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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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웅의 중얼거림을 들은 백춘호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설마 진심으로 한 말은 아니겠지?
돌연 유지웅이 그를 돌아보고는 눈을 똑바로 마주쳤다.
“어떡할까요? 저 지금 열 받는데 그냥 확 최형식한테 붙어버릴까요?”
“어, 어어어…….”
“징병제 폐지, 군 개혁, 사병들 최저 임금, 이건 국력 감소를 막기 위해서 하루라도 빨리 시행해야 하는 정책입니다. 그리고 제가 그냥 제안했어요? 사병들 임금에다가 30조 원까지 따로 챙겨 준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대체 뭐를 더 고민해야 하죠? 이런 정부를 믿고 제가 어떻게 이 나라를 경영할 수 있겠습니까?”
“국회는 정부가 아닌, 아니, 잠시만요. 근데 지금 분명히 나라 경영이라고…….”
“제가 최형식하고 손을 못 잡을 거 같나요? 비밀리에 일 년에 한 30조 원씩만 쥐어줘도 최형식이 날개를 달고 날아다닐 것 같은데. 제가 정말 못할 거 같아요?”
최형식에 대한 자금 제공은 내란에 해당하는 중죄로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유지웅은 여당 원내대표 앞에서 전혀 거리낌 없이 그런 이야기를 입에 담고 있었다.
백춘호는 노여움이 이글거리는 눈빛을 보고 머릿속이 아찔해졌다.
한다.
이 사람이라면 분명히 하고도 남는다.
그런 절박감이 그의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반드시 성사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래요. 제가 레이더 통제 법안까지 양보하고 또 돈까지 내는데 당연히 그렇게 나오셔야죠.”
“내 방송 보는 동생들 중에 현역 병사도 꽤 많은 걸로 아는데, 기쁜 소식이 하나 있어. 조만간 징병제 폐지된대.”
유지웅의 폭탄 선언에 시청자 게시판은 난리가 났다.
―뭐라고요! 그게 정말입니까, 형님?
―그런 이야기가 나온다는 건 전혀 못 들었는데…… 형님, 어떻게 된 거죠?
―바보냐. 당연히 따끈따끈한 최신 기밀을 빅브라더가 우리를 위해서 지금 풀어주신 거지.
―근데 징병제 폐지하면 모병제로는 군 규모 유지가 안 될 텐데, 그럼 국방력이 너무 약화되는 거 아님?
“세상이 변했어. 앞으로 국가는 타국이 아니라 괴수와 싸우는 시대가 될 거야. 기존 군 체제를 유지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지. 군대는 괴수 방어나 유인, 아니면 레이드를 보조하는 쪽으로 전력 편성을 틀어야 해.”
―음, 확실히 형님 말씀이 맞다.
―듣고 보니 그러네.
―괴수들이 바글바글하면 함부로 싸우지도 못할 걸.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내전이 왜 중지됐는지를 생각해 봐. 티라노가 자극 받아서 설칠까 봐 무력 투사가 완전히 중지됐잖아.
“좋은 소식 하나 더. 오늘부터 모든 병사들은 하루 일당 12만 원으로 계산해서 월급 받는다. 최저임금 시급 5,000원으로 계산한 금액이야. 한 달이면 360만 원.”
―와, 그게 정말입니까? 형님?
―지림……. 병사들 개꿀이네. 와, 나 한 달 전에 전역했는데 너무 억울하다. 나 복무할 때나 이런 거 좀 만들어주지.
―아니, 나라에 그런 돈이 어디 있어서? 김호 대통령이 미친 거 아닌가?
―왜 병사들에게 그런 말도 안 되는 혜택을 주는 거죠? 이건 불공평한 포퓰리즘입니다. 항의해야 해요.
―맞아요, 맞아. 군 복무 그까짓 게 뭐라고 한 달에 360만 원이나 주는 거죠?
―난 예비군이긴 한데 솔직히 월급이 너무 과하다. 월 360이면 연봉 4,320만 원인데, 요즘 4년제 나와서 취업해도 그 연봉 받기가 하늘에 별따기인데…….
―이건 정말 시위해야 합니다!
“다들 뭔 소리들을 하는 거야. 내 사비 털어서 주는 건데.”
유지웅이 어이가 없다는 듯이 한 마디 하자, 채팅창은 순간적으로 얼어붙었다.
“이 나라에 그럴 돈이 어딨어? 도둑놈들 뱃속으로 들어가는 돈이 너무 많아서 사병들 최저임금도 안 주고 부려먹는 판인데. 그래서 내가 주기로 했어. 꽃다운 젊은 시절을 날리는 게 가여워서.”
―아니, 아무리 그래도 360만 원은 너무 심한 거 아닌가요?
―저거저거, 눈치 없는 저거, 누가 저 입 좀 다물게 해줬으면 좋겠다.
―빅브라더께서 자기 사비로 병사들 최저임금 챙겨 주시겠다는데 대체 뭐가 불만이야?
―그 돈 왜 자기 안 주고 엄한 병사들 주느냐 이 소리지.
“그래봤자 최저임금이야. 편의점 수준이라고. 하루에 24시간씩 한 달에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하니까 360만 원으로 계산이 되는 거야. 동생들도 그럼 한 달에 720시간씩 일해 보던가.”
―어휴, 저는 절대 못합니다.
―지웅이 형님 계산이 사실 맞지. 병사들이 취침, 개인정비 시간도 엄연히 국가를 위해 대기하는 시간이니까.
―부럽지 않아. 그래도 난 부럽지 않아.
―근데 만약 저 월급이 계속 이어진다면 모병제 넘어가도 지원할 사람 꽤 많을 거 같은데? 연봉 4천 받기가 어디 쉽나.
야당은 징병제 폐지 및 대대적인 군 개혁안을 제안했다.
이미 유지웅이 개인 방송에서 한 번 크게 터트려줬기에 여론의 합의를 모으는 데는 한결 수월했다.
유지웅의 국내 인지도는 최고다. 여기에 20-40대의 1/3 이상이 유지웅의 지지자로 추정 된다. 그런 그가 공개적으로 징병제 폐지를 지지한 덕분에, 한결 쉽게 넘어갈 수 있었다.
태클을 걸어야 할 여당은 공중분해 상태였기에, 청와대도 제대로 저지선을 펼칠 수 없었다.
여기에 담성그룹 방산비리 수사라는 좋은 명분까지 더해진 덕분에, 우려했던 것보다 훨씬 쾌적한 행진을 밟을 수 있었다.
여가부에서 사병들 월급 줄 돈에 관해서 항의가 들어오긴 했지만, 비교적 간단히 해결되었다.
“그럼 장관께서 제니스 컴퍼니로 찾아가서 직접 논의하시면 되겠군요.”
야당 최고위원의 일침에 그렇게 항의는 가볍게 수그러들었다고 한다.
김호 대통령은 유지웅이 제시한 계약서에 서명을 할 수밖에 없었다.
사병들 월급을 인상하되 전액을 유지웅이 부담한다는 내용이었으므로, 국가가 거부할 명분이 없었던 것이다.
사병 월급은 유지웅이 방송에서 선언을 한 날을 기준으로 계산되어 지급되었다.
덕분에 가난한 집안 출신 병사들은 진지하게 직업 군인을 고려하는 이들도 제법 나왔다.
야당은 징병제 폐지 법안부터 일단 급히 통과시켰고, 그를 뒷받침할 모병제 법안의 가닥을 잡아나가는데 몰두했다.
징병제 폐지 건과는 달리 군 체제 개편과 얽혀서 추진해야 했기에, 하루아침에 이뤄질 일은 아니었다.
“다행스럽게도 일단 징병제 통과와 사병 월급 인상은 확정이 났군.”
백춘호 원내대표는 징병제 폐지가 공포되자 그제야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일단 유지웅 의장이 최형식을 후원하는 것은 막았다.”
“에이, 그래도 설마 정말로 돈을 지원하려고 했을까요?”
“안일하게 생각해선 안 돼. 지금도 최형식을 지지하는 샤이 팬들이 얼마나 많은데. 유지웅 의장의 나이나 경영 스타일을 생각하면 충분히 그럴 수 있어.”
백춘호는 보좌관의 낙관적인 의견에 깊은 우려를 보였다.
“전에 유지웅 의장이 말하지 않았나? 윤기원이나 최형식의 등장을 개인의 일탈로 보면 안 된다고. 이건 사회가 앓고 있던 오랜 병이 드디어 터져 나온 거라고 말이야.”
보좌관은 그 말에 입을 다물었다.
그도 심정적으로는 유지웅의 그 발언에 격하게 공감하고 있었고, 백춘호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정치인이라는 입장상 섣불리 그런 발언을 입에 담을 수 없을 뿐이다.
자칫 최형식을 지지하고 긍정한다는 사회적인 낙인이 찍힐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치에 몸을 담은 이는 언제 어디서든 말조심을 해야 한다.
“그리고 생각을 해봐. 백신 공격대가 날뛰면 날뛸수록 유지웅 의장이 이 나라에서 운신하기 좋아져.”
“그건 맞는 말씀입니다. 이번에 담성그룹이 훅 간 거 보고 어찌나 놀랐는지…… 아마 제니스 컴퍼니가 가장 많은 반사 이익을 얻었을 겁니다.”
“듣자니 당분간 제니스 소모임도 중단했다지?”
“네, 얼마 안 됐습니다. 대외적으로는 우수 회원의 집안에 중대사가 생겼으니 도의적인 차원에서 소모임을 중단한다고 했는데, 아마 그게 진짜 이유는 아니겠죠.”
매주 열리던 소모임 개최가 중단돼서 재계 인사들은 좋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유지웅이 무슨 의도로 모임을 일시 중단했는지 우려를 보이고 있었다.
“듣기로는 주중 내내 술에 찌들어 있으면 담성그룹이 어떻게 몰락하는지를 제대로 봐둘 수가 없으니까, 경고와 위협 차원에서 술을 안 먹이려고 모임을 중단했다는 거 같던데…….”
“그럴싸하군요.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유지웅 의장은 정말 냉혹한 사람인 것 같습니다.”
“그럼 순둥순둥한 철부지가 아무리 결정체를 독점하기로서니, 하루아침에 지금 그런 자리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보나?”
백춘호는 자신을 다그치는 유지웅의 흔들림 없는 눈빛을 떠올리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절대로 평범한 사람이 아니야. 만약 결정체나 레이더 능력이 없었어도, 유지웅 의장은 뭐로든 대성했을 걸세.”
“사업 초기에 GCS 특허 가지고 김호 정부와 재벌 기업들을 아기 다루듯이 했던 걸 생각하면, 아직도 진땀이 납니다. 그나저나 레이더 관리통제법안이 통과되면 최형식이 우리 당에 복수를 하러 오지 않을까요?”
“담성공격대에는 이미 협조 요청을 했으니 당일에 큰 문제는 없을 거야. 그 이후 보복이 문제지.”
백춘호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어쩌면 우리 안위가 위험해질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하는 게 맞아. 이 나라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올바른 법치주의가 자리 잡는 문명국가를 위해서라도, 백춘호는 레이더라는 폭탄을 국가 시스템이 제대로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난 생각하네. 최형식이 진짜 바라는 것은 자기 같은 사람이 필요 없는 나라라고. 우리가 그런 나라를 만들려고 노력한다면, 정책이 자기한테 조금 해가 된다고 해서 죽이려고 들지는 않을 거야.”
“그렇게 확신하시는 근거라도 있습니까?”
“그는 항상 대나무를 깎아 만든 죽창을 무기로 쓰지 않나. 죽창은 그에게 있어 자기의 그런 마음을 나타내는 상징적인 문제지. 궁지에 몰린 민초의 고달픔을 나타내는.”
“…….”
죽창을 들어 부패한 탐관오리를 찔러 죽이는 가난한 민초들.
최형식의 행보 하나하나에는 그런 마음을 나타내고자 하는 의도가 깊이 들어 있다고, 백춘호는 그렇게 믿었다.
‘최형식은 매우 독한 치료약이다. 하지만 지금 이 나라에 있어 가장 필요한 약이기도 하다.’
어디에서도 꺼낼 수 없는, 설령 측근의 앞이라 해도 입에 올릴 수 없는 백춘호의 속마음이었다.
검찰과 구치소장은 요즘 머리를 맞대고 깊은 고민에 빠져 있었다. 구속 인원들을 수감하기에는 구치소의 수용 시설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아니, 충분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이미 오래 전에 과포화 상태가 돼버렸다. 방법을 찾아야 했다.
어느 평검사가 대안을 제안했다.
“전남에 제니스 프리즌 시설 일부가 완공됐다고 들었습니다. 600명 정도는 충분히 수용할 수 있다고 하니, 일단 거기로 옮기는 게 어떨까요? 기소 담당 부서와 법원도 장소만 임시로 그쪽으로 옮기고요.”
“근데 거기는 한 번 들어가면 다시는 못 나오는 곳이라는 무시무시한 소문이 있던데. 음주운전 한 것 때문에 지금 거기서 계속 못 나오는 2명 있잖아.”
“에이, 걔들이야 보호관찰로 풀려나왔죠. 그냥 유지웅 의장한테 정신교육 받느라 거기 머무르는 것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