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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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는 괴수 사체 매입 과정을 아예 대통령 참여 행사로 만들어어서 진행했다.
여기에 유지웅이 거래상대로 나서자, 러시아 국내 행사가 아니라 국제적인 세기의 이벤트가 돼버렸다.
러시아 방송국들은 모든 편성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대통령과 유지웅이 거래 계약서에 서명하는 장면을 생중계했다.
러시아는 매매 과정을 국빈을 예우하는 수준으로 준비해서 성사시켰다.
프라임 공격대는 귀빈석에 앉은 채 의장대의 엄정한 의전 속에서, 유지웅과 볼라디 대통령이 서명하는 광경을 지켜봤다.
마치 국제정상회담 조약 조인식을 하듯, 엄중하면서도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사체 매매계약이 체결되었다.
사체 매매계약이 끝난 뒤에는 프라임 공격대와 러시아 간의 레이드 협력 약정서에 정식으로 서명했다.
유지웅은 러시아의 공격대 방위 시스템 구축에 협력하는 대신, 러시아로부터 향후 10년 간 원유 및 천연가스를 국제 시세의 90% 이내에서 구매할 수 있다는 내용도 들어갔다.
에너지자원 구매권한은 실시간으로 한국 사회를 또 한 번 뒤집어 놓았지만, 한창 국빈 행사에 바쁜 프라임 공격대는 아직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서명식이 모두 끝난 이후에는 만찬 행사가 이어졌다.
볼라디 대통령은 유지웅과 둘이서만 원탁 의자에 나란히 앉은 채 식사를 했다.
“우리 러시아도 미국 못지않게 귀하와 프라임 공격대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언제든 도움을 요청할 일이 생기면 주저 없이 손을 내밀겠습니다. 그래도 되죠?”
“물론입니다. 오히려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기쁩니다.”
볼라디 대통령은 유지웅의 적극적인 멘트에 한껏 친근한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유지웅이 미국하고만 너무 가까이 지내는 것에 은근히 경쟁심을 갖고 있었다. 결정체로 만들어진 신물질들은 러시아에도 매우 필요한 것들이었다.
“철강강화제로 만든 철강제품과 발열방지 신소재는 우리 러시아 항공우주 산업에 있어서 매우 필요한 물질입니다. 하지만 미국이 대부분의 물량을 가져가고 있어 우리가 만족할 만큼의 물량을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음, 그 부분은 미국이 1조 달러 이상 선투자를 먼저 한 게 있다 보니 아무래도 그렇게 됐네요. 돌아가는 즉시 생산량을 대폭 늘릴 수 있도록 검토를 해보겠습니다. 아시겠지만 아직 제니스 타운이 가동되지 않는 곳이 훨씬 많아서, 생산량이 그리 많지 못합니다.”
“철강강화제 같은 경우에는 철강 제품이 아니라 주로 강화제 형태로 수출하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네, 아마 맞을 겁니다. 그 물량도 좀 많이 딸리는 것으로 아는데, 제가 아랫사람들을 한 번 재촉해 보겠습니다. 석유와 천연가스를 싸게 구매할 수 있는 권리까지 주셨는데 그 정도는 편의를 봐드려야지요.”
만찬은 매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끝났고, 유지웅과 친분을 다졌다고 생각한 볼라디 대통령은 매우 흡족하게 여겼다.
“가족만 알고 있는 저의 개인 연락처입니다. 언제든지 편안하게 연락해 주십시오.”
“아, 그럼 핸드폰 잠시 주실 수 있나요?”
볼라디 대통령은 의아하면서도 자신의 개인 폰을 내밀었고, 유지웅은 그 폰으로 자신의 핸드폰에 전화를 걸었다.
“요즘 젊은이들은 이런 식으로 연락처를 교환한다고 하네요. 이러면 서로 번호가 찍히지 않습니까. 물론 명함은 제가 소중히 챙기겠습니다.”
“오호, 그렇군요.”
프라임 공격대는 1박 2일에 걸친 러시아 행사를 마치고 귀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황백호 통령은 며칠 정도 더 러시아에 남기로 했다.
그는 프라임 공격대 메인 탱커이면서 동시에 북한의 최고 지도자이기도 했으니.
러시아도 그의 잔류를 기꺼이 반기며, 볼라디 대통령은 다른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북한과의 외교에 열중하기로 했다.
북한은 이미 종전 합의를 통해 미국과 동맹을 맺고 일반 국가로 거듭났다. 여기에 미국과 제니스 컴퍼니의 대규모 투자를 통해 하루가 다르게 눈이 부신 성장을 이루고 있는 중이었다.
러시아로서도 군침을 흘리며 탐을 내는 이웃나라, 볼라디 대통령은 이참에 단단히 친분을 쌓아둘 작정이었다.
데스케이 그룹 최정환 회장은 보고 내용을 들으며 자신의 눈과 귀를 의심했다.
“그게 정말이야?”
“네, 회장님. 조금 전에 크레믈린 궁에서 정식으로 서명을 했고, 대통령 대변인이 직접 발표했습니다. 유지웅 의장은 앞으로 러시아에서 원유와 천연가스를 국제 시세의 90% 이하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습니다.”
“허어…….”
최정환 회장은 입맛을 다셨다.
데스케이 그룹은 국내 석유화학사업의 맏형이다. 부동의 매출 1위 자리를 꽉 잡고 있다.
달리 말하자면 원유나 천연가스를 가장 필요로 하는 그룹이기도 했다. 그리고 데스케이 그룹이 수입하는 원유의 15%는 러시아산이다.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하는 것은 원유 파동 등의 국제 사태를 대비하기 위함이다. 수입 루트를 미리미리 다각화시켜둬야 어느 한쪽이 막히더라도 그룹이 타격에 빠지지 않는다.
“에너지자원 구매권을 주었다면 유지웅 의장과 러시아 간의 관계가 매우 돈독하다는 말이군.”
“지금 러시아에서는 프라임 공격대를 거의 국가적 영웅으로 대우하는 수준입니다. 볼라디 대통령은 유지웅 의장과 저녁 만찬을 가지고, 밤새 술을 대작하기도 했답니다. 심지어 서로 개인 연락처도 교환했습니다.”
볼라디 대통령이 공개적인 자리에서 그만큼 우호적인 관계를 과시했다면, 유지웅과 끝까지 함께 가겠다는 각오를 내비친 것이나 다름없다.
유지웅이 가진 것들을 생각하면 납득이 된다. 당장 결정체 산업, 레이더로서의 능력만 봐도 그와 무조건 친해지는 것이 국가로서는 이익이다.
“적어도 러시아가 유지웅 의장한테 원유 파이프를 잠그는 일은 절대 없겠어.”
“아마 그럴 겁니다. 볼라디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한테 경쟁의식을 느끼고 있어서 더 열심히 우호적인 관계 형성에 몰두하게 될 겁니다.”
석유화학사업을 하면서 가장 골치 아팠던 것은 이 나라가 기름 한 방울 안 난다는 사실이었다.
사업을 하려면 결국 해외에서 원유나 천연가스를 수입해와야만 한다.
하지만 해외 석유업계에서 데스케이 그룹이 가지는 영향력은 극히 미미했다. 산유국이 자국 사정으로 원유 수출량을 줄이거나 가격을 올려버리면 어쩔 수 없이 휩쓸려 가는 수밖에 없었다.
국내에서야 원탑이지만 해외에서는 매번 고래들이 싸우지 않을까 눈치를 봐야 하는 새우 입장이었다.
‘그래도 내가 소모임 출석은 열심히 했는데.’
담성그룹 오너 및 임직원의 대량 구속 이후 소모임은 잠시 중단되었지만, 그 전까지는 그래도 매주 열심히 고생했던 기억이 선명하다.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의무적으로 눈치만 보지 말고 좀 더 열심히 자기 어필을 할 걸 그랬다고, 최정환은 약간의 후회가 솟구쳐 올랐다.
“그 에너지 구매권에 우리가 끼어들기에는 아무래도 좀 뭐하겠지?”
“예. 지금 제니스 컴퍼니가 보유하고 있는 우리 그룹 계열사 주식만 5%는 될 겁니다. 지금은 제니스 컴퍼니가 담성그룹 회계 파악에 몰두하고 있지만, 담성그룹 건수가 해결되면 언제 우리 그룹 차례가 될지 모릅니다.”
유지웅이 재벌 기업에 비호의적이라는 것은 재계 인사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재벌들이 정부와 합심해서 GCS 사업을 날름 삼키려 한 것 때문에 분노를 품었고, 미국과 손을 잡고 힘을 쌓은 지금 그 보복을 하려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었다.
최정환은 무릎 꿇고 애원을 한다 해서 유지웅이 러시아 에너지자원 구매권으로 배려해줄 것 같지는 않았다. 오히려 담성그룹 다음 표적이 되지나 않으면 다행이었다.
지금 재계 상황은 울타리에 갇힌 채, 언제 주인이 배가 고파질지를 기다리는 가축의 신세나 마찬가지였으니.
그나마 희망이 있다면 그간 꾸준히 합리적인 경영 체제를 갖추도록 회사 체질을 수정해왔다는 것이다.
유지웅은 직원 복지를 올려주거나, 부당한 사내 관행 등을 개선하는 기업가들은 소모임 참석을 종종 면제해주거나, 혹은 술을 적게 권유했다.
때문에 지금 대기업들은 살아남기 위해 나름대로 체질 개선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회사 경영 개선도로 치면 우리 데스케이 그룹이 가장 많이 이뤄냈고 말이지.’
최정환은 그렇게 자부하고 있었다.
애초에 데스케이는 담성그룹처럼 사법부를 매수한다거나, 이 나라를 담성공화국으로 일군다거나, 그런 블록버스터 스케일의 비리 형성이 불가능했다.
그룹 규모나 사업 방향성에서 월등한 차이가 났기 때문이다.
최정환은 유지웅의 눈에 들기 위해 비교적 열심히 그룹 경영 방침을 개선했다. 직원들 임금도 올려줬고, 복지도 대폭 상향시켰다.
사내에 전해져 내려오는 질 나쁜 관행 문화도 많이 없애려고 노력했다.
결정적으로 서비스센터를 외주에서 직영으로 돌렸고, 기본통신요금을 없애버리는 파격적인 조치를 취했다.
데스케이에서 기본통신요금을 없애버렸을 때 소비자들은 미칠 듯한 환호를 보냈다. 오너의 결단에 존경을 표한다며 온갖 칭찬의 말이 쏟아져 들어왔다.
그때는 아이돌이라도 된 듯이 잠시 기분이 좋았고, 흐뭇했다.
하지만 그에 따른 피드백이 이뤄지지 않으니, 점차적으로 초조한 마음이 들고 있었다.
‘진짜 정말로 담성이나 라테 다음에 우리 차례가 되는 건 아니겠지?’
“회장님, 그런데 좋지 않은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아직 정확히 확인된 내용은 아닙니다만.”
보고하던 임원이 조심스럽게 입을 떼자 최정환은 현실로 되돌아왔다.
“자네가 그렇게 말을 꺼내면 난 불안해. 알고 있어?”
“죄송합니다.”
“죄송할 건 없고, 빨리 말해 봐. 그 좋지 않다는 소문이 대체 뭔데? 혹시 우리 그룹한테만 안 좋은 소문이라는 의미는 아니겠지?”
“…….”
“……뭐야? 왜 말이 없어? 정말 그런 거야? 우리 그룹한테만 안 좋은 내용인 거야?”
“CS그룹에서 유지웅 의장이 얻은 러시아 석유가스 구매권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고 합니다.”
“뭐, 뭐야!”
최정환 회장은 눈을 부릅뜨며 외쳤다.
CS그룹은 국내 석유화학사업의 2인자다. 물론 부동의 원탑인 데스케이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충분한 잠재력을 갖춘 경쟁자라 할 수 있었다.
CS그룹이 석유가스 구매권을 획득하게 된다면 데스케이의 국내 입지가 위험해질 수밖에 없다.
석유가스를 국제시세보다 10% 이상 싸게, 그리고 안정적으로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은, CS그룹 입장에서는 국내 1위를 넘볼 수 있게 해줄 발판이 될 테니까.
“듣기로 CS그룹에서 제니스 컴퍼니와 계열사 합병을 추진하려는 모양입니다. 과반 지분을 제니스 컴퍼니에 양보하되 대신 경영을 위임받는 방식으로 협상안을 준비 중인 듯합니다. 제니스 컴퍼니에서 만약 그 딜을 받는다면…….”
1위 자리를 넘보기 위해 사업 그 자체를 송두리째 상대에게 넘긴다는 말인가? 최정환은 그 과감한 발상에 혀를 내두르는 한편, 송곳처럼 정수리를 찌르는 위기감을 느꼈다.
“내가 먼저 제니스 타운에 가봐야겠어! 지금 당장 준비해!”
최정환은 처음으로 타의가 아닌 자의로 제니스 타운행을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