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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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우니는 두 발에 747을 움켜쥐고 4기의 각성한 무인기를 당당하게 거느린 채,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을 향했다.
음속의 수십 배에 달하는 비행 속도였지만, 소닉붐은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광역으로 뿜어낸 방어막이 대기를 부드럽게 흘려 넘기고 있는 덕분이다.
방어막의 역할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본래라면 음속의 수십 배의 비행 속도를 견디지 못할 747 기체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역할도 했다. 신선한 공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은 물론이다.
―이봐, 747! 저기 샌프란시스코 공항이 보인다고!
기체는 침묵 상태였다.
약간의 동력이 남아 있어 조종실 시스템을 최소한으로 운영할 수 있지만, 그게 전부였다. 지금 747은 화장실 전등에 공급할 전력조차 아끼고 있었다.
승무원들은 손전등을 꺼내 기내를 돌아다니면서 열심히 승객들을 안심시키느라 바빴다.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 비행기는 추락하지 않았습니다. 현재 태평양 상공을 날고 있는 중입니다.”
“우리 비행기는 현재 매우 안정적으로 비행하고 있습니다. 전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승객들은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았지만, 여전히 불안함을 남아 있었다.
“지금 우리 비행기를 낚아채 가는 거, 혹시 괴수가 아닌가요?”
“맞아요! 창문으로 보이잖아요! 저건 분명히 엄청 큰 괴수가 우리를 먹이인 줄 알고 낚아챈 거라고요!”
“틀렸어! 우린 이제 다 죽은 목숨이야! 추락 위기에서 살아났더니 괴수한테 잡아먹히게 생겼다고!”
상황을 비관적으로 받아들이며 절규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반대로 마지막까지 희망을 놓지 않는 이들도 있었다.
“괴수가 우리를 공격하려면 진작 공격했을 거다. 그런데 우리가 지면에 충돌하기 전에 낚아챘어. 이건 분명히 우리를 구해줄 의도가 있다는 뜻이야.”
니트로는 침착하게 주장을 펼쳤고, 휘버도 그에 수긍한다는 듯이 끄덕였다.
“정말 인간을 습격할 의도였다면 그 많은 비행기 중에서 하필이면 추락하는 우리 비행기를 충돌 직전에 낚아채지는 않았을 겁니다.”
아닌 게 아니라, 전남에는 현재 수많은 항공기가 날아다니고 있었다. 바로 제니스 타운에서만 시술받을 수 있는 탈모 치료 서비스 덕분에 관광 수요가 폭증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우리를 구했을까요?”
“글쎄, 모르지. 어쩌면 어느 정도 지능이 있는 괴수일지도.”
“지능이 있는 괴수라니…….”
휘버는 상상만으로도 소름이 끼치는지 몸을 부르르 떨었고, 니트로는 태연히 말을 이었다.
“혹등고래 같은 녀석들 봐라. 먹이가 아닌 다른 바다생물들을 지켜주기도 하잖아. 온화하고 평화를 사랑하기로도 유명하고. 괴수라고 그런 개체가 없으리라는 법이 어디 있냐.”
“하지만 괴수일 뿐이잖습니까.”
“무슨 상관이냐. 우리 목숨만 구해줬으면 됐지. 그나저나 휘버, 앞으로 다시는 같은 비행기 타지 말자.”
“알겠습니다.”
“우리 둘 다 죽어버리면 과학계 입장에서 손해가 크니까. 앞으로는 따로따로 타고 다니자.”
“예, 교수님.”
니트로와 휘버는 잠시 대화를 멈추고 창밖을 내다보았다.
길게 뻗은 거대한 날개에 비하면, 점보기인 B747의 날개도 한없이 초라하고 작게만 보였다. 마치 독수리 날개와 잠자리 날개를 나란히 놓고 보는 듯한 기분이랄까.
꼼짝없이 죽는 줄 알았는데, 어쨌거나 살았다.
“여기가 어디일까요?”
“몰라. 항법 장치가 온통 먹통이야. 통신도 전혀 안 되고 있어.”
장비가 고장 난 것처럼 보이진 않았다. 하지만 항법 장치는 현재 위치가 어디인지 전혀 측정하지 못했다. 통신 장치도 외부 신호를 전혀 잡아내지 못했다.
“주변을 맴도는 전파가 전혀 없어. 이럴 수가 없는데…….”
“마치 괴수가 우리 기체 주변의 모든 전파를 차단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통신 불능, 계측 불능이 설명이 된다.
기장은 답답해서 창밖을 내다보았다. 혹시라도 익숙한 지형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서였다.
다행히 괴수는 비행고도보다 낮은 속도로 날고 있어, 지형을 살피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만약 구름 위를 날고 있었다면, 그리고 구름이 발밑에 펼쳐져 있었다면, 주변을 탐색하기 매우 곤란했을 것이다.
“온통 바다 밖에 안 보이는군요.”
“아마 북태평양 상공인 거 같아. 괴수가 아까 한반도를 벗어날 때 이후로 방향을 안 바꿨다면 말이지.”
기장은 한반도 상공을 벗어나 일본 열도 상공을 진입할 때의 기억을 더듬었다.
그때 본 풍경을 일직선으로 긋고, 그 끝에서 연장선을 추가로 그었다. 그렇게 하자 대략적인 직선 코스가 머릿속에 그려졌다.
‘하다못해 속도만이라도 알 수 있다면…….’
기장은 답답했다.
항법 장치에 나타난 기체의 현재 비행 속도는 시속 20km였다.
당연히 말도 안 되는 말이다. 아무리 망망대해에 있어 속도 판별이 어렵다고 해도, 겨우 시속 20km라니?
‘공기 여과 시스템이 거의 작동하지 않는데도 호흡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다.’
현재 비행기는 후미 파손으로 인해 외부 공기가 조금씩이지만 유입되고 있는 중이었다.
하지만 기압도 일정했고, 호흡을 하는 데도 전혀 지장이 없었다.
그것은 기체가 비교적 낮은 고도를 날고 있는 덕분이지만, 무언가 미지의 힘이 외부의 악영향을 막아주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아마 그 힘 때문에 항법 장치와 통신 장치가 제대로 작동을 하지 못하는 것이리라.
비행 속도가 시속 20km로 표시되는 것도 그렇고.
답답한 마음에 다시 한 번 측면 창을 내다보던 기장이 별안간 외쳤다.
“아! 저것은!”
“기장님? 왜 그러십니까? 뭔가를 보셨나요?”
“알류산 열도야!”
알류산 열도.
러시아의 캄차카 반도와 알래스카 대륙을 점선처럼 이어지듯이 연결하며 베링해를 감싸고 있는 호상열도.
북태평양을 자주 왔다 갔다 하는 기장으로서 모를 리가 없는 지역이었다.
기장은 순간 소름이 돋았다.
“아까 충돌 위기 이후로 시간이 얼마나 지났지?”
“시, 십이분 정도 지났습니다.”
“한반도에서 알류산 열도까지 대략 5,000km…… 그 거리를 겨우 12분 만에…….”
기장은 신음하며 속도 계기판을 바라보았다.
계기판에 표시된 숫자는 시속 20km. 당연히 잘못 측정된 수치이다.
그러나 실제 비행 속도는 마하20, 무려 시속 24,000km였던 것이다.
샌프란시스코 주둔 미 공군은 극도의 긴장감에 휩싸여 있었다.
“앞으로 3분이면 도착합니다!”
3분, 겨우 3분이다.
마하 20이라는 무시무시한 속도로 비행하고 있는 괴수와 사고 비행기가 이곳에 도달하기까지 남은 시간.
백악관은 절대 발포나 공격을 해선 안 된다고 신신당부했지만, 한 지역을 지키는 군으로서는 쉽게 납득할 수 없는 지시였다.
만약 저 괴수가 이곳 샌프란시스코를 공격한다 해도 공격하지 말고 참아야 하는가?
그렇게 질의했을 때, 백악관에서 돌아온 대답은 한결같았다.
‘어떤 경우라도 절대 발포, 공격하지 말 것.’
어떤 경우라도 금지.
만약 정체불명의 괴수가 공격한다면, 그냥 죽으라는 소리다.
“사령관님, 그 괴수가 추락 직전의 여객기를 구했다는 게 정말 사실일까요?”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냥 먹이라고 생각해서 낚아챈 게 틀림없어! 괴수가 왜 인간을 구하나!”
거대 맹금 괴수가 추락 직전의 747 기체를 구하는 것은 당연히 사령관도 봤다. 지금 전 세계에서 가장 핫한 동영상이었으니까.
어딜 가도 온통 그 이야기뿐이다.
탑승원들의 가족들은 지금 하던 일을 내팽개치고 가족이 무사히 돌아오기만을 빌고 있었다. 세계의 무수한 셀럽들이 그들의 마음에 공감하며, 기적을 기도했다.
지금 이 순간, 전 세계의 시선은 샌프란시스코로 몰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 하필 미국으로 오는 걸까?”
“……미합중국 사막 지대에서 거대한 괴수를 목격했다는 괴담이 여럿 있었다.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아마 저 괴수가 우리 미국 어딘가에 둥지를 틀고 있었고, 먹잇감을 사냥해서 돌아오는 길이겠지.”
“하지만 그러면 진작 북미항공사령부한테 발각되어야 하지 않습니까?”
“시민들의 혼란을 위해 비밀로 숨겼을 수도 있어. 그리고 녀석은 평시에는 사람들의 눈을 피하는 능력이 있을지도 모른다. 몸집을 작게 만든다던가 하는 식으로 말이야.”
정체불명의 괴수가 747을 구출하는 영상을 몇 번이고 유심히 본 끝에 내린 결론이었다.
그 괴수는 그야말로 허공에서 갑자기 나타났다. 평소에는 작은 몸집을 유지하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그게 아니라면 공간이동이라도 한 거겠지. 하지만 이건 더 말이 안 돼. 그런 능력이 있으면 굳이 북태평양을 날아서 올 이유가 없어.”
“사령관님! 괴수가 도착했습니다!”
“전군, 전투 준비!”
만약의 상황을 위해 샌프란시스코를 비행하고 있던 전투기 및 헬기 편대에도 이루 말할 수 없는 긴장감이 흘렀다.
「온다!」
마침내 저 멀리 정체불명의 괴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샌프란시스코 주둔군 파일럿들은 저마다 바짝 긴장감을 동여맨 채, 괴수의 행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아!’
괴수가 두 발로 단단히 붙잡고 있는 747 기체를 확인한 순간, 파일럿들은 하나같이 탄성을 내뱉고 말았다.
겉보기에 동체는 매우 멀쩡해 보였다. 두 발에 움켜잡혀 있느라 날개가 조금 찌그러진 것을 제외하면.
저 상태라면 탑승원들은 무사히 살아 있는 게 아닐까? 겉으로만 보면 누구나 그런 생각이 들 것이다.
「비행속도가 현저히 줄었다! 현재 시속 600km로 추정된다!」
「목표가 국제공항 쪽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
「문제없다. 이미 인근 지역을 비행하는 민간 항공기는 단 한 대도 없다.」
샌프란시스코 주둔 공군은 괴수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거리를 유지하며 쫓아갔다. 그들은 단 한 순간도 긴장감을 놓지 않았다.
‘왜 공항으로 가는 거지?’
‘설마……?’
그들의 머릿속을 채운 의문과 기대, 그리고 희망 고문.
그것은 괴수가 샌프란시스코 유도로 상공에서 천천히 하강하면서 점점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괴수는 747 기체를 움켜쥔 채로 천천히 하강했다.
거대한 날개가 조금도 펄럭이지 않고 있음에도, 마치 중력을 지배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내려앉는다.
주둔 사령관은 그 모습을 보고, 마치 첫 비행에 실패한 새끼 새를 둥지에 내려놓는 어미새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쿠웅!
가벼운 충격음과 함께, 랜딩 기어를 내리지 못한 비행기 동체가 가볍게 유도로 위에 내려앉았다. 구석 격납고 바로 앞으로 이어지는 유도로였다.
기체를 내려놓은 괴수는 다시금 천천히 상승하는가 싶더니, 조금씩 속도를 올리며 왔던 방향 그대로 사라져 버렸다.
사령관은 물론이고 미 공군 대원들, 공항 관제탑 직원들은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봤다.
관제탑에서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관제사가 급히 통신을 시도했다.
「여기는 샌프란시스코. KE028, 응답하라.」
「……여기는 KE028. 수신했다. 승무원 및 승객 모두 무사하다.」
그 순간 관제탑에서 폭발적인 환호가 터져 나왔다.
치직거리는 스피커에서 떨리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승객 여러분, 기장입니다. 우리 비행기는 예정보다 11시간 30분 일찍, 목적지인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 도착……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