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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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웅은 원래 미국에서 벌어졌던 사건을 기억했다.
원래 시간 축에서, 최초의 괴수는 유지웅이 태어나기 40년쯤 전에 출현했다. 당연히 레이더가 출현한 역사도 깊은 편이다.
유지웅과 정효주가 활동하던 시대는 대괴수 시대를 맞이한 인간이 괴수 방어와 강력한 힘을 가진 레이더를 통제하기 위한 사회적 시스템이 거의 완벽하게 안착된 때였다.
때문에 괴수나 레이더나 사회 시스템으로 통제 가능한 산업 요소였지, 사회 유지 및 지속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인자는 절대 아니었다.
초기 시절, 인도 같은 경우는 사회에 불만을 품은 레이더들의 결집된 테러 때문에 결국 인구가 2억 이상이 증발한 비극을 겪기도 했다.
반면 한국은 그런 비극을 비껴갔다.
당시 한국은 한국전쟁을 치르고 있던 중이었고, 그 와중에 각성한 레이더들 덕분에 극적으로 승리할 수 있었다. 북한보다 한국에서 더 많은 레이더, 특히 탱커가 더 많이 각성한 덕분이었다.
한국전쟁이 끝난 이후에는 초토화된 나라를 부활시키자는 의지가 국민들 사이에 만연했고, 레이더들은 자신들의 노동력을 열심히 팔아서 경제를 재건했다.
공격대가 쉬지 않고 잡아들이는 괴수 사체를 미국에 열심히 수출해서 나라를 다시 세울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다.
레이더들은 나라의 일꾼인 스스로를 매우 자랑스러워했으며, 국민들도 그들을 영웅으로 존경했다. 사회에 불만을 품은 레이더들이 조직적으로 반사회적 테러를 시행할 이유나 동기 자체가 없었던 것이다.
반면 미국은 사정이 완전히 달랐다.
대괴수 시대 초기, 20인의 레이더들이 조직적인 테러를 통해 나라 전체를 발칵 뒤집어놓은 사건이 있었다.
바로 의회를 습격해서 공화당 상원의원 전부를 죽이고, 당시 의회에서 연설 중이던 공화당 출신 대통령까지 살해해버린 것이다.
살인이 끝난 후에도 그들은 유유자적하게 현장을 이탈했으며, 그 이후 완전한 레지스탕스가 되었다.
처음 미 정부와 시민들은 불법체류자들이 레이더로 각성하여 사회를 발칵 뒤집어놓은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테러 공격대가 자신들의 입장을 만천하에 밝힘에 따라 여론은 급격한 반전을 맞이했다.
“나는 아무런 죄를 짓지 않았는데 감옥에서 억울하게 20년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나에게 이런 힘을 주신 신께 감사드린다. 만약 이 힘이 없었더라면 나는 지금도 차가운 독방에서 살인의 누명을 쓴 채 죽을 때까지 있어야 했을 것이다.”
“탐욕스러운 월가 놈들 때문에 나는 전 재산을 잃고 거지가 되었다. 평생 열심히 살아온 내가 유일하게 잘못한 게 있다면 바로 월가 놈들한테 내 돈을 맡긴 것이다. 내 전 재산을 날려버린 경영진 놈들은 수억 달러가 넘는 보너스를 챙기고 다른 회사로 이직해서 지금도 잘 먹고 잘 살고 있다. 난 그놈들을, 그리고 그놈들을 두둔한 공화당 놈들을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었다.”
“내 딸은 집단강간을 당한 충격 때문에 자살했다. 하지만 돈 많은 집 자식인 범인놈들은 비싼 변호사를 써서 정신 이상 감정으로 풀려났다. 나는 아버지로서 도저히 그놈들을, 그리고 그놈들이 존재하는 사회를 만든 정치인들을 용서할 수가 없었다.”
20인의 테러 공격대는 하나같이 완전한 미국 시민권자였으며, 삶에 충실하게 살아온 이들이었다.
그들은 저마다 억울한 사연이 있었지만 사회는 그들의 고통을 외면했다. 나누려 하지 않았다.
“우리는 앞으로도 그런 썩어빠진 놈들을 찾아다니며 모조리 죽여 버릴 것이다. 그로 인해 조금이나마 미국 사회가 정의로워질 수 있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다.”
미국은 분명 정의로운 국가이고, 세계 최고의 선진국이다.
하지만 나라가 클수록 그늘의 넓이 또한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었다.
테러 공격대는 바로 그 어두운 그늘 속에 갇혀 양지로 나올 수 없는 이들이었던 것이다.
그들은 스스로를 다크나이트 공격대라고 칭했다.
대통령의 죽음으로 대통령직을 자동으로 승계한 부통령은 오랜 고심 끝에 입장을 밝혔다.
전 국민 앞에 선 대통령은 그 연설을 통해, 미국 전역에서 엄청난 지지를 얻어낼 수 있었다.
「다크나이트 공격대 여러분, 저는 여러분이 왜 그 참사의 현장에서 저를 죽이지 않고 살려두었는지 알고 있습니다.」
상원의원 대부분과 대통령까지 죽어나간 대참사에서 부통령은 기적적으로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다크나이트 공격대가 부통령을 알아보지 못한 덕분에 운이 좋았다고 말하지만, 대통령이 된 부통령은 연설 시작부터 그것을 부정했다.
「의회가 궤멸된 지금 대통령직마저 완전한 공석이 된다면 미국 사회에 들이닥칠 혼란이 매우 크기 때문에 그러했다는 걸 저는 알고 있습니다. 대원 여러분은 벗어날 수 없는 비탄에 잠겨 이 사회를 원망하면서도, 그런 최소한의 배려와 판단만큼은 잊지 않은 것입니다. 저는 그 점에 매우 감사하고, 자랑스럽습니다.」
시작부터 다크나이트 공격대를 옹호하고 나서자, 생방송으로 지켜보던 미국 시민들은 분개했다. 정의감에 불타는 이들은 언론사에 쉴 새 없이 전화를 하며 항의를 하기도 했다.
“대통령이 미쳤다! 겁을 먹어서 미친 거다!”
“미국은 테러리스트와 협상하지 않는다! 이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절대 다크나이트인지 뭔지 하는 테러조직과 협상을 해서는 안 된다! 정의를 추구하는 우리 미국 시민들은 결코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생방송 중에 급격히 몰려나온 이들이 시위대를 이루어 거리를 행진했다. 그만큼 새 대통령의 모두발언은 충격적이고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이었던 것이다.
「존경하는 미국 시민 여러분, 우리가 당면한 이 사건은 개인의 일탈로 인한 테러로 봐야 할 문제가 아닙니다. 그런 시각으로만 바라보게 된다면 아무것도 해결되는 것은 없습니다. 우리가 피땀 흘려 이룩한 위대한 미국이라는 국가 자체가 송두리째 없어질 수도 있는 심각한 위기이자, 우리 모두가 다 함께 반성하고 깊이 고찰해야 할 사회 문제입니다.」
개인의 일탈이나 테러가 아니다.
모두가 함께 대응해야 할 사회적 문제다.
새 대통령은 그렇게 단숨에 프레임을 잡으며, 시민들의 분노를 순간적으로 식혔다.
「다크나이트 공격대가 나온 것은 우리 사회의 정의가 그 힘을 잃었기 때문입니다. 사회적 외면과 그늘, 억울함에 오래도록 노출된 분노가 레이더 각성이라는 계기를 통해 터져 나온 것입니다. 만약 이것을 개인의 일탈로만 여긴다면, 우리는 앞으로도 속속들이 터져 나올 제2, 제3의 다크나이트 공격대를 감당하지 못합니다. 그리 되면 우리 미국은 분열과 붕괴라는 비극 밖에 남지 않게 됩니다.」
대통령의 연설이 이어질수록 시민들의 반응은 조금씩 차분하게 변했다.
그저 겁이 나서 타협을 하려는 게 아님이, 지금 대통령은 자신들이 보지 못하는 높은 곳을 보고 있음이 느껴졌던 것이다.
「다크나이트 공격대 여러분, 그리고 어딘가에서 조용히 제2, 제3의 다크나이트를 꿈꾸는 억울한 시민 여러분, 저는 대통령의 이름을 걸고 약속합니다. 우리가 놓치고 있던 정의를 다시 바로 잡겠습니다. 잘못된 모든 것을 되돌려 놓겠습니다.」
대통령은 단상에서 비켜 선 후, 카메라 앞에 대고 허리를 깊이 숙였다.
「그러니 우리 미합중국과 연방정부에 한 번만 기회를 주십시오. 진심으로 부탁드리겠습니다.」
처음 시민들은 대통령이 무엇을 계획하고 있는지 선뜻 받아들이지 못했다.
다만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국가가 무너질 수도 있는 사회적 문제라는 점에 어느 정도 공감하고, 조금씩 불안함을 품기 시작했을 뿐이다.
대통령 발표가 있고 2시간 후, 다크나이트 공격대에서 짤막한 답변이 있었다.
“우리는 가난한 시민들의 돈을 착취한 월가 돼지 수천 명의 명단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일단은 지켜보겠다.”
그 답변은 모든 금융 자본가들의 오금을 저리게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대통령은 약속을 지켰다.
연방정부 직속으로 특별수사팀을 만들어, 전방위적인 적폐를 털어내기 시작했다.
권력 남용, 잘못된 행정시스템으로 인한 피해, 사기와 횡령, 부정한 이익을 취한 자, 누명을 쓰고 억울하게 수감 중인 사람들에 대한 전면 재조사, 돈으로 죄를 덮은 부자…….
분야와 상대, 지위나 환경을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모든 문제를 전면 재조사했다.
거기에 성역은 존재하지 않았다.
중진 상원의원, 천문학적인 재산을 지닌 거부, 유명한 헐리우드 스타, 찢어지게 가난한 빈민촌…….
미국 내에 존재하는, 정의의 그늘이란 그늘은 모두 없애버리겠다는 듯이 닥치는 대로 달려들었다. 대통령의 의지는 완강했으며, 결코 타협하지 않았다.
그제야 시민들은 알아차렸다.
이 문제를 개인의 일탈로만 바라보면 국가가 망할 수도 있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를.
그늘에 갇혀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하는 약자, 피해자들을 외면했다가는, 나라 전체가 무너질 수도 있음을.
“우리 다크나이트 공격대는 300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아직 우리는 지켜보고 있다.”
실제로 다크나이트 공격대는 대통령의 연설 발표 이후로는 정부나 시민에 대한 테러 활동을 벌이지 않았다.
다만 그들은 마피아나 갱단은 용서하지 않고 쓸어버렸다. 그 과정에서도 인명을 해치는 것은 삼갔다.
만약 정부가 다크나이트 공격대에 완강하게 대항했다면, 제2, 제3의 다크나이트 공격대가 끝없이 생겨나며 사회가 큰 혼란에 치달았을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의 결단 덕분에 미국은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삼아, 더 높이 도약할 수 있었다.
재임에 성공한 대통령은 7년에 달하는 임기기간 내내 미국의 그늘을 청소하는데 몰두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가 물러나고 새 대통령이 당선되었을 때, 의회를 습격했던 20인의 다크나이트 공격대원들이 자진해서 법정에 출두했다.
“이웃도, 시장도, 국가도, 누구도 우리의 억울함을 도와주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한 짓은 명백한 죄다. 이제 그 벌을 받겠다.”
“당신들의 행동이 유죄로 인정된다면 사형이거나 평생 교도소를 나올 수 없게 됩니다. 그래도 후회가 없는 겁니까?”
“없다. 우리는 지금의 미국에 만족한다.”
하지만 그들은 누구도 처벌받지 않았다. 모든 혐의에 관해서 전원 무죄 선고를 받았다.
‘국가의 범죄’에 대한 정당방위가 인정된 역사적인 사례로 남은 것이다.
사회 전문가들은 국가에 대한 정당방위 인정에 관해서 이런 평을 남겼다.
“그들의 행동은 분명한 범죄이나, 유죄를 인정한다면 또 다른 다크나이트 공격대가 등장할 수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 미국의 통합과 번영을 유지하기 위한 고도의 정치적인 계산이 포함된 결정이지, 사법적 판단으로는 볼 수 없다.”
오늘 유지웅은 혼자가 아니었다.
특별히 법무부 장관과 민정수석을 초청해서 방송을 진행하는 중이었다.
“두 분, 지금 윤기원이라는 그 친구를 잡아서 감옥에 처넣든 아니면 불구로 만들든 죽이든 한다고 칩시다. 그렇게 한다고 문제가 해결될까요? 앞으로도 제2, 제3의 윤기원이 계속 쏟아져 나올 텐데 프라임 공격대가 괴수 방어는 안 하고 범죄자 체포나 하러 다니고 있을까요?”
유지웅은 혀를 차며 카메라를 응시했다.
“우리 헬조선이 수십 년 동안 차곡차곡 짱박아둔 문제가 이제 슬슬 터져 나오기 시작한 거야. 이거 전부 니들이 싼 건데, 이걸 개인의 일탈로 보면 아무것도 해결 안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