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158)
— 프리시즌 헬조선편 시련의사당 —
유지웅의 돌발 선언에 담성그룹은 뒤집어졌다.
어떤 물밑 요청도 없이 개인 방송에서 공개적으로 레이드 참여를 선언해버릴 줄이야.
이번 레이드 성공시 그 과실을 독점하고 싶었던 담성그룹으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이었다.
덕분에 청와대 안보 수석만 바쁘게 돌아다녀야 했다.
“의장님, 이번 레이드 참여를 부디 다시 생각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도와주겠다는데, 왜 그런 요구를 해요?”
대답할 말을 찾기 어려운 질문이었다.
위험한 레이드를 선구자가 직접 도와주겠다는데 그것을 어떻게 잘 거절할 수 있을까.
안보 수석은 자신에게 짐을 떠넘긴 행정부와 담성그룹을 향해 속으로 이를 갈면서, 겉으로는 억지로 태연한 표정을 유지했다.
“이번 레이드는 담성그룹이 몇 달 동안 야심차게 준비한 것입니다. 담성그룹은 은퇴한 특전사 교관들까지 섭외해서 정밀한 전술 프로그램을 통해 공격대를 훈련시켰습니다. 그리고 이제 그 결실을 봐야 합니다.”
“그렇게 공들여 키운 공격대라면 당연히 손실이 없도록 신경 써서 보호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의장님! 훈련 같은 실전, 실전 같은 훈련이라고 했습니다! 그동안 담성 공격대는 실전 같은 훈련을 통해 개개인은 물론이고 팀 기량을 키워 왔습니다! 감히 말씀드리건데, 프라임 공격대 못지않은 전투 능력을 보여줄 수 있을 거라고 자부합니다!”
“호오, 프라임 공격대 못지않은?”
유지웅이 턱을 쓰다듬으며 흥미롭다는 듯이 중얼거리자, 안보 수석은 저도 모르게 움찔했다. 지금 괜한 말로 그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든 것은 아닐까?
하지만 물러설 수 없었다.
자신을 여기로 보낸 대통령, 그리고 여기 오기 전 비밀리에 만난 이형원 부회장이 신신당부를 했던 게 생각났다.
‘담성 공격대는 이 나라를 위한 대계입니다. 공격대 자원마저 유지웅 의장이 독점하게 된다면 더는 이 나라에 미래는 없습니다. 민주주의는 퇴보하고 오로지 한 명의 폭군만이 지배하는 나라가 되고 말 겁니다.’
안보 수석 역시 전적으로 그 생각에 동의했다.
제니스 타운이 완공되면 어마어마한 인구 대이동이 일어날 것이다. 현재 정부와 국회에서는 적어도 1천만에 달하는 인구가 쏠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도시 예상 규모는 이 나라 인구 전체를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그렇게까지 대격변이 일어나지는 않으리라 예상한다.
‘이미 결정체 산업을 독점하고 있는데, 여기에 공격대마저 독점하게 돼서는 안 돼.’
“의장님, 이제 담성 공격대는 오로지 실전만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물론 예상하지 못한 인적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변형택이라는 걸출한 힐러가 있는 한, 우려하시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아아, 힐러 이야기는 들었어요. 그 사람 제가 한 번 보고 싶었는데.”
“다, 다음에 직접 만나실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겁니다.”
이형원이 들었다면 아마 경기를 일으켰을 것이다.
다른 공격대원도 마찬가지이지만, 힐러만큼은 어떻게든 유지웅에게 빼앗기지 않으려고 신경이 곤두서 있으니까.
“이번 레이드의 초점은 실전을 통해 경험과 자신감을 쌓는 겁니다. 때문에 작계도 안전한 후퇴에 초점을 두고 짰다고 합니다. 의장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괴수들이 더욱 쏟아져 나온다면, 의장님이 이 나라 국토 전체를 방어하실 수도 없지 않습니까. 때문에 새로이 각성하는 레이더들에게 실전 경험을 쌓게 하고 육성하는 문제는 매우 중요합니다.”
“그럼 관전만이라도 하게 해줘요. 정말 나라도 거들어야 하는 비상 상황이 아니면 나서지 않을 테니까.”
그것 역시 곤란했다.
정부와 담성그룹이 원하는 것은 유지웅이 이번 레이드에 전혀 관여하지 않는 것이니까.
하지만 관전만이라도 하게 해달라는 요구를 어떻게 거절할 수 있을까?
핑핑 머리를 굴리고 있을 때, 유지웅이 청천벼락 같은 질문을 던졌다.
“혹시 담성그룹한테 뭐 받기로 했어요? 왜 이렇게 내가 나서는 걸 꺼려하죠?”
“그, 그런 것은 아닙니다!”
“이건 국가의 안보 문제입니다. 일개 기업과 타협이나 거래를 해야 할 일이 아닙니다. 그러다가 국방부가 저렇게 방산비리 덩어리가 된 거잖아요. 안 그래요?”
갑자기 방산비리 이야기까지 나오자 안보 수석은 더욱 당황했다.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적당한 핑계거리를 찾기 힘들었다.
가만히 바라보던 유지웅이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알았어요. 그렇게 합시다.”
“의, 의장님!”
안보 수석은 환희와 기쁨이 차올랐지만, 그것을 내색하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표정을 관리해야 했다.
“이 나라 미래를 위해서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실전 경험을 쌓겠다는데…… 뭐 내가 뭐라고 더 만류하기도 그렇네요. 대신 내 입장을 확실하게 밝혀주세요. 난 분명히 참가하겠다고 했지만 정부가 거절한 거라고.”
“명심하겠습니다.”
“좋아요. 가보세요. 어떤 일이 일어나도 난 이 일에 책임 안 집니다.”
유지웅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일어났다.
다소 무례할 수 있는 태도다. 그의 나이는 자신의 절반에도 이르지 못하니까.
하지만 불쾌한 감정은 전혀 들지 않는다. 그는 미국 대통령도 함부로 못 건드리는 국제적 거물이니까.
‘발표 내용은 뭐라고 해야 하지?’
유지웅이 자기 입장을 밝히라고 했으니까 그에 따라야 한다. 만약 그렇지 않으면 개인 방송에 대고 뭐라고 떠들어댈지 알 수 없으니.
“그거 들었어? 프라임 공격대는 오늘 여의도 레이드에 참가 안 하기로 했대.”
“뭐? 하지만 지웅이 형님이 방송에서 직접 선언했는데? 자기도 참가할 거라고.”
“그러려고 했는데 정부에서 정중히 거절했대. 담성 공격대도 실전 경험을 쌓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이 안 되는데. 경험 쌓으려다가 더 큰 사고가 나면 어쩌려고? 아무리 지옥 훈련을 했어도 담성 공격대는 이번이 첫 실전이잖아? 고참 간부 없이 신병들끼리만 전투에 내보내는 경우가 세상에 어디 있어?”
“지웅이 형님은 왜 아무 말이 없으시지?”
이미 담성 공격대가 훈련소를 나서서 여의도로 이동하고 있는 광경이 생중계되고 있었다.
반면 유지웅은 아직까지 제니스 타운에서 노닥거리고 있었다. 정효주도 마찬가지였다.
이제 와서 출발을 한다고 해도 이미 늦었다. 어제 방송에서 한 말과 달리, 프라임 공격대는 정말로 여의도 레이드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 의혹은 곧 담성 공격대를 향한 환호에 묻혔다.
담성그룹은 그들을 국가적 영웅으로 만들기 위해 아끼지 않고 퍼부었다.
“공격대원 스토리는 미리 준비한 순서대로 내보내. 절대 한꺼번에 내보내지 말고 순차적으로 해야 해. 주목 효과를 최대한 오래 이끌고 간다.”
“변형택 씨 스토리가 너무 빈약하잖아. 마지막에 내보낼 메인 영웅인데 이 정도 가지고 되겠어?”
“하지만 팀장님, 지금 꾸민 이 스토리만 해도 엄청나게 부풀린 건데요…….”
“자네라면 이런 시시껄렁한 이야기를 보고 변형택 씨를 동경하는 마음이 생겨날 것 같아? 헛소리 그만하고 다시 스토리 만들어 와! 어차피 변형택 씨 이야기는 2주 뒤에나 내보낼 거니까 아직 시간 있잖아!”
“13번 카메라, 각도가 이상하잖아. 변형택 씨 얼굴을 제대로 비추라고.”
“잠깐, 메이크업이 왜 저래? 화면빨이 영 안 받잖아!”
“신사동 전문 아티스트 팀들을 불러다가 작업한 건데요.”
“청담동에서 불렀어야지!”
담성그룹 기획실은 비상이 걸려 있었다.
유정희는 상황실 본부에서 생중계 과정을 전부 지켜보며 일일이 지시를 내리고, 채근을 하고, 질책을 하기도 했다.
절대 실패해서는 안 될 빅이벤트다. 오너 일가에서도 오늘은 만사를 제치고 지켜보고 있다고 들었다.
이 이벤트를 얼마나 잘 성사시키느냐에 따라 자신의 성과급도 걸려 있었다.
“국민 여러분, 보이십니까? 지금 담성 공격대가 여의도 반달곰을 물리치기 위해 여의도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현재 올림픽대로는 통제 중으로, 대로 주변에는 담성 공격대를 격려하기 위한 수많은 시민들이 나와 있습니다. 흡사 개선장군을 맞이하는 카퍼레이드 같은 광경입니다.”
“담성그룹은 오늘 이 날을 위해 몇 달 동안 공격대원의 역량을 키우기 위한 훈련을 거듭했다고 합니다. 훈련시설 조성에만 수백억 원이 넘는 투자를 했다고 하는데요.”
“공격대원 개개인에게도 막대한 연봉을 보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 금액이 얼마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연간 10억 이상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온 나라가 담성 공격대 잔치였다.
유지웅의 열성 지지자들도 굳이 담성 공격대를 적대할 이유는 없었기에, 언론이 쏟아내는 보도 포화를 기꺼운 마음으로 받아들이며 즐겼다.
카퍼레이드를 하듯 위풍당당하게 이동한 담성 공격대는 마침내 국회의사당에 도착했다.
중앙 정원에서 한가롭게 낮잠을 즐기고 있는 여의도반달곰을 확인한 그들의 얼굴에 긴장감이 어렸다.
장태준이 앞으로 나서서 말했다.
“훈련은 실전같이, 실전은 훈련같이, 여러분들은 그저 훈련받은 대로만 하면 됩니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저 또한 한시도 눈을 떼지 않고 여러분들에게 적절한 지시를 내릴 테니, 항상 저의 말에 귀를 기울이십시오.”
“예!”
“시작하십시오.”
탱커 둘이 바짝 긴장한 채 앞으로 나섰다.
그들은 특수 합금으로 만들어진 헬멧을 썼고, 특수 재질로 만들어진 전투복을 입었다. 2명의 근접 딜러도 탱커와 복장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원거리 딜러진과 힐러 변형택은 헬멧을 쓰지 않았다.
그들은 탈부착이 간편한 인라인 스케이트 바퀴를 신발에 장착한 채였다. 전투 중에 원활한 기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메인 탱커가 앞으로 나섰다.
“갑니다!”
힘찬 외침은 교신기를 통해 10인 전원에게 전달되었다.
“피해! 피하란 말이야!”
“으, 으아악! 제발 저 놈 좀 떼어 줘!”
20대 초반의 여자, 가장 젊은 원거리 딜러가 울부짖으며 도주하고 있었다.
교신기에서 날카로운 명령이 떨어졌다.
―우측으로 방향 전환하세요! 지금 바로!
위급한 상황이었지만 그녀의 몸은 훈련받은 대로 정직하게 반응했다. 장태준의 명령에 따라 즉각 오른쪽으로 몸을 굴린 것이다.
쿵!
요란한 착지함이 울리며, 아스팔트가 마치 유리잔처럼 깨져 나갔다. 힘껏 점프했던 여의도반달곰의 오른쪽 앞발이, 그녀가 방금 전까지 있던 위치를 정확히 파고 들었다.
착지의 충격을 가다듬기라도 하듯 여의도반달곰은 잠시 천천히 몸을 움직였다. 그러는 동안에도 원거리 딜러는 정신없이 거리를 벌리며 달아났다.
여의도반달곰이 몸을 돌리며 도주하는 그녀를 노려보았다.
뒷발로 딛고 사람처럼 일어선 여의도반달곰은 그녀를 향해 입을 크게 벌렸다.
―서브 탱커! 방패 들고 가로 막아요! 어서!
―방패는 아까 떨어뜨렸습니다!
―그럼 굴러다니는 아무 거라도! 바로 옆에 자동차 있잖아요! 그거라도 써서 막아요!
서브 탱커가 다급히 굴러다니는 차량을 들고 여의도반달곰과 도주 중인 딜러 사이에 끼어 들었다.
거의 동시에 여의도반달곰이 입에서 불을 뿜었다.
뜨거운 열기가 쏟아지자 몸이 타들어가는 고통에 서브 탱커는 이를 악물었다. 곧 치유의 기운이 흘러들어오며 부상과 고통을 상쇄시켰다.
“크윽……!”
불길에 직격당하는 걸 막아낸 덕분에 원거리 딜러는 무사히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하지만 주변 건물들은 흘러넘치는 불길에 타들어가기 시작했다.
국회의사당은 과거의 모습을 완전히 상실한 채, 폐허가 된 지 오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