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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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올 것이 왔군.”
유지웅은 스마트폰을 귀에 댄 채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것을 알아차린 류이한 사장이 조심스럽게 자리를 비켜 주었다.
창가에 선 유지웅은 바깥 풍경을 내다보며 통화를 계속했다.
“어떤 괴수입니까?”
「그게…… 커다란 토끼처럼 생긴 괴수입니다. 겉모습만 보면 귀엽다는 느낌까지 받을 정도입니다.」
“커다란 토끼요?”
유지웅은 자신이 알던 괴수 중에 그런 놈이 있었나 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괴수 종류가 하도 많다 보니 말로만 들어서는 잘 감이 안 온다. 아무래도 직접 봐야 할 듯하다.
「크기로만 따지면 지룡이보다 훨씬 더 큽니다. 우리가 입수한 영상을 보내드릴까요?」
“아니, 괜찮습니다. 곧 미국에서 보내줄 건데요. 그래서 또 들은 것은 없습니까? 30명을 전원 투입했다는 이야기는 뭡니까? 아직 각성한 지 한 달도 안 돼서 실전 투입은 삼가야 할 때일 거 같은데요.”
「공산당에서 훈련을 좀 혹독히 굴린 모양입니다. 사진팡 주석 파벌이 상당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습니다.」
“흠, 자신감인지 자만인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아는 거고……. 가만 있자, 온순하게 생긴 아주 큰 토끼라…….”
통화를 끊은 유지웅은 곧바로 정효주에게 전화를 걸었다.
“효주야, 온순하게 생긴 아주 큰 토끼 괴수가 뭐가 있지?”
「토끼처럼 생긴 괴수가 어디 한 둘이어야지. 그렇게 말하면 내가 어떻게 알아.」
“지룡이보다 훨씬 더 크다는데?”
「지룡이보다 더 큰 토끼? 내가 알기로는 광역토끼 밖에 없는 거 같은데?」
“광역토끼? 무슨 이름이 그래?”
유지웅은 어이가 없어서 웃어 넘겼다. 원래 시대에서 누가 이름을 지었는지 모르지만 참 센스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광역 공격이 주특기라서 광역토끼라는 이름이 붙었잖아. 공격대가 나서면 사냥하기는 어렵지 않은데, 광역기 사정범위가 넓어서 일반인들한테는 지옥의 사신이나 다름없기로 유명해.」
“그래?”
「초동대처를 제대로 못하면 일반인 피해가 엄청날 걸.」
유지웅은 설명을 들어도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아마 자신이 직접 상대해본 적은 한 번도 없는 모양이었다.
정효주 말대로 일반 공격대한테 어렵지 않은 괴수라면 자신이 굳이 상대할 이유가 없었을 테고…….
「누가 토끼 아니랄까 봐 괴수 주제에 워낙 겁이 많아서 조금만 놀라도 반사적으로 광역기 공격을 해버리니까 피해가 엄청날 수밖에. 오죽하면 레드 몹보다 위험한 옐로 몹이라는 별명까지 있을 정도야. 물론 일반인 한정해서 하는 이야기야.」
“그렇구나.”
유지웅은 잠시 생각해보았다.
정효주의 설명을 들어보니, 초보들이긴 하지만 30명이 힘을 합치면 무난히 잡을 수 있을 듯했다. 힐러만 9명이나 되니 쉽게 잡지 않을까?
“평타 공격력은 어느 정도야?”
「탱커한테는 간지럽지. 딜러나 힐러도 웬만해서 한 방으로 즉사하진 않아. 머리만 조심하면 될 거야.」
“딱히 공략이랄 게 없구나?”
「그런 거 없을 걸? 일반 공격대가 나서면 잡는 거야 어렵지 않으니까. 왜, 광역토끼가 어디 나타났어?」
“응, 지금 중국에.”
「뭐, 30명이나 있으니까 무난히 잡겠네.」
“그러게.”
조금 아쉬움이 담긴 말투에 정효주의 목소리가 짓궂게 변했다.
「너 지금 뭔가 아쉬워하는 거 같은데? 맞아?」
“아니야. 내가 그 정도로 못돼먹지는 않았어. 중국이 곤경에 처했으면 하지만 인명 피해만큼은 바라지 않아. 누구든 생명은 소중한 거잖아?”
「그러는 애가 원래 시대에서 학살자란 오명을 즐겼니?」
정효주가 말한 원래 시대란, 지금의 시간 축에 오기 직전을 말한다. 평행차원 이동을 두 번 한 유지웅과 한 번만 한 정효주는 인식하는 ‘원래 세상’이 다르다.
“아무튼 이번 전투는 그냥 구경이나 하면 되겠네. 중국이 꽤 기고만장해지겠어.”
사진팡 주석은 본래 중화 공격대를 당장 투입할 마음이 없었다.
피해가 누적되더라도 좀 더 시간을 들여 훈련을 마친 뒤에 안전하게 투입할 생각이었다. 레이더 인명 손실은 일반인 인명 손실과 비교할 바가 아니니까.
문제는 인민들의 피해가 생각보다 많이 누적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현재까지 1만 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1만 명이라…….”
14억 인구 전체로 보면 그리 대단한 숫자는 아니다. 특히 인명 경시 사상이 만연한 중국 특유의 문화에 비춰 보면.
문제는 사상자 대부분이 번화한 도시에서 나왔다는 사실이었다. 때문에 당국에서 언론을 검열해도 피해 영상 등의 정보가 여기저기 퍼지고 있었다.
더군다나 공산당 내부 경쟁 파벌에서 이 일을 부풀려 문제를 삼으려 하는 낌새마저 있었다.
“할 수 있겠나?”
사진팡 주석이 낮게 묻자 량진쿤 상장은 씩씩하게 대답했다.
“예, 할 수 있습니다! 이미 수백 번이 넘는 시뮬레이션을 돌렸습니다! 지금 중화 공격대의 전력으로 충분히 토끼 괴수를 물리칠 수 있습니다!”
“좋아, 승인하겠네.”
결국 중화 공격대 투입이 결정되었다.
레이드 성공을 조금이라도 높이고, 인명 손실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낮추기 위해, 량진쿤 상장은 30인 전원을 투입하기로 과감히 결정을 내렸다.
“목표는 자기 주변으로 최대 1km까지 파괴 광선을 내뿜어 주변의 모든 것을 파괴한다. 다행히 일반인이라도 한 방에 즉사하는 수준은 아니라고 판명된다.”
량진쿤 상장은 자신 앞에 도열한 30인의 레이더 앞에서 사전연설을 하는 중이었다.
“목표는 분명 일반인에게는 매우 위협적인 존재다. 하지만 작전사령부에서 검토한 작계대로라면, 여러분에게는 치명적으로 위협적이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니 두려움을 품지 말고 최선을 다해 싸워주길 바란다.”
“예, 상장님!”
공격대원들은 우렁차게 대답했다.
사진팡 주석이 근엄한 표정을 짓고 앞으로 나섰다.
“우리 중화인민공화국의 위신과 인민들의 안위가 여러분들의 용기에 달려 있다. 허나 전에 말했다시피 여러분들은 한 명 한 명이 우리 공화국을 위해 매우 소중한 존재다. 따라서 국가 주석의 이름으로 분명히 명령하니, 모두 살아 돌아와라. 이 명령을 가장 최우선으로 여겨야 할 것이다.”
“알겠습니다, 주석 각하!”
살아 돌아오라. 이 명령을 최우선으로 여겨라.
그 말에 다들 깊은 감동을 받고 벅찬 표정이 되었다.
“출발한다!”
공격대원들은 이미 대기 중인 군용 수송기에 올랐다.
그들은 SF 영화에나 나올 법한 첨단 헬멧을 쓰고, 얇고 검은 방패를 등에 멨다. 모두 특수합금으로 만들어진 첨단 장비로, 같은 무게의 금에 버금가는 가격이 나간다고 들었다.
오늘 이 순간을 위해 인민군은 아낌없이 돈을 퍼부어 가장 단단한 방호장치를 만든 것이다.
“이 헬멧과 방패…… 원래는 우주선에서나 쓰이는 아주 비싼 소재라고 들었는데.”
“이게 과연 광역 공격을 막아줄까? 영상을 보니까 꼭 직격으로 데미지가 들어오는 것은 아닌 거 같아. 그냥 사정거리 안에 있으면 무조건 타격을 입는 거 같던데.”
“그래도 직접 피해를 한 번 걸러서 맞으면 좀 더 나을 거야. 정신만 차리면 힐로 살릴 수 있어.”
힐러들은 다부진 자신감을 내보였다.
전략팀이 주도한 작계를 한 마디로 말하자면, ‘힐로 버틴다.’라는 개념이었다.
목표의 파괴 범위가 가공할 수준이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넓게 퍼지다 보니 생각보다 데미지가 약하다.
그 점을 노려서 만든 작계였다.
힐로 버티고, 버텨서, 괴수를 무찌른다!
“거의 도착했군.”
수송기 내부 분위기가 삼엄하게 가라앉았다. 다들 긴장한 빛이 역력하지만, 누구도 겁을 먹고 있지는 않았다.
“이 전투에서 승리하면 우리는 중화인민공화국 전체의 영웅이 되는 거다. 다들 마음 단단히 먹도록.”
리더격인 메인 탱커가 입을 열자, 모두 눈빛을 교환하며 힘 있게 끄덕였다.
마침내 목표가 있는 근처 상공에 도달하자 수송기 뒷문이 열렸고, 메인 탱커를 시작으로 차례차례 뛰어내렸다.
30개의 낙하산이 펼쳐졌다.
“온다! 방패 들어!”
메인 탱커가 외쳤다.
이미 교신 장치는 완전히 박살이 나버렸기에 육성으로 대화를 시도해야 했다. 단 한 번 이뤄진 광역 공격에 30인 전원의 교신기가 맛이 간 것이었다.
힐러진은 일사불란하게 뭉쳐서 원을 만들었다. 원거리 딜러들도 마찬가지로 자기들끼리 뭉쳐 원을 만들고, 방패를 외부에 세워 원형 차폐진을 형성했다.
재빨리 뒤로 빠진 근접 딜러들은 미처 뭉칠 틈이 없어, 각자 최대한 자세를 낮춘 채 방패 뒤에 숨었다.
―끼야아앙!
포효라기보다는 날카로운 발악에 가까운 고주파 굉음이 창공을 꿰뚫었다.
토끼의 형상을 한 괴수의 커다란 두 귀가 수직으로 쫑긋 일어섰다. 동시에 귀 끝에서 파르스름하게 빛이 났다. 두 개의 빛이 중앙에서 서로 부딪치는 순간, 반투명한 충격파 에너지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이 정도쯤이야!”
가장 가까이 있던 메인 탱커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주먹을 불끈 쥐며 고함을 질렀다. 목표의 어그로를 최대한 자신에게 붙들어두기 위함이었다.
실제로 그는 조금 짜릿하다는 느낌을 받았을 뿐이었다. 강인함이 깃든 육신은 고통과 데미지에 엄청난 내성을 품었으니.
하지만 딜러진과 힐러진은 달랐다.
특히 방패 하나로 직격 데미지만을 막을 수 있는 근접 딜러들은 온몸의 뼈가 뒤흔들리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크아아악!”
근접 딜러들은 몸이 녹아내리는 듯한 고통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하나둘씩 방패를 놓치며 그 자리에 무너졌다.
“정신 차려!”
“지금 힐 줄게요!”
광역 공격이 끝나자 힐러들은 재빨리 방패를 내리고는 근접 딜러들을 향해 일제히 힐을 퍼부었다.
근접 딜러는 6명이지만 힐러는 9명이다. 사전에 정한 대로 6명의 힐러가 한 명씩 붙잡고 힐을 퍼부었고, 남은 3명의 힐러는 원거리 힐러들을 여유 있게 치료했다.
근접 딜러와 달리 원형 차폐진을 형성했기에, 그들이 받은 데미지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힐러 수가 많다 보니 근접 딜러들은 순식간에 회복되었다.
“고마워!”
“이 정도는 별 거 아니지!”
치유가 끝나자 다들 언제 쓰러졌냐는 듯이 벌떡 일어나서 방패를 등에 맸다. 탱커들은 그 모습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힐러들도 그들의 미소에 웃음으로 대답했다.
‘할 수 있다.’
‘우리는 할 수 있어.’
‘생각보다 별 거 아니잖아?’
‘힐러진이 든든하다는 게 이렇게 전투를 쉽게 만들어줄 줄이야…… 역시 힐러가 중요해!’
근접 딜러들은 다시 위치를 잡으며 전투 준비에 나섰다.
괴수는 제법 힘을 많이 소모했는지, 커다란 귀를 늘어뜨린 채 헉헉대고 있었다.
메인 탱커가 두 주먹을 탁탁 부딪치더니, 괴수를 향해 땅을 박차고 달려갔다.
“이 정도 갖고 되겠어? 좀 더 아프게 때려 봐! 네놈이 때리는 건 하나도 아프지 않다고! 하하하!”
메인 탱커가 괴수의 이마를 가격하는 순간, 적당히 거리를 벌린 원거리 딜러진에서 일제히 빛이 뿜어져 향했다.
마침내 괴수가 쓰러졌다.
30인의 공격대는 어느 한 명도 죽지 않은 채, 사진팡 주석의 마중을 받으며 의기양양하게 개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