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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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형원 부회장님, 오늘 술이 잘 받으시나 봅니다?”
유지웅은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술잔을 쥔 채 태연히 이형원의 옆에 앉았다.
이형원은 순간 움찔했지만 어렵지 않게 표정 관리를 하며 그를 맞이했다.
“좋은 술이라서 그런지 혀끝에서 단맛이 납니다.”
“이렇게 술을 잘하시는 분인 줄 진작 알았으면 더 좋았을 걸 그랬습니다, 하하.”
둘 사이에 흐르는 묘한 기류를 느낀 다른 소모임 회원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신경을 집중했다.
물론 그들은 보여주기 식으로 웃고 떠들던 행동을 멈추지는 않은 채, 눈빛으로 의사를 교환했다.
‘뭐지? 무슨 일이지?’
‘이형원 부회장이 무슨 사고라도 쳤나?’
‘자네는 뭐 아는 거 없어?’
‘담성 전략기획실이 요즘 바쁘게 움직인다는 이야기는 얼핏 들은 거 같은데…….’
주변의 시선이 온통 쏠린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유지웅은 천연스럽게 대화를 이끌어 나갔다.
“백혈병 피해자들 보상은 잘하셨습니다. 불법 바이럴 마케팅 중지도 정말 잘하신 거구요. 그런데 경영권 승계 문제에서 여러 가지로 잡음이 들리시던데?”
“크게 중요한 사건은 아닙니다. 어차피 법원에서 시시비비가 제대로 가려질 일입니다.”
요것 봐라? 하는 마음이 한결 더 커졌다.
예전 같았으면 저렇게 당당하게 받아치지 못했을 텐데, 확실히 믿는 구석이 있으니 다른 모양이다.
‘대체 무슨 생각이지?’
유지웅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제니스 타운이 활성화되면 남한의 인구를 무시무시한 속도로 빨아들일 것이다. 그리고 현대 사회에서 인구수는 곧 힘이 된다.
아무리 넓은 땅, 많은 재화, 좋은 기업을 가지고 있어도 그만큼 인구수가 받쳐주지 못하면 무의미하다.
기득권층도 그걸 알기에 제니스 타운이 완성되어갈수록 초조함을 억누르지 못하는 것이다.
누구보다 그걸 잘 알고 착실히 대비해온 게 바로 이형원일 텐데, 이런 자신감은 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이래서 나처럼 하늘이 내린 천재는 둔재를 이해할 수 없다고 하는 건가 보네. 쯧쯧…….’
유지웅은 한심한 눈으로 바라봤다.
만약 자신이 그의 입장이었다면 진작 백기 투항하고 무조건 항복을 선언했을 것이다. 모든 걸 가져가도 좋으니 목숨만 살려주십사 하고 엎드려 빌었을 것이다.
‘그렇게 전향적으로 나오면 이렇게 너그러운 내가 왜 굳이 9족을 파멸시키려고까지 하겠어? 서울에 아파트 한 채 정도는 남겨줄 건데 말이지.’
탐욕스러운 자본가들은 원래 시대나 지금 시대나 역시 달라진 것도, 변할 수 있는 것도 없다.
‘범석이 그놈이 잘해주겠지.’
유지웅은 양손에 두 종류 술을 각각 들고는 비어 있는 이형원의 술잔에 콸콸콸 따랐다.
제대로 된 폭탄주에 이형원의 눈빛이 순간 굳었다. 물론 유지웅은 심술이었다.
“부회장님, 제가 얼마 전에 국제 연합을 하나 창설한 걸 알고 계시죠?”
“물론입니다.”
대한민국에서 기업 운영한다는 사람치고 그 일을 모르는 사람은 전혀 없다.
이미 꽤 시간이 지난 일인데 유지웅이 새삼 그 일을 언급한 것 때문에 이형원은 속이 안 좋았다.
‘혹시?’
이 자가 담성 공격대의 존재를 눈치 채고 무언가 수작을 부리려는 것은 아닐까? 그런 의심이 피어올랐다.
“앞으로의 시대는 괴수로부터 어떻게 인류 문명을 보존하느냐, 거기에 달려있다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때문에 국제공격대연합의 존재와 실권 행사는 매우 중요한 테마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국내에서 힘 있는 인사들이 국제공격대연합에 하나라도 더 많은 손을 보태주기를 바라고 있어요. 바로 담성그룹 같은 곳에서 말이죠.”
“지당하신 말씀이십니다. 당연히 우리 그룹도 힘을 아끼지 않고 연합을 도울 겁니다.”
그 방법은 당신이 상상하는 것과 많이 다르겠지만 말이야.
이형원은 속으로 그런 비웃음을 머금은 채 날선 기색을 눈빛에서 감췄다.
‘아무래도 아무것도 모르는 모양이군.’
그냥 술자리겸 해서 자기를 도우라고 은근한 과시를 하는 정도인 모양이다. 이형원은 그렇게 가볍게 여겼다.
그날 이형원은 평소보다 더 많은 술을 먹어야 했다. 유지웅이 자리에서 좀처럼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다른 소모임 회원들은 유지웅의 눈치를 보며 평소보다 훨씬 적은 양의 술만 먹을 수 있었고, 간의 건강을 비교적 온전히 보존한 채 귀가할 수 있었다.
이형원은 술병이 제대로 나서 제니스 타운을 떠나지도 못하고 이틀을 꼬박 앓아누워야 했다.
하지만 술기운을 떨치고 일어난 그는 그 어느 때보다도 마음만큼은 상쾌했다.
‘담성 공격대만 자리 잡으면 얼마든지 지금의 상황을 뒤집을 수 있다.’
유지웅을 이기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미 그가 가진 이권들은 재벌들의 힘을 모두 합쳐도 어쩌지 못할 만큼 굳건한 아성을 이루는 중이니.
하지만 담성 공격대 카드가 제대로 먹힌다면, 무기력하게 흡수당하는 전개만큼은 피할 수 있으리라.
이형원이 원하는 것은 딱 그 정도 만큼이었다.
두 달이 흘렀다.
그동안 담성 공격대는 극비리에 많은 훈련을 거쳤다. 어떻게 힘을 이끌어내고, 어떻게 진형과 전술을 짜고, 어떻게 괴수를 상대해야 하는지 모든 종류의 훈련에 임했다.
거의 하루도 빼먹지 않고 일일 14시간 이상씩 훈련을 한 터라 다들 기진맥진했지만, 눈빛만큼은 모두 살아 있었다.
특전사 고위 장교 출신의 훈련교관은 10인의 공격대원을 다룸에 있어서 채찍과 당근을 절묘하게 사용할 줄 알았다.
“여러분들은 세계 2번째 공격대로서 널리 그 이름을 떨치게 될 겁니다. 지금 흘리는 땀 한 방울이 훗날의 영광으로 돌아오게 될 겁니다. 그러니 더욱 땀을 흘리십시오. 여러분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 말입니다.”
평범한 직장인 출신이었지만, 그들은 지옥 같은 훈련에 군소리 않고 임했다.
훈련에 가장 쉽게 적응한 이들은 바로 두 명의 탱커였다.
이미 초인적인 육체 능력을 지닌 그들은 훈련의 강도 그 자체에 아무런 어려움을 보이지 않았다.
수백kg이 넘는 쇳덩이를 아무렇지 않게 운반했으며, 100미터를 3초대에 끊는 속도로 30분 이상을 질주해도 지치지 않았다.
그들 다음으로 훈련이 수월했던 이는 바로 힐러, 변형택이었다.
“변형택 씨는 전투시 적절한 위치를 잡는 법, 괴수의 시선을 최대한 끌지 않는 법, 그리고 위급한 상황시에 도주하는 법 위주로 훈련을 할 겁니다. 그러기 위해 기초 체력 단련이 필수입니다.”
변형택이 하는 육체 훈련은 거의 지구력 훈련이었다. 웨이트 등의 근력 단련은 해당하지 않았다.
“항상 유효 힐 사거리를 염두에 두고 탱커와의 거리를 고려해서 위치를 잡으십시오. 힐러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위치 선정입니다. 기초 체력 단련을 하는 이유가 그것 때문입니다.”
딜러 7인 중 2인을 제외한 5인은 훈련이 가장 힘들었다.
그 5인은 바로 원거리 딜러들로, 기본 신체 능력은 변형택과 마찬가지로 일반인과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훈련교관은 7인의 딜러들은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험악하게 굴렸다. 지구력 훈련은 물론이고 웨이트 트레이닝에, 심폐 훈련까지 가리지 않고 감당해야 했다.
“여러분들은 공격을 해야 합니다. 힐러가 한 번에 치유할 수 있는 대상은 오직 1명, 따라서 여러분들이 전투 도중 부상을 입으면 탱커가 위험에 빠집니다. 그러므로 여러분들은 어떤 경우에도 힐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자기 몸을 스스로 지키면서, 또한 공격도 해야 합니다.”
7인의 딜러 중 2인은 그 훈련이 크게 힘들지 않았다.
그들은 바로 근접 딜러들이었기 때문이었다.
근접 딜러들은 민첩함에 있어서만큼은 탱커와 대등했다. 즉 지치지 않고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가능했고, 공격력 또한 탱커보다 월등했다.
다만 그들은 맷집만큼은 원거리 딜러나 힐러, 일반인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쇳덩이로 두들겨도 끄덕도 않는 탱커와 달리, 근접 딜러들은 각목에만 맞아도 아픔을 느끼고 몸이 굳어버렸다.
그 차이점이 훈련 코치들에게 숙제로 남았다.
“어떤가요?”
극비리에 훈련장을 방문한 이형원이 훈련교관을 찾았다.
훈련교관은 지금까지의 훈련 개요, 훈련 정도 등을 간략하게 보고한 뒤 덧붙였다.
“가장 주시해야 할 관건은 두 명의 근접 딜러들입니다.”
이형원은 이미 근접, 원거리 딜러의 차이점에 대해서 보고 받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자세한 스펙 설명은 필요하지 않았다.
“그건 좋은 의미에서입니까, 나쁜 의미에서입니까?”
“안 좋은 의미에서입니다.”
나쁜 의미는 아니고, 안 좋은 의미에서란다. 이형원은 그게 무슨 차이인지 궁금했다.
“근접 딜러는 탱커만큼 빠르고, 원거리 딜러를 넘어서는 공격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원거리 딜러들은 한 번 공격을 가하고 나면 다음 공격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있습니다. 공격이 빗나가기라도 한다면 그만큼의 딜레이가 더 추가 됩니다.”
“근접 딜러들은 그렇지 않다는 겁니까.”
“예, 근접 무기에 직접 힘을 축적해서 공격을 가하는 만큼 힘의 소모가 적고, 공격이 빗나가기도 어렵습니다. 같은 시간 안에 더 많은 공격을 가할 수도 있고요.”
“둘의 차이점이 대체 뭔지 이해할 수 없군요. 근접 딜러는 원거리 공격 자체가 불가능한 겁니까?”
“힘의 방출 훈련을 여러 방면에서 시도해봤지만, 단 1미터 밖으로도 공격 에너지를 뿜어내지 못합니다. 반면 원거리 딜러들은 수백 미터 밖까지 형상화된 공격 에너지를 뿜어서 유효한 타격을 가할 수 있습니다. 아마 천부적인 차이라고 생각됩니다.”
이형원은 작은 신음을 흘렸다.
그는 훈련교관이 ‘안 좋은 의미에서’ 근접 딜러들을 주시해야 한다고 말한 것을 상기했다.
“공격력이 원거리 딜러보다 높다면 좋은 의미에서 주시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문제는 탱커와 마찬가지로 괴수의 공격에 노출된다는 점입니다. 목숨을 걸고 싸우는 만큼 근접 딜러들은 원거리 딜러나 탱커, 그 어떤 포지션보다 더욱 고도의 집중력을 유지해야만 합니다.”
“더 많은 훈련을 시키면 되겠군요.”
“훈련량을 늘리는 것은 부가적인 문제입니다. 우리 훈련팀이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것은 교전술 확립입니다. 향후 원거리 딜러 위주로 전투를 할지, 근접 딜러 위주로 전투를 할지, 둘의 비율을 적절히 섞을지에 따라서 전술 방향을 포함하여 훈련법 개발과 투자 방향까지, 그 모든 게 달라집니다.”
투자 이야기가 나오자 이형원의 표정도 심각해졌다.
확실히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앞으로 근접과 원거리의 딜러 비율이 어떻게 될지 알 수가 없으니…….”
“어느 쪽으로 예측하느냐에 따라서 투자금액의 단위 자체가 달라집니다.”
이형원은 새삼 훈련교관이 마음에 들었다.
그저 싸움만 할 줄 아는 퇴역 군인인 줄 알았는데, 그런 경영자로서의 관점까지 갖추고 있을 줄이야.
“단순 셈으로는 원거리 딜러가 훨씬 많습니다. 프라임 공격대에 소속된 딜러 3인도 모두 원거리 딜러이고, 우리가 보유한 7명의 딜러도 5명이 원거리 딜러입니다. 하지만 샘플의 수가 너무 적다 보니…….”
“그건 차차 고려 해봅시다. 그나저나 준비는 어떻습니까? 여의도반달곰 레이드에 시범 투입할 정도는 됩니까?”
훈련교관은 무뚝뚝하게 말했다.
“일주일 후면 시범 투입할 수 있습니다.”
“그나저나 교관, 이름이 뭡니까?”
“장태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