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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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웅이 레이드 교류 대가로 러시아에서 받은 것은 석유와 천연가스 구매권이었다. 매매 거래와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예를 들어 10년 동안 구매 권리를 전혀 행사하지 않고 묵혀둘 수도 있고, 필요한 만큼 팔아달라고 판매를 요구할 수도 있다.
시세는 국제 시세의 90% 이내이며, 러시아는 유지웅의 요구를 거부할 수 없게 된다.
즉 러시아에게는 판매가 의무이지만, 유지웅에게는 행사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권리인 것이다.
이런 권리를 얻어왔다는 게 알려지자 국내 대기업들은 난리가 났다.
“정말 파격적이군요. 어떻게 저런 좋은 권리를…… 러시아가 유지웅 의장과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보통이 아닌가 봅니다.”
“미국을 견제하고픈 마음도 있겠지. 결정체는 러시아에서도 필수품이니까.”
“그러고 보니 볼라디 대통령도 GCS 덕분에 발모 효과를 톡톡히 보고 풍성한 머릿결을 갖게 되었지요.”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다른 기업들이 유지웅 의장한테 구매 권리를 얻기 전에 우리가 먼저 나서야 해.”
CS그룹은 어떻게든 구매권을 얻기 위해 제니스 컴퍼니를 찾아 내려가 문을 두드렸다.
CS에너지 홍진석 사장은 손수 협상팀을 이끌고 제니스 타운으로 내려가 류이한 회장을 만났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인 것이었다.
“우리 회사는 러시아 에너지자원 구매권이 절실합니다. 거래를 하고 싶습니다.”
“에너지 구매권은 회사가 아니라 유지웅 의장님 개인이 받은 거라 우리가 어떻게 나설 수 있는 영역이 아닙니다.”
“하지만 제니스 컴퍼니와 유지웅 의장님은 한 몸이나 다름없는 관계 아닙니까?”
“제니스 컴퍼니는 유지웅 의장님 그 자체라 봐도 좋습니다. 하지만 유지웅 의장님이 제니스 컴퍼니는 아니죠. 그 차이는 매우 큽니다.”
“그렇다면 의장님을 한 번만 뵐 수 있게 해주십시오. 저희가 직접 뵙고 말씀드리겠습니다. 부탁드립니다.”
홍진석 사장은 류이한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한 발짝도 물러나지 않았다.
“일단 말씀은 전달해보겠습니다.”
류이한은 발목이라도 붙잡고 매달리는 홍진석을 겨우 만류해서 내보내고 한숨을 돌렸다. 하지만 이제 겨우 시작이었다.
“사장님, 데스케이그룹 최정환 회장님이 직접 찾아오셨는데요.”
“뭐라고?”
재벌 총수가 직접 찾아왔다는 말에는 류이한도 놀랐다.
소모임 참석 덕분에 제니스 타운에서 재벌 총수 얼굴 보기가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자신 같은 월급 사장을 만나기 위해 여기까지 내려왔다는 게 놀라웠다.
최정환 회장은 CS에너지 사장과 같은 이야기를 꺼냈다. 아니, 더욱 적극적이었다.
“우리 그룹은 러시아 에너지자원 구매권을 그 어느 기업보다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우리 그룹이 석유화학 사업에서 이 나라에 구축한 인프라는 누구도 넘볼 수 없을 만큼 확고부동합니다.”
최정환은 자신만만한 야심을 숨기지 않고 기꺼이 드러냈다.
“그러니 사장님께서 의장님께 잘 말씀드려서 부디 우리 그룹을 간택해주셨으면 하고 바랍니다. 이 계약 성사를 위해서 제가 만사를 제쳐두고 여기까지 달려왔습니다.”
“무슨 말씀이신지는 이해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혼자서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은 아닙니다.”
“부탁합니다. 의장님께 보고만이라도 잘 올려주시면 좋겠어요. 그럼 절대로 그 공은 잊지 않겠습니다.”
소모임 덕분에 많은 고생을 했던 최정환 회장이 이렇게까지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자 류이한은 쓴웃음이 절로 나왔다.
그간 겪은 고생과 수모 따위는 에너지자원 구매권이 가져다줄 이익 앞에서는 아무 소용이 없나 보다.
최정환으로 끝이 아니었다.
델지, 보스코, 미래, 현화 등 10대 대기업 중 담성과 라테를 제외한 8곳에서 연락이 왔다. 최소 사장급 이상 인물들이 제니스 타운까지 내려와 에너지자원 구매권을 베풀어달라고 애걸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10위권에 들지 못한 기업들도 총수가 직접 내려와 류이한을 면담해 거래를 부탁했다.
류이한은 며칠이라는 시간을 꼬박 그들을 상종하는 것으로 시간을 보내야 했다.
“우리나라 기업들 석유에 대한 갈망이 이 정도였다니.”
“10대 재벌들이야 그렇다 치지만 10위권 밖 기업들까지 이렇게 적극적일 줄은 몰랐습니다. 아무래도 석유화학 시장이 크다 보니 10% 디스카운트가 엄청난 메리트인 모양입니다.”
“10% 가격차이면 엄청난 거지.”
에너지 구매권은 매우 포괄적이어서, 원유 형태가 아니라 가공된 형태로 구매를 하는 것도 가능하다. 정유업이나 에너지업에 종사하지 않는 기업들도 진지하게 나오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그래도 구매권을 독점으로 쓰게 해달라고 하는 기업은 없다는 게 신기합니다.”
“보통 간이 크지 않고서야 의장님한테 그런 요구를 할 수 있을 리가 없지.”
이 정도까지 일이 커졌으면 보고를 하고 진지하게 지시를 받는 게 나을 듯했다.
류이한은 곧 깔끔하게 정리 된 보고서를 들고 유지웅을 직접 찾아갔다.
에너지자원 구매권 때문에 국내 기업들이 아우성이라는 보고에 유지웅은 가만히 턱을 쓰다듬었다.
“결정체 산업은 감히 포크도 내밀지 못하면서, 에너지 구매권에는 이렇게 난리라니. 조금 웃기긴 하네요.”
“아무래도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나라라서 그런 게 아니겠습니까. 그만큼 절실하다는 뜻도 됩니다.”
류이한은 유지웅의 눈치를 살피면서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우리 그룹이 석유 관련 사업은 일절 하지 않는 것 때문에 더 적극적인 듯합니다. 직접 석유를 사다가 뭘 할 생각은 없는 것 같다고 추측하는 거지요.”
“아, 그건 맞아요.”
유지웅이 순순히 인정하자 류이한은 조금 놀랐다.
그는 사실 유지웅이 석유 관련 사업을 하기 위한 포석으로 에너지자원 구매권을 얻은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보고서에는 그쪽 관련 사업에 필요한 대략적인 기획안도 있었다.
헌데 유지웅은 직접 인정했다. 석유 사다가 뭘 할 생각은 없다고.
“석유 관련 사업은 앞으로도 안 합니다. 끽해봤자 석유화합물 업종이나 만지작거릴 텐데, 그거 돈은 돈대로 나가고 신경은 신경대로 쓰고 이익은 생각보다 적고, 우리 입장에서는 계륵이에요.”
“석유화합물보다는 석유 유통 시장이 제법 큽니다. 우리나라가 한해 소비하는 석유만 해도 엄청난 양입니다.”
에너지자원 구매권은 한반도 내수용으로만 제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즉 에너지자원을 사다가 해외에 되팔이를 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물론 정제된 기름이 아니라, 석유화합물 제품을 만들어 파는 것은 상관없다.
그래서 류이한은 직접 정유업을 개시해서 석유를 사다가 국내 시장을 잠식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루라도 빠른 시장 진출을 위해 CS그룹이나 데스케이그룹 등 선두주자와 일부 타협을 할 계획도 고안하고 있었다.
“정말로 전혀 생각이 없으신 겁니까?”
“맞아요.”
“그럼 왜 에너지자원 구매권을…….”
“아, 그런 거라도 하나 받아와야 러시아가 흡족해하지 않겠어요? 아무것도 안 받아오면 러시아가 오히려 섭섭해하죠. 우리가 괴수를 잡아줬고 러시아는 큰 이권을 줬고, 그러니 앞으로 우리 사이가 돈독해질 거라고 기대할 거 아니에요.”
“…….”
“러시아를 배려한 겁니다. 구매권을 받아온 것 덕분에 볼라디 대통령의 지지율이 더 늘어났어요. 우리 제니스 컴퍼니와 좋은 관계를 맺었으니 말이죠.”
그런 이유가 있었을 줄이야.
류이한은 침묵한 채 깊이 반성했다. 아아, 나는 아직도 우리 오너를 잘 모르는구나.
“그리고 석유는 장차 시간이 지날수록 에너지 자원으로서 가치를 잃게 될 겁니다. 굳이 석유 에너지 시장에 진출해서 시간과 정신력을 소모할 필요는 없어요.”
의미심장한 예측에 류이한은 눈을 빛냈다. 유지웅은 지금 뭔가를 계획하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혹시?’
결정체가 에너지원으로서도 작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만능에 가까운 물질이니.
“그럼 국내 기업들의 요청은 어떻게 할까요?”
“구매권을 받아놓고 너무 썩히기만 하면 러시아 보기에도 안 좋으니, 일단 러시아로부터 석유를 수입하긴 해야겠죠. 이렇게 합시다. 적당한 조건이나 기준을 정해서 그걸 충족하는 기업에 한해서 원하는 만큼 기름과 가스를 구매대행해주는 것으로요.”
“알겠습니다.”
“그 기준은 사장님이 알아서 정하세요. 전 별로 신경쓰고 싶진 않네요.”
“예.”
류이한은 보고를 마치고 회사로 복귀했다.
측근들과 함께 ‘구매대행 기준’을 며칠 동안 정리하고 난 뒤, 그는 거래를 요청한 기업들을 전부 호출했다.
인근 호텔에 머무르고 있던 협상팀은 한달음에 달려왔다. 하나같이 최소 사장급 이상의 전권책임자들이었다.
“우리 회사는 여러분 모두가 원하는 만큼의 기름과 가스를 구매대행해주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단, 전부 내수용으로만 소화하셔야 하며 해외 재판매는 금지입니다. 휘발유나 항공유처럼 원유를 가공한 게 아니라 석유화합물 같은 완제품은 해외 수출도 가능합니다.”
“대놓고 되팔이는 안 된다는 거군요. 알겠습니다.”
이미 러시아 발표에서 공개된 내용이기에 협상팀은 아무도 아쉬워하지 않았다. 애초에 에너지자원은 대부분 내수 목적으로 수입하는 것이니.
“아시겠지만 우리 제니스 컴퍼니는 경영 윤리를 매우 중요시하고 있습니다. 여기 계신 분들은 소모임이 어떤 취지로 결성되었는지 이해하고 계실 겁니다. 유지웅 의장님은 건강하고 정의로운 사회가 서기를 원하십니다.”
“…….”
“그렇다고 해서 우리 회사가 공공기관도 아닌데 함부로 원칙을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이죠. 또 겨우 10% 마진 얻자고 여러분들이 우리 조건을 모두 수용하시지도 않을 테고요.”
제니스 컴퍼니는 이 자리에 있는 기업 모두를 다 합쳐도 상대하지 못할 만큼 크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들 기업들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많이 행사하지는 못한다. 제니스 타운이 완공되지 않은 것 때문이다.
제니스 컴퍼니는 이들 그룹 전 계열사의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대주주이긴 하지만, 매번 채찍만 휘두르는 것은 뜻하지 않은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류이한은 지금이 바로 이들에게 당근을 제시할 때라 생각했다.
“하지만 여러분들은 그런 우리 회사의 방침에 영향을 받아 사내 복지를 개선하고 경영 윤리를 이전보다 엄격히 적용하는 등, 사회에 대한 기업으로서의 책임감을 보여 주셨습니다.”
협상 테이블에 참석한 사장들은 저마다 마른침을 삼켰다.
대관절 무슨 조건을 붙이려기에 이렇게 서두가 긴 것인가.
“그래서 이번 거래에는 과한 조건을 걸지 않기로 했습니다. 말씀드렸다시피 내수용 목적이라면 얼마든지 원하는 양을 구매대행 해드릴 것이며, 우리 회사는 대러시아 수입 계약 과정에서 이름만 빌려드리는 대신 단 1센트의 마진도 챙기지 않겠습니다.”
마진을 안 챙긴다는 말에 사장들은 좋아하면서도 걱정이 되었다. 그만큼 조건이 어려워지리라는 점 때문이었다.
“그 대신, SBC 채널에 더 이상 광고를 주시면 안 됩니다.”
류이한은 SBC가 감히 제니스 타운을 깠던 것을 잊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