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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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은 환호를 내질렀다.
백성태는 자신의 다리가 돋아나는 것을 보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그 표정을 보자 변형택은 더욱 힘이 나서 치유의 기운 방출에 집중력을 더했다.
마침내 완전히 치유가 끝났을 때, 백성태는 원래대로 자라난 자신의 다리를 볼 수 있었다.
“겉보기에는 완전히 정상적으로 돋아났습니다만…… 신경 연결이 잘 되었는지는 모르겠군요.”
“재활 치료를 하면 되지 않을까요?”
“일단 한 번 반응을 봅시다. 상무님, 발가락을 한 번 움직여 보시겠…….”
의료진이 미처 말을 끝내기도 전에, 백성태는 벌떡 몸을 일으켜서 침대 아래로 두 발을 뻗었다. 그는 어렵지 않게 두 발로 딛고 섰다.
의료진이 환호했다.
“오오! 이럴 수가!”
“신경 반응 복원까지 완벽하게 이뤄졌나 봅니다! 정말 힐러란 대단해요!”
변형택은 괜히 어깨가 으쓱해졌다. 백성태가 두 발로 자유롭게 걸어 다니는 모습을 보니 뿌듯한 마음이 가슴을 가득 채웠다.
의료진은 쉴 새 없이 이야기를 나눴다.
“치유 능력이 외상에 있어서는 거의 절대적인 효과를 발휘하는 게 분명하군요.”
“잘라낸 다리를 복원하는데 드는 생체 자원은 어떻게 충당했을까요? 상무님의 다른 신체 부위가 특별히 살이 빠진 듯이 보이지는 않습니다만…….”
“어려운 수술을 할 때 힐러가 옆에서 돕는다면 환자의 생존율을 높일 수 있겠습니다.”
“암 등으로 못쓰게 된 장기를 그냥 완전히 떼어내고 힐을 시전하면 그 장기가 새로 자라나지 않을까요? 암세포가 심각하게 침범한 신체 부위를 절단하고 힐을 시전하는 치료 방법은 효과가 있을까요?”
“외상을 제외한 다른 질병에도 힐이 통하는지 한 번 조사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변형택은 의사들의 대화 하나하나를 귀담아 들었다. 전부 자신의 가치를 높여주는 소재였으니까 흘려들을 이유가 없었다.
‘계약을 잘못했나?’
의료 쪽으로 힐 능력을 활용하면 연봉 30억보다 훨씬 많은 돈을 벌 수 있지 않을까? 갑자기 그런 생각이 스치자 장기 계약을 한 것이 조금 아쉬워졌다.
‘내가 30%였었나?’
계약금 200억 원에 연봉 30억 원.
그리고 레이더 활동으로 발생하는 모든 수익은 7:3으로 나누게 되어 있었다. 물론 담성그룹이 7이고 레이더는 3이다.
당시에는 30억 원 외에 추가로 30%의 수익을 더 받을 수 있으니 자신이 훨씬 이익이고, 회사의 지출이 더 클 거라고 판단해서 문제 삼지 않았다.
하지만 의료진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힐러 능력을 의료 쪽으로 활용해서 받는 돈이 30억 원보다 훨씬 많을 것 같았다.
병실을 나온 변형택은 대기 중인 롤스로이스에 올랐다. 그가 사비로 구입한 차였다.
롤스로이스가 출발하자 경호 차량이 뒤를 따라 붙었다. 국내 유일의 힐러인 자신은 경호를 철저히 해야 한다.
잠시 쉬려고 하는데 핸드폰이 진동했다.
“응? 벌써 입금 됐군. 어디 보자. 금액이……. 흐억!”
변형택은 순간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입금액이 무려 600억 원이나 되었던 것이다.
자신의 몫이 30%이니 백성태가 치료비로 지불한 돈이 2,000억 원이나 된다는 소리다. 1,400억 원을 챙긴 담성그룹은 자신에게 지불한 계약금과 지불해야 할 연봉까지 투자금을 모조리 회수한 것이다.
갑자기 배가 아파졌다.
계약을 좀 더 신중하게 할 걸.
백성태는 잘린 다리가 돋아난 걸 철저히 비밀로 붙였다.
만약 그 무자비한 살인마가 알게 되면 다시 다리를 자르러 올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자신이 어디에 머무르는지 외부에 노출되지 않도록 철두철미하게 움직였다.
측근들을 만날 때도 조심조심해서 만났고, 행적이 드러나지 않도록 신경을 곤두세웠다.
“세습 작업은 문제없이 돼가고 있지?”
“예, 상무님. 다행히 회장님이 사전에 공증하신 유언장이 있어서 문제없이 진행될 것 같습니다. 다만 갑작스럽게 일어난 상속이다 보니 상속세 폭탄은 피하기 어렵습니다.”
“그거야 분납하면 되고.”
부모와 삼촌고모들이 하루아침에 전부 죽었지만 백성태는 슬픔에 잠겨 있지 않았다.
정확히 한동안 슬픔과 절망에 잠겨 있기는 했었다. 바로 자신이 불구라는 잔혹한 운명 때문이었다.
그러나 잘린 다리가 돋아난 것은 죽은 부모가 살아 돌아오는 것에 비할 바가 아닌 커다란 기쁨이었다. 그래서 백성태는 웃을 수 있었다.
‘그룹은 이제 내 거다. 내가 바로 회장이다……!’
총수인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니 저도 모르게 웃음이 피어나며,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그러나 곧바로 표정이 경직되었다.
온전히 총수에 취임하기 위해서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그 개자식을 어떻게든 처리해야 하는데…….”
최형식을 제거하지 않으면, 자신은 끊임없이 목숨의 위협을 받게 된다.
백성태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오늘 널 죽이진 않는다.’
‘절망을 숙성할 시간이 필요하니까.’
악독함을 품은 채 자신을 내려다보던 눈을 떠올리자, 저도 모르게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 자를 처리하지 않으면 살아도 산 것이 아니게 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방법이 없었다. 서울을 초토화시킬 작정이 아니라면 그 자를 죽인다는 게 불가능했다. 심지어 지금 어디에 숨어 있는지 위치 파악조차 되지 않는다.
‘이 부회장님께서 빨리 일을 진행해주셔야 하는데.’
윤기원 사태 이후, 재벌들 사이에서 은밀히 오가는 논의가 있었다.
바로 사회 체제에 불만을 품은 극빈층 출신 레이더가 무분별한 테러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구축하는 것이었다.
기업가, 정치인들은 윤기원 사태에서 자신들이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레이더는 탄생부터 활동, 거주까지 그 모든 게 통제되어야 한다는 것에 모두가 공감했다.
‘문제는 유지웅 그놈인데.’
백성태는 유지웅을 떠올리며 이를 갈았다.
다행히 자신은 소모임에 참석할 일이 없었지만,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그룹 총수로 취임하게 되면 유지웅은 당연히 자신을 소모임 회식에 부를 것이다.
듣자하니 그렇게 술고래인 재벌 회장님들도 견디지 못할 정도로 폭음을 한다던데.
문제는 유지웅이 윤기원과 최형식을 옹호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인다는 것이었다.
재계는 그가 최근 개인 방송에서 행한 발언들을 통해 그렇게 해석하고 있었다.
유지웅은 기득권층을 공격하는 극빈층 레이더들에게 호의를 품고 있다고.
“레이더 통제법을 만든다고?”
유지웅은 헛웃음을 흘리며 반문했다.
김범석은 이마에서 식은땀을 흘리며 고개를 조아렸다. 그의 주인은 지금 웃고 있지만, 그 웃음은 매우 살벌했다.
“예, 이형원 부회장이 은밀히 주도해서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다른 재벌들도 여기에 가세했습니다.”
“설마 제정신이라면 나까지 통제하려고 하지는 않을 텐데…… 구체적으로 통제 대상은 어떻게 되지?”
“치안과 신원관리를 위해 검증되지 않은 이를 대상으로, 일정 날짜 기준으로부터 해서 적용할 모양입니다. 주인님과 사모님, 그리고 담성공격대 10인은 법안 적용 대상이 아닙니다.”
“교묘하군, 교묘해. 역시 이 나라 헬조선을 쥐락펴락하는 재벌 기업다워.”
“현 정부와 국회도 레이더의 폭주를 우려하고 있는 만큼 문제없이 통과될 듯싶습니다. 문제는 국민들의 지지입니다.”
“방송국과 언론사에 광고 좀 몰아주고, 댓글부대 한 번 크게 동원하고, 연예인 스캔들 터트려서 다른 곳에 눈 돌리고, 일본에 SOS 쳐서 시비 좀 걸어달라고 하고, 지능 떨어지는 사람들 선동도 좀 하고 그러면 얼마든지 뒤집을 수 있겠지.”
유지웅은 애석하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몸이 아픈데 마약을 처방하면 쓰나. 당장 고통이야 사라지겠지만 결국 몸만 더욱 병들게 될 텐데.”
“주인님께서는 그냥 지켜보실 겁니까?”
“나한테 해가 없다면 놔둬야지. 어차피 순리대로 흘러가게 될 것을……. 그래도 발상 자체는 흥미로웠어. 레이더가 사회에 위협을 가하지 못하게끔 철저히 통제가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니…….”
윤기원, 그리고 최형식.
겨우 둘이서 한 짓을 보고도 그런 발상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놀라웠다. 얼마나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고 부품으로 봐야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탱커가 어떤 존재인지, 마음만 먹으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전혀 짐작도 안 되나보군. 이 헬조선의 부패 기득권층은.”
김범석이 고개를 살짝 들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어, 주인님. 하지만 탱커와 힐러로 특공대를 만들어서 레이더들을 단속하면 되면 제2, 제3의 윤기원이 쏟아지는 것은 어느 정도 억제할 수 있지 않을까요?”
“왜 그렇게 생각하지?”
“레이더가 꼭 윤기원, 최형식처럼 사회에 극도로 불만을 품은 버려진 자들 중에서 나오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담성공격대원들처럼 일반인들 사이에서 나오는 레이더 숫자가 더 많지 않을까요?”
유지웅은 혀를 차며 김범석을 지그시 바라봤고, 그는 송구한 마음에 그만 고개를 숙였다.
“죄, 죄송합니다! 제가 감히 실언으로 주인님의 심중을 어지럽혔습니다!”
“알면 다행인데……. 이봐, 김범석이.”
“예! 주인님!”
“윤기원과 최형식은 더 이상 잃을 것도, 떨어질 것도 없는 사람들이야. 세상에 대한 복수심으로 가득 차 있고, 그걸 실행할 수 있는 힘을 얻었지. 생각을 해봐. 네놈이 만약 탱커로 각성했는데 재벌 그룹이 와서 저놈들을 막아 우리를 보호해준다면 돈을 많이 주겠다, 그럼 할 거야?”
당연히 하지 않겠느냐고 대답하려던 김범석은 문득 떠오른 생각에 말문이 막혔다. 그제야 자신이 놓치고 있는 게 뭔지 짚어낸 것이다.
“레이더로 산다는 건 그만한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야. 중국 공격대가 오판 한 번 잘못 했다가 19명의 딜러들을 고스란히 잃을 것을 봐.”
“그, 그렇습니다.”
“하물며 복수심에 불타는 탱커를 잡으러 다닌다? 아무리 돈을 많이 준다고 해도 자기 목숨보다 더 중요하겠어? 탱커하고 맞닥뜨리면 누구 하나는 죽을 게 뻔한데? 네놈 말처럼 일반인이나 욕심 많은 사람들이 기껏 레이더로 각성해놓고 잘도 그런 손해 보는 짓을 하겠다.”
“……결국 이형원이가 하는 짓은 다 쓸데가 없군요.”
“아주 쓸데가 없지는 않지. 적어도 레이더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완전히 통제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면, 나중에 고급 노예로 부려먹기는 좋을 테니까.”
“그렇다면 초반에 막아야 하지 않을까요?”
“내가 왜? 난 통제 대상에서 빠져 있는데 내가 왜 그래야 하지? 이건 헬조선 사회가 알아서 싸우고 해결해야 할 문제야. 피할 수 없는 성장통이지.”
유지웅은 자신을 귀찮게 하지 않으면 굳이 개입할 마음은 없었다.
성장하는 과정에서 고통은 필수적인 것, 그것이 싫다고 매번 진통제로 억제하다가는 올바른 성장을 갖추지 못한다.
일단은 눈을 떼지 않고 지켜보는 것, 그것이 지금의 유지웅이 추구하는 가이드라인이었다.
“그럼 다시 뵐 때까지 옥체 보존하십시오, 주인님.”
헤어질 시간이 되자 김범석은 눈시울이 붉어진 채 큰절을 올렸고, 유지웅은 끄덕이면서 절을 받았다.
“김범석이, 난 네놈의 그 충성스러운 마음가짐이 참 좋아.”
“감사합니다, 주인님.”
김범석은 감격해서 다시 한 번 허리를 숙여 깊은 존경심을 나타냈다.
그때 김범석의 스마트폰이 진동했다. 내용을 확인한 그는 흙빛이 되어 유지웅을 바라봤다.
“무슨 일이야?”
“최형식이가 여당 당사에 침입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