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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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체를 연료로 하는 발열 기관을 발표한 이후, 휘버의 인지도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온갖 환경보호단체에서 진심 어린 축하 메시지를 받았으며, 월가의 투자자들이 돈을 싸 짊어지고 와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자기 돈을 받아달라고 눌러앉았다.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직접 찾아와서 발명을 격려했으며, 주 의회 의원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불편한 것은 없는지 주변 여건을 확인했다.
전력 등 에너지 사업을 운영하는 기업들은 매일 같이 사람을 보내 제휴를 문의하는 등 사람을 귀찮게 했다. 특히 당장 경영에 영향을 받게 된 그들이 가장 끈질기게 굴었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원자력 사업을 하는 기업들의 읍소를 뿌리치는 일이었다.
“교수님! 발열 기관을 당장 도입하지 못하면 우리 회사는 망합니다! 부디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실제로 발열 기관 때문에 당장 큰 피해를 보게 생긴 분야는 원자력 발전 사업이었다.
가뜩이나 원전의 위험성, 핵폐기물 처리 등의 문제로 사방에서 온갖 공격을 받고 있는데, 여기에 떡하니 환경오염 없는 발열 기관이 나와 버렸으니.
실제로 환경단체들은 결정체 발열 기관이 공표된 이후,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화력을 동원해서 원전 폐기를 압박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렇게 유명세를 치르는 모습을, 니트로는 휘버의 옆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고스란히 지켜볼 수 있었다.
“아주 세기의 대스타가 되셨구만.”
지극히 못마땅해 하는 말투에 휘버는 사람들을 상대하느라 지친 와중에도 웃음을 보였다.
“그러게요. 사실 괴수는 결정체로 이뤄져 있다는 걸 밝혀내신 교수님의 업적이야말로 진짜 대단한 건데 말이죠. 그런 위대한 발견에 비하면 발열 기관 같은 거야 사소한 손재주에 지나지 않죠. 부끄럽습니다.”
“험, 험.”
대놓고 얼굴에 금칠을 당하자 니트로는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돌렸다.
휘버는 그런 모습을 보며 희미하게 웃었다.
“교수님, 교수님께서 결정체 정제 실험을 검증하신 이후 완전히 손을 떼시기로 하셨다는 이야기는 저도 들었습니다.”
“당연하지. 방향성을 검증했으니 이제 다른 이들이 그 길로 나아가기만 하면 돼. 애초에 그 길은 내가 가야 할 길이 아니었어.”
“저는 교수님께서 그 길을 가주셨으면 하고 진심으로 바라고 있는데요.”
“왜?”
“교수님이 나서지 않으면 안정적인 결정체 정제 기술을 구축하는데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알 수가 없으니까요.”
니트로는 팔짱을 낀 채 가볍게 미간을 찌푸렸다.
“지금 너 잘 되자고 나를 거기에 밀어 넣으려는 거냐?”
“맞습니다. 역시 교수님은 저랑 너무 말이 잘 통하십니다.”
“웃지 마라. 나는 소름 돋으니까.”
니트로가 넌덜머리가 난다는 듯이 머리를 흔들자 휘버는 조용히 웃었다.
“지금 제니스 컴퍼니에서 생산하는 결정체 물량은 비누, 탈모 치료제, 철강강화제, 반도체 발열 방지, 희토류 생산 수요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합니다.”
“제니스 컴퍼니에는 아직도 1경 8,700조 달러 어치 결정체 비축 물량이 있다.”
“작년 전력 소비량 상위 10개국 총합이 15페타와트시입니다.”
“발전단가를 2센트로 잡으면, 지금 비축물량으로 상위 10개국이 623년은 너끈히 쓰겠구나. 뭐가 문제냐?”
“교수님. 차량, 선박의 동력도 점차적으로는 전기로 대체될 것을 생각해주십시오.”
“넉넉히 300년으로 잡으면 되겠군.”
“결정체 활용이 이것으로 끝이겠습니까? 지금이야 철강과 반도체 정도에 섞어 쓰는 정도가 전부지만, 앞으로는 거의 모든 산업 소재에 섞어서 그 품질을 강화하는 방식이 쏟아져 나올 겁니다.”
“…….”
“제 생각에는 지금 제니스 컴퍼니에 있는 물량은 지구 전체가 쓴다면 앞으로 50년도 넘기기 힘듭니다.”
휘버는 니트로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사실 교수님도 그렇게 생각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지금 결정체 비축 물량으로는 전 세계가 쓰기에 모자라다, 하지만 제니스 컴퍼니의 재배 물량은 너무 적은 편이다, 하고요.”
“…….”
“결정체 재배 물량을 늘리는 방법도 있겠지만 괴수 사체를 정제해서 방법도 동시에 추진해야 합니다. 만약 앞으로 괴수의 출현 빈도가 늘어난다면 그만큼 사체 역시 늘어날 것이고, 그것을 고스란히 산업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조속한 시일 내에 쌓아야 합니다.”
“나더러 그걸 하라는 거냐.”
“교수님 말고 누가 그걸 할 수 있겠습니까.”
“……결과적으로는 네 발열 기관을 세계에 널리 퍼뜨리는데 기여를 하는 셈이겠군.”
“동문인데 좀 서로 돕고 살면 안 됩니까? 프랭클린 교수님도 천국에서 그걸 바라실 겁니다.”
은사의 이름을 들먹이자 니트로는 더 이상 얼굴을 찡그릴 수 없었다.
다소 펴진 그의 안색을 보며, 휘버는 조금 더 강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진정한 에너지 해방을 꿈꾸셨던 프랭클린 교수님의 유지를 기억해 주십시오. 교수님과 제가 손을 잡으면 그 시기를 더욱 빨리 앞당길 수 있습니다.”
“……난 네가 정말 마음에 안 든다.”
“알고 있습니다. 교수님이 사실은 절 좋아하시지만 그걸 드러내기 쑥스러워서 일부러 더 그리 엄하게 구시는 것을요.”
“헛소리!”
니트로는 호통처럼 외치며 등을 휙 돌렸다. 몇 번 헛기침을 하고 난 뒤 그는 목소리를 깔고 말했다.
“내 본 연구에 지장이 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당연하지요. 핵융합의 완성이야말로 청정에너지 해방을 위한 교수님의 오랜 꿈이셨잖습니까.”
“시간적 여유가 되는 한에서 틈틈이 살펴는 보마. 어떡하면 괴수 사체를 저렴하고 효율적으로 결정체로 정제할 수 있을지 말이다.”
“감사합니다.”
니트로는 살짝 붉어진 눈시울을 지금 휘버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다. 만약 녀석이 지금 자신의 얼굴을 보게 된다면, 앞으로 평생 녀석의 낯짝을 보지 않고 살아갈 셈이었다.
“휘버 교수님!”
그때 문이 벌컥 열리며, 휘버의 제자 하나가 황급히 들어섰다.
뭐라고 외치려던 제자는 문득 니트로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서 물었다.
“아니, 니트로 교수님. 왜 우시는 겁니까?”
“시, 시끄러워! 어제 잠을 못 자서 눈이 충혈 됐을 뿐이다!”
니트로는 기겁을 해서 얼굴을 홱 돌렸고, 제자는 ‘아차! 이럴 때가 아니지!’하고 자신을 탓하고는 곧바로 휘버를 향해 외쳤다.
“휘버 교수님! 큰일 났습니다!”
“무슨 일인데 그렇게 호들갑인가?”
“아무래도 최윤 박사가 교수님 연구를 베낀 것 같습니다! 지금 빨리 살펴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뭐라고?”
“최윤 박사가?”
휘버와 니트로는 놀라서 동시에 외쳤다. 제자는 이럴 시간이 없다는 듯 서둘러 리모컨을 들어 TV를 켜고는 채널을 돌렸다.
수십 대의 마이크에 둘러싸인 채, 번쩍거리는 광택을 자랑하는 정수리와 이마를 한껏 드러낸 젊은 청년, 최윤이 덤덤하게 무언가를 설명하는 장면이 나왔다.
「이상, 결정체 배터리의 원리와 성능을 대략적으로 말씀드렸습니다. 이제부터 질문을 받겠습니다.」
휘버와 니트로는 망치로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듯이 굳은 채,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기자들이 앞을 다투어 질문했고, 외신 기자들에게 먼저 기회가 주어졌다.
처음 선택받은 기자가 유창한 영어로 질문을 던졌다.
「박사님의 설명을 정리하자면, 박사님이 이번에 개발하신 전지 소재는 결정체 그 자체가 직접적으로 전기 에너지로 전환하는 원리라는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휘버는 눈을 부릅뜬 채 주먹을 꽉 쥐었다. 니트로도 입을 살짝 벌린 채, 화면에 빠져들 듯이 집중했다.
「그것이 기존 화학 전지와 무슨 차이가 있는지 설명해주실 수 있습니까?」
「일단 콘센트에 꽂아서 재충전해서 활용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전력의 단위 가격도 기존 리튬이온 전지에 그리 싸다고는 볼 수 없고요, 대충 짚어도 비슷비슷할 것 같군요. 제조하는 데는 대단히 정밀한 공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초기에는 불량률도 상당히 높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재충전이 불가능하다고요?」
「물론이죠. 전기적 자극을 이용해 전지의 화학적 상태를 되돌리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니까요. 결정 에너지 그 자체가 전력으로 전환되는 방식이라 충전을 하려면 전기가 아닌 결정 에너지를 투입해야 합니다. 굳이, 구태여 충전이 가능하도록 만들려면 배보다 배꼽이 훨씬 큰 꼴이 되겠군요.」
「지금까지 말씀하신 것들은 너무 단점치고는 너무 치명적이지 않나요?」
대충 들려오는 기자 회견의 분위기는 썩 좋지 않았다.
최윤이 너무 단점들만 덤덤히 열거했기 때문이었다.
차세대 배터리라고 하는데 충전이 안 되고, 공정 과정도 까다롭고, 그래서 불량률도 높고, 그렇다고 가격이 특별히 더 싼 것도 아니고 비슷할 거라고 한다.
그런데도 최윤의 표정은 덤덤했다.
「대신 환경오염이 없습니다. 화학적 전지가 아니기 때문에 에너지가 모두 소진되고 나면 남는 것은 케이스를 구성하는 절연 소재와 내부의 구리선 정도가 전부입니다. 당연히 다 쓴 배터리는 100% 재활용이 가능합니다.」
「환경오염이 없다면, 앞서 말씀하신 단점들을 상당 부분 커버할 수 있겠군요.」
「물론이죠. 요즘 세계적인 추세가 환경오염 없는 청정에너지 개발이 아닙니까. 이 배터리는 생산, 유통, 사용, 폐기 과정에서 기존 배터리에 비하면 환경오염이 전혀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그제야 현장의 분위기가 활기를 띠며 살아나기 시작했다.
니트로는 저도 모르게 휘버의 어깨의 손을 올렸다.
“휘버, 저거 설마…….”
“예, 교수님. 결정 에너지의 상태 전이 현상을 이용한 방식 같습니다.”
“네가 발열 기관에 이용한 연쇄 붕괴 반응 현상과는…….”
“완전히 대척점에 선 원리입니다. 저도 저 방식을 생각해보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하지만, 뭐?”
니트로가 아무리 천재라 해도 한 번도 궁리해보지 않은 물리적 가설에 관해서는 아무 설명도 없이 이해할 수는 없었다.
“상태 전이 현상을 이용한 직접적 전기 전환 방식은…… 그 출력이 지속적으로 감소해서 결과적으로는 반응 자체가 완전히 정지합니다. 즉 결정체가 일하다 말고 침묵하게 되는 겁니다. 저는 도저히 그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지 못해서 발열 기관 쪽으로 연구 방향을 튼 겁니다.”
“그럼 저 친구는 그 문제를 완전히 해결했다는 거냐?”
“아마 그런 것 같습니다. 어떻게 그런…….”
“하지만 지금 기자 회견을 보면 성능 자체는 별 거 아닌 듯한데? 환경오염 없다는 것 말고는 기존 리튬이온이나 리튬폴리머 방식보다 특별히 나은 건 없는 거 같은데?”
니트로가 위로하듯이 말을 했지만 휘버는 여전히 주먹을 꽉 쥔 채였다.
“만약 반응 침묵 현상 문제를 완전히 해결했다면…….”
「대신 기존 배터리보다 부피단위 전력 밀도가 높습니다. 이 결정체 전력 기관으로, 지금 전기승용차에 들어가는 배터리와 동일한 부피로 배터리를 만들 경우, 1만 1km 정도 주행할 수 있을 겁니다.」
“마, 말도 안 되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