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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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꾼들 중 누군가가 외친 목소리에 윤기원은 비로소 정신을 차렸다.
그는 두 손을 들어 자신의 몸을 이리저리 내려다봤다. 차량과 부딪친 게 틀림없는데, 아픈 곳이 어디에도 없다.
몸이 깃털처럼 가벼웠다. 정신이 맑고, 시야가 또렷하다.
안경이 잡히지 않는다. 아마 차량과 부딪치면서 그 충격 때문에 날아간 것 같았다.
하지만 모든 게 선명하게 보였다.
수백 미터 밖에 있는 참새 두 마리가 서로 부리를 비비고 있는 모습까지 선명하게 보였다.
‘내가…… 탱커라고?’
그는 주춤거리며 뒤집힌 차량을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차를 잡아서 뒤집었다.
놀랍게도, 수백kg이 넘는 승용차는 아주 가볍게 들렸다.
운전자는 안전벨트와 에어백 덕분에 기절만 했을 뿐, 크게 다친 것 같지는 않았다.
그가 차를 뒤집자 주변에서 우레와 같은 환호가 터졌다.
“저 엄청난 힘을 좀 봐! 역시 탱커 각성자가 맞는 거 같아!”
“우와, 나 레이더를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야.”
“내가 봤어! 저 아줌마가 핸드폰 보느라고 신호등을 안 보고 냅다 달리다가 친 거야!”
사방에서 울리는 환호에 윤기원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곧이어 경찰들이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자신을 잡아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서인 듯이 보였다.
바로 그때 윤기원의 눈에 검찰청 정문이 들어왔다.
그 순간 윤기원은 복잡한 충동에 휩싸였다. 그것은 스스로도 설명하기 힘든 억울함이자, 복수심이었으며, 분노였다.
그는 몸을 돌려 그 자리에서 있는 힘껏 벗어났다.
유지웅은 언제나 그렇듯 개인 방송 중이었다.
시청자들이 하는 질문은 중국 및 이스라엘 사태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시청자들과 형 동생 하면서 평화롭게 소통을 하고 있는데, 문득 누군가가 올린 채팅 글귀 하나가 이상하게 눈에 콕 박혔다.
“억울한복역수 동생? 뭐야, 살인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흐음, 제법 흥미로운 질문인데 이거?”
순간 시청자 게시판이 얼어붙었다.
원래 방송 초기에는 온갖 패드립과 욕설, 자극적인 질문이 난무했다.
하지만 유지웅이 하나둘씩 빠짐없이 인생이 실전이라는 걸 알려주고 그 결과를 인증하자, 시청자들은 더 이상 유지웅을 도발하지 않았다.
유지웅의 방송 게시판에서 욕설을 하면 절대 강퇴와 차단으로 끝나지 않는다.
한번은 히말라야 산맥에 사는 이가 유지웅에게 한글로 욕을 한 적이 있었다. 그는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범죄인 인도 조약’에 따라 한국으로 송환되었고, 모욕죄로 3심 재판까지 받았다.
최종 선고는 벌금형이었지만, ‘도주 및 증거 인물’의 우려 때문에 3심이 진행되는 동안 구속인 신분으로 지내야 했다.
지금에 와서는 감히 장난으로라도 유지웅을 도발하거나, 자극적인 이야기를 하는 이가 없다.
그런데 멋모르는 용자가 나온 것이다.
―억울한복역수? 저 사람 뭐야?
―살인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왠지 철학적인 논의보다는 그냥 어그로 한 번 끌려고 떡밥 던지는 거 같아 보이지 않음?
―한국 사는 한국인 같은데 감히 빅브라더 심기를 건드렸다가 인실좆 되는 꼴을 겪어봐야 정신을 차리려나?
“다들 조용히! 나 지금 갑자기 급 재미있어졌어.”
유지웅은 ‘억울한복역수’를 제외한 모든 이들의 채팅 기능을 일시적으로 보이지 않게 했다. 물론 자신에게만 안 보이고, 시청자들끼리는 여전히 대화가 가능하다.
유지웅 입장에서는 오랜만에 나타난 어그로가 반가웠다.
어그로나 악플러가 없어진 것은 청량하고 좋은데, 가끔은 너무 심심할 때도 있었다. 적당히 놀아주다가 인생은 실전이라는 점을 뼛속까지 새겨줘야지.
“살인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왜 그런 걸 묻지, 동생?”
상대는 잠시 말이 없었고, 유지웅은 흥미를 품은 채 기다렸다.
그때 놀라운 일이 생겼다. 상대가 음성 활성화를 신청한 것이었다.
당연히 시청자 게시판에서는 난리가 났다.
―미쳤다, 미쳤어. 감히 지웅이 형님한테 음성 활성화 신청을 하는 놈이 나오다니.
―아랍 재벌들도 송구스러워서 감히 하지 못하는 걸 어떻게 저렇게 겁 없이 할 수 있지?
―지웅이 형님 심기 거슬렀다가 인생 좆된 어그로꾼들이 한둘이 아닌데…… 쟤 혹시 시한부 환자인 거 아냐? 죽기 전에 시원하게 깽판 한 번 쳐보자, 뭐 그런?
―어, 왠지 그럴 수도 있겠다. 살인이라는 주제도 뭔가 심상치 않고 말이야.
유지웅은 상대의 음성 기능을 활성화 해주었다. 이제 상대는 자신과 직접 음성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
「형님, 제가 죽이고 싶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사람들? 한둘이 아닌가 보네?”
「모두 합쳐서 11명입니다.」
“왜 죽이고 싶은 건데?”
「그놈들 때문에 전 파혼당했고, 해고됐으며, 인생은 망가졌고, 아버지는 울화병이 나서 돌아가셨습니다.」
“저런, 어머니는?”
「원래 안 계셨습니다. 제가 어릴 때 돌아가셔서 기억에도 없습니다.」
목소리에서 깊은 떨림이 묻어나온다.
유지웅은 상대가 절대 장난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건 진짜다.
분위기에서 느껴지는 진심을 느꼈는지,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숙연한 내용의 대화가 오가고 있었다.
「전 정말 억울합니다. 아무것도 잘못한 게 없습니다. 하지만 그놈들의 모함 때문에 전 제 아버지와 약혼녀, 그리고 제 인생을 모두 잃었습니다.」
“보통 살인자도 자기는 억울하다고 말을 하지. 동생도 그런 경우가 아닌지 모르겠네.”
「아닙니다! 십 년이나 감옥에서 썩다가 무죄라는 게 밝혀져서 오늘 막 석방됐습니다! 바로 몇 시간 전에요!」
목소리에서 울분이 터져 나왔다. 유지웅은 진심으로 미안한 기분이 들어서 사과했다.
“내가 잘못했어. 진심으로 사과할게, 동생.”
「……괜찮습니다. 고맙습니다.」
“자세한 사정은 모르지만 들은 것만 봤을 땐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운 마음이 들 수 있겠어. 아마 내가 동생 입장이었다면 당장 찾아가서 모조리 목을 따버렸을 거야. 하지만 동생, 그건 나처럼 그럴 만한 힘이 있는 놈들이나 하는 거야. 동생처럼 아무런 힘도 없는 사람은 억울하겠지만 참아야 돼. 내가 쪽지로 연락처 남길 테니까 나한테 연락을 취하면 내가 동생 속이 풀릴 수 있도록…….”
「감사합니다, 형님. 덕분에 속이 시원해졌습니다. 형님 말씀 가슴에 깊이 새기겠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음성 대화가 끊어졌다. 유지웅은 상대가 방송에서 아예 나가 버린 것을 확인했다.
그는 머리를 긁적이며 시청자 채팅 내용이 다시 보이도록 활성화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딱한 사연이 있는 친구인가 봐. 하지만 내가 도와주기로 했으니까 이제 저 친구 인생을 망가뜨린 사람들은 큰 벌을 받게 될 거야.”
―멋지십니다, 형님!
“내가 원래 나하고 한 번이라도 접촉한 사람들은 알뜰살뜰하게 챙겨요. 물론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는 전제 하에서지만.”
유지웅은 상대에게 쪽지를 보냈다. 방송을 진행하는 동안 틈틈이 수신여부를 확인했지만, 상대는 아직도 읽지 않고 있었다.
“장난 같지는 않아 보였는데…… 에이, 뭐야. 진짜 장난이었나?”
사흘 안으로 읽지 않으면 장난을 친 게 맞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인생이 실전이라는 것을 보여주면 된다.
―지웅이 형님, 속보입니다! 조금 전에 서울에 탱커가 한 명 나타났대요!
“뭐, 정말?”
―예, 지금 SNS에 영상 올라오고 난리가 났습니다. 탱커도 자기가 각성자인 줄 모르고 있다가 차에 치이고 나서야 깨달은 것 같아요.
“오케이. 한 번 틀어봐야지.”
유지웅은 급히 SNS에 들어가서 관련 영상을 확인했다.
과연 탱커가 확실했고, 자기가 탱커인 줄도 몰랐던 게 틀림없어 보였다.
신호를 무시한 채 자신을 친 차량이 오히려 앞범퍼가 찌그러지며 뒤집어진 것을 보고 어리둥절해 하는 모습, 틀림없다.
유지웅은 전화기를 들었다.
“오늘 각성했다는 탱커 있죠? 네, 그 친구요. 즉시 접촉해서 신병 확보하세요. 담성그룹에 빼앗기면 안 됩니다.”
지시를 마친 유지웅은 다시금 영상을 확인했다.
자신을 친 차량을 다시 원래대로 세워놓고, 사람들이 몰려오자 도망을 치고 있다.
그는 팔짱을 낀 채 끄덕거렸다.
“순수하고 착한 것 같군. 마음에 들어.”
조태식 검사는 내연녀의 집을 나서고 있었다.
오늘 웬 비렁뱅이 하나가 검사 사무실까지 찾아와서 분위기를 망친 바람에 기분이 안 좋았지만, 내연녀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나니 마음이 한결 풀렸다.
집에 도착한 그는 아파트 주차장에 차를 주차한 후 내렸다.
“조태식.”
낯선 목소리가 음울하게 자신을 불렀다. 조태식은 정신이 확 깨는 느낌이 들어 뒤를 바라봤다.
동시에 그는 뒷주머니에 은밀히 숨겨둔 소형 가스총에 손을 가져갔다.
정의 구현에 불철주야 매달리다 보면 꼭 이렇게 자신에게 원한을 품은 녀석들이 찾아오기 마련이라, 크게 놀라거나 당황하지는 않았다.
“누구야?”
“나 몰라?”
“누구……?”
조태식은 눈을 크게 뜨고 보다가 그제야 상대가 누구인지 알고 헛웃음을 지었다. 오늘 낮에 자신을 찾아와서 자기 인생을 돌려내라고 난동을 피운 그 비렁뱅이 아닌가.
“야이 새끼야. 너 내가 누구인지 알아? 나 대한민국 검사야. 니 새끼가 뭐가 그리 억울한지 모르겠는데, 천하의 검사님한테 이딴 식으로 위해 가하고 한국 땅에서 온전히 살 수 있을 줄 알아?”
“너 때문에 내 인생은 망가졌고, 우리 아버지는 돌아가셨다.”
“니가 뭘 처 잘못을 했으니까 내가 니 새끼를 처 기소를 해서 감방에 처넣은 거겠지. 출소했으면 깊이 처 반성하고 앞으로 깨끗하게 처 살 생각을 해야지, 나한테 찾아와서 처 따지고 들면 되나? 니 아버지란 놈도 너 같은 비렁뱅이 범죄자를 처 세상에 내놓은 게 부끄러워서 처 뒈졌나 본데, 저리 얌전히…… 꺼져!”
어깨를 으쓱하며 냉소를 쏘아붙이던 조태식은 ‘꺼져!’라고 외침과 동시에 가스총을 꺼내 방아쇠를 당겼다.
이제 녀석은 얼굴을 부여잡고 고통에 몸부림을 치면서 넘어질 것이고, 녀석을 제압해서 구치소에 처넣은 다음 천천히 취조를 하면 될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뭐, 뭐야!”
놀랍게도 상대는 멀쩡했다. 가스총을 정면으로 맞고도 눈 하나 꿈쩍하지 않았다.
가스총이 불량인가? 아니, 그럴 리가 없는데.
“한만택, 장진우, 조혜정, 백석죽, 최영, 박시우, 조준, 류정우, 지현식, 성원식, 백지혜. 아는 이름이지?”
모두 아는 사람들이었다.
11명 중 9명은 자신이 알고 있는 판사들, 마지막에 나온 성원식은 국회의원이었고 백지혜는 그의 아내였다.
왜 그들의 이름을 언급하는지, 조태식은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짚이는 바가 없었다.
‘가만?’
그제야 생각났다.
성원식 의원과 자신이 인연을 맺게 된 12년 전 사건.
당시 시의원이었던 성원식 의원은 자기 딸을 성폭행하고 임신시킨 놈의 인생을 조져달라고 은밀히 부탁을 했었다. 그리고 그와 인연을 맺은 후로 그의 검사 인생도 승승장구 풀렸다.
“네가 마지막이다. 우리 아버지를 뵈거든 그놈들과 손잡고 머리 숙여 사죄해라.”
무언가가 보이지 않는 속도로 가슴을 꿰뚫었다.
조태식이 마지막으로 본 것은, 피로 물든 그의 오른손이 자신의 흉부를 파고든 광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