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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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 괴수의 사체에서 결정체 나와.
―괴수가 지닌 불가사의한 힘, 결정체가 근원?
―이쯤에서 재조명받는 괴수 사체의 가치!
―핵물리학계의 권위자, 괴수와 결정 에너지의 상관관계를 증명하다!
―클래스는 영원하다?
평양 외딴 골짜기에서 행해진 니트로의 가설 검증은 전 세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괴수가 지닌 막강한 힘, 그 불가의함의 근원을 당당히 증명한 것이다.
―괴수는 결정 에너지로 움직이는 생물이다!
―괴수 사체를 가공했더니 결정체가 떡하니 나와.
―핵물리학, 그 끝은 어디인가.
기자들은 앞을 다투어 북한으로 몰려들었고, 니트로 등 관련 연구에 종사했던 과학자들을 인터뷰했다.
그러나 어이없게도 니트로는 이미 미국으로 떠나버린 뒤였고, 어떻게든 그의 인터뷰를 따내려고 벼르던 기자들은 허탈함에 휩싸였다.
“아니, 왜 미국으로 돌아가신 겁니까?”
“그게…… 여기 와서 얻은 궁금증은 해결했으니 이제 할 일은 다 하신 거라고 하시면서 돌아가셨습니다.”
니트로의 수제자 가렌은 훌쩍 떠나버린 스승 대신 북한에 남아 진땀을 흘리며 기자들을 상대해야 했다.
“가렌 교수님은 니트로 교수님의 오랜 제자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맞습니다. 대학생 시절부터 그분의 지도를 받았습니다.”
“가렌 교수님이 아직 여기에 남은 것은 니트로 교수님이 다시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요?”
“아닙니다. 니트로 교수님은 제게 남은 뒷일을 마저 처리하라는 의도로 여기 남기신 겁니다. 대충 뒷수습을 정리하는 대로 저도 다시 미국으로 돌아갈 생각입니다.”
“뒷수습이라면 구체적으로 어떤 걸 말씀하시는 겁니까? 자세히 설명 부탁드립니다.”
“괴수의 체내에는 결정체가 들어있다는 가설을 떠올린 계기, 증명 과정, 그리고 그 과정에서 손실된 장비의 감가상각 증빙 같은 것들을 뜻합니다. 그런 것들은 다 처리해야지요.”
“검증 과정에 사용된 장비 가격만 40억 달러라고 들었습니다. 맞습니까?”
“예, 맞습니다. 모두 미 에너지부 소속입니다. 이 자리를 빌려 어려운 결단을 내려주신 락밀렉 에너지부 장관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장관님의 과감한 결단이 아니었더라면 우리는 세기의 증명을 밝혀내는데 적어도 20년은 더 걸렸을 거라고 감히 생각합니다.”
가렌은 이 인터뷰를 분명히 지켜볼 락밀렉 에너지부 장관을 위한 아부도 빼먹지 않았다. 니트로의 충실한 지도력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장관님, 이렇게 열심히 띄워드렸으니 다음 번 예산 지원에서도 화끈하게 밀어주실 거죠?
대충 이런 의도가 녹아난 아부라고 할 수 있다.
아, 예산이여!
“이번 정제 과정에서 얻은 결정체는 수백만 달러의 가치가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40억 달러를 들여 고작 수백만 달러의 이익을 창출하는 것은 여러 모로 손해가 아닐까요?”
“단단히 오해를 하고 계시군요. 이번에 행해진 것은 ‘검증 실험’이지 ‘정제 및 생산 과정’이 아닙니다. 원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데에는 많은 돈이 듭니다. 대량 생산 및 상업화를 위해서는 당연히 코스트 다운을 실행하는 게 관건이지요.”
“그렇다면 괴수 사체 정제 과정에 드는 비용을 획기적으로 떨어뜨릴 수 있는 방법이 있단 말인가요?”
“그 기술을 개발하는 게 앞으로 남은 숙제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괴수는 인류를 위협하는 천적이다.
지금까지 세상은 그런 프레임에 갇힌 채로 괴수와 인간을 바라봐왔다. 괴수의 난동으로부터 인간의 삶과 평화를 지켜내는 것이 최우선 관건이자 유일한 가치였다.
하지만 지금 그 프레임은 산산조각 나버렸다.
바로 한 명의 핵물리학자에 의해서.
락밀렉 에너지부 장관은 니트로 교수가 미국으로 귀국하자마자 급히 수행원들을 이끌고 그를 찾아갔다.
“교수님, 접니다.”
“아, 락밀렉 장관. 어서 오시게나.”
둘은 공적으로, 사적으로도 긴밀한 사이였다.
미 에너지부는 미국 에너지 생산에 관한 일 외에도 핵 안보와 핵무기 프로그램, 미 해군을 위한 원자로 생산을 담당하는 정부 부서였기 때문이다.
핵융합 연구의 권위자인 니트로와는 당연히 오랫동안 연구 협업을 이뤄가며 보조를 맞춰 왔다.
“괴수 결정체에 관해 자세한 자문을 구하고 싶습니다.”
“응? 그건 평양에서 이미 다 밝힌 걸로 아는데?”
“하지만 몇 마디 안 하셨잖습니까. 어쩌다가 괴수가 결정체를 품고 있을 거라는 가설을 세우시게 된 겁니까?”
“기존 물리로는 설명할 수 없는 에너지를 내는 생물이니까. 획기적인 에너지원이 있을 거라 생각했지. 자연스럽게 결정 에너지에 생각이 닿게 되더군.”
“왜 더 연구를 하지 않으시고 미국으로 돌아오신 겁니까?”
“거기 내가 남아서 더 할 게 뭐가 있나. 나머지는 다른 과학자들이 알아서 추진하겠지. 가렌까지 남겨두고 왔으니 초기 연구 방향 세팅 잡는 것은 어렵지 않을 거야. 그게 다 끝나면 가렌 녀석도 불러들여야지.”
“교수님이 직접 그 연구를 하실 마음은 없으십니까? 아니면 가렌한테 전담시키는 방향도…….”
“안 돼. 우리는 핵융합 연구를 해야지. 결정체 연구 따위나 하고 있을 시간은 없어.”
평양에서 시간을 보냈던 것은 정말로 즉흥적인 호기심을 해소하기 위한 것에 지나지 않았단 말인가?
락밀렉은 답답해졌다.
“교수님, 우리 에너지부는 40억 달러에 해당하는 장비를 하루아침에 잃었습니다.”
“그 대신 몇 십, 몇 백 배가 넘는 학문적 성과를 이뤘지. 그러니 겨우 40억 달러 가지고 너무 그리 징징대지 말어. 에너지부 예산으로 보면 40억 달러는 얼마 되지도 않으면서. 내가 에너지부 예산 내역을 훤히 하는데 무슨, 어디서 엄살인가.”
“교수님! 결정체는 현대 문명을 좌지우지할 산업자원입니다! 우리는 이 연구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합니다! 이미 대통령의 구두 언질을 받아놓았습니다!”
“웬일로 40억 달러 가지고 징징대나 했더니 결국 그 이야기를 하려던 속셈이었군.”
“교수님, 우리는 지금 정말 중대한 변혁의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락밀렉 장관은 눈을 부라리듯이 쳐다보며 굳건히 말했다.
“결정체 작물로 재배하는 것 외에도 독자적으로 결정체를 얻을 수 있는 길이 열린 겁니다. 지금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괴수 결정체를 얻기 위한 방법을 진지하게 모색하고 있는 중일 겁니다. 우리 미국이 결코 뒤쳐져서는 안 됩니다.”
“그래봤자 사냥으로 얻는 결정체 수량이 얼마나 되겠어. 그냥 제니스 컴퍼니와 친하게 지내서 재배 기술을 얻는 게 나아.”
“물론 그 길도 추진 중입니다만, 원래 미래는 다양한 루트로 대비해야 하는 게 아닙니까?”
“아, 글쎄. 나는 더 이상은 흥미 없다니까. 괴수의 동력원이 결정 에너지라는 걸 입증한 것만으로도 만족하고 있네.”
락밀렉은 며칠이라는 시간을 투자해서 니트로를 설득하려고 했지만, 그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너는 왜 박사 하던 시절이랑 달라진 게 전혀 없냐? 안 되는 거에 매달리는 건 여전하구나.”
“안 된다고 무조건 포기해서는 안 된다, 그건 과학자로서 지양해야 할 길이라고 늘 말씀하신 건 교수님이잖습니까!”
“자연 법칙과 인간의 흥미가 어디 같냐. 서로 다르게 생각해야지.”
“인간 역시 자연 법칙의 일부라고 말씀하신 건 교수님이셨습니다! 그리고 박사 하던 시절이라니요? 누가 들으면 지금은 박사 아닌 줄 알겠습니다? 제가 에너지부 장관을 맡게 된 것도 핵물리학 박사 출신이다 보니…….”
“너 같은 애도 박사를 줘버리니 우리 핵물리학계 미래가 지금 암담한 거다, 이놈아.”
미국 에너지부 락밀렉 장관.
그는 사실 니트로의 제자이자, 핵물리학 박사 출신이었다.
알고 보니 괴수는 결정 에너지 덩어리다!
이 가설이 증명되자 전 세계는 흥분에 휩싸였다. 동시에 많은 이들이 새로운 패러다임의 시선으로 괴수, 그리고 레이더를 바라보게 되었다.
“괴수가 결정 에너지로 움직인다면…… 혹시 레이더도?”
“괴수와 레이더, 결정체 작물, 이 셋은 대체 어떤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을까?”
그런 학술적인 호기심을 해소하기 위해 사람들은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머리를 맞댄 채 열띤 토의를 나눴다.
“제니스 컴퍼니 입장에서는 썩 반가운 사실은 아니겠네.”
“그러게. 결정체 독점 체제가 하루아침에 무너지고 말았으니.”
사람들의 호기심은 제니스 컴퍼니의 입장에도 쏠렸다.
“제니스 컴퍼니, 아니 유지웅 의장은 이 사실을 전혀 몰랐을까? 세상에서 제일 알아주는 괴수 전문가잖아.”
“유지웅 의장이 제일 뛰어난 레이더고, 또 괴수의 전투 패턴을 파악해서 전술을 세우는 능력도 탁월하지만, 괴수 사체를 가공하는 것은 전혀 별개 아닌가?”
“맞아. 니트로 교수처럼 알아주는 핵물리학자가 대외비로 취급되는 미 에너지부 핵 프로그램 장비를 써가지고 겨우 검증한 사실인데. 아무리 유지웅 의장이 괴수 전문가라 해도, 괴수 체내에 결정체가 있음을 알고 있었다는 건 말이 안 되는 듯.”
현재 결정체는 크게 4가지 분야에서 활용되며, 결정체로 만든 상품은 총 5개다.
만능 피부 미용 치료제.
탈모 치료제.
철강강화제 및 반도체 발열 방지 등 뛰어난 신소재 개발.
환경오염 없는 희토류 생산.
지금까지 밝혀진 활용 분야만 따져도, 이미 결정체는 현대 문명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필수 자원이 되었다. 그리고 오직 유지웅 혼자서 그것을 독점 생산해왔다.
“근데 생각해보니 유지웅 의장은 세계 최강의 공격대를 갖고 있지 않나?”
“그러네. 혼자서 재배도 하고 수렵도 제일 뛰어나고.”
“뿐만 아니라 국제공격대연합까지 갖고 있지. 많은 레이더들이 앞을 다투어 연합에 가입 신청서를 내고 있고.”
“뭐야, 재배뿐만 아니라 수렵도 사실상 유지웅 의장 독점이잖아. 그럼 별로 타격 없겠네.”
“원래 부자 걱정은 뭐다?”
“아무 쓸데없다!”
괴수 방위는 더 이상 안보의 시점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이제는 산업의 시점으로도 본격적으로 옮겨갔다.
경제학자들은 괴수 결정체가 결정체 산업에 있어 어떤 키를 쥐게 될지 본격적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통계학자들은 괴수 사냥의 성공 가능성과 실패 가능성이 어떤 수치 비중을 이뤄야 ‘결정체 채집 체계’를 바람직하게 형성할 수 있을지 계산했다.
기업가들은 재배 결정체와 괴수 결정체를 각각 어떤 비율로 투자해야 할지를 놓고 쉼 없이 계산기를 두드렸다.
레이더 및 공격대를 ‘군사방어력’으로만 생각했던 각 나라 정치 수뇌부들은 그들의 가치를 다시 계산하기 시작했다.
결정체 채집 및 수렵이 일반화된 세상이 열린다면, 레이더는 더 이상 돈과 기름을 잡아먹는 미사일 포대가 아니다. 국가의 재정을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생산 공장이 된다.
“이렇게 빨리 드러날 줄이야. 역시 차원이 바뀌었어도 니트로 박사 클래스는 여전하구나.”
유지웅은 괴수 결정체 발견으로 세상이 화끈 달아오른 지금의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이 열기가 꺼지지 않도록 기름을 좀 더 부어줘야겠어.”
다음 날, 제니스 컴퍼니는 전 세계를 향해 결정체 공개 매입 정책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