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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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국방부 장관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KE028기의 무사 생환은 미국으로서도 기쁜 일이었다. 비록 대한민국 국적기이기는 하지만 적지 않은 미국 사람이 탑승한 기체였으니.
심지어 미국 과학계의 보물인 니트로와 휘버 교수까지 타고 있지 않았던가.
이제는 신수라 불리는 설악마스터는 단 한 사람의 사망자나 부상자 없이 무사히 목적지 공항까지 데려다 주었고, 그것은 미전역을 들썩이게 만드는 기쁨이 되어 주었다.
검진을 마친 탑승객들은 병원에서 곧바로 입국 절차를 밟고 각자 볼일을 보러 갔다.
CNN 등 주요 언론들은 여전히 그 기적을 떠들어대고, 신수의 존재에 관해 열심히 이런저런 추측들을 주워섬겼다.
사건이 발생한지 며칠이 지났지만, 아직도 미국의 열기는 식을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연방 정부는 일반 시민들과 같은 기쁨에 언제까지 취해 있을 순 없었다.
기쁨의 시기는 이미 지나갔고, 이제부터는 고민의 시간이 도래할 때가 되었다.
“747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지?”
“역시 박물관으로 보내 역사적인 자료로 보존하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보잉사는 기체에 가해진 부담이 적어 수리를 하면 정상 가용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박물관으로 보내 기념으로 남기는 것은 내심 원하지 않는 눈치입니다. 물론 보잉사에 그것을 결정할 권한은 없지만요.”
현재 보잉사는 기체 결함, 혹은 정비 불량으로 추락 위기를 겪었다고 오해하고 있다.
따라서 박물관으로 보내는 것은 두고두고 보잉사의 브랜드에 흠집을 내는 행위다. 남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과거를 역사라는 이름으로 강제 박제하는 것이랄까.
그 이야기가 나오자 에드워드 장관은 괜히 민망해졌다.
그는 이미 보고를 받아서 747의 추락 원인이 무엇인지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미 7함대가 도입한 지 얼마 안 된 무인기 기체 가동 테스트 과정에서, 오작동이 발생한 무인기 한 기가 747을 적기로 인식하고 돌진한 게 사고 원인이었다.
무기창 폐쇄에 가까스로 성공해 미사일 공격은 막았지만 몸통 박치기를 시도, 꼬리를 스치는 바람에 747의 유압계통이 박살나서 추락하게 된 것이다.
물론 그 사실은 아직까지 극비였다.
괜히 공개해봤자 미 해군의 체면만 깎이는 결과가 되는 터라 기밀에 붙인 것이다.
사망자나 부상자가 발생한 것도 아니고, 아직까지 아무도 사고 원인이 무엇인지 크게 문제 삼지 않고 있었다.
미 영공 내에서 발생한 사고도 아니고, 미국적기도 아니었으니, 미국으로서는 그냥저냥 슬쩍 넘어가도 된다.
“KE028을 운영하는 한국의 항공사는 만약 박물관으로 이동해 보존하고 싶다면, 그에 걸맞은 상당한 가격으로 매입해주기를 바라는 눈치입니다.”
“상당한 가격?”
돈 이야기가 나오자 트럼프는 눈살을 찌푸렸다.
항공사의 책임이 아니지만 이런 상황에서 돈부터 요구하는 게 영 못마땅했다.
잠시 생각하던 트럼프는 결론을 내렸다.
“사고기는 중고시장 적정 가격에 10% 정도 프리미엄을 얹어서 우리 정부가 매입하는 걸로 하지. 그게 가장 깔끔한 처리가 될 것 같군.”
“알겠습니다.”
미 대통령이 결정할 정도로 큰 사항은 아니지만, 트럼프는 직접 자기 손으로 결론을 지었다.
어쨌거나 747이 사고 위험에 처한 것은 미 해군의 잘못이니만큼, 기체 배상은 정당하게 해주는 게 나중에 잘못 되더라도 문제가 커지지 않을 거라 생각한 것이다.
“에드워드 장관.”
“예, 각하.”
“문제가 커지지 않도록 유의해주게.”
“알겠습니다.”
에드워드 장관은 트럼프의 은밀한 지시에 담긴 뜻을 알아차리고 긴장해서 끄덕였다.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은 잠시 마비되었던 운행이 풀리고 다시 운영을 시작했다.
거대한 B747이 유도로 한쪽을 차지하고 있어 이착륙 과정에서 애를 먹긴 했지만, 운영 자체가 방해받을 정도는 아니었다.
다만 747기를 공항에서 꺼내는 작업이 시작될 때에는 다시 공항 운영을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
당장 747을 꺼내지 않는 것은 어떻게 747을 꺼낼지 전문가들이 운반 설계를 고안하는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몇 부분으로 해체해서 운반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일단 양 날개와 엔진은 떼어내야 합니다. 그 다음 활주로 끝 만에서 해상 크레인을 통해 배로 나눠 옮겨야 합니다.”
“아주 큰 작업이 되겠군.”
747이 차라리 산산조각 났다면 대충 치우면 그만이지만, 온전한 형태를 취하고 있다 보니 운반하는 작업도 어마어마한 난이도를 필요로 했다.
고철로 갖다 버리려는 게 아니라, 원래 형태 그대로 박물관에 가져다가 전시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적어도 2주는 걸릴 대작업이 될 겁니다.”
“알았네. 즉시 시행하지.”
그동안 747은 줄곧 유도로에 방치돼 있었고, 외부 감시를 두었을 뿐 특별히 접근하지 않았다. 조종실 음성 녹음을 확인할 필요도 없었으니.
그래서 747은 지난 며칠 동안 유도로 한쪽에 방치된 채 완전히 불이 꺼져 있었다.
작업단은 먼저 747에 들어 있는 연료를 완전히 빼내는 작업을 시도했다.
“이륙하고 30분도 비행하지 않았으니, 연료통에는 연료가 가득 차 있을 겁니다. 그 무게만 해도 백 톤 이상이죠. 당연히 전부 빼내야 합니다.”
“기름 한 번 참 무지막지하게 먹는구만.”
“447톤짜리 무게로 이륙해서 1,000km/h가 넘는 속도로 15,000km를 비행할 수 있는 놈이니까요. 무지막지하게 처먹는 게 당연합니다.”
“자, 빨리 작업을 시작하지.”
해체 작업에는 대한항공 임원들도 참관했다.
아직 정식으로 미 연방 정부에 소유권이 넘어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본사 승인이 나면 바로 소유권 이전 계약서에 서명을 하려고 대기 중이었다.
그러나 문제가 발생했다.
“문이 안 열리는데요?”
“뭐야?”
“보세요. 지금 문이 전혀 열리지 않고 있습니다. 외부 자극에 전혀 반응을 안 합니다.”
엔지니어의 말은 사실이었다. 출입문이 전혀 열리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디지털, 아날로그, 심지어 물리 충격 방식까지 모든 방법을 동원해 봐도 출입문이 열리지 않았다.
“이거 아무래도 사고 당시 충격 때문에 기관장치에 고장이 난 모양인데. 어떡하지?”
“어떡하긴요. 그냥 뜯어야지요.”
기술팀은 결국 출입문을 뜯고 안으로 들어가기로 결정한 뒤, 공구를 가져왔다.
그러나 유압 방식 지렛대를 이용해 아무리 힘을 가해도 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한참 동안 끙끙대던 기술팀은 금속 지렛대 상태를 보고 혀를 내둘렀다.
“지렛대만 잔뜩 상했는데요.”
“문은 오히려 멀쩡합니다. 기스 하나 안 났어요.”
“이게 가능해?”
엔지니어들은 그제야 이상함을 느꼈다.
항공기가 아무리 단단해봐야 한계가 있다. 그에 비해 자신들이 쓴 장비는 전문적으로 다른 장치를 파괴하기 위한 것. 그런데 생채기 하나 나지 않다니?
“안 되겠어. 드릴 가져 와.”
기술팀은 단단한 전기 드릴을 가져와서 문틈 사이에 밀어 넣고 가동시켰다.
그러나 전기 드릴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불꽃만 튀길 뿐, 문틈을 단 1cm도 파고들지 못했다.
“이거 대체 왜 이러는 거야?”
“보잉사가 원래 이렇게 비행기 동체를 단단하게 만드나?”
“이건 단단한 수준이 아닌데?”
기술팀 사이에 심각한 분위기가 흐르기 시작했다. 현장 통제를 위해 가벼운 마음으로 나왔던 칼릭 국방부 차관의 얼굴도 덩달아 안 좋게 변했다.
“뭐가 잘못 되고 있나?”
“문이 너무 단단합니다. 전혀 열리지가 않아요.”
“그동안 먼저 날개를 분해하는 것은?”
“연료를 전부 빼내기 전에는 날개 분리 못합니다. 탱크와 날개 사이에 파이프가 연결되어 있으니까요. 그리고 탱크를 개방하려면 일단 조종실에 들어가야 합니다.”
“용접기 가져와. 아예 녹여버려야겠어.”
드디어 용접기까지 등장했다.
초고열의 불꽃을 문틈에 쏴댈 때만 해도 그들은 당연히 이제 문을 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1분이 지나고, 10분이 지나고, 20분이 지나도 끄떡없는 문을 보면서 모두의 표정이 험악하게 변했다.
“헉, 헉…….”
용접기 불을 끈 엔지니어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산업단지에서 쓰이는 특수 용접기이다 보니 발열량이 엄청났고, 사고 방지를 위해 극도로 긴장하다 보니 훨씬 빨리 지쳤다.
엔지니어들은 방금 전까지 용접기가 실컷 불꽃을 쏴댄 부위를 보고 할 말을 잃었다.
“이게 말이 돼?”
초고온의 열을 버텨낸 거야 그렇다 치자. 그래도 그을린 자국 정도는 남아야 하지 않는가?
하지만 문짝 틈은 아주 깨끗했다. 마치 방금 세척 작업을 마친 것처럼 말이다.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설계팀 놈들, 무슨 물리 면역 기능 가진 특수 소재라도 몰래 개발한 건가?”
“이거 산에 추락했어도 승객들 무사했을 것 같은데? 이 정도 기술력이라면 기체 내부에도 충격 흡수 설계 제대로 했겠어.”
분위기가 점점 심각해졌다.
도저히 말이 안 되는 일이 일어나고 있었으니.
결국 현장팀은 그날은 손쓰는 것을 포기했고, 차관은 곧바로 상부에 올릴 보고서를 썼다.
747기의 연료를 빼내고 날개와 엔진을 분리한 뒤, 활주로 끝 만에서 선박 크레인을 이용해 운반, 그 후 박물관에서 재조립한다는 가벼운 계획은, 처음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보고를 받은 보잉은 본사에서 직접 최고의 실력을 가진 엔지니어팀과 최고기술이사, 그리고 부사장까지 함께 샌프란시스코 공항을 찾았다.
전날 미리 먼저 와서 작업을 했던 보잉 기술팀은 입에 거품을 물고 설명했다.
“이거 보세요. 이게 말이 됩니까? 유압 프레스 장치로 문짝을 뜯어내려 해도 꿈쩍도 안 해요. 오히려 지렛대만 휘어졌단 말입니다. 산업 용접기로 30분 넘게 쏴대도 그을음 하나 안 생기고요.”
“엔지니어 인생에서 이런 경우는 처음 봅니다. 이거 도대체 동체를 무슨 철판으로 만든 겁니까?”
“다시 해보게. 어제 했던 그대로 다시.”
최고기술이사는 상기된 채 지시했고, 기술팀은 두 말 없이 명령에 따랐다.
지지고 볶고 별 짓을 다 해봐도 문짝에 흔적 하나 남지 않은 것을 확인한 최고기술이사는 혀를 내둘렀다.
“말도 안 돼. 이런 일은 있을 수 없어.”
“어떡하죠, 이사님?”
“할 수 없지. 전방 화물 출입구를 연다.”
최고기술이사의 지시에 작업 방침이 바뀌었다.
그러나 동체 전방 화물 출입구를 열려고 별의별 시도를 다해봤어도 결과는 똑같았다. 기내 출입구를 열 때와 별반 다를 게 없었던 것이다.
“조종실 전방 유리창을 뜯어내보자. 안 되면 유리창을 그냥 부숴.”
다시 작업 방침이 바뀌었다.
그러나 온갖 장비로 별의별 짓을 다해도 조종실 유리창은 끄덕도 하지 않았다.
결국 최고기술이사는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포클레인 가져와!”
마침내 대형 포클레인까지 등장했다. 거대한 삽 대신 콘크리트를 뚫는, 사람 몸집보다 큰 대형 드릴을 장착한 포클레인은 조종실 유리창 파괴를 시도했다.
두두두두두! 두두두두두!
그러나 시끄러운 마찰음과 불꽃만 요란하게 튀었을 뿐, 조종실 유리창은 멀쩡했다.
포클레인 드릴 끝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연기를 보며, 다들 귀신이라도 홀린 눈으로 올려다보았다.
“이거 말이 돼?”