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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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송대원들은 멀리서도 한눈에 보이는, 도시 전체를 빈틈없이 둘러싼 외벽을 보고 깜짝 놀랐다. 2미터 간격으로 박힌 철근 기둥을 뼈대삼아, 강화 유리가 한 치의 틈도 없이 이어져 있었던 것이다.
강화 유리로 이뤄진 외벽은 언뜻 보기에도 높이가 7미터는 되어 보였다.
16차선으로 이뤄진 출입구에서는 출입하는 사람들의 모든 통행을 철저히 체크하고 있었다.
“저 벽은 다 뭡니까?”
“글쎄, 감옥 도시라고 했으니까 도시 전체를 감옥처럼 만든 게 아닐까? 범죄자들이 탈옥하지 못하도록 말이야.”
그러나 교도소 A1동에 도착한 호송 대원들은 자신들의 그런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A1동은 이미 그 자체로 완벽한 교도소 시설이었다.
높은 콘크리트벽으로 이뤄진 튼튼한 외벽과 철통같은 감시 시스템, 저 곳에 수용된다면 외부에서 전차라도 끌고 오지 않는 이상 탈옥이 불가능할 것이다.
“독립 교도소 시설 보안은 완벽한데, 뭐 하러 굳이 도시 외곽에까지 외벽을 세우는 거야?”
“아무리 교도소 도시라지만, 도시 외부까지 저런 벽을 세워야 하는 이유는 없는 거 같은데.”
“듣자니 도시 안에 교도소만 있는 게 아니라 일반인들이 거주하거나 이용할 수 있는 시설도 있대. 지금 우리가 달리고 있는 이 도로처럼. 즉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여기는 교도소 안이 아니라는 거지.”
호송대원들은 왜 도시 외부를 철통같이 에워쌌는지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어 혼란에 빠졌다.
도시 입구까지 나와서 맞이한 추노군 위원장이 그들의 의문점을 해소해주었다.
“보호관찰 대상자들이 허가 없이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도시 외부에 울타리를 세운 겁니다.”
“보호관찰 대상자들이요?”
“네, 그들은 자유형을 선고받은 게 아니니 교도소 안에 둘 수는 없습니다. 대신 이 도시 안에서 도시 시설을 위해 일하면서 사회봉사 및 반성의 기회를 주는 거죠.”
“아하, 그렇군요.”
호송대원들은 대번에 납득했지만, 한편으로는 자유형 아닌 자유형을 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추노군 위원장은 애초에 그런 생각의 싹을 자르려는 듯이 온화한 미소를 띤 채 자세히 설명했다.
“사실 보호관찰 대상자들을 사회에 제한 없이 풀어놓는 것은 너무 위험하죠. 그렇다고 24시간 실시간으로 감시할 수도 없고 말입니다. 그래서 차라리 이 도시 안에서 자유롭게 머무르며 생활하도록 하는 것이, 보호관찰 대상자들과 일반 시민들의 입장을 적당히 조율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듣고 보니 일리가 있습니다. 그럼 혹시 전자발찌 착용자들도?”
“저번에 통과된 법안 덕분에 전자발찌 착용자들도 이곳에서 생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들은 이 도시 안이라면 일반인들과 마찬가지로 얼마든지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습니다. 도시 밖을 벗어나지만 않으면 됩니다.”
“전자발찌 착용자라 해도 위험하긴 마찬가지인데…… 이 도시의 존재가 파격적으로 해결책을 내놓게 된 셈이군요.”
618명의 담성그룹 임직원들은 A1동에 차례차례 수용되었다.
앞으로 그들은 미결수 신분으로 이곳에서 긴 재판을 받게 될 것이다.
그들의 수용 절차가 모두 끝나고 난 뒤, 유지웅은 호송대에 섞여 이곳을 찾은 송현채 고등법원장을 따로 불렀다. 추노군 위원장도 함께 대동한 채였다.
유지웅은 송현채 고등법원장에게 물었다.
“보호관찰 기간을 무제한으로 할 수 있는 거 맞죠?”
“개정법에 따르면 이론적으로는 가능합니다. 보호관찰 기간 자체는 상한선을 두고 정해야 하지만, 그 갱신에는 제한이 없거든요. 막말로 아직 교정이 안 됐다,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면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흠, 그냥 감옥에 가둬서 격리하는 게 여러 모로 편리할 텐데, 법이 너무 솜방망이라서 이렇게 돌고 돌아서 가야 하는군요.”
송현채 고등법원장은 조심스럽게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일단 5년 이하의 징역 선고는 전부 보호관찰 처분을 내리고 거주 구역을 이곳 제니스 프리즌 시티로 선정하게 될 겁니다.”
“도시 인구가 늘어나겠네요. 아주 좋아요.”
유지웅은 추노군 위원장을 돌아보며 말했다.
“자유출입자들이 좀 불안할 수 있을 테니 치안 유지에 문제가 없도록 신경 써주세요.”
“염려 마십시오. 도시 어느 곳에도 CCTV 사각지대가 없도록 설계를 계획했습니다. 이 도시 자체가 말 그대로 하나의 거대한 감옥이라고 봐도 무방한 수준의 철통 보안을 구축하겠습니다.”
자유출입자.
음주운전으로 종신 주민 1, 2호가 되어 도시를 나갈 수 없는 이들과는 달리, 도시 기능 유지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순수한 민간인들을 말하는 용어다.
예를 들면 도시로 식료품을 배달하거나, 도시 안에서 미용실이나 맥주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당연히 보호관찰 대상자들과 달리 도시 출입 자체에 아무런 제약이 없다.
“어차피 대법원과 대검찰청도 머지않아 광주로 이전해오게 될 테니, 저 사람들도 여기에 구속되는 게 차라리 나을 겁니다.”
“그렇죠.”
유지웅은 뿌듯했다.
저들의 운명은 대동소이하다. 유죄 선고를 받으면 복역을 마친 후 보호관찰 처분을 받고 이곳 제니스 프리즌 시티의 주민으로 살아가야 한다. 복역 기간만 각자 다를 뿐이다.
물론 정말로 죄가 없거나 가볍다면 무죄나 혐의 없음 처분을 받고 도시를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그 비율은 1%도 채 되지 않을 것이다.
애초에 검찰은 그들을 잡아들일 때부터 혐의 입증이 확실한 이들 위주로 선별했으니까.
“그래도 단 한 명의 억울한 사람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죠.”
송현채 고등법원장은 유지웅의 그런 말에 얼른 고개를 숙였다.
“물론입니다. 열 명의 도둑을 놓치는 일이 있더라도 단 한 명의 억울한 이가 생기지 않도록…….”
“아니, 그건 아니죠. 열 명의 도둑은 다 잡고, 한 명의 무고한 이는 놓아주고. 그렇게 해야죠.”
“…….”
“저는 완벽주의자입니다. 남의 돈 받고 일하는 사람은 당연히 완벽하게 처리를 해야죠. 특히 세금으로 월급 받는 공직자라면 더더욱요. 피 같은 내 세금인데.”
의장님은 면세잖습니까.
송현채는 그 말이 튀어나오려는 것을 가까스로 삼켰다.
피구속인 수용이 모두 끝난 뒤, 유지웅은 직접 호송대원들을 찾아갔다. 여기저기 흩어져 잠시 쉬고 있던 그들은 유지웅이 나타나자 벌떡 일어났다.
“자, 여러분. 먼 길 오느라고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조금만 더 가면 제가 소모임 운영을 위해 인수한 술집이 하나 있는데, 모두 오셔서 아낌없이 마셔 봅시다. 이런 좋은 날에 연회가 빠져서야 되겠어요? 내가 쏩니다!”
“와! 유지웅 의장님 만세!”
“지웅이 형님 만세! 빅브라더 만세!”
“어떤 놈이야! 감히 유지웅 의장님한테…….”
“아, 그냥 좀 놔두세요. 전 형님이라고 불리는 게 더 좋으니까요.”
“죄, 죄송합니다!”
그날 호송대 일행은 한 명도 빠짐없이(송현채 고등법원장도 포함) 유지웅 소유의 술집에서 아침까지 먹고 마시며 흥겨운 시간을 보냈다.
620명의 종신 주민을 거의 확보한 유지웅은 매우 상쾌한 기분으로 아침을 맞이했다.
그 중에서 얼마가 무죄로 빠져나갈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600명 이상은 무난히 건질 수 있을 것이다.
“나라와 사회에 수백억, 수천억 이상의 피해를 합동해서 끼치고도 목숨이 붙어 있는 것만으로도 후한 거지. 이 나라 헬조선의 법이 너무 관대하다니까.”
그렇게 차가운 모닝커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하려는데, 스마트폰에 알림이 와 있는 것을 확인했다.
“쿤겐, 아니 테레사잖아?”
―급히 알려드릴 게 있습니다. 연락 주십시오, 써.
“급한 일?”
저번에 가문에서 추진하는 약혼을 어떻게 깽판쳐야 할지 전화로 자세히 조언을 해준 적이 있다. 제대로 잘 풀렸다고 들었는데, 혹시 문제가 생겼나?
유지웅은 급한 마음에 얼른 전화했다. 테레사는 줄곧 기다리고 있었는지 신호음이 몇 번 울리기도 전에 받았다.
「좋은 아침입니다, 써.」
“거기는 아침이 아니지 않아요?”
「실은 어제 한국에 들어왔습니다. 시간이 너무 늦은 터라 톡 메시지만 남겼습니다.」
“헐, 한국에 왔어요? 무슨 일로?”
「직접 뵙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혹시 결례가 안 된다면 지금 찾아봬도 되겠습니까? 저는 지금 제니스 팰리스 앞에 와 있습니다.」
“이런, 여기는 잘 데도 없었을 텐데…… 어서 들어와요.”
「감사합니다.」
유지웅은 얼른 집사에게 지시를 내려 손님 맞을 준비를 갖추라고 했다.
평화로운 제니스 팰리스는 아침부터 중요한 손님을 맞이한다고 바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무릎 아래까지 내려오는 롱 원피스를 입은 채 내려오던 정효주가 하품을 하며 물었다.
“아침부터 왜 이렇게 바빠? 누구 오기로 했어?”
“쿤겐, 아니 테레사가 지금 우리집에 와 있대. 나한테 할 중요한 이야기가 있다나?”
“뭐? 테레사가?”
정효주는 우뚝 굳더니, 몸을 홀려 후다닥 계단 위로 다시 올라갔다.
“어디 가?”
“테레사 오는데 이 꼴로 맞이할 수는 없잖아! 비교되는 건 싫다구!”
“효주 넌 이마에 헤어롤 차고 있어도 이쁘다니까 그러네.”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이 꼴로 나가!”
정효주는 후다닥 자기 침실로 들어가 버렸고, 유지웅은 가만히 바라보다가 혀를 끌끌 찼다.
“가사담당 직원들 앞에서는 잘도 그러고 돌아다니면서. 여자 마음은 진짜 모르겠다니까.”
유지웅은 일단 먼저 테레사를 맞이했다. 손수 정문까지 내려가자 저 멀리서 올라오고 있는 테레사의 모습이 보였다.
테레사는 유지웅을 보자마자 깍듯하게 허리를 숙였다. 부담스러울 정도로 정중한 예식에 유지웅이 조금 당황했다.
“갑자기 왜 이래요?”
“하늘같은 1세대 기수 앞에 어찌 저 따위가 감히 허리를 꼿꼿이 세울 수 있겠습니까, 써.”
“1세대 기수……?”
이게 무슨 말인가 하고 유지웅은 잠시 어리둥절했고, 고개를 든 테레사는 구김 없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저, 탱커로 각성했습니다, 써.”
“오, 드디어?”
“……드디어라니요?”
유지웅이 크게 놀라는 반응을 기대했던 테레사는 순간 어리둥절해서 표정이 살짝 구겨졌다. 이건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데?
“써, 드디어라니…… 그 뉘앙스는 마치 제가 탱커로 각성할 것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것처럼 들립니다.”
“아아, 그게 아니라…… 테레사는 보통 사람하고는 비교할 수 없이 아름다운 여성이니까 아마도 탱커가 아닐까 하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아하하.”
“제가 남들보다 나은 얼굴을 가진 건 저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과 탱커가 무슨 상관인가요?”
“아차.”
유지웅은 더욱 당황했지만, 이내 헛기침을 하고 간단히 설명했다.
“탱커로 각성하면 육체가 최적화 변화를 겪게 됩니다. 전투에 적합하도록 몸이 가장 효율적인 상태로 개조되는 거죠. 여기에는 외모도 포함됩니다.”
“하지만 저는 이틀 전에 각성했습니다.”
“그럼 거기서 더 예뻐지겠네요. 축하해요.”
테레사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주제를 전환했다.
“그보다 소식은 들으셨습니까? 저와 같은 날에 20명의 레이더가 추가로 각성했습니다.”
“오, 그래요? 미국한텐 잘 됐군요. 20, 아니 테레사 포함해서 21명이면 초보 공격대 하나 정도는 꾸릴 수 있는 규모…….”
“아, 그건 안 될 겁니다. 저 말고 전부 힐러입니다.”
“……뭐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