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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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좆됐다.」
F-22 이글-1 파일럿은 허망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통제를 벗어난 무인기는 하필이면 저 머나먼 창공을 비행하고 있는 여객기를 향했다.
아마도 제어컴퓨터에 이상이 생겨, 저 여객기를 적기나 혹은 미사일로 오인한 모양이었다. 무인기에서 들어오는 신호는 분명히 ‘전투 대응’ 모드였다.
사령부는 당연히 발칵 뒤집혔다.
「자폭! 자폭!」
「시도 중이다. 안 먹힌다. 다시 시도하겠다.」
파일럿은 식은땀을 흘리며, 무인기 3호를 연신 쫓아가면서 자폭 버튼을 눌러댔다. 하지만 신호가 전혀 먹히지 않고 있었다.
‘빌어먹을 컴퓨터 공학과 놈들! 어떻게 설계했기에 그 정도 기동으로 저렇게 작정하고 맛이 갈 수 있단 말이야!’
최대 상승 고도 측정 과정에서 가해진 무리가 내부 시스템을 제대로 맛이 가게 만든 모양이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자폭 명령까지 듣지 않을 정도로 망가진다는 것은, 신이 미7함대를 버렸다고 밖에 할 수 없었다.
‘젠장! 나도 제주도나 갈 걸!’
현재 미7함대는 전력이 분산돼 있다.
한국을 보호하기 위해 대부분의 주력이 제주도로 모항을 이전한 지 오래다. 현재 요코스카에 남아 있는 전력은 백업 및 중간중개 전력에 지나지 않는다.
「이글-1, 거리가 계속 벌어지고 있다.」
「알고 있다. 이글키드-3호가 최고 추진력으로 하강 중이다. 이미 내 몸이 받는 G가 한계치에 도달했다. 더 이상은 속도를 높일 수 없다.」
파일럿을 고려할 필요가 없는 무인기는 처음부터 비행 성능 및 효율화만을 위해서 제작되었다.
그래서 시스템이 작정하고 최고 속력을 내기 시작하자 당연히 F-22로는 쉽게 따라잡을 수 없었다.
「이글-1, 이글키드-3호를 격추하라!」
「격추 시도하겠다. 으악, 안 된다! IFF시스템이 락온을 제한하고 있다!」
「저거 프로그래밍한 거 누구야!」
「마이크로소프트에 이번에 외주 준 프로그램…….」
다급한 고함 와중에도 상황실의 이런저런 소음이 끼어서 들려오고 있지만, 파일럿은 지금 그 따위를 귀담아 들을 여유가 전혀 없었다.
아무리 테스트가 신무기의 성능 및 장단점을 파악하기 위한 단계라지만, 이렇게 한꺼번에 터져 나올 줄이야. 그것도 애꿎은 여객기 기습이라는 최악의 형태로!
「이글키드-3호의 무기창 폐쇄! 무기창 폐쇄!」
「시도하겠다. 서, 성공이다!」
파일럿은 눈물이 핑 돌 만큼 기뻤다.
정신 나간 무인기의 무기창을 폐쇄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실제로 여객기와 어느 정도 거리가 가까워진 무인기가 미사일창을 열려고 거듭 시도 중이지만, 입구가 단단히 닫혀버린 터라 계속 에러 메시지만 뜨고 있었다.
‘좋아. 일단 최악의 상황은 막았…… 응?’
순간 파일럿은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유효발사거리를 지나쳐서 너무 가까워졌다. 원래라면 다시 선회해서 적당한 유효발사거리를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무인기는 선회를 하거나 속도를 줄이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여객기를 향해 더욱 꿋꿋하게 내리꽂히고 있었다.
공격 기능을 상실하자 본체를 직접 부딪쳐서 최후의 공격을 가할 셈인 모양이다.
「빌어먹을 프로그래머 놈들! 알고리즘 설계를 대체 왜 이따위로 한 거야!」
실전에서라면 군인들의 마음을 숭고하게 만들었을, 기계의 자기희생 정신.
하지만 지금은 욕만 나오는 소프트웨어 에러일 뿐이다.
여객기의 민간용 레이더가 스텔스 처리가 된 무인기를 탐지해낼 가능성은 없었다. 지금쯤 저 여객기 파일럿들은 오토파일럿에 모든 것을 맡긴 채, 유유자적하게 푸른 하늘을 감상하고 있을 것이다.
「Nooooooooo!」
한 줄기 섬광이 여객기를 향해 아래로 내리꽂히는 것을 본 순간, 파일럿은 영혼에서부터 솟구치는 절규를 내질렀다.
―나의 747은 하늘마저 뚫어버리는 드릴, 아니 비행기다!
747이 기수를 들어 올린 채 하늘을 향해 더욱 고도를 올리자 브라우니는 신이 나서 꽁지깃을 흔들어댔다.
굳이 아직은 터보 모드를 작동할 필요가 없어 보였다. 지금 이 정도만 해도 이제껏 어떤 스카이보드에서 겪어보지 못한 신난 경험이었으니까.
―오, 우, 예! Yeah! 다들 소리 벗고 깃털 질럿!
신이 나서 목청껏 스카이메탈을 내지르려는 순간, 놀라운 반전이 일어났다.
기체가 언제 상승했냐는 듯이 갑자기 기수를 아래로 향하더니 급하강하기 시작한 것이다.
브라우니의 눈이 더욱 휘둥그렇게 커졌다.
―이럴 수가! 역시 747, 너만은 다를 줄 알았어! 다른 시시한 놈들하고 차원이 다를 줄 알았어!
크고 거대한 것이 아름답다는 것은 역시 고금을 통틀어 만고의 진리다.
―너만은 이 나의 소울을 하늘까지 뜨겁게 달아오르게 만들 줄 알았어! 영원히 사랑한다, 747!
빠르게 내려가던 747이 다시 기수를 앞으로 들어올렸다. 또다시 공중으로 솟아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브라우니는 신이 나서 미친 듯이 온몸의 깃털을 흔들어대며, 747이 선사하는 짜릿한 스카이 롤러코스터 놀이를 즐겼다.
“머리 숙이세요! 자세 낮춰요!”
“Heads down! Stay down!”
승무원들의 긴박한 외침이 쉴 새 없이 들려온다.
승객들은 그 말대로 머리를 감싸듯이 몸을 숙인 채, 죽음의 공포 앞에서 벌벌 떨고 있었다.
“다, 다시 올라간다!”
“꺄아아악!”
곤두박질치듯이 내려가던 비행기가 다시금 하늘을 향해 솟구쳐 오르기 시작했다.
그 바람에 여권에 유서를 휘갈겨 쓰던 어느 중년 남성은 그만 여권을 손에서 놓치고 말았다. 중년 남성은 홀로 남은 펜을 보며 울부짖었다.
“안 돼! 난 이렇게 죽을 수 없어!”
“살려줘요! 신이시여, 제발!”
여기저기서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아마 지금 이 순간만큼은 모두가 한 마음이리라. 죽음을 직감한다는 것.
승객들은 가능한 최대한 많이 유언을 남기기 위해 모든 것을 활용했다. 여권이나 수첩에 유언을 적거나, 혹은 핸드폰 메모장에 유언을 정신없이 적어 내려갔다.
가족, 친구들을 닥치는 대로 불러 모아 단체 톡방을 만들고 거기에 메시지를 적어댔다. 통신 전파가 닿는 곳에 도달하는 순간 전송되기를 바라면서.
그것은 비행기가 추락 충돌을 앞두고 있는 지점에 다다랐다는 이야기가 되겠지만.
한편 소식을 들은 제니스 팰리스는 발칵 뒤집어졌다.
“뭐라고요? 그게 사실이에요?”
“네, 지금 기체가 통제 불능 상태입니다. 관제탑에서 계속 정보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박 실장의 다급한 보고에 유지웅은 놀라서 옆의 정효주를 쳐다보았다. 그녀도 적지 않게 놀라서 손으로 입을 가리고 있었다.
“말도 안 돼. 왜 하필 두 박사님이 탄 비행기가…….”
유지웅은 신음하다가 정신이 번쩍 들었다.
“맞다, 브라우니! 브라우니라면 구할 수 있어!”
그는 재빨리 핸드폰을 꺼내 위성폰에 연락을 시도했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메시지 읽음이 뜨지 않고 있었다. 마음이 더욱 급해진 그는 아예 전화를 걸었지만, 신호음만 울릴 뿐 받지 않았다.
“이 놈은 지금 전화기 내팽개쳐두고 어딜 간 거야!”
유지웅은 화가 났지만, 침착하게 현 상황을 톡 메시지로 입력했다.
중요 인물이 탄 비행기가 사천공항 인근에서 통제 불능이 되었으니 어서 가서 구해주라는 내용이었다. 녀석이 핸드폰을 확인한다면 바로 움직여줄 것이다.
“그런데 사고원인은 뭡니까? 정비불량? 아니면 기체불량?”
“그게…… 어떻게 된 건지 원인을 전혀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느닷없이 기체에 충격이 가해졌고, 그 이후 기체의 유압계통이 망가지며 통제 불능 상태가 되었습니다.”
그 순간 박 실장의 스마트폰이 요란하게 진동했다. 다급한 메시지가 한꺼번에 쏟아져 들어오는 것이었다.
메시지 내용을 확인한 박 실장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의장님, 747기가 최초로 이상을 보였던 지점 인근 산맥 표면에서 폭발이 관측되었다고 합니다.”
“폭발이요?”
“예, 아무래도 유성 같은 고속 낙하물체에 747기가 스친 것은 아닌가 하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있습니다.”
“정말 재수가 더럽게도 없네, 그 양반들.”
유지웅은 분함과 초조함을 참지 못하고 주먹으로 테이블을 쾅 하고 내리쳤다.
“대체 어떻게 된 거야! 브라우니!”
“플랩 펼쳐! 플랩!”
“플랩 펼쳤습니다! 유압 20% 미만!”
“1번 엔진 출력 감속! 진입각을 바꿔야 한다!”
“1번 엔진 출력 감속!”
조종실은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다. 절망의 순간에서도 모든 것을 놓지 않으려는 두 파일럿의 발악이 만들어낸 열기였다.
멀쩡하던 기체가 왜 갑자기 통제 불능이 되었는지는 알 바 아니었다. 지금은 어떻게든 이 기체를 가장 가까운 사천공항까지 무사히 끌고 가는 것뿐.
“30km 남았습니다!”
앞으로 남은 것은 겨우 30km.
시속 600km의 비행 속도를 고려하면 4분도 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이다.
하지만 두 파일럿과 승무원, 그리고 승객들에게는 4시간보다 더 긴 지옥의 시간이었다.
저 멀리 사천공항의 활주로가 드디어 육안에 보이기 시작했다.
기장은 기체에서 전해지는 요동을 참은 채 마른침을 삼켰다.
“지도 확인! 지도 확인!”
“지도 확인!”
“사람 거주구역 모두 체크해!”
“사람 거주구역, 모두 체크!”
복창을 한 후 정신없이 명령을 이행하던 부기장은 문득 놀란 눈으로 기장을 주시했다.
“기장님?”
“사천공항은 너무 작다. 피해를 무릅쓰고 비상착륙을 시도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기체 통제가 어려워. 사천공항 착륙은 포기한다.”
통제 불능이 어려운 점보제트기를 활주로에 내려놓지 못하면, 지상에 있던 시민들까지 지옥에 끌어들일 수 있으므로.
“봉명산공원에 동체 착륙을 시도한다! 그게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선택지다!”
이 상태로는 안전한 비상착륙은 이미 틀렸다. 사천공항으로 향했다가는 지상의 시민들까지 참사에 끌어들일 것이다.
그렇다면 피해를 747기에 한정짓되, 최대한 747기가 살아남을 수 있는 선택지를 골라야만 한다. 그것이 바로 기장의 선택이었다.
부기장은 기장의 결연한 뜻을 이해했다.
“알겠습니다.”
“봉명산을 향해 선회한다. 선회각을 조금만 확보하면 되겠지.”
“봉명산을 향해 선회.”
기장은 과감히 비행기를 틀었다. 아직 그 정도의 통제 능력은 남아 있었다.
달리 말하면 이게 쏟아낼 수 있는 전부라는 뜻.
기장은 실내 방송을 켰다.
“기장입니다. 충격에 대비하세요.”
울창한 삼림이 충돌 충격을 얼마나 감쇄해줄 것인가.
기장과 부기장은 최선을 다해 흔들리는 기체를 마지막까지 통제하려 애썼다.
―(whoop whoop) pull up! (whoop whoop) pull up!
녹색 삼림이 가까워지는 순간, 불현듯 기체의 떨림이 더욱 심해지는가 싶더니 좌측으로 확연하게 기울었다. 거의 70도 가까이 기울어지며 좌측 날개 끝이 지면을 긁을 듯이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whoop whoop) pull up! (whoop whoop) pull up!
고도를 상승하라는, 기체 최후의 경보음이 미친 듯이 울려 퍼졌다.
기장은 신음처럼 비명을 뱉었다.
“안 돼……! 이제 다 끝이야!”
몇 초 앞으로 다가온 죽음을 직감하며, 기장은 눈을 불끈 감았다. 충돌을 앞둔 기체가 다시 우측으로 확 기울었다.
“…….”
“…….”
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충격음이나 폭발도, 뜨거운 열기도 전해지지 않았다.
눈을 뜬 두 파일럿은 꿈을 꾸듯이 서로를 바라보다가, 정신없이 계기판을 확인했다.
“고, 고도 상승……! 엔진 출력 제로입니다!”
통제 불능의 기체가 엔진 출력이 제로인데 지면 충돌 직전에서 오히려 고도가 상승하고 있다니.
그러나 잘못된 게 아니었다. 창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지상이 빠른 속도로 멀어지고 있었다.
두 파일럿은 눈을 비볐다. 지금 자신들이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이, 이게 무슨…… 이 비행기가 갑자기 새 날개라도 얻지 않고서야…….”
“기장님! 저걸 보십시오! 날개가 생겼습니다!”
부기장이 소스라치게 놀라서 좌측 창을 가리켰고, 창밖을 내다본 기장은 그만 신음하고 말았다.
부기장의 말대로, 1km는 족히 되어 보이는 황금빛 거대한 날개가 좌측 하늘을 향해 끝없이 길게 뻗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