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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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정세는 한국을 중심으로 흥미진진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하루도 사건이 터지지 않는 날이 없다고 할까.
결정체 광물을 독점한 유지웅은 제니스 타운을 기반으로 결정체 산업을 크게 일으키려 하고 있었고, 여기에 미국이 혈맹으로서 가세했다. 즉 유지웅을 방해할 수 있는 세력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았다.
필드 드래곤 때문에 혹독한 시련을 겪은 중국은 미국과 교전 상태로 접어들었으며, 중요한 수출 무기인 희토류 산업까지 제약 당했다.
일본은 미국의 강요 때문에 중국산 희토류를 더 이상 수입하지 못하고, 북한산(제니스 컴퍼니에서 만드는) 희토류를 더 비싼 값에 수입해야만 했다.
중국은 30인의 레이더가 각성하면서 이 난해한 외교 상황을 해결할 실마리를 얻나 싶었지만, 이스라엘 티라노 레이드라는 단 한 번의 오판이 모든 것을 원점으로 되돌렸다.
사진팡 주석 파벌은 19명의 딜러들을 잃은 것에 대한 책임을 지라는 정적들의 공격에 시달렸다.
사진팡 주석은 독재의 힘을 십분 발휘하여 정적들 개개인을 공략하는 한편, 언론 조작을 통해 이 시국을 돌파하고자 했다.
그러나…….
―우리를 두고 그냥 도망치면 어떡해! 진형을 유지해야지!
―계속 공격해라.
―예?
―힐러들만이라도 살려야 한다. 어서 공격해서 녀석이 다른 곳에 눈을 돌리지 못하게 만들어라. 이것은 명령이다.
―사, 상장님! 하지만 우리끼리 공격하면……!
―중화를 위한 숭고한 희생을 거부하겠다는 건가!
당시 량진쿤 상장이 딜러들에게 내린 희생 강요 명령의 육성 파일이 공개되었다. 인민들은 크게 분노했고, 사진팡 주석은 막다른 길목에 몰렸다.
“하나의 중화를 강조하던 위정자가 어찌 일부 대원들에게만 희생을 강요할 수 있단 말인가!”
“사진팡 주석은 성급한 레이드 결정으로 공격대원들을 위기에 몰아넣고, 젊디젊은 그들에게 희생을 강요했다!”
“이 모든 것은 사진팡 주석의 장기집권 욕심이 낳은 오판이다!”
사람들이 거리로 뛰쳐나왔다.
공안이 즉각 진압에 나섰지만, 공안의 힘만으로 막기에는 무리수였다. 베이징에서만 천만 명이 넘는 이들이 거리로 뛰쳐나왔으니.
예전처럼 전차로 밀어붙이는 것도 불가능했다. 지금 사진팡 주석의 입지는 흔들리고 있었고, 전 세계가 지금 중국의 내정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수천만 명이 넘는 시위대를 전차부대로 밀어붙인다면, 중국은 걷잡을 수 없는 이미지 실추를 겪게 될 것이다.
여기에 정적 파벌에서 군사력을 동원한 시위 진압을 필사적으로 막고 있었으니.
“사진팡 주석은 책임을 지고, 물러나라!”
시위대의 구호는 잠시도 쉬지 않고, 중국 전역을 울렸다.
“상황이 묘하게 흘러가네.”
유지웅은 기사를 훑으며 조용히 말했다. 마주 보고 비스듬히 앉은 정효주도 패드를 훑으며 말을 받았다.
“담성그룹만 좋게 됐구나.”
“그러게. 이번에는 좀 오래 가나 싶었는데.”
여의도반달곰 레이드를 무리하게 진행한 것 때문에 담성그룹은 심각한 이미지 실추를 겪었다. 사람들은 여의도가 쑥대밭이 된 것은 담성그룹의 과실이 크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중국의 레이드 실패가 크게 터지자, 담성그룹을 향한 비난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쏙 들어갔다.
“담성그룹 전직 댓글알바들이 아주 충성스럽게 활동을 하고 있네. 입금도 안 됐을 건데 뭘 바라고 이러는 걸까.”
“지금 충성심을 보이면 나중에 잘해주지 않을까 하고 기대하는 거겠지.”
“그렇게 머리가 나쁘니까 댓글알바 따위나 하면서 사는 거지. 한심한 인생들이야.”
유지웅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담성그룹은 역시 쉽게 죽지 않았다. 중국 공격대 전멸이 터지자마자 그것을 적극 활용해, 자사를 향한 비난이 힘을 잃게 만들었다.
“피아식별을 확실하게 해주니까 좋긴 한데, 조금 씁쓸하긴 하다. 사람처럼 생긴 것들이 참 이렇게도 많이 돌아다니고 있다니 말이야.”
“담성공격대원들은 어떻게 할 거야?”
“그냥 놔두기로 했어. 모니터링 팀에서 조사한 것과 비교해보니 걔들은 인성이 안 됐어. 그러니까 애초에 각성하고 나한테 안 찾아오고 담성그룹에 붙은 거지.”
담성공격대 10인은 모두 인성이나 가치관이 유지웅과 대척점에 서 있는 이들이었다. 그래서 유지웅도 미련 없이 그들을 포기하기로 했다.
“특히 변형택 그 친구…… 비밀 SNS를 뒤져보니까 사상이 아주 가관이더라고.”
“어떤데?”
“태극기 부대에 가까워. 그 젊은 나이에 벌써부터 그런 데 물들어버렸으니, 개선의 여지가 전혀 없어.”
“안 됐네. 그나마 우리나라 유일한 힐러인데…….”
“주시해야 할 친구야. 아마 나중에 힐러협회 같은 거 만들어서 종신협회장 자리 차지하고 두고두고 해쳐먹으려고 할 인간 같거든.”
벌써부터 그 모습이 눈앞에 그려지는 듯해, 정효주는 조용히 한숨을 쉬었다.
“그래도 중국 공격대원들은 국가에 대한 충성심이 아주 투철한가 봐. 별로 물욕도 없는 거 같고.”
“왜 갑자기 그런 말을 하는 거야?”
“아니. 나는 황백호 통령처럼 나라 뒤집어버리고 권력을 잡으려고 시도하려고 하지 않을까 했거든. 근데 그런 놈들이 한 명도 없어 보여서.”
“30명이나 한꺼번에 각성했으니까 그렇지. 자기 말고 다른 29명을 모두 설득해서 끌어들여야 쿠데타를 일으켜도 성공할 수 있잖아.”
레이더와 레이더끼리 싸우면 결국 비슷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
따지고 보면 황백호가 북한 장악이 가능했던 것은, 자가 치유가 되는 탱커이자, 북한의 유일한 레이더였던 덕이 크다.
“아, 그럴 수도 있겠다. 미국이 물밑에서 열심히 작업을 벌이고 있을지도 몰라.”
유지웅은 농담처럼 말했지만, 정효주는 전혀 가볍게 들리지 않았다.
국제공격대연합 사이트에 공지사항이 올라왔다.
연합은 공식사이트에 괴수의 분류 및 대응 방법을 비롯한 여러 가지 주요 철칙을 공시하고 있었는데, 오랜만에 공시 내용이 업데이트 된 것이다.
「괴수는 비선공 타입과 선공 타입으로 분류할 수 있다.」
「비선공 타입은 이른바 초식동물에 비유할 수 있다. 인간이 먼저 위협하지 않으면 굳이 이쪽을 공격하지 않는다.」
「반면 선공 타입은 육식동물과 같다. 인간이 먼저 건드리지 않아도 흉포한 본능이 내키면 공격을 가한다. 또한 비선공 타입에 비해 월등히 높은 공격력을 갖고 있다.」
「티라노와 여의도반달곰은 선공 타입으로 사료되며, 지금까지 출현한 괴수들 중에서 가장 강력한 공격력을 갖고 있다.」
「비선공형은 옐로 타입 몬스터, 선공형은 레드 타입 몬스터로 지칭한다.」
업데이트 내용은 올라오고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조회수가 5억이 넘는 기염을 토했다.
전문가들은 공격대연합이 어떻게 이렇게 자세한 정보를 알고 있는지 의문을 품었다. 어떤 이들은 연합이 멋대로 추측한 것을 사실인 것 마냥 전 세계에 유포한다고 비난을 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읽은 그대로 받아들였다.
어떻게 유지웅이 제대로 된 정보 없이 그와 같은 결론을 내렸는지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그들에게 있어 유지웅은 그저 신앙이자 빛 그 자체였던 것이다.
“선공형 괴수…… 레드 타입…….”
벤치에 앉은 초췌한 안색의 30대 남자, 윤기원은 스마트폰으로 기사를 보며 중얼거렸다.
그는 머리를 들어 오른쪽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그가 방금 나온 대검찰청 정문이 보였다.
그의 눈빛이 사납게 변했다.
“레드 몹이 확 저기에 나타나서 썩어빠진 검사들이나 쓸어버렸으면 좋겠네.”
그는 8년을 복역한 전과자였다. 하지만 아무런 죄가 없는 무고한 피해자이기도 했다.
10년 전, 그는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로 구속되었다. 그를 피의자로 지목한 소녀는 그가 전혀 알지 못하는 인물이었다.
소녀의 어머니는 자신이 미성년자인 딸을 성폭행해서 임신까지 시켰다며 주장했고, 검사는 자신을 기소했다.
그 일이 알려지자 잘 다니던 회사에서도 해고당하고, 결혼을 앞두고 있던 약혼녀한테서도 파혼을 통보받았다. 동창들 사이에서도 소문이 퍼져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없게 되었다.
검사는 유죄를 인정하라고 강요했다.
하지만 그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죄를 지었어야 인정을 할 것 아닌가.
힘든 싸움이 시작되었다.
그는 구속된 와중에서도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모든 것을 다 잃은 상황에서 무죄 판결이라도 얻어야 살아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소녀는 있는 집 자식이었다. 부친이 서울시의원이라고 하던가? 국회의원 공천까지 앞두고 있는.
3심까지 가는데 2년 가까이 걸렸다.
그동안 그는 사법권의 실체를 처절하게 목격했다.
검사는 정의 수호가 아닌 실적 쌓기에 목말라 있는 탐욕스러운 승냥이였고, 판사는 자기 말이 무조건 진리여야만 하는 제사장이었다.
적어도 그에게는 그랬다.
3심에서도 패배한 그는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원래 한국 사법체제에서 이 정도 형량이 떨어지지 않지만, 상대가 있는 집 자식이고 ‘감히’ 검사와 판사에게 ‘개겼다는’ 이유 때문에 괘씸죄까지 물어 12년이나 떨어진 것이다.
아직 2년을 더 복역해야 했지만, 그는 무죄임이 밝혀져 드디어 풀려났다. 10년이 지나서야 그 소녀가 모든 것을 사실대로 털어놓은 것이다.
무죄로 풀려났지만, 망가진 인생은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다.
그는 너무나 억울해서 당시 자신을 기소했던 검사를 찾아가 항의했다. 그가 뭐라고 변명하는지라도 듣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성공해서 출세가도를 달리는 검사는 자신을 기억하지 못했다.
“대한민국 검사한테 그러는 거 아니야, 당신!”
검사는 자신을 향해 그렇게 호통을 쳤고, 윤기원은 수사관들한테 이끌려 강제로 쫓겨나야 했다.
“그래도 사람 새끼라면 사과라도 할 줄 알았는데…….”
벌레 보듯 자신을 바라보던 검사의 눈빛을 떠올리니, 속에서 참을 수 없는 증오가 끓어올랐다.
‘차라리 그냥 확 죽어버릴까? 그 검사 새끼 앞에서 유서 들고 분신이라도 해?’
오죽하면 그런 마음까지 들었지만, 그렇게 자기 목숨만 버리면 너무 억울할 것 같았다.
죽을 땐 죽더라도 적어도 그 검사와 판사, 그리고 자신을 무고한 상대와 가족들까지 함께 데리고 가야 속이 시원할 것 같았다.
“끄으으…….”
울화가 치밀어 오르며, 가슴이 먹먹해졌다. 마치 뜨거운 돌을 삼킨 듯이 몸속이 뜨거웠다.
이런 게 홧병이라는 것일까?
윤기원은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상하리만치 몸이 무겁고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다.
병원, 병원을 가야 할 것 같았다.
그는 휘청거리며 횡단보도를 건넜다. 그때였다.
―끼이익! 쿵!
급브레이크 파열음이 들리며 거친 충돌음이 울렸다. 윤기원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겨우 들었다. 어디에서 사고라도 났나?
두통이 걷히며, 머리가 조금씩 맑아진다. 동시에 흐릿했던 시야가 선명해지고, 청각이 또렷해지기 시작했다.
거리에서 웅성거리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봐, 봤어?”
“차가 사람을 쳤는데…… 왜 차가 날아가지?”
“어, 어떻게 된 거야?”
윤기원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자신이 처한 상황을 바라볼 수 있었다.
눈앞에는 앞범퍼가 형편없이 찌그러진 차량이 옆으로 나동그라져 있었다. 자신의 발밑 아래에 깨진 유리 조각들이 사방으로 흩어져 있었다.
“탱커다! 저 사람, 탱커 각성자인 거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