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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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커 1명, 딜러 18명 전원을 잃은 중국의 중화 공격대는 상당히 큰 침체에 빠져 있었다.
중화 공격대의 남은 전력은 2명의 탱커와 9명의 힐러뿐이었다. 귀중한 힐러가 전원 살아남은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딜러 없이 레이드를 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물론 침체에 빠진 공격대원들과 달리, 공산당은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14억이 넘는 중국의 인구는 언제든 폭발적인 수의 레이더 확보가 가능한 잠재력이라고 믿고 있었으니까.
이미 한꺼번에 30명이나 각성한 적이 있는 만큼, 중화 공격대 재편은 시기만이 문제라고 보았던 것이다.
그리고 중국 본토에 또다시 괴수가 출현했다.
다행히도 이번에는 전에 무난히 사냥해본 적 있는 광역 토끼가 나타났다.
사진팡 주석은 즉시 중화 공격대의 출동을 명령했다.
“주석 각하, 딜러가 없기 때문에 레이드에 어떤 변수가 끼어들지 모릅니다. 부디 그 점을 염두에 두시면 좋겠습니다.”
량진쿤 상장의 충언에 사진팡 주석은 호탕하게 웃으며 격려했다.
“너무 부담을 가지진 말게. 이번 레이드는 실의에 빠진 우리 중화 영웅들의 사기를 북돋워주기 위한 목적이니까. 그래도 이전에 무난하게 처리한 괴수가 등장한 거라서 다행이군.”
“예, 주석 각하.”
중화 공격대에는 깊은 실의에 빠져 있었지만, 출동 명령에 거부감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오히려 여전히 국가를 위해 자신들이 해야 할 임무가 있다는 것을 반갑게 여겼다.
그렇게 중화 공격대는 광역 토끼를 잡기 위해 3차 레이드에 나섰다.
량진쿤 상장은 이번 레이드는 생중계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한 번 어렵지 않게 잡은 괴수이지만, 지금은 그때보다 전력이 비약적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딜러가 전혀 없다는 점이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알 수 없었다.
대신 레이드 장면을 녹화해서 차후에 유리한 장면만 편집해서 보도하는 식으로 지침을 내려 주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그 선택은 옳은 결정이었다.
“도저히 안 돼! 후퇴, 후퇴한다!”
“모두 후퇴! 레이드는 그만 종료한다!”
자그마치 10시간에 걸친 전투 끝에 결국 레이드를 종료하기로 작전 허가가 났다.
레이드를 안전하게 종료하기 위해서 광역 토끼를 인적이 드문 산으로 유인하는 1시간까지 포함하면, 11시간에 걸친 대장정 레이드였다.
두 명의 탱커는 지치지 않아서 레이드를 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9명의 힐러들이 문제였다. 그들의 체력은 일반인 수준, 쉬지 않고 9시간 이상 전투에 임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때문에 초반 이후 3명이 1개 팀, 3개 팀을 이루어 30분씩 교대로 레이드에 임했다. 그렇게 10시간 넘게 전투에 임했지만 결국 힐러들의 체력이 바닥났다.
체력이 바닥 난 것은 차라리 괜찮았다.
문제는 어느 시점을 넘어서자 치유 능력이 현저하게 감소함이 느껴졌던 것이다.
“더 이상 힐이 안 돼요!”
“몸속에서 힘이 완전히 고갈된 것 같은 느낌입니다! 치유가 시전되지 않습니다!”
지구력 소진과는 전혀 다른 느낌의 에너지 부진에 힐러들은 당황했다.
눈에 띄게 힐이 약해지는 것을 확인한 량진쿤 상장은 주저 없이 레이드 중지 결정을 내렸다.
광역 토끼를 한적한 산으로 유인한 뒤 미리 대기 중이던 헬기 부대를 동원해서 로켓탄을 퍼부었다. 물론 공격을 개시하기 전에 힐러들은 안전하게 빠져 나왔고, 탱커들도 마지막 힐을 받으며 광역 토끼와 거리를 벌렸다.
섬광과 연기가 걷힌 후 광역 토끼는 산을 빠져 나와 자신을 공격했던 적을 이리저리 찾아 다녔으나,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자 곧 포기했다.
“생중계를 하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었군.”
량진쿤 상장의 탄식에 공격대원들을 비롯한 휘하 지휘관들은 어쩔 줄을 몰라 고개만 숙였다.
“그래도 인적 손실이 없었던 것만 해도 성공이다. 특히 힐러들이 모두 무사한 것만으로도 큰 다행이다.”
“감사합니다.”
“딜러가 전혀 없으니 레이드 마무리가 되지 않는군. 그게 문제야…….”
량진쿤 상장은 한국을 떠올렸다.
프라임 공격대는 접촉할 수가 없지만, 담성 공격대는 이야기가 다르지 않을까?
일찍이 중국에 대대적으로 진출한 담성그룹은 여러 사업체가 인질처럼 잡혀 있다. 게다가 중국에서 한해 팔리는 담성 핸드폰만 해도 1억 대가 넘는다.
중국과 한국의 입장이 미묘하기는 하지만, 담성그룹은 쉽게 거절하지 못할 것이다.
“담성 공격대에 협조 요청을 해야겠어. 딜러 지원을 해달라고 말이야.”
“담성그룹이 쉽게 수락할까요? 아무래도 프라임 공격대 눈치를 보느라 운신의 폭이 좁지 않겠습니까?”
“담성그룹, 아니 한국 재벌들은 유지웅이 놈의 견제에서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어. 이럴 때 우리 중국이 외부에서 한손 거들어주면 거절하진 않겠지.”
미국의 눈치가 있지만, 량진쿤 상장은 그 점은 조금도 걱정하지 않았다. 군부에 적을 둔 자 중에서 미국 앞에 마냥 설설 기는 이는 없다.
“우리는 힐러가 9명이나 있어. 그에 비해 담성 공격대는 힐러가 겨우 1명뿐이지.”
“아, 그렇다면?”
“공격대원 자유 교환 협정 같은 걸 제시하면 담성 공격대가 거절할 이유가 없지. 어떻게든 협정이 방해받지 않고 체결될 수 있도록 알아서 손을 쓸 거야.”
최근 제니스 컴퍼니가 결정체를 포함해 미국의 지원을 등에 업으며 무지막지한 부상을 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담성그룹은 수십 년 동안 정치, 사회, 경제, 사법 등 모든 영역에 걸쳐 대한민국을 잠식했다. 괜히 한국이 담성공화국이라 불리는 게 아니다.
그런 저력은 하루아침에 사라지거나 부서지지 않는다.
지금 담성그룹이 제니스 컴퍼니 때문에 수모를 겪고 있긴 하지만, 그만큼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반발심 또한 축적되고 있을 것이다.
량진쿤 상장은 그것을 적극 활용할 생각이었다.
“담성그룹에 조용히 메시지를 전달해.”
윤기원은 최형식의 저택에 머무르기로 했다.
달리 갈 곳이 없기도 했고, 드넓은 초호화 아파트를 두고 굳이 새 집을 구할 필요도 없었다. 자는 동안 벌어질 암살 시도를 우려하면 인구 밀도가 제일 높은 강남 초호화 주택에 거주하는 게 안전하기도 했고.
“윤기원 씨, 미국이 뭐라고 합니까? 도와준다고 하던가요?”
“제가 국내에서 활동하는 동안에는 자칫 내정 간섭이 될 수 있어서 그건 곤란하다고 했습니다.”
“내정 간섭은 무슨…….”
최형식은 옅은 비웃음을 흘렸고, 윤기원은 잠시 생각하다가 그게 무슨 의미인지 깨달았다.
“미국의 지원을 아예 장기적으로 받는 겁니까?”
“그렇지 않고서야 내가 어떻게 윤기원 씨를 찾아내고, 이런 집에 살 수 있겠습니까?”
“……왜 미국이 저와 당신을 차별하는 거지요?”
“차별하는 게 아닙니다. 구분하는 것뿐.”
최형식은 조소를 머금은 채 말을 이었다.
“나는 한국에서 평생 수라의 길을 걸을 몸이지만, 당신은 귀중한 미국 시민 아닙니까.”
“…….”
“자국민이 타지에서 범죄 행각을 벌이는 것을 전적으로 도울 수는 없는 거지요. 물론 신변 보호를 위해서 적절한 코치나 조언 정도는 할 수 있겠습니다만.”
그 말대로 윤기원은 미국 요원으로부터 최소한의 어드바이스 정도는 받고 있었다.
이를 테면 얼굴이나 목소리를 드러내지 말 것, 현대 사회에서 자신을 추적할 수 있는 흔적을 최소화할 것 등이다. 실제 상황을 예시로 들면서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주기도 했다.
“내가 적당한 표적을 몇 개 골라뒀습니다.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최형식이 USB 메모리 카드를 내밀었고, 윤기원은 노트북에 꽂아서 문서를 열람했다.
“암호는 ?kbc1098!#입니다.”
“무슨 특별한 의미라도 있나요?”
“암호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해서 좋을 게 있나요. 그저 무작위가 최고입니다.”
저 사람도 분명히 얼마 전까지는 평범한 회사원이었을 텐데. 윤기원은 쓴웃음을 지으며 문서 내용을 확인했다.
문서에는 100여 명이 넘는 사람들의 명단이 정리되어 있었다.
이름과 사진, 직업, 주소를 포함한 인적사항이 세밀하게 적혀 있었고, 그 이상으로 그들의 ‘죄악’이 자세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처음이니 사냥감을 정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 내가 나름대로 정리를 해봤습니다. 그중에서 원하는 순서대로 골라서 한 번 손을 보세요. 나는 참견 안하겠습니다.”
“……전부 언론인들이군요.”
“쳐맞아도 싼 것들입니다.”
“죽을 정도는 아니라는 건가요.”
“그런 놈들을 윤기원 씨에게 맡길 리가 없지요.”
윤기원은 쓴웃음을 지었다.
명단에 있는 이들은 대부분 국장급 이하의 언론인들로, 재벌 등 기득권층을 위해 충실한 종노릇을 해온 이들이었다.
“그놈들이 처맞고 정신을 차릴 거라고는 기대 안 합니다. 하지만 그놈들이 병원에 실려 가는 모습이 사회에 경종을 울린다면 나름대로 의미는 있겠죠.”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윤기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은 바로 자신이 원하던 것이기도 했다.
법의 그늘에 숨어서 사회 질서를 농락하는 이들을 시원하게 두들겨 패는 것. 그럼으로써 그들이 자신들만은 안전하다는 확고한 착각을 더 이상 품지 않게 만들어주는 것.
“재벌이나 정치인, 법조인들도 있을 줄 알았는데 한 명도 없군요.”
“그런 계열 인사들은 윤기원 씨한테 맡길 정도가 아닙니다. 수라인 제가 처리해야지요.”
“…….”
윤기원은 쓴웃음을 지었다.
지상파 방송국 SBC채널의 시사보도국장, 장현진은 대영건설 박철우 이사와 오랜만에 같이 만나서 저녁 식사를 했다.
값비싼 일식 코스를 마친 뒤에는 텐프로 주점을 찾아 룸을 잡고 한 병에 수백만 원이 넘는 양주를 오픈했다.
“아가씨는…….”
“나중에 부를게. 지금은 이 친구와 이야기할 게 있어서. 나가 봐, 정 실장.”
“예, 이사님. 나중에 불러 주십시오.”
웨이터는 깍듯하게 고개를 숙이고 룸을 나섰다.
박철우 이사는 공손히 두 손에 잔을 받쳐 들고 있는 장현진 국장의 잔에 술을 따라 주었다.
“우리 장 국장, 요새 고생이 많지?”
“아닙니다. 염려해주신 덕분에 별일 없이 잘 지내고 있습니다.”
“별일이 없긴 왜 없어. 여기저기서 하루가 멀다 하고 사건은 터지지, 사방에서 압력은 들어오는데 광고 단가는 날이 갈수록 떨어져 가지,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라서 몸 사려야지, 얼마나 맘고생이 심한지 볼살이 쭉 빠졌어. 보는 내가 다 안타까워.”
“정말 괜찮습니다, 이사님.”
장현진 국장은 가슴이 두근거렸다.
대영건설은 SBC의 모회사, 그리고 박철우 이사는 대영건설 후계자이자 부회장인 양석운의 오른팔이었다. 그런 그가 자신을 불러 비싼 텐프로 술을 사줄 때는 구체적인 보도 지침이 있을 때뿐이다.
메신저나 통화 등 증거가 남지 않게끔 얼굴 보고 입으로 직접 전달해야 하는 그런 은밀한 지침.
“담성이고 델지고 다들 덩치 큰 회사들이 다들 몸을 사리는 분위기라서 가만히 있었는데…… 이거 아무래도 안 되겠어. 이대로 지켜보기만 하다가는 나중에 제대로 된 반격도 해보지 못하고 그냥 당할 것 같아.”
“예?”
장현진은 본능적으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지 알아차렸지만, 그게 어떤 지시로 이어질지는 가늠을 할 수가 없었다.
“제니스 타운, 좀 파고들어서 흔들어 봐. 총대를 멜 만한 데가 SBC 밖에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