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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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 게시판은 발칵 난리가 났다.
―이게 무슨 말이야?
―결정체 비축물량은 비축으로만 남겨놓는다는 거 아니야? 절대 안 쓰겠다는 소리 같은데?
―아니, 지금 결정체 재배량이 시장 수요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데 비축물량을 안 풀면 어떻게 해?
―비축물량을 풀어야지 결정체 전기자동차고 결정체 발전소고 후딱후딱 돌릴 수 있는 거 아니야?
―폭탄이네, 폭탄.
―야, 지금 미국 증시 폭락한다! 여기 난리 났음!
니트로 등 세 과학자들도 눈이 휘둥그레진 채 서로 시선을 교환했다. 날벼락도 이런 날벼락이 없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죠?”
“그걸 여기서 어떻게 알아. 일단 방송에 집중하자. 유지웅 의장이 뭐라고 하는지.”
「의, 의장님. 지금 말씀하신 게 대체 무슨 의도이신지…… 자, 자세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어찌나 놀랐는지 금석준 차관은 다시 말을 더듬거렸다.
화려한 꽃무늬 반팔 셔츠를 입은 유지웅은 팔짱을 낀 채 턱을 치켜들었다. 다소 거만해 보이는 태도지만 그것을 문제 삼는 이는 없을 것이다.
「말 그대로입니다. 지금 중앙 창고에 비축해놓은 물량은 유사시, 그러니까 핵전쟁이나 유성 충돌, 범지구적인 대기근 등의 비상 상황을 고려해서 남겨놓으려고 결정한 물량입니다. 당연히 써서는 안 되죠.」
「비상 대비 비축물량 치고는 지나치게 많은 양이 아닙니까?」
「1경 8,750조, 결정도로 치면 187억 5,000만 밖에 안 되는 물량이에요. 인류 전체가 쓰다 보면 순식간에 바닥이 나는 양이죠. 우리나라의 비상 상황만을 고려한다면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범지구적인 미래를 대비해야 합니다.」
「세계 한해 GDP가 80조 달러 정도입니다. 결정체가 세계 산업에 완전히 뿌리를 내려서 모든 분야에서 50%의 지분을 차지한다고만 가정해도, 물론 극단적인 가정입니다만, 468년은 너끈히 쓸 겁니다.」
「아니, 비축물량을 어떻게 겨우 GDP 정도에 빗대서 계산할 수 있습니까? 범지구적인 측면에서 보면 한없이 모자란 거예요. 우리나라 전략비축유 수준 밖에 안 된다고요. 해외 공급 없이 대충 90일이나 버틸 만큼 비축해놨나요?」
유지웅이 으르렁거리듯 반박하자 차관은 찔끔해서 입을 다물고 말았다.
「아무튼 모자랍니다. 한참 모자란 양이에요. 전 세계가 쓰기에는 말이죠. 그래서 종말 위기 같은 위급한 상황을 대비해서 지금의 비축 물량은 절대로 손 댈 수 없습니다.」
―정말 지금 공장에서 생산하는 양으로만 커버하시려나 보다.
―말도 안 돼. 그 물량으로는 턱도 없어.
―당연히 생산량을 늘리시겠지. 지금 물량으로는 GC-1, 1.1, 2, 3, 4도 겨우 커버하는 수준인데.
「물론 결정체 생산라인을 늘려서 생산 물량을 지금보다 훨씬 늘릴 예정입니다. 이미 증설 계획을 세워두었습니다.」
―거봐. 내 말이 맞지?
「지금보다 최소 10배 이상 생산할 수 있도록 대대적으로 증설하겠습니다. 물론 이건 끝이 아니라 시작일 뿐입니다.」
―10배 이상! 게다가 시작일 뿐이래! 그럼 비축 물량에 손대지 않고서도 결정체 공급이 부족하진 않겠다!
시청자들은 쾌재를 부르며 기뻐했지만, 기재부 차관의 표정은 여전히 굳어 있었다.
명색이 한 국가의 재정을 담당하는 기관의 차관급 인사다. 공부도 엄청 잘했고, 경제 규모를 보는 눈도 뛰어나다.
「저어, 의장님.」
「어서 말씀하세요, 차관님. 만족스러운 대답에 기뻐하고 있다고요.」
「지금 철강강화제, 즉 GC-2가 들어가는 철강 제품은 세계 전체적으로 볼 때 10%도 채 안 되는 수준입니다. 일본에 이어 미국과 다른 나라들도 결정체 희토류 공급을 해달라고 아우성을 치고 있고요. 전기자동차와 결정체 발전소는 아직 손도 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요? 무슨 말씀을 하시려는 거죠?」
「지금보다 10배 이상 생산량을 늘린다 해도 우리나라에 보급되는 전기자동차와 발전소 연료도 커버 못 칠 수준이 될 거라고 예상합니다. 여기에 미국, 그 어마어마한 시장을 생각하면…….」
―어? 지금 차관이 무슨 말을 하는 거지?
―내가 경제와 숫자에 약해서 잘 알아듣진 못하지만, 10배 가지고는 한국과 미국 수요도 커버 못 친다는 이야기 같은데? 물론 전기자동차와 발전소가 추가되는 경우를 말하는 듯.
―10배 가지고도 안 돼? 그렇게나 결정체가 많이 필요하단 말이야?
―우리나라 자동차 현재 등록대수가 2,300만 대인데. 대당 평균 주행거리를 그냥 넉넉하게 일 년에 3만km로 잡을게. 전기자동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결정체 연료비용만 70만 원, 이게 1만km 기준이니까 한 대당 1년에 210만원.
이과들이 등장하면서 시청자 게시판 분위기가 점점 불길함에 물들기 시작했다.
―국산 운행 차량이 모두 전기자동차로 대체될 경우, 자동차 시장이 필요로 하는 결정체 총원가는 (210만 X 2,300만)이니까, 48조 3,000억 원. 그냥 50조 원으로 치자.
―어디까지나 한 해에 들어가는 자동차 연료비용이 50조 원이라는 거네.
―우리나라 한해 전력 소비량이 대충 600TWh쯤 된다. 결정체 발전기의 생산단가는 1kWh당 최대 25원. 누가 빨리 계산 좀.
―숫자 계산은 이과의 전유물이 아니다. 여기 회계학도 출동합니다! 다행히 150억 정도 밖에 안 함.
―풉. 이래서 문과는 안 된다. 그건 600GWh 생산단가고, 600TWh는 생산단가가 15조 원이다. 상식적으로 한 나라가 한 해에 소비하는 전력생산단가가 이백 억도 안 된다는 게 말이 되냐.
―아무리 문과라 해도 너무 어처구니없는데. 회계학도 맞아?
―죄송. 사실은 6년째 시험에서 떨어지고 있어요.
―그냥 다른 길 찾아보는 게 좋을 듯. 이 정도 계산도 못해서야 어디 회계사 할 수 있겠어?
―아무튼 우리나라가 전기자동차와 발전소 굴리려면 적어도 한 해에 65조 원어치 결정체가 추가로 필요하다는 거네.
―지금 제니스 컴퍼니가 결정체로 올리는 이익이 얼마지?
―매출은 잘 모르겠고, 올 한해 예상 이익이 약 100조 원 정도 될 걸.
―그럼 지금 대충 한 해에 100조 원어치 넘게 결정체를 생산하고 있다는 거 아님? 아무 문제없네.
―결정체를 가공하면 가격이 뛴다는 건 생각 안 하는구나. 한 해 동안 공장에서 생산되는 결정체 물량, 즉 원재료 원가는 10조 원도 안 될 걸. 10배 넘게 남겨먹으니까.
―뭐야? 10조 원도 안 된다고?
그제야 시청자들은 생산량을 10배 늘린다는 게 그리 크지 않다는 점을 인식할 수 있었다.
그 정도 증설로는 국내 전기자동차와 전력 수요를 감당할 수 없었던 것이다.
기재부 차관은 그런 시청자들의 혼란을 대변하듯, 천천히 입을 열었다.
「우리나라와 미국에 보급될 전기자동차와 전력 생산을 커버하려면 적어도 지금보다 최소 200배 이상은 생산량을 늘려주셔야 합니다.」
전기자동차와 발전소.
그 둘은 에너지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문명국가에서 에너지 소비라는 것은 무지막지한 돈을 잡아먹는 공통점이 있다.
한 번 생산하면 두고두고 쓰는 철강 제품이라든가 비메모리 반도체라든가 하는 것들과는 다르게, 지속적으로 어마어마한 소모성을 가진다는 성질이 있는 것이다.
그게 바로 비소모품과 순수한 소모품의 차이다.
「어…… 200배는 당장은 무리지만 시간을 들여서라도 계속 증설하겠습니다. 일단 그만한 공장을 지을 공간도 없고, 결정체 묘목을 늘리고 생산 품질을 관리하는 문제도 있고…… 이게 밀처럼 대충 뿌려놓고 비행기로 농약 친다고 해서 결정체가 잘 맺히는 게 아니거든요. 엄격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내가 결정체 작물 재배해봐서 아는데,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말은 무조건 사실이다. 진짜 파편 하나 맺는데도 그 많은 개고생을 해야 하는데, 지웅이 형님은 어떻겠냐.
결론은 한 가지로 좁혀지고 있었다.
지금 제니스 컴퍼니가 생산하는 물량으로는 격동하는 결정체 산업 시장의 수요를 절대 따라갈 수 없다. 그리고 10배 증설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
「역시 비축 물량을 풀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차관의 표정은 아까보다는 조금 밝아졌다. 시청자 게시판의 심각한 분위기 덕분이었다.
이제 유지웅도 실황을 알았으니, 방침을 변경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던 것이다.
「안 돼요. 그건 어디까지나 비상금이란 말입니다. 비상 상황이 아닌데 당장 조금 아쉽다고 비상금을 빼서 쓰는 경우 봤습니까?」
「의, 의장님!」
「생각해보세요. 차관님도 가족이 있으시죠? 어느 날 가족이 감당할 수 없는 비극이 닥쳤을 때를 대비해서 한 1조 정도 비상금으로 저축을 해놨다고 칩시다.」
―캬! 1조 원이 ‘그깟 비상금’으로 취급받는구나. 역시 우리 지웅이 형님!
「그런데 미국 국방부가 돈이 없어서 편성한지 얼마 되지도 않은 항모함대가 중고장터에 매물로 나왔어요. 니미츠급 항모 4척에 순양함, 호위함, 구축함, 미사일함, 원자력 잠수함 등등 300척 등등해서 5,000억 정도 달래요.」
―아무래도 아까 말씀하신 1조는 원화가 아니라 미화인 거 같다. 달러.
「그 ‘새것 같은 중고 항모함대’가 너무 갖고 싶어서 덜컥 질렀어요. 그래서 수중에 5,000억 밖에 안 남았어요.」
―달러 맞네. 확실하다.
―원래 지웅이 형님은 원화로는 잘 이야기 안 하심.
―왜?
―원화로 이야기하려면 숫자가 너무 길어져 버리잖아. 달러면 1,000,000,000,000이라고 쓰면 되는데 원화면 0이 3개가 더 붙어 버리잖아.
―아, 겨우 그런 이유였음?
「그런데 장인장모님 집에 불이 나서 홀라당 타버렸어요. 그래서 새로 집을 지어드려야 하는데 돈이 모자라요.」
―대체 차관님 장인장모님은 어떤 집에 사시기에 5,000억 달러로도 집을 다시 못 짓는 것인가요?
「그럼 차관님은 크게 후회하시겠죠. 아, 내가 그때 중고장터에 나온 매물에 눈이 멀어서 비상금을 어처구니없이 써버렸구나. 땅을 치면서 통곡하시겠죠.」
―우리나라 공직자 재산 공개 내역이 이렇게나 불투명하답니다, 여러분! 금준석 차관님 공개 청문회 한 번 갑시다!
「차관님 와이파이, 아니 와이프분은 남편이 자기 몰래 덕질하느라고 중고장터에서 비상금을 써버린 걸 알면 분노하시겠죠. 비상금이란 이런 때 쓰라고 있는 거지, 덕질이나 하라고 있는 게 아니라면서 바가지를 긁겠죠. 재수 없으면 이혼 소장이 날아올 수도 있고요.」
이미 차관의 안색은 산 사람의 것이 아니었다.
많은 시청자들은 지금 차관의 멘탈이 어떤 상태인지 진심으로 궁금하게 여겼다.
「와이프분은 역시 밀리터리, 특히 함대덕질하는 남자와는 결혼하는 게 아니었다면서 짐싸서 애들 데리고 친정으로 가버리겠죠. 이제는 홀라당 불타서 재만 남은 친정으로 말이죠. 그리고 차관님은 조금만 참을 것이지 왜 비상금을 써서 내가 혼자서 라면이나 끓여먹어야 하는가 후회의 눈물을 흘리겠죠.」
유지웅은 흔들림 없는 표정으로 쐐기를 박았다.
「그래서 비상금은 쓰는 게 아닙니다. 진짜 비상 상황을 위해 남겨놓아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