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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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스카에 주둔 중인 미 7함대는 오늘 무인 전투기 운용 테스트를 하고 있었다. 오늘의 주력 테스트는 무인 전투기가 어느 정도 고도까지 올라갈 수 있는지, 기체의 극한성을 시험하는 것이었다.
중앙 단말기 역할을 하는 F-22 기체가 수직에 가까운 각도로 하늘을 향해 솟구쳤고, 5기의 무인 전투기가 그보다 수십 km 앞선 채 하늘을 향해 솟아오르고 있었다.
「여기는 이글-1, 현재까지 모든 게 순조롭다.」
「계속 주시하기 바란다, 이상.」
4만 피트 상공까지 올라가자 무인전투기에서 보내오는 신호가 불안정해지기 시작했다.
「신호 불안정, 기체 통신장비에 과도한 스트레스가 들어오는 것으로 추정된다.」
「실험 중지. 고도를 낮추고 복귀하라.」
「알았음. 이상.」
F-22는 기체 방향을 바꾸며 천천히 고도를 낮췄다. 중앙제어 컴퓨터가 무인전투기에 경로 변경 신호를 보냈고, 무인기 편대도 모체인 F-22를 따라 비행경로를 바꿨다.
이대로 기지까지 무사히 돌아가면 될 일이었다.
그러나 사건이 발생하고 말았다.
「여기는 이글-1호, 본부 나와라.」
「여기는 본부, 무슨 일인가?」
「이글키드-3의 신호가 매우 불안정하다. 3초 이상 교신 두절이 벌써 두 번 빠르게 반복되었다. 확인바람.」
이글키드는 무인전투기를 말하는 것이고, 뒤에 붙은 숫자는 무인기 넘버를 가리키는 것이었다.
「본부, 이글키드-3의 신호가 완전히 끊겼다. 현재 레이더로 위치 추적 중.」
「확인했다. 이쪽에서 교신 재개 시도 중이다. 이글-1도 계속 접촉 시도하기 바란다.」
「접촉 시도 알겠음. 이상.」
모니터를 확인한 파일럿의 표정이 구겨졌다.
이글키드-3은 진형을 완전히 이탈한 채, 빠른 속도로 하강하고 있었다.
무리한 고도 시험 비행 때문에 내부 부품 혹은 제어시스템에 문제가 생긴 게 분명했다.
「교신이 먹통이다. 최후 수단으로 자폭 실행을 요청한다.」
「이미 이쪽에서 시도했다. 먹히지 않는다. 이글-1호, 자폭 명령을 발신하라. 반복하라.」
「알겠음. 이상.」
파일럿은 비상 버튼을 열고, 3이라고 표시된 자폭 버튼을 활성화한 뒤 꾹 눌렀다. 바로 이글키드-3에 자폭 명령을 내리는 버튼이었다.
기밀 유지나 안전 확보 등, 어디까지나 만약을 대비한 최후의 수단.
하지만 레이더에 나타나는 이글키드-3의 반응은 여전히 깨끗했다.
「자폭 명령이 전혀 먹히지 않는다.」
―보잉 747! 너, 이 녀석! 거기 섯거라!
잔뜩 흥분한 브라우니는 곧바로 날아올라, 무안국제공항을 벗어나 동쪽으로 날아가는 보잉 747을 향했다.
브라우니가 이탈하자 조금 전까지 타고 있던 일본 국적 여객기는 빠르게 비행 속도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버프풍이 이제 그쳤나 봅니다.”
“음, 거의 다 와서 괜찮아. 여기서 굳이 엔진 출력을 더 높일 필요는 없어 보이는군.”
“그런데 공항 착륙할 때까지 계속 버프풍이 밀어주면 골치 아프겠는데요. 속도를 줄일 수가 없잖습니까.”
“고도를 낮추면 신기하게도 사라지니까 괜찮네. 자네도 참고하게.”
“아, 감사합니다.”
브라우니의 밀어주기 바람을 잃은 비행기는 서서히 고도를 낮추며 무안국제공항에 착륙할 준비를 했다.
한편 보잉 747 기체를 따라잡은 브라우니는 기체의 바로 수직 방향 200미터 상공에서 나란히 보조를 맞춘 채, 매끈하게 잘 빠진 거대한 기체의 모습을 감상했다.
―와우, 내가 꿈에도 그리던 바로 그 항공기! 이 거대하고 유연한 동체! 아름다워! 우워어어!
흥분한 브라우니는 한참 동안 747 상공에서 보조를 맞춰 비행하다가 서서히 내려앉았다.
발톱 끝이 747 동체 상부 표면에 닿을락 말락 하는 데까지 다가가자, 브라우니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마침내 발톱을 살포시 닿게 하고 동체에 내려앉는 순간, 브라우니는 발톱에서부터 온몸까지 전해지는 전율에 꽁지깃을 한참 동안이나 파르르 떨어댔다.
―크윽! 바로 이 감촉이었어!
브라우니는 날개 끝을 가볍게 떨며, 정면을 향해 날렵한 자세를 취했다.
―날아랏, 747!
의기양양하게 포즈를 취한 채, 브라우니는 온몸을 훑고 지나가는 강바람에 희열을 맡겼다.
―어? 저건 뭐냐?
문득 브라우니의 시선에, 하늘에서 떨어지는 무언가가 들어왔다.
―유성? 아, 아니군. 나처럼 공중 비행을 즐기는 잡금인가 보군.
이 고도까지 올라올 수 있는 새가 있을 리 만무하지만, 브라우니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원래 지성체란 종종 자기가 할 수 있는 걸 남들도 다 할 수 있는 줄 착각하곤 하는 법이니.
브라우니는 대수롭지 않게 눈을 돌리고, 다시금 짜릿한 속도감에 몸을 맡겼다. 속도 증가를 위해 일부러 강풍을 일으키지는 않았다.
지금은 747 기체가 전해주는 순수한 속도감을 즐기고 싶었다.
“응? 방금 무슨 소리가 들린 거 같은데?”
니트로가 천장을 쳐다보며 갸웃거리자 휘버가 의아해서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
“뭔가가 비행기 천장 바깥에서 부딪친 거 같아서 말이야. 무슨 소리 들렸는데, 너는 못 들었냐?”
“바람 소리겠죠. 저는 아무것도 못 들었습니다.”
“내가 어제 잠을 제대로 못 자서 괜히 예민한 건가…….”
니트로는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설마 기체에 문제가 생긴 건 아니겠지? 요즘 보잉 항공기가 기체 결함으로 두 번이나 추락했었잖아.”
“그건 신형 맥스라는 놈이고요, 지금 이놈은 747 점보기입니다. 상관없는 기종이에요.”
“아, 그럼 다행이고.”
둘은 잠시 화제가 다른 곳으로 빠졌다가 다시 원래 주제로 되돌아왔다.
“대학 생활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신가요?”
“일단 정리해야지. 안식년을 내긴 좀 그렇고, 파견으로 바꾸던가 해야겠다. 아니면 아예 사직을 할 수도 있고.”
“대학 측에서 교수님을 놔주려고 하지 않을 겁니다. 이름만이라도 올려달라고 할 거 같은데요.”
“뭐, 그거야 재단 녀석들이 알아서 할 일이고. 너는 어떻게 할 거냐?”
“전 아예 나올 생각입니다. 제니스 타운에서 지내면서 결정체 산업 연구에 몰두하는 것도 의미 있을 거 같습니다.”
“네가 원래 예산 잘 주워 먹는 거 하나는 귀신이긴 하지. 딱 보니 제니스 컴퍼니에서 예산 빠방하게 줄 거 같아서 아예 옮겨오겠다는 거 아니냐?”
그렇게 앞으로의 일을 이야기하고 있을 무렵, 갑자기 희미한 폭음 같은 게 들렸다.
둘은 동시에 말을 멈춘 채 시선을 부딪쳤다. 서로의 경직된 표정을 통해, 지금 각자 자신이 잘못 들은 게 아님을 깨달을 수 있었다.
“너도냐?”
“교수님도요?”
“분명히 들었다.”
“폭음 같은 소리였어요. 설마…….”
둘은 과학자다. 달리 말하자면 현실적인 문제에서 매우 냉정한 판단력을 보인다.
그때였다. 스피커에서 치직하는 음량이 나오는가 싶더니, 중년 남자가 한국어로 방송을 시작했다.
「승객 여러분, 기장입니다. 현재 안전비행에 약간의 문제가 발생한 관계로, 자리에 앉아 안전벨트를 착용하시길 바랍니다. 다시 말씀드립니다. 현재 안전비행에…….」
한국어로 방송을 마친 후 기장은 다시금 영어로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말했다.
곧이어 승무원들이 돌아다니면서 안전벨트를 착용했는지 하나하나씩 살피기 시작했다.
니트로와 휘버도 안전벨트를 착용했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하며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느낌이 안 좋은데?”
“그런 말씀하지 마십시오, 교수님.”
휘버가 굳은 안색으로 반박했지만, 그의 표정은 니트로의 말에 공감한다는 듯이 잔뜩 경직돼 있었다.
“동체 꼬리 부위 파손, 유압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동체 꼬리 파손, 유압 급감 중.”
계기판에서 시끄러운 경보음이 요란하게 울리고 있었다. 기체 후미에서부터 유압이 빠르게 감소하며 제어 능력이 떨어지고 있었다.
“엔진 출력 감소 중!”
“엔진 출력 감소 중. 3번 재점화 시도.”
“3번 재점화 시도. 안 됩니다.”
복창을 한 부기장이 곧바로 재점화를 시도했으나 전혀 먹히지 않았다.
이미 유압은 허용치 밑으로 완전히 떨어져 버렸다. 이대로라면 3분도 지나지 않아 상황은 절망적이 되고 만다.
지금이야 비행하던 관성을 통해 순항 중이지만, 추진력이 일정치 아래로 떨어지는 순간 기체 방향이 뒤틀릴 것이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갑자기 왜 이러는 거야?”
“정비 불량 같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하늘 위에서 갑자기 이럴 리가 없습니다.”
“젠장. 메이데이, 메이데이, 메이데이. 여기는 KE028. 기체 결함으로 유압 계통기가 손상되었다. 비상 착륙을 요청한다.”
「여기는 무안국제공항, 유압 계통기 손상인가? 1번 활주로를 열어두겠다.」
출발한 공항에서 곧바로 돌아온 교신 내용에 기장은 얼른 부기장을 돌아보았다. 부기장은 흙빛이 돼서 대답했다.
“무안은 이미 등지고 있습니다. 180도 기수를 돌리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제어가 안 먹히고 있습니다!”
“여기는 KE028, 기수 전환은 불가능하다. 이미 기체 통제가 어려운 상황이다.”
「사천공항으로 가라. 비상 활주로를 열어두었다. 현재 비상착륙을 위해 통상 이착륙을 모두 금지시켰다.」
“사천공항까지 110km 남았습니다!”
기장은 재빨리 계기판을 살폈다.
지금 엔진 출력, 비행 고도, 그리고 남아 있는 제어 기능으로 과연 110km를 무사히 날아갈 수 있을까?
「KE028, 응답 바란다. 다른 조치가 필요한가?」
“사천공항으로 향하겠다.”
「계속 대기하겠다.」
이 순간에도 유압은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었다.
기장은 조종간을 단단히 움켜쥐며, 실내 전화기를 꺼내 두 번째 실내 방송을 시작했다.
“기장입니다. 승객 여러분, 모두 자리에 앉아 비상벨트를 확인하시고 산소마스크를 착용해 주십시오.”
비상 장치를 가동하자 두 파일럿이 앉은 천장이 열리며 산소마크가 내려왔다.
기내는 혼란과 고성이 가득했다.
승무원들은 더 이상 돌아다니지 않고 각자 자리에 앉아 안전벨트로 몸을 단단히 고정했다.
“산소마스크를 쓰세요!”
“절대 자리에서 움직여서는 안 됩니다! 머리를 감싸고 충격에 대비하십시오!”
기체의 흔들거림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울음 섞인 비명이 터져 나왔다.
―오예!
브라우니는 신이 나서 외쳤다.
아까 뒤쪽에서 뭔가 희미한 진동이 울리는가 싶더니, 잠시 시간이 지나자 비행기가 떨리기 시작한 것이다.
―크, 이 다이내믹함! 역시 747, 내 기대를 배신하지 않아!
초대형 점보제트기는 역시 이런 로망이 있구나!
그렇게 신나하고 있을 때, 돌연 747 기체가 기수를 들어 올리더니 고도를 높이며 상승하기 시작했다.
브라우니는 놀라서 하마터면 뒤로 넘어질 뻔했다.
―뭐야, 여기서 고도를 더 올린다고?
이미 브라우니는 하이재킹, 일명 스카이보드 놀이를 하면서 많고 다양한 비행기를 타봤다.
하지만 대부분의 여객기들은 고도가 비슷했다. 이 정도 고도까지 올라오면 더 이상 높이 올라가지 않고 고도를 유지한다.
그런데 747, 이놈은 여기서 고도를 더 올리고 있다!
―오, 우, 야! 좋아, 이대로 우주까지 가자!
브라우니는 신이 나서 꽁지깃을 초당 10,000번의 속도로 위아래로 파닥거렸다.
―나의 747은 하늘마저 뚫어버리는 드릴, 아니 비행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