간 지룡이 훈련이 끝나면 녀석이 알아서 주변도 순찰하고 그럴 겁니다. 상상만 해도 듬직하지 않아요?”
“의, 의장님…….”
김호 대통령은 신이 난 유지웅의 기세에 눌려서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대통령 일행은 제니스타운 인근 호텔에 짐을 풀고 임시 정부를 차렸다. 많은 이들이 그것을 가리켜 ‘대한민국 임시정부 시즌 2’라고 비아냥거렸다.
한편 유지웅은 하루가 멀다 하고 대통령을 방문해서 수도 이전 권유를 되풀이했다. 덕분에 서울에 재산 기반을 둔, 대통령을 포함한 청와대 인사들은 매일같이 식은땀을 흘려야만 했다.
대통령이 제니스타운을 방문하고 일주일이 채 되기 전, 지모 대위가 유지웅을 찾아왔다.
그는 심각한 얼굴로 말을 꺼냈다.
“의장님, 아무래도 저번 국회 탈출 소동 때 레이더가 발견된 모양입니다.”
“뭐라고요?”
유지웅은 크게 놀라서 벌떡 일어났다.
‘드디어 이제야 새로운 빨대가!’
“한두 명이 아니라 열 명으로 추정됩니다.”
‘새로운 빨대들이!’
“그중 탱커가 2명, 딜러가 7명으로 추정되는데…… 마지막 한 명이 전혀 새로운 타입입니다.”
“네? 새로운 타입이라고요?”
“네, 자기 자신은 물론이고 타인의 부상을 치유하는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