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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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 이리 된 거, 안전하게 집까지 데려다주마.
본신으로 돌아온 브라우니는 747 기체의 양쪽 날개를 단단히 붙잡은 채, 동쪽 하늘을 향해 점점 고도와 속도를 올렸다.
―무안에서 뜬 747이면 미국행 비행기가 맞겠지?
미국행 비행기이니 적당히 미국 본토 큰 공항에 내려놓으면 알아서 갈 것이다.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까지 대충 9,100km쯤 되겠군. 이 정도면 금방 다녀올 수 있겠어.
브라우니는 고개를 살짝 내려 기체를 내려다보았다.
추진력을 완전히 상실한 녀석은 깊은 침묵에 빠진 듯이 보인다. 마치 온몸을 불사르고 지쳐 버린 작은 새를 보는 듯해, 브라우니는 울컥하는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걱정마라, 747. 내가 너를 안전하게 집까지 데려다주마.
브라우니는 온몸으로 무형의 기운을 내뿜어, 보이지 않는 막을 사방에 전개했다.
자기 자신을 보호하는 괴수 방어막을 구체 형태로 추가로 내뿜어, 기체까지 완전히 감싼 것이다.
지금부터 펼쳐질 비행 때문에 이 연약하고 작은 새가 더 이상 다치지 않도록 하는 마음을 담아서.
구체 형태의 방어막이지만, 고속으로 비행한다 해서 공기 저항이 증가하지는 않는다. 대류의 저항을 부드럽게 흘리는 신비한 기운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비행형 화이트 괴수라면 당연히 이 정도 스킬쯤은 기본으로 장착하고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가자! 747! 저 수평선 너머까지, 오늘 우리 미치도록 한 번 날아보자!
브라우니는 날개를 한 번 펄럭였다.
날개를 크게 펄럭이자마자 순식간에 속도가 상승했다.
―보고 있나, 747? 이 몸은 단 한 번의 날갯짓만으로도 10만km를 날아갈 수 있다구!
어디까지나 지금은 지상에 닥칠 피해를 염려해서, 최대한 살살 날갯짓을 할 뿐이다.
―응? 근데 너희들은 뭐냐?
그제야 브라우니는 자신의 양옆에서 졸졸 따라다니며 날고 있는, 아주 조그마한 4개의 비행 물체를 발견했다.
―생긴 건 전투기처럼 생겼는데…… 사람이 안 타고 있네?
그 말에 반응이라도 하듯이 4기의 무인기는 좌우로 날개를 살짝 흔들어 보였다.
브라우니는 깜짝 놀랐다.
―내가 지금 의지 전달로 말하고 있는데, 이게 들려?
윙! 윙!
―너희들, 이제 보니 단순한 드론이 아니군?
윙! 윙!
생김새를 보면 분명 사람이 만든 비행기가 분명하다.
‘항덕’인 브라우니는 저것들이 주로 미군에서 운용하는 정찰기 종류임을 대번에 알아보았다.
하지만 느껴진다.
지금 저 녀석들은 외부의 통제를 받지 않고 있었다. 그 어떤 전파로도 외부와 연결되지 않은 채, 단독으로 행동하고 비행하고 있었다.
‘혹시?’
브라우니는 다시 한 번 날갯짓을 했다.
순식간에 속도가 높아지며, 음속의 10배를 돌파했다.
4기의 무인기는 전혀 뒤쳐지지 않았다. 오히려 기다렸다는 듯이 더욱 속도를 높이며, 브라우니의 좌우에 공중 포지션을 잡은 채 졸졸 따라서 비행하고 있었다.
―하하하! 이 귀여운 녀석들!
브라우니는 그제야 깨달았다.
이 녀석들이 어떻게 해서 탄생했는지를.
―주인의 허락 없이 봉인을 푼 나의 끝없는 압도적인 힘에 영항을 받아서, 본연의 탈을 벗고 새로이 각성을 한 거로구나! 이 귀여운 녀석들!
본래 무인전투기였을 이 녀석들은 아까 자신이 내뿜은 에너지 폭풍에 휩쓸려, 근원에서부터 진화를 이룬 것이 분명했다.
그리하여 단순히 기계를 벗어나, 기계 생명체로서 새로운 인생을 얻은 것이다.
통상적이라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아무리 무지막지한 결정 에너지를 퍼붓는다고 해서, 아무 개체나 이런 진화를 순식간에 이뤄내지 못한다.
그야말로 10조 분의 1의 가능성을 뚫고 이뤄진 각성.
말도 안 되는 희박한 확률을 넘어서서 탄생한, 기존의 법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생명체인 것이다.
―가자, 이 귀여운 이 녀석들!
브라우니는 다시 한 번 날갯짓을 했고, 순식간에 속도가 높아졌다.
「으억!」
보잉747을 붙잡은 채 날고 있는 신수를 따라가던 이글-1호 파일럿은 비명을 질렀다.
신수가 날개를 크게 한 번 펄럭이자 비행 속도가 비약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파일럿은 급히 레이더를 확인하고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마하 2.5?」
방금 전까지만 해도 시속 500km 이하로 날고 있었으면서, 어떻게 순식간에 마하 2.5를 돌파한단 말인가?
「여기는 이글-1, 목표물의 속도가 급증했다. 최소 마하 2.5로 추정된다. 이상.」
「여기는 본부. 계속 추적하라.」
「연료량이 위험해서 더 이상 추적이 불가능하다. 귀환 요청한다. 이상.」
「요청 허락한다. 즉시 귀환하라.」
「알겠다. 이상.」
이미 작전거리가 한계에 다다랐다.
예비 연료까지 소진하려고 작정하면 얼마든지 추적할 수 있겠지만, 예비 연료는 말 그대로 예비 연료 아닌가.
다행히 이미 한참 전에 7함대에서 후속 전투기 편대를 발진시켰기에, 이글-1호 파일럿은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기수를 돌릴 수 있었다.
순식간에 멀어지는 신수의 모습을 바라보며, 파일럿은 기체 방향을 크게 선회했다.
레이더를 확인한 순간 파일럿은 다시 한 번 뒤집어질 듯이 놀랐다.
‘대체 언제?’
신수의 위치가 그 사이 엄청나게 멀어져 있었던 것이다. 단지 멀어진 것뿐만이 아니었다.
‘마하 5?’
주한미군 항공사령부는 난리가 났다.
“교신 불능 상태입니다! 아무리 교신을 요청해도 대답이 없습니다! 통신 장비가 완전히 망가지지 않고서야 이럴 수가 없습니다!”
“다시 호출해! 다시!”
민간 항공기이지만 사고의 중대함 때문에 주한미군 항공사령부까지 나서서 통신을 시도하고 있었다.
하지만 온갖 주파수로 통신을 호출해 봐도, 747기는 묵묵부답이었다.
“현재 태평양함대가 ‘신수’를 추적하고 있습니다. 공군에서도 태평양 감시망을 통해 신수의 움직임을 동시 추적 중입니다.”
“유례없는 미군 합동 작전이군. 심지어 훈련이 아닌 실전 상황이야.”
주한미군사령관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는 확신했다.
이것은 미군이 지금까지 겪어본 그 어떤 실전보다 더 치열한 경험을 남길 것이라고.
‘태평양 전역이 작전 범위라니…….’
상상만으로도 몸이 부르르 떨린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이런 육해공이 합동으로 이런 방대한 작전을 펼칠 기회가 어디 있었겠는가.
많은 피해를 남긴 걸프전, 이라크전도 미군 입장에서는 결국 국지전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 작전은 다르다.
아직까지 이렇다 할 피해가 발생하진 않았지만, 한반도에서 시작해서 태평양 전역이 작전 범위인 것이다.
“마하 10을 돌파했습니다!”
통신 장교의 비명 같은 보고가 뒤따랐다.
현재 신수에 대한 관측 및 추적 정보는 전 미군 사령부가 공유하고 있었다. 언제 어느 때, 어느 지역에 주둔한 미군이 활약을 해야 할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현재 신수의 비행 속도를 고려하면, 지구권 어디든 1시간 40분 만에 도달할 수 있다.
주한미군사령관은 문득 의문을 느꼈다.
‘근데 왜 괴수가 아니라 신수라고 한 거지?’
괴수와 신수.
엄연히 다른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단어다.
어째서 저 존재에게만 그런 차별적인 단어를 붙인 것일까?
설마 747 여객기를 충돌 직전에 낚아챘다는 것 때문에?
‘먹이로 인식하고 붙잡은 걸 수도 있다.’
주한미군사령관은 그렇게 여기고 있었다.
실제로 그는 747 내부가 걱정이었다. 저런 속도로 비행하고 있다면 내부 승무원들은 그 강력한 G 때문에 제대로 버티지 못할 것이다.
산소가 제대로 공급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747 여객기는 제조 당시, 마하 10 이상의 속도로 비행하게 될 경우를 상정하지 않았다.
‘최악의 경우를 생각해야 한다.’
비행 속도가 너무 빠르다.
747 기체 내부 인원들은 산소 부족이나 과다한 중력 압박 등으로 이미 사망 직전 상황일지도 모른다.
“그보다…… 대체 어디로 가는 거지?”
트럼프 대통령은 눈을 부릅뜬 채, 대형 상황판에서 전혀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원거리에서 촬영한 마지막 영상에 나타난, 747기를 두 발로 낚아채는 존재는 그가 익히 잘 아는 것이었다.
“설악마스터!”
설악마스터가 제니스 타운 인근에서 충격적인 연출로 전 세계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동안 미국 극소수만 그 존재를 알고 있었다면, 이제는 온 세상이 다 알아버리고 말았다.
“추락 직전에 놓인 747기를 구하려고 모습을 드러낸 것 같습니다. 실제로 747기가 산악지대에 충돌하기 몇 초 전에 설악마스터가 나타나서 낚아챘다고 합니다.”
“747기에 피해는 없나?”
“일단 외형적인 피해는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설악마스터가 매우 부드럽게 날개를 잡고 날아오른 터라……. 그런데 왜 인근 공항에 내려놓지 않고 계속 날아가는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지금 비행 속도가 얼마라고?”
“마하 20 이상입니다.”
마하 20.
지구 반대편까지 도달하는데 49분이면 충분한 시간이다.
현지 미군사령관급 인사들은 설악마스터를 경계하는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747을 낚아챈 이유도 구원보다는 먹이 인식 같은 이유 등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및 측근들은 달랐다.
이미 몇 번의 금 거래를 통해 설악마스터의 위엄과 합리성, 성향을 대면했기에, 설악마스터가 추락 직전의 747을 구원하기 위해 나섰다는 것을 믿고 있었다.
“그런데 저렇게 빨리 날아도 괜찮은 건가? 747에 탑승한 사람들 말이야.”
“747은 마하 20의 속도로 비행할 것을 상정하고 제작된 항공기가 아닙니다. 어쩌면 내부 상황은 우리 상상 이상으로 끔찍할 수도 있습니다.”
“…….”
“설악마스터는 그 사실을 모르고, 그저 빠르게 운반하기 위해 속도를 내는 걸지도 모릅니다. 만약 그렇다면…….”
설악마스터는 괴수로 전락하고 만다.
자초지종을 모르는 사람들은 설악마스터가 747을 구출했다고 여기지 않을 것이다. 지나치게 빠른 속도 때문에 탑승원 모두가 죽었다는 것만 강조될 것이다.
그때 NSA국장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어쩌면 747 탑승원들은 우리 상상 이상으로 쾌적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확신하는 근거는?”
“이미 손상을 입은 기체가 저렇게 빠른 속도로, 그것도 강제로 붙잡힌 채 비행한다면 필연적으로 손상이 옵니다. 하지만 손톱만 한 파편 한 조각도 떨어졌다는 보고가 없습니다.”
“…….”
“그리고 설악마스터의 몸집과 747의 질량을 생각하면 비행경로 주변에는 엄청난 소닉붐이 발생해야 합니다. 그러나 어떤 충격파도 관측되지 않고 있습니다. 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기현상입니다.”
NSA국장은 어떤 확신을 품은 채 말했다.
“설악마스터는 어떤 특별한 능력으로 대기 저항을 최소화하고, 또 그럼으로써 747을 보호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일단 지켜보지.”
트럼프는 주먹을 쥔 채 상황판을 노려보았다.
설악마스터와 747은 이제 레이더 상황판 위의 점으로만 확인이 가능했다. 카메라 등 가시광선으로 그 모습을 확인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런데 설악마스터는 대체 어디로 가는 건가?”
“이 방향대로라면 20분 안에 샌프란시스코 상공을 지나치게 됩니다.”
“절대 쏘지 말라고 단단히 일러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