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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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성그룹이 다시 여론 조작을 시작했네?”
“그래?”
“저번에 소모임에서 좀 여유 있게 풀어주는 조건으로 여론 조작 포기하기로 했었는데…… 역시 재벌들은 했던 말 뒤집는 걸 너무 잘해. 내가 모를 줄 알았나?”
“이해가 안 되네. 담성 공격대가 출발부터 너무 망해서 이제 너한테 상대가 안 되는 걸 알 텐데…… 왜 그러지?”
정효주가 알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고, 유지웅은 피식 웃었다.
“마지막 발악이라도 해야겠다는 거지. 이대로는 도저히 안 되겠다 싶으니까 말이야.”
담성그룹에 있어 담성 공격대는 기사회생을 위한 최후의 카드였다. 도저히 유지웅을 이길 수 있는 길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이형원은 애초에 틀린 선택을 했다.
“진작 백기 투항했으면 서울에 아파트 한 채는 남겨주었을 것인데…….”
이형원을 비롯한 재벌들은 자신들이 쥔 기득권을 놓고 싶지 않아 했다. 어떻게든 유지웅과 협상을 벌여, 가능한 많은 권리를 지키고 싶어 했다.
하지만 제니스 타운 건설이 진행될수록, 그리고 유지웅과 미국의 동맹이 끈끈해질수록, 답이 없다는 것을 느낀 것이다.
그 초조함이 담성 공격대 결성이라는 결과로 나타난 것이고.
“근데 어떻게 알았어?”
“담성그룹에 심어둔 스파이가 있거든. 꽤 고위직이야.”
“아, 그래? 나한테 말하긴 좀 그래?”
“상관은 없지. 김범석이야. 알지?”
“김범석?”
그게 누구인가 하고 잠시 갸웃거리던 정효주의 표정이 문득 묘하게 변했다.
“설마 그 범석이 아저씨? 네가 결정체 10조 원어치인가 주고 노예로 삼은 그 사람?”
“응, 마침 여기 시간축에도 있더라고. 담성그룹에서 일하고 있더라. 참 운명이라는 게 신기하지 않아?”
유지웅은 문득 아련한 기분이 들었다.
1번째 김범석도, 2번째 김범석도, 나름대로 고유의 귀여운 맛이 있었다. 물론 지금의 김범석도 변한 것은 없지만, 그때 공유했던 추억을 자기 혼자만 알고 있다는 것은 뭔가 서글프다.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할 거야? 이대로 놔둘 거야?”
“지금으로서는 놔둬야지. 어디까지 가는지 지켜볼 겸.”
“일망타진하겠다는 거구나.”
“본래 한 나라를 차지한 도둑놈들은 그 뿌리가 아주 깊은 법이지. 한 번에 몽땅 들어낼 생각으로 다가가야지 조금씩 조금씩 뽑아냈다가는 화들짝 놀라서 여기저기 뿌리를 더 뻗친다고. 그럼 나중에 너무 피곤해져.”
위에서는 북한으로, 아래에서는 제니스 타운으로 동시에 압박을 가한다. 그들이 숨을 쉴 수 없는 환경을 조성해서 스트레스를 강요한다는 큰 그림이다.
“초기화 한 번 하고 가야 하는데, 그 한 번 초기화하는 게 영 쉽지가 않네.”
유지웅은 핸들을 꺾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제니스 타운은 날이 갈수록 도시다운 면모를 갖춰나가고 있는 중이었다.
“빨리 제니스 타운이 완성되어야 본격적으로 이 나라를 쥐락펴락 할 수 있을 텐데 말이야.”
“너, 그거 다른 사람들이 들었다가는 뒷목 잡고 넘어가겠다. 지금도 충분히 쥐락펴락 하고 있으면서 말이야.”
“지금 하는 것은 애교 수준이지. 너도 알잖아. 내가 말이야…….”
문득 신이 나서 과거 자신의 위엄을 자랑하려던 유지웅은 정효주는 기억하지 못하는 추억임을 깨닫고 시무룩해졌다.
‘원래 효주가 보고 싶다…….’
지금의 정효주도 물론 괜찮다. 적어도 자신에게만큼은 동일한 사람, 동일한 영혼이기도 하고.
하지만 8년 간 동고동락하면서 여제의 위엄을 갖춘 본래의 정효주와, 이제 겨우 2년 남짓 함께 지내며 성장 중인 정효주는 아무래도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차이가 좀 난다.
물론 초반 자신의 행보에 안절부절 못하며 말리기 바빴던 모습들은 이제 완전히 사라지고 없지만, 그래도 가끔은 ‘세현이 엄마’가 그립다.
‘애를 낳으면 좀 더 강해지려나?’
그런 실없는 생각을 하면서, 유지웅은 정효주와 함께 제니스 타운 곳곳을 드라이브했다.
여의도반달곰 레이드는 백악관에도 적지 않은 충격을 주었다.
현대병기는 괴수에게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을 때와는 다른 카테고리에 속하는 충격이었다.
10인의 레이더 각성자들이 몇 달 동안 힘든 훈련을 거쳐 한 개의 조직으로 거듭났음에도, 결국 여의도반달곰을 잡지 못했다는 것에 군사전문가들은 놀란 반응을 보였다.
“우리는 지금까지 단단히 잘못 짚었습니다.”
국방부 장관은 국무회의 자리에서 잔뜩 흥분해서 열변을 토했다.
“레이더 각성자들은 다 황백호 통령이나 유지웅 의장, 그리고 정효주 부의장 같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때문에 가능한 많은 레이더들을 확보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미국의 방위력을 높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습니다.”
“힐러라는 새로운 레이더 클래스가 있음을 알게 된 건 반가운 일이지만, 문제는 그 힐러까지 포함된 10인 공격대가 여의도반달곰 레이드에서 아무런 힘을 쓰지 못했다는 사실입니다.”
“아무런 힘을 쓰지 못한 건 아니죠. 미숙한 전투 운용으로 주변 시설을 제법 파괴하긴 했지만, 적어도 의미 있는 시간 끌기만큼은 통했습니다.”
“저도 담성 공격대가 아직 너무 미숙한 것이 실패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조금 더 레이드 경험을 쌓고 숙련된다면 좋은 성과를 보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너무 미숙한 것이 원인이다…… 그렇다면 프라임 공격대는 태어날 때부터 노련한 레이드 경험을 축적하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되는 것인가요?”
국무부 장관의 일침에 분위기는 잠시 끊겼다.
다들 신음을 흘리며 입을 다물었다. 프라임 공격대의 노련한 전투 운용은 그들로서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전에는 잘 몰랐다.
몇 달에 걸친 중국 레이드에서 많은 도시들이 파괴되었어도, 공격력이 부족해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지 프라임 공격대의 기량이 떨어진다는 인상을 받진 못했다.
하지만 담성 공격대의 전투를 보고 난 뒤 깨달은 게 있었다.
바로 공격대원 개개인, 그리고 팀으로서의 현저한 기량 차이였다.
“이상합니다. 프라임 공격대원들은 특별히 레이드 경험이 없었을 텐데, 처음부터 너무 능숙하게 전투에 임했습니다. 담성 공격대의 전투를 보고 나니 확연한 차이가 느껴집니다.”
“그저 단순한 기량 차이가 아닌, 스펙상에서 유의미한 전투력 차이가 있는 거라면…….”
분위기가 더욱 심각해졌다.
사람마다 신체적 능력이 다르듯이, 레이더 사이에도 그러한 차이가 있는 걸까?
10살 아이와 20대 초반의 발롱도르 3관왕의 축구 실력이 같다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비교 자체가 무의미할 만큼 엄청난 차이가 있는데.
“레이크 중령은 다행히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유지웅 의장이 신경 써서 훈련을 시켜준다고 합니다.”
“앞으로 우리 미국인 중에서 레이더 각성자들이 나온다면 공격대연합에 초기 훈련을 맡기는 게 좋겠습니다.”
“아울러 괴수 전담 훈련부대를 만들어서 체계화 된 생태계를 육성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유지웅 의장과 전면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면 일은 더욱 쉬워질 겁니다.”
지금 미국과 유지웅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사이다.
조금 과장하자면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최고의 동맹관계라 할 수도 있으리라. 그러니 이런 장밋빛 미래 정도는 꿈꿔도 괜찮지 않겠는가.
“혹시 유지웅 의장은 설악마스터로부터 전투 가르침을 받은 게 아닐까요?”
“오!”
“그거 그럴 듯합니다!”
다들 동조한다는 듯이 가볍게 맞장구를 쳤다. 확실히 유지웅과 정효주의 노련한 전투 장면을 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그런 상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설악마스터는 언젠가 괴수들이 출현할 것을 알고 있었고, 인간들을 보호하기 위해 유지웅 의장을 선택해서 힘을 준 것이라고……. 설악마스터의 눈에 유지웅 의장은 측정할 수 없는 거대한 선이라고 했으니까요.”
“측정할 수 없는 거대한 선…….”
절로 숙연해지는 무거운 말에 다들 표정이 가라앉은 채 작게 중얼거렸다. 그저 입에 담기만 해도 가슴에서 묘한 흥분이 벅차오르는 마법 같은 문구였다.
그때였다.
회의실 문이 조용히 열리고, 굳은 표정의 대통령 비서실장이 들어왔다. 빠르게 다가온 그는 트럼프 대통령 앞에 작게 접힌 쪽지를 내려놓았다.
의아해서 쪽지를 펴본 트럼프는 대번에 안색이 경직돼서 비서실장을 돌아봤다.
“이게 사실인가?”
“그렇습니다, 각하.”
“각하, 심각한 내용입니까?”
아직 상황을 모르는 국무위원들이 긴장돼서 물었다.
트럼프는 쪽지 내용을 곱씹듯이 들여다보다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추가 레이더 각성자들이 나왔다고 하오. 그 수가 무려 30명이나 된다고…….”
“정말입니까? 헌데 표정이 안 좋으신 것을 보면…….”
“모두 중국인들이오. 연변자치구에서 나왔다고 하더군.”
“전부 연변이라고요?”
다들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들은 단지 서른 명 전원이 중국인이라는 사실보다는, 모두 연변자치구에서 나왔다는 것에 더욱 주목했다.
“연변이라 하면 북한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지역 아닙니까?”
“지금까지 나온 레이더들은 우리 미합중국 레이크 중령을 제외하면 모두 한반도에서 나왔고, 이번에 나온 레이더들도 한반도 인근…….”
1명을 제외한 레이더는 한반도 혹은 한반도와 밀접한 지역에서 나왔다.
그러고 보니 한반도를 중심으로 이상하리만치 많은 사건들이 터지고 있지 않은가?
설악마스터, 결정체, 괴수, 심지어 레이더 각성자 비율까지.
비서실장이 모두 앞에서 마저 설명했다.
“30명의 레이더 각성자 중에서 탱커는 3명, 근거리 딜러는 6명, 원거리 딜러는 12명, 그리고 힐러는 무려 9명이라고 합니다.”
힐러.
향후 안전한 레이드를 위해서 가장 중요할 것으로 손꼽히는 포지션이다. 지금까지 14명이 레이더로 각성하는 동안 단 한 명 밖에 나타나지 않았을 정도로 귀하다.
그런데 중국은 30명이 동시에 각성한 것으로도 모자라, 그 중 9명이나 되는 귀한 힐러를 얻었다.
“사진팡 주석이 제대로 당첨 복권을 뽑았군. 참 운이 좋은 친구야.”
트럼프는 신음처럼 중얼거렸다.
아직까지 미국은 레이드에 관련된 유효한 카드를 뽑지 못했는데, 전쟁 중인 중국은 무려 30장이나 되는 카드를 얻게 되었다.
제니스 컴퍼니의 결정체산 희토류를 통한 외교적 압박으로 중국을 포위할 수 있었는데, 그 비교 우위가 다시금 기울어지게 생겼다.
한국은 혼란스러웠다.
뜻있는 지식인들이 정부와 담성 그룹의 무모한 레이드 결정을 비판했다. 하지만 여당과 언론, 재벌이 삼인사각으로 여론 화력을 총동원하자, 그런 불만 여론은 조금씩 힘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여기에 중국에서 30명이나 되는 레이더 각성자들이 생겨나자 언론은 더욱 힘을 얻어서 신나게 펜질을 해댔다.
―국민 여러분, 우리의 잠재적 적국은 이미 30명이나 되는 레이더 각성자를 얻었습니다. 그에 비해 우리가 보유한 레이더는 겨우 12명에 불과합니다. 이런 중요한 때에 더 이상의 국론 분열은 중국과의 분쟁에서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국민들은 담성그룹에 대한 적개심에서 중국에 대한 우려로 조금씩 이탈하기 시작했다.
중국은 앞으로 공격대 구성에서 가장 중요할 것으로 생각되는 힐러를 무려 9명이나 얻었다. 그에 비해 한국은 변형택 힐러 겨우 한 명뿐이다.
이 일방적인 카드 뽑기가 앞으로 한중 관계에서 불리하게 작동하리라는 것은, 어린아이라도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